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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화. 업그레이드 (1) (112/201)

111화. 업그레이드 (1)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부모님을 죽인 마약 카르텔에 대한 복수를 마쳤고 아버지의 공장도 되찾았다.

그건 분명 너무나 개운한 일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으로 인해 약간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능력을 지닌 놈이 또 있다.

그게 과연 한 명만 있을까도 의문이다.

다른 놈들도 있을 거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만약 그런 존재들이 실제로 있다면 왜 정체를 드러내고 있지 않냐는 것이다.

“라일 님.”

한창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자리에 있는 수진이가 나를 툭툭 치며 불렀다.

“왜?”

“메뉴 뭘로 하실 거냐고 계속 묻는데요?”

어느새 승무원이 내 쪽으로 와 있었다.

잠시 생각에 집중하느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벌써 밥시간이 다 되었다.

“아. 혹시 한식 있나요?”

한동안 제대로 된 한식을 못 먹어서 무척 땡겼다.

“네. 비빔밥과 불고기가 있습니다.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비빔밥이요.”

“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멕시코의 영웅님.”

멕시코 승무원은 내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풋!”

옆에 있는 수진이는 고개를 돌려 몰래 웃다가 그만 웃음이 새어 나와 버렸다.

아…….

그래?

“뭐가 웃기지?”

솔직히 기분이 매우 나빠 정색하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수진이도 분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곧바로 웃음기가 사라졌다.

“하아……. 됐다. 웃기니까 웃겠지.”

“아니, 그냥 뭔가 좀 오그라들어서요. 근데 멕시코의 영웅이 맞는 표현이긴 하죠. 라일 님은 지금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것을 해내셨으니까요. 이제 라틴 아메리카는 라일 님 덕에 평온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수진이는 굳이 수습하려고 난리였다.

“……알았다고.”

괜히 별것도 아닌 걸로 트집 잡아봤자 속만 좁아지는 것 같다.

근데 멕시코의 영웅이라니…….

허허.

진짜 오그라들어서 못 들어주겠네.

“라일 님.”

다시 수진이가 나를 불렀다.

“왜?”

“근데 한국 돌아가면 저에게 능력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응. 그렇지.”

“저도 솔직히 강해지고 싶지만 제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하네요.”

“할 수 있어. 걱정 마.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하하……. 엄청 확고하시네요.”

당연하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나랑 디오가 힘을 합쳐도 버거웠던 상대다.

더 이상 혼자 싸울 수는 없다.

물론 나도 더 강해져야 하지만, 동료들이 있다면 더 수월해질 것이다.

“나도 도와줄 테지만 너도 멘탈 잡아야 해. 만만치는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이래 봬도 국정원 최고 요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악바리로 버텨왔는데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자신감을 찾은 수진이의 얼굴을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빔밥 나왔습니다.”

승무원은 밝게 웃으면서 나에게 음식을 주었다.

“그럼 멕시코의 영웅님. 맛있게 드십시오.”

“풋!”

수진이는 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안 봐준다.

꿀밤을 한 대 세게 쥐어박았다.

***

슈웅-!

비행기가 한국에 도착했다.

“…….”

창밖을 보니 의외의 장면이 펼쳐졌다.

무슨 국가 귀빈 맞이하듯이 사람들이 도열해 서 있었다.

백기완 대통령이 마중 나온 것이다.

“이건 오버지 않나…?”

기가 막혀서 뭐라 더 말이 안 나왔다.

“하하하하…….”

수진이도 그 어이 털리는 광경에 멋쩍게 웃기만 했다.

솔직히 민망해서 내리기 싫었으나, 이렇게까지 준비해줬는데 거기에 호응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야……. 가자.”

“……네.”

서로 내리기 싫어서 머뭇거렸지만 힘들게 발을 뗐다.

빠빠빰-!!!!!

“…….”

우리가 비행기 밖으로 나오자마자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진짜 맘 같아서는 비물질화된 육체로 이곳을 빠져나오고 싶었다.

“라일 씨. 오셨습니까?”

하지만 저렇게 기쁘게 나를 맞이하는 백기완 대통령의 얼굴을 보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에휴.”

어쩔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즐기기로 했다.

민망해서 몸 둘 바를 몰랐지만, 팡파르와 환호성 소리에 화답하며 비행기 계단에서 내려왔다.

“오랜만입니다. 대통령님.”

“하하하하하하.”

백기완 대통령은 그냥 웃으면서 나에게 갑자기 다가와 포옹을 했다.

“흐읍!”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워 머뭇거렸지만 나도 대통령에게 포옹을 했다.

찰칵-! 찰칵-!

그러자마자 엄청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기자분들.

아무래도 몇 분 뒤에 올릴 기사에 쓸 사진인 것 같은데 어림없습니다.

‘디오. 지금 이거 관련해서 기사 올라오는 거 다 막아.’

[예. 알겠습니다.]

“라일 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드디어 부모님의 복수를 다 하셨군요.”

백기완 대통령은 혼자 감동해서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생각보다 나를 굉장히 애틋하게 생각하나 보다.

뭐, 솔직히 그게 나쁘지는 않다.

“감사합니다. 뜻밖에 격렬한 환영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군요. 고향에 온 맛이 나네요.”

“오. 그렇습니까?”

백기완 대통령은 자신의 수행원에게 신호를 보냈다.

갑자기 팡파르 소리가 더 커지고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예의상 한 말이었는데 사태를 더 키워버렸다.

그냥…….

잠자코 있어야겠다.

“청와대에 만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좋죠.”

빨리 여기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청와대 음식을 먹을 생각에 기대가 되기도 했다.

나는 수진이만 데리고 청와대에 갈 생각이었다.

드미트리 패밀리나 류헤이카이가 내 부하들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깡패들을 청와대로 데리고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야.”

나는 드미트리와 류헤이에게 무전을 보냈다.

“네!”

“너희들은 청와대에 못 와. 이해하지? 서운해하지 마라.”

“안 서운합니다. 다 이해합니다.”

“예. 당연한 거죠. 기대도 안 했습니다.”

고맙게도 녀석들은 이해해주었다.

“오케이. 계좌로 돈 보낼 테니까 따로 부하들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거 먹고 쉬고 있어. 한동안 일은 없을 거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보스.”

그렇게 부하들은 따로 떼어 놓고 우리는 곧바로 대통령 전용차를 타고 청와대로 이동했다.

간만에 방문하는 청와대라 감회가 새로웠다.

내가 대통령은 아니지만, 여기에 꽤 자주 온 것 같다.

점심은 여러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보쌈, 탕수육, 참치회, 스테이크 등

어떻게 하나 같이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준비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마음껏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우와-!”

수진이도 간만에 보는 만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솔직히 우리가 멕시코에 간 이후로 그동안 이렇게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는 감격 그 자체였다.

“편하게 드시라고 다른 사람은 초청하지 않았습니다. 편하게 마음껏 드시면 될 거 같습니다.”

대통령님.

센스 짱!

나는 백기완 대통령에게 가볍게 엄지척을 날렸다.

나와 수진이는 한동안 말없이 음식만 먹었다.

너무 교양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이런 것에 목말라 있었으니 이해 바란다.

“후아- 살겠다.”

배가 차자 그제야 주변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백기완 대통령은 맛있게 먹어준 나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후후. 맛있게 드시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대통령이 나를 많이 좋아하긴 한가 보다.

세상에 어떤 대통령이 일개 국민에게 이렇게까지 해주냐?

물론 내가 일개 국민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엄청난 대접이긴 하다.

“백기완 대통령님. 너무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우리나라를 위해 갔다 온 것도 아닌데 이런 대접을 받으니 너무 과분하네요.”

“꼭 우리나라 일만 해야 환영받습니까? 라일 씨께서는 마약 카르텔을 전멸시킴으로써 전 세계에 득이 되는 일을 하셨습니다. 충분히 이런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죠.”

멕시코에서도 환영을 받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까지 해주니 뭔가 더 뭉클해졌다.

역시 고향이 최고인가?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제가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나눌 이야기가 있는데요…….”

“쉿!”

곧바로 백기완 대통령은 검지를 들어 자신의 입에 대며 나를 조용히 시켰다.

“점심 먹는 이 순간만큼이라도 일단은 다 내려놓고 즐기세요. 그렇게 급하실 필요 없습니다.”

“…….”

나를 배려해주는 대통령의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알겠습니다.”

대통령 말대로 일단은 즐기자.

만찬을 즐기고 나서 우리는 상춘재로 왔다.

역시나 이곳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포근함이 있는 곳이다.

은은하게 나는 풀잎 향에 내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루왁 커피 마셔보셨습니까? 특별히 커피를 좋아하는 라일 씨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좋죠~.”

하하…….

정말 많이도 준비했다.

고양이 똥에서 나왔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 그것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건 정말 최고의 커피다.

풍미가 엄청나다.

나는 혼자 감탄하며 커피를 음미했다.

“그럼 이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볼까요?”

백기완 대통령은 여유롭게 나에게 물어봤다.

이제 대통령 짬바가 좀 있다고 그는 굉장히 노련해졌다.

성장한 그를 보자 나는 입가에 미소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많이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했다.

“얼마 전에 금융회사 연합으로부터 연락이 왔었죠?”

“그랬었죠. 라일 씨를 당장 불러들이라고 하더군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지 원. 아무튼 그래서요?”

“지금 인터넷에 마약 카르텔과 CIA 그리고 금융회사 연합이 연관되어 있다는 게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지금 전 세계가 그 일로 시끄럽습니다. 역시 라일 씨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하……. 제가 마치 문제아인 것처럼 들리네요.”

“솔직히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 거 같습니다만.”

백기완 대통령은 농담조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마냥 농담만은 아니었고 나도 그 사실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가요?”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더 했다.

“상관없습니다. 라일 씨께서 옳은 일을 하고 계시는 건데 뭐가 문제겠습니까? 오히려 문제라면 그 일과 관련된 놈들이 문제이죠.”

대통령은 이번에는 나를 두둔해준다.

왠지 이 사람 능구렁이가 다 된 거 같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는 소리를 했을 뿐입니다.”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힘이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또한 걸리는 게 많기도 하다.

“대통령님.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를 이어나가자면, 상황이 이런 이상 미국 쪽, 정확히 말하자면 금융회사 연합 쪽에서 분명 보복이 들어올 겁니다.”

“그게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라일 씨께서 우리를 지켜주실 텐데요.”

백기완 대통령이 이 말을 정말 진심으로 하는 거 같아서 마음이 더 걸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도 이렇게 자신만만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변수가 있었다.

“이번 일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백기완 대통령은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물었다.

“미국과 전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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