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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화. 아마존 전투 (2) (105/201)

104화. 아마존 전투 (2)

드미트리 패밀리와 류헤이카이는 소집 명령을 내린 지 5분만에 강당에 전부 모였다.

해이해지지 않고 여전히 군기가 바짝 들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다들 주목!”

나에게로 이목이 집중됐다.

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녀석들을 쳐다봤다.

“약간의 차질이 생겨서 이렇게 모두 모이게 했다.”

내 말에 다들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들은 뭔데?”

“외람된 말씀이오나, 보스에게 차질이 생길 일이 정말로 있습니까? 보스에게는 불가능한 게 없지 않습니까?”

드미트리는 순진무구하게 진심으로 이렇게 물어봤다.

녀석의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이 녀석들 내가 무슨 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거의 없긴 한데 이번에 좀 생겨버렸네. 마약 카르텔들이 연합을 꾸려서 전부 아마존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거기서 우리와 싸울 생각인 거 같아.”

내 말에 녀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수진이의 표정도 가관이다.

“설마 아마존으로 들어갈 생각이세요?”

수진이는 불안해하며 물었다.

“들어갈 생각이지.”

녀석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방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에 수진이의 벌어진 입은 다물 줄을 몰랐다.

“그냥 거기 계속 들어가 있으라 하면서 말려 죽이면 될 것이지, 왜 굳이 우리가 들어가요?”

“그 방법도 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렇게 썩 재밌는 방법이 아니야. 그리고 미군이 투입되기로 한 상황이라 괜히 시간 지체해봤자 골치 아픈 일만 생긴다고.”

“……아마존에 대해서 잘 아시죠? 할만하니까 이렇게 평온하게 나오시는 거죠?”

“애석하지만 나도 아마존에 대해서는 잘 몰라. 정말 거기는 미지의 영역이야.”

사실, 디오가 카르텔 연합이 아마존으로 들어가 결사 항쟁을 벌일 계획이라는 것을 내게 알려줄 때 나는 아마존에 대해서 이미 디오에게 물어봤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디오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곳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몇몇 정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을뿐더러 왠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데이터로도 읽기 힘든 곳입니다.]

어떤 것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는 디오가 상당히 낯설었다.

사실 녀석이 신이 아닌 이상 이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너무 완벽한 모습에만 익숙해졌나 보다.

“카르텔 연합 녀석들. 본인들도 힘들긴 하겠지만 꽤 좋은 선택을 했더라고. 그래서 지금 우리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녀석들과 싸워야 할 판이야.”

“일단 저는 괜찮은데… 저 녀석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 때도 과연 괜찮을까요?”

수진이는 나의 공지를 기다리고 있는 부하들을 가리키며 조용히 물었다.

수진이의 말처럼 사실 나도 녀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근데…….

그런 걸 지금 왜 따지고 있는 거야?

“괜찮지 않으면 어쩌려고? 애초에 저놈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에 있는 놈들이 아니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입장인 거지.”

“그렇군요…….”

수진이는 녀석들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뭘 그렇게 짠하게 봐. 너도 똑같이 아마존에 갈 입장이면서.”

“그러니까 짠하죠. 저놈들이나 나나 똑같이 라일 님께 시달리는 입장이니까요.”

장수진은 찌릿하며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미지의 영역이지만 여전히 데이터 쉴드가 문제없이 지켜줄 테니까 걱정 마. 방어만큼은 내가 확실하게 보장한다.”

“네……. 하던 공지 계속하시죠. 애들 기다리고 있네요.”

수진이는 체념하며 빈정거리듯 말했다.

내가 누구 때문에 흐름이 끊겼는데…….

울컥해서 뭐라 하려다가, 그동안 고생한 게 많았으니까 그냥 참기로 했다.

영광인 줄 알아라.

수진이의 말대로 부하들이 많이 기다렸기 때문에 공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아마존에 가서 녀석들과 싸울 생각이다.”

별로 안 놀라는 것을 보니, 대충 수진이와 내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서 이렇게 말할 줄 어느 정도 눈치챈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나도 아마존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너희가 다칠 일이 없다는 것만큼은 보장한다. 그러니까 맘 놓고 열심히 싸워주기를 부탁한다.”

“예!”

녀석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흔들림 없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좀 망설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오니 내심 기뻤다.

“좋아! 그러면 모두 마음의 준비 하고 있어. 바로 브라질로 떠날 수 있게 짐도 챙기고.”

“예!”

이제 이 건물에 한동안 올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부하들에게 다 정리하고 짐을 챙기도록 지시했다.

그동안 나는 브라질로 갈 작업을 해놔야 했다.

일단, 먼저 나는 브라질의 모헤이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많이 긴장한 듯한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내가 warrior라는 것을 밝힌 상태였다.

“warrior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경계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굳이 그와 척질 이유는 없었으므로, 나는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다.

“경계를 좀 푸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모헤이라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을 증오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는 다른 나라의 압박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약 카르텔들을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그들을 잡아들이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많은 마약 카르텔들을 진압했고, 그로 인해 암살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를 내가 공격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모헤이라 측에서는 아무래도 나의 업적이 화려해서 그런가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설하고, 그냥 나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현재 카르텔들이 연합을 꾸려 아마존에서 저를 맞서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모헤이라 대통령은 전혀 모르고 있었나 보다.

“예.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비행기를 타고 거기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마약 카르텔들만 처리하고 나올 테니 허가해주십시오.”

“…….”

모헤이라 대통령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조심성이 많은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았다.

“꺼려지십니까?”

나는 돌리지 않고 대놓고 물어봤다.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 못 합니다.”

대통령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당신들이 우리나라에 옴으로써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또 아마존에서 싸운다는 것도 사실 많이 걸립니다. 그곳이 전쟁터가 되어버리는 것을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설득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모헤이라 대통령님. 대통령께서는 제 업적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마약 카르텔들을 없애는 것 이외에 그 어떠한 피해도 생기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결코 아마존도 파괴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다들 내 보장이 본인들의 상식을 초월하는지 매번 똑같은 패턴의 질문이 나온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여기에 똑같은 대답이다.

“가능합니다. 저 warrior입니다. 혼자서 중국을 박살 냈던 저인데, 한번 믿어봐 주시지 않겠습니까? 마약 카르텔을 처리하는 것이 당신에게 전혀 나쁠 게 없을 텐데요. 계속 암살의 위협 속에서 사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일부러 그를 자극하면서 물었다.

“저라고 그러고 싶겠습니까? 당연히 안 그러고 싶지요.”

“그러면 저를 믿고 허가해 주십시오. 만약 피해가 생긴다면 다 보상해 드릴 테니.”

솔직히 이 정도면 내 쪽에서 많이 양보한 셈이다.

만약 여기서 거절한다면 나도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막무가내로 브라질로 들어가도 됐지만, 예의상 이렇게 나오는 것인데 그걸 몰라준다면 나도 참을 이유가 없다.

“……알겠습니다. 허가하도록 하지요.”

다행히 모헤이라 대통령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현명한 선택이다.

그럼 이쯤에서 중요한 요구를 할 차례이다.

“허가해준 김에 부탁할 게 있습니다. 이왕 마약 카르텔을 처리하는 쪽에 붙으신 거, 선심 좀 더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반하장인 격이지만, 너무 튕기길래 나도 좀 짜증이 났다.

이 정도 꼬장은 부려야 내 속이 편하다.

“……또 무슨 부탁입니까?”

“아마존 근처에 저희가 본진으로 쓸 곳을 확보해 주십시오. 지낼 곳 없이 생활하기는 좀 그래서요.”

“…알겠습니다.”

모헤이라 대통령은 다행히 아예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여기서 더 나가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길 빌겠습니다. 무엇입니까?”

모헤이라 대통령은 언짢은 티를 냈지만 결국 체념하며 나왔다.

좀 막혀있지만 그래도 올바른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제가 아마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가이드해 줄 원주민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는 어렵지 않군요. 근데 대화가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모르는 언어는 이 지구에 없습니다.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브라질 대통령의 허가와 지원을 약속받은 상황.

이제 할 일은 브라질로 가서 마약 카르텔들을 정리할 것만 남았다.

***

며칠 후

우리는 가르시아 대통령의 도움으로 전용기를 타고 브라질로 향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특별히 서비스도 빵빵하게 제공해주었다.

부하들은 신이 나서 항공 서비스를 즐겼다.

수진이는 너무 교양 없이 설쳐대는 녀석들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좀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녀석들이 언제 이런 것들을 누려보겠나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또 곧 큰 전투를 치를 건데 그 전에 즐길 수 있으면 많이 즐겨야지.

우리는 마나우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모헤이라 대통령이 섭외해준 가이드들이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바로 디오를 활용해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며칠 전부터 마약 카르텔로 인해 이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걸 해결하려고 제가 이렇게 왔으니까요.”

난 불안해하는 그를 안심시켜주며 말했다.

“부디 카르텔들을 모두 없애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여기 이 친구도 카르텔에게 가족을 잃어버렸습니다.”

가이드는 옆에 있는 아마존 원주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녀석들은 우리가 살고 있던 곳을 자신들의 기지로 사용하겠다며 강제로 빼앗았습니다. 저항하니까 제 가족과 친구들을 다 죽여버리더군요. 저도 총에 맞기는 했지만, 다행히 빗겨나가 목숨을 건졌습니다.”

원주민은 울먹이며 자신의 옆구리에 나 있는 상처 자국을 보여주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그가 예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서글퍼하는 모습을 보니 또 내 속에서 뭔가가 꿀렁이기 시작했다.

“수진아.”

“네.”

아마도 장수진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다.

“한 명도 남김없이 싹 다 죽여버리자.”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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