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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화. 아마존 전투 (4) (107/201)

106화. 아마존 전투 (4)

[미국 특수부대들이 여기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다들 가지가지 하네.”

[앞으로 십 분 내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 것입니다.]

“오케이.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부하들에게 공지를 시작했다.

“지금 미국 특수부대들이 여기에 도착했다고 한다.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카르텔 놈들이나 없애라. 그놈들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예!”

“네! 알겠습니다.”

드미트리와 류헤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수진아. 나 대신 지휘 좀 하고 있어. 잠시 다녀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수진이에게 일을 맡긴 후 나는 아까 우리가 들어왔던 정글 입구 쪽으로 갔다.

디오 말대로 멀리서 특수부대원들이 이리로 오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나 되냐? 약간 많은 것 같은데?”

[300명입니다.]

“……300명이나? 이런 미친놈들.”

분대 규모일 줄 알았는데 중대 규모를 이끌고 오다니.

이 녀석들 진심인가 보다.

나는 팔짱을 끼며 녀석들이 여기로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어이!”

어느 정도 가까이 오자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녀석들을 맞이했다.

반갑게 맞이한 나와는 달리 녀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당신이 warrior입니까?”

딱 봐도 대장 같은 놈이 와서 내게 물었다.

[제이슨 대령입니다.]

디오는 바로 관등성명을 알려주었다.

“응. 그렇다. 제이슨 대령.”

나는 그에게 방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녀석은 경계하며 내 악수를 받았다.

“여긴 어쩐 일이신가?”

다 알고 있었지만, 녀석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마약 카르텔을 처리하기 위해서이죠. 민간인인 당신은 이제 그만 물러나시죠. 그건 전문가인 저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크, 크큭!”

최대한 진지하게 나오려고 했으나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꽤 괜찮은 명목이긴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피해자 한 명 없이 몬테레이 카르텔을 박살 냈는데, 같이 처리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리가 도움이 됐으면 됐지 방해되지는 않을 거니까.”

“…….”

적당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는지 녀석은 입술만 비죽여댔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인마.”

“…뭐요?”

제이슨은 불쾌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아니야. 됐고, 같이 싸우자고.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당신 같은 민간인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희 같은 전문 전투원에게 맡기십시오.”

“아까 말했잖아. 피해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솔직히 너희들보다는 우리가 백배는 더 나은 것 같은데?”

“……계속 이런 식으로 비협조적이라면 저희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약 카르텔을 잡으러 온 거야. 우리를 잡으러 온 거야?”

나는 한껏 비아냥거리며 녀석을 자극했다.

“당신이 지시에 따르지 않으니, 우리는 당신들을 진압할 수밖에 없소.”

“크하하하하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만 침까지 튀겨가며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야. 진짜 어이가 없네. 백번 양보해서 여기가 미국이라면 네 말이 조금이라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여기는 멕시코야. 너희 미국인들이 뭔데 난리인데?”

“마약 카르텔은 미국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이만하시고 물러나시죠.”

제이슨은 참을 때까지 참은 것처럼 보였다.

참 웃기다.

지가 이 상황에서 뭔데 참고 있어…….

녀석의 태도에 나도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싫어.”

탈칵-!

녀석은 총을 꺼내 나를 조준했고, 뒤따라 그의 뒤에 있는 부하들도 나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나에게 이렇게 총을 겨눠? 이래도 되는 거야?”

“당신 따위는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습니다.”

“진짜 어이가 없네? 같이 없애면 좋잖아. 설마 너희……. 사실은 마약 카르텔을 도우려고 하는 거 아냐?”

나는 대놓고 녀석들에게 물어봤다.

“눈치 챘으면 당장 꺼지시지.”

드디어 제이슨은 더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제이슨. 당신 이러고도 부끄럽지 않아? 군인으로서 자긍심은 있는 거야?”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네가 금융회사 연합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거지. 넌 선을 넘어버렸어.”

“……선을 넘었다고?”

얼토당토않은 말에 저절로 인상이 써졌다.

“그래. 정도껏 했어야지, 너무 설치고 다녔다. 마약 카르텔은 필요악이다. 녀석들이 있어야 미국 경제가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걸 감히 네가 막겠다니.”

이 미친놈은 자기가 완전히 우위에 섰다고 생각했는지 아주 다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 이 엄청난 걸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도 되는 거야?”

“어차피 너는 여기에서 우리에게 죽을 예정이다.”

“크큭. 그래? 근데 잠시 인터넷 좀 확인해 볼래?”

제이슨은 그 말에 불안해했다.

“너……. 설마!”

“우리나라 말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지.”

제이슨은 바로 핸드폰을 켜서 인터넷을 확인했다.

“너 이 개자식!”

제이슨은 분노하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진짜 바보들이다.

“이건 내가 warrior 활동 초창기에 써먹던 수법인데 보기 좋게 걸려드는구나? 아주 신나서 다 말하는 꼴이 우습다. 금융회사 놈들까지 같이 언급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 망할 자식…….”

제이슨은 살기를 드러내며 나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제이슨. 넌 이제 인생 망했다.”

“난 혼자 안 죽어. 같이 죽자 이 자식아.”

제이슨은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투두두두두두-!

총알은 내 몸을 통과해 그냥 정글을 향해 날아갈 뿐이었다.

“네가 먼저 공격한 거다? 이건 정당방위야.”

탁-!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 즉시 디오는 알아서 미국 특수부대들을 데이터 감옥에 가둬버렸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다들 푸른 패널 상자가 자신들을 감싸자 당황해했다.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제이슨은 분노하며 물었다.

“일단은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 너희들은 마약 카르텔들 정리하고 나서 상대해줄 테니까.”

“이 개자식아!!!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쾅-! 쾅-!

제이슨은 개머리판으로 열심히 데이터 감옥을 내려쳤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폭탄도 막을 정도로 단단한 벽이야. 고작 그 정도의 타격으로 그게 부서지겠냐?”

나는 녀석을 비웃으며 법규를 날려주었다.

“당장 열어!!!”

녀석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벽을 쳐댔다.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게 더 나을 거야. 그거 열면 넌 바로 죽을 테니까. 거기서 조용히 죽을 준비나 하고 있어.”

특수부대원들은 그렇게 내버려 두고 나는 다시 마약 카르텔들을 상대하러 갔다.

천천히 즐기면서 상대하려고 했는데 좀 더 템포를 빨리해야겠다.

“장수진!”

“네!”

“지금부터는 장난하지 말고 빠르게 처리하자.”

“알겠습니다.”

장수진은 바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나도 거들어서 카르텔 놈들을 빠르게 없애기로 했다.

“디오!”

[네.]

“전기 방화벽 아직 쓸 수 있어?”

300명이나 가두고 있는 중이라 왠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약간은 가능합니다. 5명까지 동시에 지지기는 가능하겠네요.]

“오케이.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러면 보이는 족족 그냥 다 전기로 지져.”

[알겠습니다.]

디오는 부지런히 전기로 적들을 지져나갔고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계속 메아리쳤다.

부하들도 열심히 총을 쏴대며 적들을 다 뚫어버렸다.

사실 이건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warrior!!!!”

갑자기 나를 향해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로드리고와 아이들이었다.

녀석들은 데이터 쉴드를 두르고 패기 넘치게 나왔다.

“하, 하핫!”

그 꼴이 우스워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야-. 계속 끝까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겁쟁이가 어떻게 이렇게 벌써 나왔데?”

“흥! 이 마약왕 로드리고가 겁쟁이라고? 어이가 없군.”

“겁쟁이가 아니라면 빨리 죽고 싶어서 안달 난 미친놈인가?”

“하하하. 정말 나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나온 놈은 네가 처음이다. 그 패기만큼은 내가 인정한다.”

로드리고는 건방지게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대했다.

“너 설마 그 데이터 쉴드 믿고 깝치는 거냐?”

“하! 네가 대단하긴 한지 꽤 좋은 걸 만들었더군. 그런데 관리도 제대로 했어야지.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니까 이 좋은 걸 우리에게 뺏기고 말았잖아.”

녀석은 이렇게 나오면 나에게 정신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을 줄 알고 놀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거 가져가니까 그렇게 좋아?”

“크하하하하. 좋다 뿐이겠느냐. 당황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너무나 고소했단다. 아가야.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짠하기 그지없구나.”

로드리고 녀석은 혼자 제대로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크흐흐흐. 로드리고. 너 정말로 내가 그걸 너에게 빼앗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뭐?”

녀석은 약간 불안해하며 물었다.

“그걸 가져가는 게 너무 쉽지 않았어? 설마 정말로 내가 방심하고 있어서 그런 거로 생각했던 거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여유로워 보였던 로드리고는 드디어 수상한 기색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표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거 일부러 준 거야.”

“…….”

로드리고는 내 말에 웃음기가 아예 싹 사라져 버렸다.

“크하하하하하하.”

그러길 잠시 녀석은 다시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이게 어디서 허세를 부려. 나대지 마라. 네가 이것을 그냥 우리에게 줬다고?”

“응.”

“하! 이게 가짜라도 된다면 그게 말이 되겠지만, 우리가 미리 이걸 시험해보지 않았을 것 같으냐? 정말 모든 것을 다 막아주더군. 어설픈 연기 그만해라. 이 애송아.”

“말이 안 통하네. 그냥 그렇게 믿고 있어라.”

나는 녀석에게 총을 겨누었다.

“하하하하. 뭐 하는 거냐?”

“너를 쏘려고.”

“오냐. 어디 한번 쏴 봐라.”

로드리고 녀석은 완전히 데이터 쉴드를 믿고 있었다.

사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긴 했다.

알아서 고목 나무처럼 타겟이 되어 주니 나로서는 땡큐였다.

나는 군대에서 사격 훈련을 할 때를 떠올리며 녀석을 조준했다.

녀석이 조준점에 들어오자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은 바람을 가르고 나가며 로드리고에게 날아갔다.

“크윽!”

로드리고는 다친 어깨를 매만지며 쓰러졌다.

아쉽게도 빗나가고 말았다.

“칫! K2가 아니라 쏘기가 힘드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데이터 쉴드가 갑자기 비활성화되자 로드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왔다.

“너 바보냐? 그걸 내가 만들었는데 당연히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는 왜 생각을 못 해?”

“그, 그런……!”

“너희는 그냥 끝났어. 순순히 죽음을 맞이해라.”

나는 다시 로드리고를 총으로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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