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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화. 아마존 전투 (6) (109/201)

108화. 아마존 전투 (6)

“야. 당장 기름 들고 여기 안으로 들어와.”

나는 무전으로 부하들에게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부하들은 이미 몬테레이에서 비슷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바로 실행했다.

잠시 후, 부하들은 기름을 들고 물자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부어라.”

“네!”

녀석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곧바로 돈에다가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짓이야?”

로드리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다 태워 버리려고.”

“뭐?”

로드리고는 경악하며 물었다.

“너, 너 이게 다 합치면 얼만 줄 알아?”

“디오야, 얼마냐?”

[가치를 다 따지면 500조 원 가까이 될 거 같군요.]

카르텔들 전 재산 합쳐도 중국한테 빼앗은 1조 달러에 훨씬 안 된다.

“1조 달러도 안 되는구먼 뭘.”

“…….”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로드리고는 기가 찬 듯 나를 바라봤다.

나도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한 내가 새삼 웃기다.

근데 솔직히 사실이다.

저 돈은 내게 그렇게 의미가 없는 돈이다.

“그 돈을 태우면 세계 경제가 난리 날 거야.”

“하!”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세계 경제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1조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세계 경제가 망했으면 진작에 우리는 다 굶어 죽었겠다.”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상관없다.

마약 팔고 사람 죽여서 번 돈인데, 그딴 돈이 얼마든 내 알 바 아니다.

그냥 불태워지는 게 낫다.

“다 부었냐?”

로드리고의 개소리는 신경 끄고 나는 할 일이나 하기로 했다.

“네!”

부하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야, 이거 다 합치면 500조 원 가까이 된대. 근데 다 태울 거야. 아깝냐?”

“아닙니다!”

녀석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모두 힘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웃겨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하하하.”

나는 재밌어서 한동안 혼자 껄껄댔다.

왜 그렇게 웃음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정말로 웃겨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엄청난 허무함도 올라왔기 때문이다.

태우면 그냥 다 사라져 버릴 겨우 이 하찮은 것 때문에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없어졌나 싶기도 했다.

“정말 안 아까워?”

“네. 어차피 우리 돈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딴 더러운 돈은 없어지는 게 낫습니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입 발린 소리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인지 모르겠지만, 드미트리는 힘차게 말했다.

어쨌거나 녀석은 개념이 제대로 박혔다.

“대답 잘했다. 태워라.”

“예!”

부하들은 곧바로 불을 지필 준비를 했다.

“하, 하지 마!”

로드리고는 벌벌 떨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부하들은 모두 덤덤히 물자 창고에 불을 지폈다.

“안 돼!!!!!!”

엄청 맞아서 떡실신이 되어 있는 와중에 녀석은 포효하며 외쳤다.

녀석은 눈물까지 흘리며 안달이 나 있었다.

“내 평생을 바친 돈이야!!!!! 내 돈!!!!!!”

로드리고는 절규하며 난리였다.

“응. 그 더러운 돈 이제 다 없어지고 있는 거야.”

“으아아아아아!!!!!”

무언가에 홀린 듯 로드리고는 불타고 있는 돈을 향해 달려들었다.

활활 타고 있는 불에 그대로 뛰어든 녀석은 옷에 불이 붙으면서 물자 창고와 함께 같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이미 불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녀석의 옷에 붙어 타오르고 있었다.

“사, 살려줘!!!”

불타는 녀석은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철퍽-!

녀석은 내게 달려들었으나, 그대로 내 몸을 통과해 엎어지고 말았다.

“알아서 죽는구나…….”

“끄어어어어어…….”

녀석은 바닥에 엎어져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을 쳐댔다.

불길은 녀석들 더 감싸기 시작했고, 시체 타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역겹네.”

마약왕 로드리고.

내 부모님의 원수이자 희대의 살인귀.

자신의 전 재산과 함께 화려하게 불타는 것이 녀석의 말로였다.

불타고 있는 물자 창고 밖을 나오니 그곳에도 지옥과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곳곳에 시체가 즐비했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장수진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단검을 든 채 나를 바라봤다.

“다 끝났나요?”

“응…….”

“그렇군요.”

장수진은 많이 지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이제껏 죽인 사람보다 오늘 죽인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수진이는 기가 막히는지 혼자 끌끌 대며 말했다.

“왜? 살인을 많이 해서 찝찝해?”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랩니다. 그리고 마약 카르텔 따위에게 그딴 망설임은 사치입니다.”

“하하. 그러냐?”

수진이랑 나는 피식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동료들의 복수도 이렇게 끝이네요.”

녀석은 이미 마음 정리가 다 끝난 상태인 것 같았다.

“도망친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꽤 되는 것 같은데.”

“이미 정보 다 풀어놨어. 녀석들에게 당했던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야. 절대 편하게는 못 지낼 거야.”

“그렇군요……. 이로써 라일 님도 부모님의 원수를 다 갚은 건가요?”

“아니지. 아직 멀었어.”

난 분명히 마음먹었다.

부모님의 죽음과 조금이라도 연관되면 다 박살 내기로.

CIA, 미국 금융회사 연합.

그놈들이 마약 카르텔의 배후들이다.

이제 타겟은 그놈들이다.

“야. 아직 쓸 체력 남았냐?”

“좀 더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수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요?”

“아직 처리해야 될 건방진 놈들이 남아있거든.”

수진이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하며 쳐다봤다.

“미군 특수 부대 놈들 말이야. 금융회사의 사주를 받고 지금 우리를 막겠다고 여기에 와 있어.”

“아…….”

그제야 수진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나 좀 도와줄래?”

“언제 제가 안 도와준 적 있었나요?”

수진이는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가죠. 녀석들 조지러요.”

“오케이.”

***

부하들은 대충 마무리하고 나와 수진이를 따라왔다.

“야. 더 싸울 수 있지?”

“하하하. 보스. 아직 힘이 넘쳐납니다.”

말한 대로 녀석들은 아직 생기가 넘쳐 흘렸다.

대단한 놈들이다.

진짜 류헤이카이 놈들은 다시 봤다.

드미트리 패밀리 놈들이야 주로 총을 사용해서 체력 소모가 덜 했을 건데, 류헤이카이들은 칼로 싸웠기 때문에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지쳐 보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싹 풀어서 그런지 활기가 넘쳐흘렀다.

진짜 대단한 체력이다.

“아직도 힘이 남아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하하. 감사합니다.”

별로 칭찬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류헤이카이들은 내 말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냥 그러고 있으라고 내버려 두었다.

“저기 그대로 있네.”

우리는 특수부대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녀석들은 아직도 내가 만든 데이터 감옥에서 못 벗어나고 있었다.

몇 번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들 체념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제이슨 대령은 우리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warrior. 대체 뭔 짓을 하고 온 것이냐!”

군인답게 녀석의 목청은 좋았다.

“뭐 하고 왔겠냐? 그놈들을 다 쓸어버리기밖에 더 했겠어?”

“젠장할!!!”

제이슨 대령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졌는지 데이터 감옥을 연거푸 때리기 시작했다.

“자학하지 마. 어차피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warrior…….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제이슨은 독기 품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무사해도 너무 무사할 것 같은데?”

나는 녀석에게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너희에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으니까 이대로 그냥 물러가 준다면 봐줄 생각이 있어. 어때? 뭐 돌아가면 네가 멍청하게 다 불었던 것에 대한 감당은 해야겠지만, 그게 여기서 나에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것 같은데.”

“지옥에나 떨어져라.”

제이슨은 곧바로 나에게 법규를 시원하게 먹였다.

“그래. 역시 그렇게 나와야지.”

이때까지 법규를 날리는 것은 내 몫이었는데 직접 당해보니 기분이 매우 엿 같았다.

아무래도 이놈들 또한 조져버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어떻게 구워삶을까?”

[라일 님!]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던 순간, 갑자기 디오가 다급하게 내게 외쳤다.

이제껏 디오가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

[지금 제게 해킹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뭐……?”

디오에 대한 해킹 시도가 이제껏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끊임없이 있어 왔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디오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걸 전부 다 막고 있었고 따로 나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디오가 이렇게 굳이 보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갑자기 해킹이라니 그게 무슨……?”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의 해킹과는 결이 다릅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저에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긴장감이 엄습했다.

디오 역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막고는 있는 거지?”

[지금 전력으로 막고 있습니다만 많이 뚫리고 있습니다!]

지잉-!

그 말과 동시에 특수부대들을 가두고 있던 데이터 감옥이 해체되었다.

!!!!!!!

“이런 미친…….”

이건 나랑 디오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

“하하하하. 녀석들. 이제 큰일 났다.”

“warrior 님이 너희를 박살 내 줄 거다.”

부하들은 분위기 파악하지 못한 채 특수부대 놈들에게 이죽대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수진이만이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내게 물었다.

“모르겠어……. 갑자기 뭔가가…….”

지잉-!

수진이의 데이터 쉴드가 꺼지기 시작하더니 부하들의 데이터 쉴드도 일제히 꺼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보스. 저희가 너무 싱거울까 봐 이렇게 하는 거예요?”

“장난치지 마세요. 보스 말 잘 들을 테니까요.”

부하들은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었다.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디오. 무슨 일이야?”

[지금 누가 개입해서 데이터 쉴드를 다 꺼버리고 있습니다.]

…….

그게 가능한 거야?

“무슨 소리야? 지금 이 세계에서 누가 너에게 그럴 수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추적도 안 됩니다. 솔직히 지금 녀석의 공격을 막고 있는 것도 힘듭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1차 버전 때부터 WHR 3위를 기록한 Wolf를 손쉽게 박살 냈던 디오다.

혹시 WHR 1위와 2위가 그런 게 아닐까라고 물으면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놈들이 Wolf보다는 강하긴 해도 여전히 1차 버전의 디오에게 상대가 안 되는 놈들이다.

그런데 지금 디오는 2차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해 1차 버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상태이다.

그런 디오를 대체 누가 이렇게 만든단 말인가?

내 레이더 안에서 그럴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디오야. 혹시나 장난치는 거라면 그만해. 재미없으니까.”

나조차도 이게 디오의 장난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라일 님. 지금 저 장난하고 있는 거 아닙니다. 정말로 침투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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