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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화. 그 자식의 정체 (6) (122/201)

121화. 그 자식의 정체 (6)

[라일 님.]

그 자식에 대한 흔적을 얻고 나서 6일째 되던 날, 디오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알아낸 거야?”

[네.]

꽤 오래 걸렸다.

디오를 만나고 나서 작업 속도가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은 처음이다.

상대도 나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상 상대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

그래도 실마리를 얻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보여줘 봐.”

[화면으로 띄우겠습니다.]

디오는 내게 어떤 장면을 보여주었다.

그곳은 어떤 허름한 아파트였다.

마치 고시원을 연상케 하는 좁은 방 하나가 보였다.

“뭐지 이건?”

[데이터가 최초로 보내진 곳입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주소 불러 봐.”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프론트 스트리트 746입니다.]

역시 미국인이었나.

대충 예상은 했었다.

미국을 너무 확연히 돕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 주인이 누군데?”

[잭슨 앤서니라는 사람입니다.]

“녀석에 대해 아는 대로 다 불어봐.”

[1998년생으로 고등학교 때 친구를 공격하려던 괴한을 벽돌로 내려쳐서 죽인 혐의로 5년 동안 감옥에서 지냈습니다. 그 뒤 지금은 출소해서 나온 상태입니다.]

“……뭐야 그게 끝?”

[네.]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게 없는 놈이었다.

[기록을 조사해보니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아!]

갑자기 디오는 뭔가를 깨달았는지 짧게 외쳤다.

진짜 이제는 완전 사람 다 됐다…….

“뭔데 그런 소리를 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다가 혹시 참고 사항이 될 수도 있어서요.]

“그냥 다 말해줘. 녀석에 대해서는 뭐라도 알아내야 하니까.”

[4년 전에 일어났던 크리스틴 살해사건 아십니까?]

“응. 알지. 한동안 그걸로 시끄러웠었잖아.”

[그 크리스틴과 친구였습니다. 잭슨은 그 친구를 보호하려다가 감옥으로 갔고요.]

“그래?”

순간 이 사건을 캐면 뭔가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디오. 크리스틴 살해사건하고 잭슨 앤서니와 관련된 사항은 어떤 거라도 놓치지 말고 정리해서 알려줘.”

[예. 알겠습니다.]

잠시 뒤 디오는 내게 정리한 보고서를 주었다.

나는 그것을 세밀하게 읽었다.

“하하하하.”

이로써 모든 실마리가 풀렸고 녀석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다 알아냈다.

***

“끝까지 쫓으니 단서가 잡히더군요. 제까짓 게 너무 설쳐댔어요.”

“하, 하핫!”

대통령은 내 말에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왜 그러신가요?”

“방금 확신이 딱 들었습니다. 역시 warrior 당신을 택한 게 잘한 것 같아요. 잭슨이 꼬리를 잡혔다는 것은 당신이 그보다 더 강하다는 뜻이니까요.”

“하하하하.”

뭔가 바보 같은 그의 말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게 더 있습니다.”

“뭡니까? 마음껏 물어보십시오.”

“왜 잭슨의 정체를 알았음에도 직접 싸우시지 않고 저만 이렇게 빼돌린 겁니까?”

“일단 바로 싸우기에는 부담돼서요. 만에 하나 제가 거기서 녀석에게 당할 수도 있잖아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생각보다 엄청나게 주도면밀한 놈이더라고요.”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잭슨이 능력을 가지게 된 시기와 내가 능력을 가지게 된 시기가 얼추 비슷하다는 거다.

나는 드러내놓고 능력을 사용했던 반면, 조심성 많은 녀석은 계속해서 암암리에 활동해 온 것이었다.

“하아……. 제가 뭐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에이든 대통령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물었다.

안 그래도 그에게 부탁할 게 있었는데 이렇게 물어봐 주면 땡큐였다.

“할 수 있는 게 많지요.”

나는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도와줄 테니 대통령님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십시오. 아직 정당성은 대통령님께 있고 그 녀석들은 현재 반란을 일으킨 상황이니, 여론전으로 나가면 그 건방진 녀석들이 맘대로 행동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최선을 다해 모으겠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녀석들에게 역공을 가할 준비를 했다.

***

뉴욕의 한 음침한 골목.

“허억……. 허억…….”

로버트는 숨을 거칠게 내쉬며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공포로 가득 찼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

“제, 젠장.”

그는 아까 벌어진 일로 인해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클럽에서 한창 놀고 적당히 술에 취해 기분 좋게 집으로 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괴한이 나타나 그를 칼로 찌르려는 것이었다.

“흐앗!”

특유의 운동신경으로 그는 공격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뭐, 뭐야?!!”

로버트는 술이 확 깼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괴한을 향해 권투 자세를 취했다.

“넌 뭐냐?”

“…….”

로버트가 질문했지만, 그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다시 로버트를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이 망할 자식.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매일 권투 연습을 했던 로버트는 호기롭게 그 괴한을 먼저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괴한에게 날카로운 펀치를 날렸다.

휙-! 휙-!

바람을 가르는 매서운 소리가 날 정도로 그의 펀치는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괴한도 어중이떠중이는 아니었는지 로버트의 공격을 잘 피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로버트는 약이 올라 그만 동작을 크게 하고 말았다.

괴한은 로버트에게 틈이 생기자 곧바로 돌진해 그를 칼로 찔렀다.

푸슉-!

“크윽!”

로버트의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가 괴한의 공격을 막기 위해 칼날을 직접 쥔 것이었다.

“끄아아아악!”

괴한이 로버트의 손을 떨쳐내려고 칼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결국 로버트는 칼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크흑!”

그의 손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괴한은 로버트를 보며 씨익 웃었다.

갑자기 거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더 나오기 시작했다.

로버트는 바로 위기를 직감했다.

이미 손도 망가져 있어서 제대로 된 펀치를 날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개자식. 두고 보자.”

결국 그는 도망치기로 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하아……. 하아…….”

그는 더 이상 도저히 못 뛸 것 같아 중간에 멈춰서 숨을 헐떡였다.

“우웨엑!”

그는 결국 역한 소리를 내며 아까까지 먹었던 모든 것을 다 토해내고 말았다.

“하아……. 하아……. 시발.”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와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니들 뭔데?”

“…….”

괴한들은 대답하지 않고 로버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로버트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권투 자세를 취했다.

“그 병신 같은 손으로 애쓰지 마라. 로버트.”

갑자기 어떤 남자가 괴한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왔다.

그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얼굴을 가리고 있지 않았다.

로버트는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잭슨…….”

로버트는 이를 갈며 그를 무섭게 노려봤다.

“감옥에서 출소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하는 짓이 이런 개 같은 짓이냐?”

“개 같은 짓이라니. 그동안 내가 계속 꿈꿔왔던 순간인데.”

잭슨은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로버트는 그것을 보며 오싹함을 느꼈다.

일단 그는 여기서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잭슨을 달래기로 했다.

“잭슨. 고생을 많이 해서 얼굴이 많이 삭은 거 같아. 참 안타까워. 네가 너무 짠해서 내가 큰맘 먹고 돈을 줄 테니 이런 짓 그만하고 좀 쉬는 게 어때?”

“푸하하하하하하.”

로버트의 말에 잭슨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네가 나한테 돈을 준다고? 내 평생 들었던 소리 중에 제일 웃긴 소리다. 그래. 얼마나 줄려고 그래?”

한주먹거리도 안되는 잭슨이 괴한들을 믿고 설쳐대는 모습에 로버트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잘 알았기에 화를 꾹 억눌렀다.

“만 달러 줄게. 어때?”

“만 달러?”

“그래.”

갑자기 잭슨은 총을 꺼내 들었다.

“무, 무슨?”

탕-!

“끄아아아아악!”

다리에 총을 맞은 로버트는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만 달러? 너는 네 목숨값이 만 달러밖에 안 되나 봐? 좀 더 써야 하지 않겠어?”

“이 개자식!!! 뭐 하는 짓이야?!!!”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로버트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본색을 드러내며 잭슨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게 네 본심인지는 진작에 알고 있었지. 인간 참 안 변한다 그치?”

잭슨은 쓰러져 있는 로버트에게로 다가갔다.

“근데 나는 많이 변했어. 더 이상 네가 가지고 놀던 그 잭슨이 아니라고.”

“끄아아악! 꺼져 이 개자식아!”

로버트는 잭슨에게 발길질을 가했다.

하지만 그의 발을 잭슨의 다리를 그대로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뭐, 뭐야?!!”

로버트는 유령이라도 본 듯이 놀란 눈으로 잭슨을 바라봤다.

“뭔지는 알 거 없고 액수나 말해. 나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너는 그냥 여기서 죽는 거야.”

잭슨은 제정신이 아니었다.

로버트도 어설픈 거래로는 여기서 못 벗어난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시, 십만 달러 어떠냐?”

로버트는 너무나 아까운 마음에 망설이며 말했다.

“하! 십만 달러?”

탕-!

잭슨은 다시 한번 로버트의 다리를 향해 총을 쐈다.

“끄아아아아아악!”

로버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러댔다.

“네 목숨값이 그것밖에 안 돼? 아쉽네.”

“시발. 십만 달러도 충분히 큰돈이잖아!!”

“허허. 네가 계좌에 가지고 있는 돈만 120만 달러인데, 10%도 안 되는 돈을 제시해 놓고서는 뭔 소리야?”

“뭐?”

로버트는 잭슨이 말한 정확한 액수에 경악했다.

“왜? 난 다 알어. 그러니까 개수작 부릴 생각은 하지 마. 자! 마지막으로 물을게. 네가 얼마를 줘야 여기서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배……. 배……. 백 이십만 달러.”

로버트는 피눈물을 흘릴 지경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제안했다.

“오! 계좌에 있는 돈 전부를 주겠다고?”

잭슨은 반색하며 나왔다.

로버트는 이제야 끝났다 싶었다.

그는 일단 여기서 벗어나고 나중에 어떻게든 그 돈을 찾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땡이야.”

“……뭐?”

“사실 네가 그 얼마를 준다고 해도 여기서 살아나갈 수가 없었어.”

“그, 그게 무슨……?”

“흐흐흐흐흐흐.”

잭슨은 로버트를 바라보며 미친놈처럼 끌끌 대며 웃어댔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크리스틴을 죽게 만든 네 녀석은……. 그 어떤 돈을 줘도 살아남을 수가 없단 말이다.”

잭슨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에는 마치 분노와 슬픔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크리스틴……. 드디어 때가 왔어. 너의 복수를 할 때가 말이야.”

“내, 내가 안 죽였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로버트가 시치미를 떼며 말하자 잭슨의 표정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잭슨은 마치 악마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로버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애석하게도 난 모든 것을 알아버렸어.”

잭슨은 옆에 있는 괴한에게서 칼을 넘겨받았다.

“머, 멈춰!!! 돈은 원하는 대로 줄게. 그러니까 멈추라고!!!”

로버트가 울부짖었지만, 잭슨은 망설임 없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했다.

“끄아아아아악!”

잭슨은 미친 듯이 로버트의 온몸에 칼을 꽂아댔다.

“커헉!”

로버트는 질질 기어가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결국 그는 몸이 축 늘어지며 그대로 사망하고 말았다.

잭슨은 얼굴의 묻은 피를 손으로 닦아냈다.

피가 번진 얼굴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하아……. 기분 최고네. warrior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는 끌끌 대며 웃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다음 타겟으로 넘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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