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아마존 전투 (1)
“다들 몬테레이 카르텔의 일은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카르텔 대표의 말에 다른 대표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warrior 측에서는 그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이 됩니까? 몬테레이 카르텔이 약한 카르텔도 아닌데요.”
“녀석이 무기 하나를 개발했는데, 그게 모든 공격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그놈은 그것을 멕시코 국민들에게 막 뿌린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에게 협조해주고 있던 에르난데스 시장과 군인들이 싹 다 당해버렸다지요.”
계속해서 암담한 말만 나왔다.
로드리고는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나섰다.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하셔서 용기를 드리고자 이렇게 나서봅니다.”
마약왕이 직접 나서서 말하자 일제히 그곳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그 무기를 데이터 쉴드라고 부르더군요.”
로드리고는 직접 데이터 쉴드를 각 카르텔 대표들에게 보여주었다.
그가 버튼을 누르자 그 주위로 푸른 보호막이 형성되었다.
로드리고는 부하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로드리고의 부하가 그에게 총을 겨누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오?!!!”
“갑자기 무슨!”
회의장 안은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으로 인해 난리법석이었다.
그들은 암살이 벌어지는 줄로 착각해버린 것이다.
“다들 진정하시고 저를 잘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로드리고는 대표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조준 당하고 있는 로드리고가 오히려 제일 평온해 보이자 대표들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다시 로드리고가 부하에게 신호를 보냈다.
부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총알은 정확히 로드리고 심장을 향해 발사되었다.
틱-! 틱-!
하지만, 데이터 쉴드가 총알을 튕겨내 주어서 로드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있었다.
회의장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신기한 광경에 경악하며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로드리고를 쳐다봤다.
“하하하하. 엄청나지 않습니까? warrior가 정말 대단하긴 한지, 이런 어마어마한 것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로드리고는 한껏 뻐기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녀석이 그렇게까지 치밀하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저는 warrior가 시민들에게 이 데이터 쉴드를 나눠주기로 한 날을 노려 스파이들을 보내 이걸 얻어왔습니다.”
“역시. 마약왕 로드리고이시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표들은 로드리고를 추켜세우기 바빴다.
로드리고는 의기양양하며 자신의 무용담을 계속 뽐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녀석은 추가로 시민들에게 데이터 쉴드를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녀석들이 데이터 쉴드를 더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저는 부하들을 시켜 warrior의 본진으로 몰래 들어가 데이터 쉴드가 들어있는 상자들을 빼 오도록 했습니다.”
“맙소사!”
“그런 엄청난 일을…….”
사람들은 로드리고의 엄청난 결단에 놀라워했다.
“그게 가능한 것입니까?”
“warrior가 얼마나 교만한지 본부에 경비 하나 세우지 않더군요. 사실 그래서 데이터 쉴드 추가분을 빼 오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녀석들은 데이터 쉴드가 없어진 것을 알고 나서야 경비를 세우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소 잃고 외양관 고치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역시 마약왕이십니다.”
대표들은 로드리고의 업적에 감탄하며 얼른 그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데이터 쉴드를 가지고 있는 로드리고에게 붙어야 자신들도 살 수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가 이 데이터 쉴드를 가지고 있는 한 저희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낭보가 전해지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밝아지기 시작했다.
“로드리고 님 덕에 저희가 살았군요. 녀석이 자기가 만든 무기에 당할 것을 생각하니까 너무나 고소합니다. 정말 로드리고 님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맞습니다. 그냥 저희는 로드리고 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 같군요.”
로드리고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끌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진행하고자 했다.
“조심스럽게 제안하지만, 우리 각 대표님들께서 제 명령에 적극적으로 따라주신다면 저희는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는 자신의 속내를 감추며 공손함을 유지했다.
그는 속으로 warrior도 잡으면서 동시에 몇몇 마음에 안 드는 카르텔들도 정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역시나 그는 치밀하고 영악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몇몇 대표들도 마냥 바보는 아니라 로드리고의 명령을 따르는 게 자신들에게 그렇게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로드리고의 말을 듣지 않는 것 또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이들은 서로 협력해서 warrior에게 대항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들은 로드리고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나왔다.
로드리고는 그런 그들을 만족스럽게 쳐다봤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 제 아이디어를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다들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과 은행 계좌를 정리하시고 전부 현물화하십시오.”
“!!!!!!”
로드리고의 말에 보스들은 놀라며 서로를 쳐다봤다.
“갑자기 왜 그런……?”
“warrior가 사이버전으로 중국을 박살 낸 것을 모르십니까? 비트코인과 계좌에 있는 돈을 계속 그대로 가지고 있겠다는 것은 녀석에게 그 돈을 그냥 전부 다 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긴……. warrior가 카를로스의 비트코인도 싹 다 가져가 버렸다고 했어.”
대표들은 로드리고의 말을 납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비트코인과 계좌에 있는 돈을 전부 다 현물화할 수 있겠습니까?”
“최대한 바꿔보려고 하세요. 금이 됐든, 다이아몬드가 됐든, 마약이 됐든 가리지 말고요. 경고컨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 warrior 녀석에게 다 털리고 말 것입니다.”
로드리고는 분명하게 밝혔다.
“현물화 작업이 끝났으며 모두 그것을 가지고 아마존으로 모이십시오. 거기서 다 같이 결사 항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
또다시 대표들은 로드리고의 말에 기겁하며 놀랬다.
현물화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아마존에서 다 같이 모여 싸우다니…….
그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로드리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한 대표가 나서서 그에게 물었다.
로드리고의 얼굴은 확고해 보였다.
“진심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warrior를 없앨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녀석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 할지라도 아마존에서 하는 게릴라전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허허허…….”
다들 로드리고의 말에 주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 또한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또 다른 특별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일본 사람이나 러시아 사람들보다 그들이 정글에 더 익숙한 것도 사실이었다.
“동참하시겠습니까? 아마존에서 우리가 다 같이 뭉쳐서 싸운다면 녀석들은 아무 힘도 못 쓸 것입니다. 만약 동참하지 않겠다면 그냥 개죽음당할 수밖에요…….”
로드리고는 그들을 자극하며 물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까 그에게 진심이냐고 질문을 던졌던 대표가 나서서 말했다.
그에 다른 보스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좋습니다. 저도 하지요.”
“저도 하겠습니다.”
그렇게 카르텔 연합은 모든 것을 현물화한 다음 아마존에서 전투를 준비하기로 했다.
***
“미국, 마약 카르텔 진압을 위해 군대 파병키로….”
전 세계 뉴스 헤드라인은 미국이 파병한다는 내용으로 장식이 됐다.
명목은 마약 카르텔을 없앤다는 것이다.
진짜 지랄 염병을 하고 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는 마약 카르텔을 도우러 오는 것이면서 저렇게 뻔뻔하게 말할 수 있다니.
정말 그 두꺼운 철면피를 유지한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사실 미국은 마약 최대 수입국이다.
마약 카르텔의 존재 이유가 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부정할 수 없는 마약 카르텔의 주 고객이니까.
최근 내가 몬테레이 카르텔을 박살 내고 카르텔들이 마약 은닉 작업을 했던 아버지의 공장을 탈환한 상태였기 때문에 마약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 국민들은 마약을 사지 못해 난리였고, 금융회사들은 마약을 팔지 못해 난리인 상황이었다.
결국 그들은 미군 파병이라는 일을 벌이고 말았다.
“이거 또 한바탕 재밌어지겠네…….”
뉴스를 보면서 나는 적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라일 님.]
또다시 불길한 소식을 전하려는 디오의 목소리다.
“어……. 무슨 일이야?”
[카르텔들이 라일 님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연합을 이루었습니다. 모두 지금 자신들의 전 재산을 현물화하고 있고 아마존으로 가서 수성을 할 생각입니다.]
“…….”
요새 피곤한지 환청이 들리는가 보다.
“그러니까…… 내가 방금 들은 게 맞는 건지 모르겠는데…… 카르텔 녀석들이 연합을 꾸려서 아마존으로 들어간다고?”
[네. 맞습니다. 제대로 들으셨습니다.]
진짜 놀랄 노 자다.
“미친놈들 아니야? 그건 대체 누구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인데?”
[로드리고입니다.]
“마약왕께서 드디어 미쳐버렸군. 미쳐버렸어.”
[그들 입장에서 그렇게 나쁜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실제로 연합 안에는 아마존을 비밀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카르텔도 있고요. 정글에 익숙지 않은 우리에게는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다 해도 녀석들 또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잖아.”
[그렇긴 합니다.]
“……미국이 올 때까지 버티자 이건가?”
마약 카르텔을 잡기 위해 미군이 온다고 발표됐지만, 사실을 나를 잡기 위해 파병된 상황.
녀석들은 자신들의 뒤를 봐주는 금융회사에게 미군이 올 때까지만 어떻게 버텨보라는 지시를 받은 듯 보였다.
내가 차마 미군은 건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하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그놈들 이 warrior를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본 거 같아.”
내 속에서는 투지가 끓어 올라 주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하긴. 당연히 전면전으로 박살 낼 생각이지.”
솔직히 부하들이 개고생하긴 할 건데 그거야 그만큼 보상해주면 된다.
그리고 녀석들의 목숨만큼은 내가 지킬 생각이다.
녀석들이 아마존을 들어가든 남극으로 들어가든 나는 결코 녀석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어디 한번 나에게서 도망갈 수 있으면 가보라고 해. 내가 지옥 끝까지 쫓아가 줄 테니까.”
[후후. 역시 라일 님이군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제 디오는 웃을 줄도 안다.
점점 자아가 인간과 비슷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이 좀 거슬린다…….
“그럴 줄 알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데.”
[이제껏 라일 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행동 패턴을 분석해본 결과, 카르텔을 끝까지 쫓아가 전부 박살 내 버리겠다고 할 확률이 98.4%였기 때문입니다.]
대체 뭘 어떻게 분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수치화시키니까 뭔가 불쾌하긴 했다.
“야. 앞으로 나 분석하지 마. 나 분석할 정신 있으면 마약 카르텔들을 어떻게 하면 더 괴롭힐 수 있을지나 고민해라.”
[……네. 알겠습니다.]
디오의 목소리가 시무룩하게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
됐다.
신경 쓰지 말자.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나는 부하들에게 무전을 돌렸다.
“드미트리, 류헤이. 당장 부하들 데리고 강당으로 집합해라. 전할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