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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반역 (6) (103/201)

102화. 반역 (6)

“!!!”

방 안의 분위기는 얼어붙고 말았다.

CIA 국장이 대통령에게 총을 겨누다니…….

역사에 길이 남을 경악할만한 사건이다.

“…올리버 국장. 지금 뭐 하는 짓이지?”

에이든 대통령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반역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입니다.”

“대통령에게 총을 들이대는 자가 반역자가 아닐까?”

“미국을 일개 해커한테 팔아먹고자 하는 당신이 반역자요!”

올리버는 에이든에게 강하게 일갈했다.

“올리버……. 감당할 수 있겠어?”

에이든은 재밌다는 듯이 물었다.

대통령의 반응에 올리버는 생각이 많았다.

에이든 대통령이 왜 이렇게 여유로운지 그는 생각해봤다.

에이든의 경호원들은 올리버가 그에게 총을 겨눌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밖에 있는 상태였다.

설마 내가 총을 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올리버는 확실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로 했다.

“제가 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당신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정말로 쏠 생각이니까요.”

“후, 후후후후.”

에이든은 재밌다는 듯이 웃어댔다.

“뭐가 웃기죠?”

“대책 없이 이러는 게 웃겨서 말이야.”

“대책은 당신이 없어 보이는군요. 지금 미국 수뇌부에서 당신 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죽으면 모두가 좋아할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

에이든은 더 우렁차게 웃었다.

올리버는 굉장히 불쾌했다.

탕-!

결국 올리버는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튁-!

그는 대통령을 쏘지 않고 그 옆에 있는 벽으로 빗겨 쐈다.

벽에는 파편을 튀기며 구멍이 옅게 생겼다.

방음이 철저하게 되어 있는지 경호원은 들어오지 않았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는 경호원도 당신을 막아줄 수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조준해서 쏘면 당신은 여기서 그냥 죽는 것입니다.”

올리버는 단호했다.

“한 번만 더 말하겠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을 막지 마십시오. 저희 CIA는 warrior를 처리할 생각입니다.”

“나도 한 번만 딱 말하지.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소.”

올리버는 욱해서 정말 에이든 대통령을 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충동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저 여유가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그가 이렇게 순순히 당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뭔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는 것이다.

CIA 국장으로서 그는 심리전에 능한 사람이었다.

방아쇠를 당기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올리버는 천천히 총을 내려놨다.

“정말로 쏠 줄 알았는데. 너무 아쉬운걸?”

올리버 국장이 보기에 에이든 대통령은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아쉬워하는 듯 보였다.

“설마 warrior가 미리 어떤 조치를 취한 것입니까? 하긴, 그러면 말이 되는군요. 설마 대통령께서도 지금 그 데이터 쉴드인가 뭔가 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

정곡을 찔린 에이든은 가만히 있었다.

“아무래도 맞는 거 같군요. 그래서 총을 쐈어도 그렇게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것입니까? 어차피 당신에게 총을 쐈어도 의미가 없었겠군요.”

그는 CIA 국장답게 날카로웠다.

“자네 말이 맞네. 그 지위를 그냥 달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보군. 그래서 이제 어찌할 셈인가? 잘못을 시인하고 나에게 붙을 셈인가?”

“하! 당신한테 붙을 셈이냐고요? 천만입니다. 죽이지 못한다면 당신을 여기에 붙잡아 둬야겠군요.”

올리버는 어떤 버튼을 눌렀다.

“그게 뭐지?”

“이제 요원들이 와서 당신을 붙잡아 둘 것입니다. 여기서 갇혀있는 채로 warrior가 몰락하는 거나 지켜보시지요.”

에이든은 화가 나서 올리버에게 따지려고 했다.

그때 그의 데이터 쉴드로 무전이 들려왔다.

[에이든 대통령님. 그냥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시죠. 굳이 저 때문에 대통령이 곤욕을 치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warrior였다.

에이든은 너무 반가워서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으나 바로 warrior가 막았다.

[괜찮으니까 그냥 듣기만 해주십시오. 올리버 국장이 눈치챌 수도 있으니까요. 조만간 저는 CIA가 마약 카르텔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warrior는 에이든 대통령이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게 신경 쓰이는 것 같았다.

자기 때문에 그가 감금당하게 생겼으니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제 말에 동의하시면 올리버에게 그냥 협조하겠다고 하십시오.]

이미 에이든은 warrior의 지시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는 warrior가 하라는 대로 하기로 했다.

“올리버 국장. 내가 잘못 생각했소. 그냥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길 바라오.”

에이든 대통령의 말에 올리버 국장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솔직히 그가 초조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대통령을 죽이고 나서 그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사실 없었기 때문에, 그로서는 에이든의 제안을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드디어 정신을 차리셨군요.”

올리버는 왼쪽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결국 대통령께서도 지금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소. 내가 그동안 생각을 잘 못 한 것 같소.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아까의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오.”

“나라를 위해서 그렇게 한 행동이 아니오. 다 이해하오.”

갑자기 바뀌어버린 대통령의 태도에 올리버는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도 믿고 있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 대통령이 자신의 뒤통수를 치려고 한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올리버는 겉으로는 대통령에게 호의적으로 나왔지만, 계속 대통령을 주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이든 대통령 또한 겉과 속은 달랐다.

그는 속으로 올리버를 딱하게 여겼다.

‘올리버 국장. 당신은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어.’

겉은 서로가 뜻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그렇게 서로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CIA는 결국 warrior의 일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

에이든 대통령은 백안관에서 결재해야 될 여러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것은 CIA 요원들과 특수부대들의 멕시코 파견과 관련된 서류였다.

서류에 사인하기 위해 펜을 드는데, 에이든은 올리버가 이전에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뜻을 바꾸거나 저를 내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당신의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저희를 배신할 징조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저희는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할 생각입니다.’

올리버의 말은 블러핑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CIA는 에이든이 대선에서 상대 후보 캠프를 도청했던 기록을 가지고 있고, 그의 정부가 불법으로 사찰했던 기록들도 가지고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게 부도덕한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도 할 말은 있었다.

상대 후보에 대한 도청은 라이언 금융회사에서 자신이 로비한 에이든을 당선시키기 위해 멋대로 CIA와 협작해서 진행한 것이었다.

그리고 불법 사찰은 미국의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던 것이었다.

실제로 사찰을 통해 그의 정부는 많은 테러로부터 시민들을 지켜냈다.

에이든은 그게 어느 정도는 옳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건 불법이었고 논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그가 고민하고 있을 때 warrior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 어쩐 일이십니까?”

“대통령께서 근심이 많으신 것 같아서요.”

“…….”

warrior는 소름 끼칠 정도로 에이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에이든은 마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필요한 것만 관찰할 뿐입니다. 대통령의 사생활까지 굳이 다 들여다보지는 않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오히려 그 말이 더 소름 끼치게 느껴진다는 것을 warrior는 모를 것이다.

“CIA가 가지고 있는 약점 때문이지요?”

“맞습니다.”

“제가 기록들을 다 삭제했으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통령께서 자백하지 않는 이상 그 일들이 논란이 될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제가 언론까지 막아드리겠습니다.”

warrior가 방금 한 말은 에이든의 상식상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그는 충분히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warrior가 그의 상식을 벗어나 있는 존재이다.

“그래 주셨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맨입으로 해주는 거 아니라는 거 잘 알고 계시죠? 대신 계속 제 편으로 남아 있어 주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당신이 하라는 대로만 할 테니까요.”

“하하. 좋습니다.”

warrior는 기분 좋게 반응했다.

“그러면 바로 부탁 하나 하겠습니다. 당장 거기에 사인하십시오.”

“당신을 공격하라는 요청입니다. 지금 거기에 사인하라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

에이든은 warrior의 생각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warrior가 누군지 모르면 그냥 미친 사람의 말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충분합니다. 상대가 누구든 그냥 다 박살 낼 생각이니까요. 녀석은 저는커녕 제 동료들의 털끝 하나 건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사인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에이든 대통령은 얼른 서류에 사인했다.

그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한국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한국은 지금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범죄가 아예 사라진 세상이 되어버렸다.

에이든의 마음속에는 미국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warrior 님.”

“네.”

“…미국도 한국처럼 깨끗한 사회가 될 수 있겠습니까?”

“후후….”

warrior는 만족스러워하며 웃었다.

“될 수 있습니다. 제가 그 모든 비리와 부정을 싹 다 없애버릴 생각이니까요.”

“그렇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미국도 그렇게 깨끗한 사회로 만들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정말 그것을 바라신다면 계속해서 저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제가 더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건 믿고 맡겨주십시오.”

“좋군요. 그럼 이만.”

***

브라질 상파울루.

현재 마약 카르텔 보스들이 warrior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다 모인 상태였다.

몬테레이 카르텔 사건은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대화 주제일 정도로 이미 유명한 사건이었다.

warrior가 마약 카르텔을 처리하러 멕시코에 왔고, 존재하는 모든 마약 카르텔을 섬멸하려고 한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마약 카르텔이 곧 무너질 거란 기대에 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스멀스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중남미의 모든 곳이 혁명과도 비슷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에 모든 마약 카르텔들은 심각함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이 사태를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판단해 서로 연합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서로 사이가 안 좋은 마약 카르텔들이 있었지만, 지금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약 카르텔 각 대표들이 한데 모여 회의를 하는 이제껏 유례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약 카르텔 보스들은 무거운 표정을 하며 회의장에 모여들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최초의 라틴 아메리카 마약 카르텔 대표 회의가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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