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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아마존 전투 (5) (108/201)

107화. 아마존 전투 (5)

탕-! 탕-!

“크핫!”

로드리고는 옆으로 몸을 던져 내 공격을 피했다.

이 녀석.

재빠르기는 하다.

데이터 쉴드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는지 로드리고 패밀리 녀석들의 표정이 볼만하다.

다들 절망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거였다.

자신만만해하며 개기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

정말 우습기 그지없다.

호기롭게 나왔던 로드리고 패밀리들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병신 같은 놈들…….”

굳이 뒤쫓아가지는 않았다.

어차피 저 녀석들은 물자 창고를 못 버린다.

차근차근해치워 가며 물자 창고로 향하면 된다.

“애들아.”

“네!”

부하들의 목소리는 매우 들떠 있었다.

오늘 제한을 풀어주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아주 제대로 휩쓸고 다니는가 보다.

이 정도면 그동안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고도 남았겠다.

“목소리를 들으니 매우 즐거워하는 거 같은데?”

“하하하하하. 정말 최고입니다.”

드미트리는 애처럼 해맑게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다.

“류헤이는 왜 대답이 없어?”

“그 녀석은 칼질하느라 정신없습니다.”

…….

정말 못 말리는 놈들이다.

“적당히 마무리하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 모여.”

“네!”

30분 후.

부하들이 전부 모였다.

꼴을 보니 가관이었다.

드미트리야 총으로 계속 싸워서 그런가 깔끔했지만, 류헤이카이 쪽은 칼을 사용해서 피가 범벅이었다.

다행히 데이터 쉴드에 눌어붙은 거라 아마존강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깨끗해질 것 같긴 했다.

디오가 계산한 결과 적의 3분의 1이 없어진 걸로 추정됐다.

녀석들은 게릴라전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두 창고에 모여 결사 항쟁을 벌일 계획인 것 같았다.

“할 만하냐?”

“너무 재밌는데요?”

이 녀석들 제대로 물 만난 물고기다.

완전히 즐기고 있다.

아마존 와서 고생할까 봐 걱정했던 내가 바보다.

“그래……. 좋네.”

혼자 끌끌 대며 혀를 찼다.

“현재 적들은 현물화한 재산을 모아 둔 물자 창고에 모여 거기서 마지막 전투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하하하하하. 바보들.”

“그래봤자. 소용없지.”

부하들은 마약 카르텔들의 조치를 비웃었다.

이 녀석들은 이제 완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 녀석들 내가 데이터 쉴드를 압수해버리면 괴리감을 크게 느낄 것 같다.

한번 장난삼아 그래 볼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카르텔 녀석들 빨리 처리하고 미군 애들 상대해야 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지? 처리하게 좋게 다 한데 모여 있으니까 거기 가서 또 즐기자고.”

“예. 좋습니다!”

부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였다.

이렇게 하니까 내가 다 무서울 정도였다.

홍일점인 장수진 혼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그냥 살육에 미친 놈들 아니에요?”

수진이는 걱정되는 듯이 물었다.

“이번만 내버려 둬. 마약 카르텔들 다 잡고 나면 제재시킬 거니까 걱정 마.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하면 마약 카르텔 놈들은 이렇게 당해도 싸잖아. 녀석들이 한 짓에 비하면 사실 이건 굉장히 신사적이라고.”

“그렇긴 하죠…….”

수진이도 인정하며 말했다.

“이제 복수가 코앞이야.”

“그렇네요. 끝나면 엄청 후련할 것 같아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수진이랑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갑시다. 마무리하러.”

“좋지.”

나는 원주민을 불렀다.

들어보니 그 원주민의 동네가 현재 녀석들의 물자 창고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원주민은 당연히 거기로 가는 길에 빠삭했다.

그 멍청한 녀석들이 우리 쪽에서 아는 곳에 집합해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안내해주십시오. 당신들의 마을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원주민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사람도 많은 감정이 들 것이다.

우리는 원주민의 안내에 따라 물자 창고로 향했다.

가는 길에 게릴라 공격이 간간이 있었으나 그런 잔챙이들은 알아서 부하들이 손쉽게 처리해나갔다.

우리는 물자 창고에 도착했다.

“하, 하핫.”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카르텔 녀석들을 보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녀석들의 얼굴이 굉장히 비장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놈들 입장에서는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거다.

카르텔 녀석들은 모두 바짝 긴장한 채로 두려움에 떨며 우리를 바라봤다.

응.

하나도 안 불쌍해.

“애들아. 죽을 준비 잘 되어 있어?”

“…….”

친근하게 물어봐 줬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잘 안 되어 있나 봐?”

딸칵-!

대답 대신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들은 온갖 화기를 다 가져다 놓았다.

“오케이. 죽긴 죽더라도 멋있게 죽고 싶나 보구나? 그건 소원대로 해줄게. 애들아!”

“네!!!”

부하들은 모두 신나서 무슨 소풍 나온 것처럼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죽여.”

내 말과 함께 최후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은 뒤에서 총을 요란하게 갈겨댔고 류헤이카이들은 칼을 들고 호기롭게 돌진했다.

“으아아아아아!!!!”

카르텔 연합 녀석들도 가지고 있는 온갖 화기를 다 쏟아부었다.

별 무기가 다 있었다.

바주카에 화염방사기에 기관총에.

몇몇 부하들은 유탄에 맞고 뒤로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뒤로 날아간 부하들은 부상 하나 없이 다시 일어나 카르텔 녀석들을 공격하러 갔다.

“젠장할…….”

류헤이카이들이 자기들 코앞까지 오자 한 카르텔 일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은 이미 체념하고 모든 것을 놓은 듯한 말투였다.

야쿠자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녀석의 목에 칼을 박았다.

또다시 무참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는데도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무릎 꿇고 부하들에게 애처롭게 비는 놈들도 있었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빌 거면 진작에 빌었어야지.

“마음 약해지지 마. 인간쓰레기 같은 녀석들이니까.”

“예!”

노파심으로 말했는데 부하들은 애초에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서 괜히 말한 듯했다.

진짜 독한 놈들이다.

“망할…….”

멀리서 로드리고는 초조해하며 전투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누가 봐도 현재 카르텔 녀석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놈들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녀석은 자기 부하들과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어디로 사라졌다.

“하핫. 놀고 있네.”

난 로드리고를 상대하러 물자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이익-!

안에서 녀석을 기다리는데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로드리고가 부하들과 함께 이곳으로 들어왔다.

“안녕~.”

나는 환영하며 녀석들을 반겨주었다.

“헉!”

로드리고의 표정은 정말 볼만했다.

마약왕이라는 놈이 너무나도 추하게 놀라 자빠져서 보는 내가 다 민망했다.

“뭘 그렇게 놀래? 뭐 귀신 봤어?”

녀석은 충격이 너무 큰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어버버 거리고만 있었다.

이런 거 보면 차라리 귀신이 더 나으려나?

로드리고는 정신을 못 차리며 벌벌 떨어댔다.

“너, 너가 어떻게 여기에……?”

“다 방법이 있지.”

너는 번거롭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지만 나는 비물질화 데이터로 전환하면 만사 오케이거든.

어차피 녀석은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니까 속으로만 말했다.

“보고 싶었다. 로드리고. 이렇게 가까이서는 처음 보네?”

“너 이 자식…….”

녀석은 온갖 인상을 다 쓰며 나를 노려봤다.

“다른 카르텔들 꾀어서 여기서 싸우도록 판 벌여 놓고서는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으니까 치사하게 혼자만 돈 챙겨서 빠져나가려는 거야? 진짜 마약왕이라는 칭호가 아깝게 모양 빠진다.”

나는 성질을 돋우면서 녀석에게 이죽댔다.

“아주 끝까지 나를 방해하는군.”

“그럼.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너를 괴롭힐 생각인데 이 정도 가지고 뭘~.”

로드리고는 화가 많이 났는지 씩씩거리며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나는 양어깨를 올리며 으쓱했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이렇게 계속하는지 몰라. 너 그거 왜 쏘는 거야?”

“닥쳐! 이 새끼야.”

탕-! 탕-! 탕-!

로드리고는 악에 받쳐 나에게 권총을 쏴댔다.

하지만 총알만 낭비할 뿐이었다.

“그냥 그걸로 네 머리 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 나는 안 해봐서 모르는데 머리 쏴서 죽는 게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가는 방법이래.”

“으아아아아!!!”

생각해서 해준 말인데 시원하게 무시당했다.

녀석은 계속해서 내게 총을 쏴댔다.

굳이 고통스럽게 죽고 싶다면 나도 말리지는 않는다.

그게 더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아까는 멀리 있어서 빗나갔는데 이번 공격은 빗나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보복을 달게 받길 바란다.”

수진이가 했던 것처럼 나도 으드득 소리를 내며 몸을 풀었다.

로드리고와 부하들은 내가 다가오자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녀석의 부하들은 로드리고를 내버려 두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들. 비겁하게.”

로드리고는 꼴에 도망가는 부하들은 보며 배신감을 느꼈다.

“다른 카르텔들 배신해 놓고 몰래 여기에 왔으면서 네가 지금 배신감을 느낄 염치가 있냐?”

진짜 어이가 없었다.

인간 말종이라는 표현은 정말 이 녀석에게 너무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끄아아아악!”

물자 창고 출입문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수진이가 도망치는 로드리고의 부하 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부하들 걱정은 하지 마. 우리 장수진 양이 저런 버러지 같은 놈들은 너 대신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까. 너는 나랑 재밌게 놀자.”

내가 더 가까이 가자 로드리고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와. 검도 쓸 줄 알아? 마약왕은 만능인가 보네?”

“죽어!!!!!”

로드리고는 괴성에 가까운 기합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그렇게 해봤자 처맞기밖에 더 하겠어?

녀석은 나에게 시원하게 아구창을 맞았다.

제대로 맞았는지 녀석의 금니가 피와 함께 입에서 빠져나갔다.

“어이구. 너도 나이가 들어서 잇몸이 약한지 이빨이 다 빠져버리네. 이빨 날아가는 거 실제로처음 보는 데 신기하긴 하다 야.”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에 나는 신기해하며 말했다.

녀석은 고통스러운지 눈물도 찔끔 흘리고 있었다.

“아프세요? 눈물도 흘리고? 진짜 불쌍해서 못 봐주겠어.”

“닥쳐!!!!”

녀석은 다시 패기 넘치게 나에게 돌진했다.

퍼억-!

이번에는 옆차기를 가했다.

좀 빗맞아서 찝찝했기 때문에 바로 추가타를 날렸다.

퍼억-!

다시 한번 녀석의 아구창을 날려버렸다.

“커헉!”

제대로 맞았는지 로드리고는 눈이 풀리면서 땅바닥에 자빠졌다.

당연히 내가 여기서 끝낼 리는 없다.

나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 들었다.

“으아아아악!”

녀석은 아픈지 바로 정신을 차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아직 멀었어. 맘대로 기절하지 마.”

퍼억-! 퍼억-!

나는 녀석을 땅에 내동댕이친 다음 연거푸 때리기 시작했다.

“커헉! 컥!”

아까의 그 건방지고 호기롭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 녀석은 힘없이 나에게 처맞고 있었다.

하지만 동정심 따윈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제껏 녀석이 어떤 짓거리를 저질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 고작 이 정도로? 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어?”

맞느라 정신없는지 녀석은 내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더 짜증 나서 힘차게 때렸다.

퍼억-! 퍼억-!

“하아……. 하아…….”

격투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지치기 시작했다.

로드리고는 떡실신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이, 이제……. 그만해.”

녀석은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말했다.

“그래? 그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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