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아마존 전투 (7)
“…….”
상황은 심각했다.
특수부대들은 우리들을 향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수진이와 나를 제외한 다른 녀석들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망할…….”
철컥-!
특수부대들은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큰일 났다…….
[라일 님. 시간 좀 끌어주십시오. 어떻게든 복구시켜보겠습니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었다.
“오케이.”
솔직히 쫄리긴 했지만 태연한 척하기로 했다.
특수부대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두려워하고 있는 게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 쪽 애들은 너무나 평온했다.
나는 지금의 분위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이. 제이슨.”
나는 최대한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주려고 애썼다.
“…….”
녀석은 잠시 공격하려는 것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정말 공격할 거야? 안 통한다니까? 왜 죽음을 자초하려고 해?”
“군인으로서 긍지가 있지, 적에게 목숨 따위 구걸하느니 죽는 게 낫다.”
이 미친놈은 마약 카르텔 도와주는 주제에 뭔 놈의 군인으로서 긍지야?
진짜 이 말이 입에 맴돌았지만 겨우 참았다.
지금은 괜히 자극하기보다는 달래는 게 더 나아 보였다.
“부하들도 같은 생각일까? 저 겁먹은 부하들의 표정이 안 보여? 다들 가족이 있을 거 아니야? 그깟 긍지 때문에 정말 다들 몰살당하고 싶은 거야?”
“…….”
내 말에 제이슨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좀 먹히는 것 같았다.
“좋은 말로 할 때 이만 돌아가. 마지막 기회야. 내가 이렇게까지 해줬는데도 계속 고집부리면서 우리를 공격하겠다면 나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최대한 진지하면서 무섭게 말했다.
제발 말귀가 통했으면 좋겠다.
“알았다…….”
나이스.
“그래. 잘 생각했어.”
“보스. 왜 그러십니까. 저 녀석들도 다 조져버려야죠.”
눈치 없는 드미트리가 아쉬워하며 끼어들었다.
나는 깊은 인상을 쓰며 녀석을 노려봤다.
드미트리는 바로 깨갱하며 물러났다.
“이만 복귀하자!”
제이슨의 명령에 특수부대들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일이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갑자기 제이슨은 돌아가려다 말고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녀석은 나에게 씨익 썩은 미소를 지었다.
“하하. 애송이 녀석.”
갑자기 제이슨의 태도가 확 바뀌어버렸다.
철컥-!
제이슨은 다시 총을 장전해 나를 겨누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이지? 지금 내 인내심 테스트하는 거야?”
“방금 나에게 제보 하나가 들어왔는데 말이야.”
제이슨이 그 말을 한 순간 내 눈에 녀석의 귀에 꽂혀 있는 인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네가 지금 힘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하하……. 썩을.
상황 재밌게 돌아가네…….
“어디서 미친놈한테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집어치우고 꺼져라.”
“흥!”
제이슨은 되려 코웃음을 치며 나를 비웃었다.
“내가 알기론 너는 그렇게 인내심이 좋은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왜 계속 봐주는 거지?”
위험하다.
이 녀석은 지금 완전히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디오. 어떻게 되고 있어?’
나는 속으로 조용히 디오를 불렀다.
[거의 다 복구했습니다. 2분 뒤면 다시 복구될 예정입니다.]
…….
2분 동안 어떻게 시간을 벌어야 한다.
“애들아.”
“네!”
여기서 애매하게 봐줬다가는 상황만 더 악화될 거 같았다.
이번에는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애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다. 공격 준비해라.”
“하하하하. 보스. 알겠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녀석들은 여전히 희희낙락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녀석들이 이러는 게 오히려 더 나았다.
예상과는 달리 내가 강하게 나오자 제이슨은 흠칫하며 놀랐다.
“싸우자. 이 자식아!”
나는 호기롭게 제이슨에게 외쳤다.
제이슨 침을 꿀꺽 삼키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녀석의 표정이 또 바뀌기 시작했다.
녀석은 다시 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내 오랜 경험상 지금 네가 블러핑을 하고 있다는 게 딱 티 난다.”
아무래도 또 누가 녀석을 부추기고 있는 듯 보였다.
“제군들!”
제이슨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공격 준비!”
“예!”
제이슨의 지시에 그의 부하들은 우리를 향해 일제히 총을 겨누었다.
“꼭 피를 봐야겠냐?”
“필요하다면.”
녀석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노려봤다.
공격하기로 완전히 마음먹은 듯한 눈빛이었다.
‘디오……. 얼마나 남았어?’
[10초 남았습니다.]
젠장.
그렇게 10초가 길게 느껴진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제이슨은 손을 내렸다.
그에 일제히 그의 부하들은 방아쇠에 손을 댔다.
“젠장!!! 디오!!!!!”
그 짧은 시간 안에 나는 여러 가지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사태 파악 못 하고 웃고 있는 부하들.
뭔가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수진이.
특수부대원들에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투두두두두두-!
“망할!!!!”
[다 됐습니다.]
드디어 복구가 끝났다!!!
“어서 가동시켜!!!!!!”
지잉-!
진짜 찰나의 순간이었다.
총알이 내 심장까지 도달했을 때 보안 시스템이 가동되었다.
순간 온몸에 엄청난 소름이 끼쳤다.
튕-! 튕-!
부하들의 데이터 쉴드도 다시 가동되어 총알들을 튕겨내고 있었다.
“죽을 뻔했네…….”
너무 놀라서 계속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정말 위험했습니다. 지금은 만반의 대비를 해놔 해킹당할 리가 없습니다.]
디오는 다시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잘 해결된 거 같다.
“오케이! 일단 이 녀석들 처리하고 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자.”
나는 제이슨을 향해 방긋 웃었다.
제이슨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그의 동공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이봐. 제이슨. 설렜어?”
“이, 이게 무슨…….”
그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듯 보였다.
“뭐긴 뭐야? 네가 어떤 미친놈의 소리에 낚인 거지.”
“그, 그런…….”
제이슨은 망연자실하며 절망했다.
“고맙다. 내가 너희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안 내켰었는데. 그렇게 공격해주니까 너무 내킨다.”
나는 부하들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애들아. 다 박살 내 버려!”
“예!!”
그 외침과 함께 다시 광란의 살육이 시작되었다.
투두두두두두두-!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은 신나서 화기를 쏘아댔고 류헤이카이들은 칼을 들고 돌진했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총에 맞은 특수부대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 나갔다.
하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애들아. 이놈들 방탄조끼 입고 있다. 끝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해라.”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류헤이카이는 드미트리 패밀리의 총에 맞아 쓰러진 놈들의 목을 썰며 확인 사살을 해 나갔다.
푸슉-!
사방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특수부대원들은 순식간에 쓸려나갔다.
“으아아아아!!!”
제이슨은 표독스럽게 외쳐대며 나에게 돌진했다.
투두두두두두두-!
그는 있는 힘껏 나에게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디오의 보안 시스템은 문제없이 작동했고 총알은 내 몸을 통과해 지나갔다.
나는 아까 그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으로 인해 제이슨에 대한 증오심이 엄청나게 증가한 상태였다.
하마터면 죽을뻔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더욱 녀석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래. 그렇게 죽고 싶다면 내가 원대로 해줄게.”
나는 장수진에게 손을 내밀었고 녀석은 알아서 나에게 권총을 줬다.
곧바로 나는 제이슨을 조준했다.
탕-!
녀석은 특수부대 대령답게 옆으로 신속하게 구르며 내 사격을 피했다.
“칫! 쥐새끼 같기는.”
탕-! 탕-!
녀석은 계속해서 내 공격을 피했다.
아무래도 녀석은 특수 훈련을 받은 전문 전투원인 반면, 나는 민간인이라 그 갭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포기하기는 싫었다.
전기로 지져도 되지만 그러면 재미없으니까.
나는 정신을 집중해 녀석을 조준했다.
탕-!
“커헉!”
이번에는 총알이 명중했다.
녀석은 고통스러운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갔다.
방탄조끼를 입어서 상처가 그렇게 심하지 않은지 녀석은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곧바로 달려들어 녀석을 엎어뜨렸다.
“크윽!”
“잡았다. 요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파운딩 자세가 되었다.
“흐흐흐흐흐.”
알아서 판이 만들어져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넌 죽었다.”
“망할…….”
위기를 직감했는지 제이슨의 얼굴에 공포가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때리기 딱 좋은 표정이었다.
퍼억-!
녀석의 얼굴에 바로 수직으로 펀치를 박았다.
“커헉!”
녀석은 겨우 첫 타로 아주 죽으려고 했다.
“아직 멀었어 짜샤. 그냥 계속 맞아.”
퍼억-! 퍼억-!
나는 양손을 번갈아 사용하며 녀석의 얼굴에 사정없이 펀치를 가했다.
찰진 타격감에 엄청난 쾌감이 몰려왔다.
“컥! 커헉-!”
녀석의 얼굴은 피가 묻어나오기 시작했다.
상관없다.
나는 오직 녀석을 박살 낼 생각뿐이다.
퍼억-! 퍼억-!
나는 정신없이 녀석의 얼굴에 펀치를 박았다.
털썩-!
나를 밀쳐내려고 아등바등하는 녀석의 팔이 축 늘어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하아……. 하아…….”
아무래도 운동 좀 해야겠다.
펀치 좀 몇 개 날렸다고 금방 지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상황을 둘러봤다.
대충 다른 쪽도 정리가 다 된 듯 보였다.
카르텔에 비하면 특수부대의 수는 얼마 안 되었기에 금방 제압되었다.
전투 능력과 장비는 특수부대원들이 더 좋을지 몰라도 데이터 쉴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허업!”
갑자기 제이슨이 숨을 토하며 눈을 떴다.
“이봐. 이제 너만 살아남았어.”
“허억……. 허억…….”
녀석은 내 말에는 응답하지 않고 숨만 가쁘게 내쉬었다.
“그러게 그냥 가라고 했잖아. 대체 누구 말을 듣고 그렇게 한 거야?”
“제, 젠장할. 헛소리하지 말고 그냥 죽여.”
녀석은 살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 놈을 괴롭혀봤자 의미도 없다.
나는 그만 끝내기로 했다.
나는 녀석이 가지고 있는 총을 들어 머리에 댔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개자식아.”
퉤-!
녀석은 남아 있는 힘을 다 쏟아 내게 있는 힘껏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침은 내 몸을 그냥 통과해버렸지만, 기분은 매우 엿 같았다.
“날 열받게 하는 것은 성공한 거 같아. 이만 죽어라.”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투두두두두두-!
그 순간 제이슨 주위로 푸른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팅-! 팅-! 팅-!
보호막은 총알을 가볍게 막았다.
“뭐, 뭐야?!!!”
나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디오……. 설마 네가 한 거야?”
[아닙니다. 대체 누가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디오도 영문을 모른 상태였다.
제이슨도 어떻게 된 건지 모르는 건 매한가지였다.
나는 총을 들어 개머리판으로 제이슨을 있는 힘껏 내려찍었다.
쾅-!
하지만 푸른 보호막은 끄떡없었다.
분명 제이슨은 데이터 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설령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1차 버전일 텐데 이건 그것보다 성능이 훨씬 더 좋아 보였다.
[라일 님. 저걸 보십시오.]
“!!!!!!”
디오가 알려주는 곳을 보고 나는 그만 경악했다.
제이슨을 감싸고 있는 데이터에 글자가 새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warrior. 그동안 혼자 설쳐대니까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