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1화. 반역 (5) (102/201)

101화. 반역 (5)

[라일 님.]

몇 번의 경험으로 디오가 이렇게 말한다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소식임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뭔데? 근데 그거 아냐? 네가 그렇게 나를 부를 때마다 뭔가 기대하게 된다.”

[…….]

디오의 반응이 없었다.

이 자식…….

그냥 아무 말이라도 하면 될 것을 그걸 안 받아준다.

“됐다……. 뭔데?”

[죄송합니다. 그 말에 뭐라고 응답할지 몰라 시스템 오류가 생겨서요.]

‘빠직!’ 소리가 머리에서 울려 퍼졌다.

“알았으니까 그냥 말해. 임마.”

[네. 결국 CIA에서 나섰습니다.]

왜 안 나서는가 했다.

“CIA만?”

[FBI, DHS, 국방부에서도 나섰습니다.]

“화끈하네. 금융회사 연합 놈들 이제 보니 대단한 녀석들이잖아.”

솔직히 대통령만 끌어들이면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근데 이거 거의 내란죄 아니냐?”

[그 정도는 각오하고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마약 카르텔들이 무너지면 연쇄작용으로 결국 자기들도 무너질 것을 두려워한 것 같습니다.]

“하, 하핫!”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나온다면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녀석들을 상대할 수밖에.

[그런데 사실상 CIA만 적극적으로 녀석들을 도와줄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기관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CIA는 왜?”

[마약 카르텔의 태동이 CIA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난 마약 카르텔과 관련이 있으면 그 누구라도 조질 생각인데……. 그러신다?

“그 부분에 있어서 좀 자세하게 설명 좀 해줄래?”

[예. 사실 예전 냉전 시기에 CIA는 남미 국가들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 거래를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막대한 작전 비자금을 형성하기 위해서였죠.]

“하! 나 이 자식들. 진짜 영양가 없는 놈들이었네.”

[예. CIA에서 직접 나서서 마약 거래를 지원하다 보니 마약 사업은 겉잡을 수없이 성장해 나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약 카르텔의 시작이죠. 냉전 시기 이후 대외적으로 CIA는 여기서 손을 뗀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계속해서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오케이! 알아들었어. CIA 녀석들. 금융기관 연합이 굳이 안 나서도 개입할 판이었네.”

또 내 안에 있는 악마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이 건방진 녀석들을 제대로 혼내줄 수 있을지 고민이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너의 그 사기적인 데이터화 능력을 사용할 때인 것 같다.”

[예. 바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디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역시 이제 같이 한 시간이 꽤 돼서 척하면 척이다.

근데 아까는 왜 그랬냐…….

무튼, 나는 녀석들의 기록을 털 생각이었다.

이 녀석들은 너무 뒤가 구려서 데이터화 된 자료들만 털어도 어마어마한 것들이 나올 것 같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정말 경악할 자료들은 다 문서로만 보관되어 있을 텐데 그걸 털어버리면 녀석들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디오! 그러면 시작하도록.”

[네!]

디오는 곧바로 데이터화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나 공개되면 경악할 사건들이 천지였다.

생화학 무기 개발, 세뇌 실험, 제3세계 지도자 암살 작전 등은 말할 것도 없다.

“하하하…….”

난 CIA의 문서들을 열람하다가 그만 기가 차버렸다.

“이 망할 새끼들이.”

녀석들은 이미 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아이튜브 영상에 얼굴을 공개했을 때부터 나에 대한 암살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수를 포함해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암살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솔직히 아까 전까지만 해도 CIA에 대한 적의가 그렇게 강하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걸 본 이상 녀석들을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알아서 샘솟기 시작했다.

“디오.”

[네.]

“이 자료들 내 이름으로 해서 당장 CIA에게 보내.”

[예. 알겠습니다.]

불안에 떨고들 있어.

마약 카르텔들 다 정리하면 다음에는 너희들 차례니까.

***

미국 CIA 본부.

수뇌부들은 지금 난리가 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건 방금 warrior에게서 온 자료들과 메시지 때문이었다.

warrior가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들이 마약 카르텔 일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상태였다.

그로 인해 열 받았는지 warrior는 뭔가 엄청나게 막대한 자료들을 그들에게 보냈다.

확인해보니 꽁꽁 숨겨두고 있었던 극비들에 관한 자료였다.

“오 마이 갓!”

warrior의 메시지를 본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이 말이 절로 나왔다.

대체 어떻게 했는지 warrior는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이 자료들 중에는 문서로만 보관되어 있는 자료들도 있었다.

warrior가 직접 와서 스캔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warrior가 유령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CIA 국장 올리버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사실 이건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어요. 예전에 warrior가 흑객연맹들과 전쟁을 하면서 오프라인 상태인 Tiger의 컴퓨터에 있는 비트코인을 다 빼갔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심지어 녀석은 전원을 빼도 컴퓨터에 전력이 들어오게 만들 수 있었답니다.”

부국장 리암은 어느 정도는 이미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떄문에 올리버 국장에 비해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맞습니다. 말도 안 되죠. 우리는 그런 놈과 지금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대체 이런 놈이 왜 갑자기 등장한 건데? 아무리 조사해봐도 이전까지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잖아.”

올리버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그로서는 warrior라는 존재가 말도 안 됐다.

그는 미국에 누가 되는 존재들을 조기에 발견에 싹을 잘라내는 것만큼은 본인이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는 그런 싹들을 많이 잘라냈었다.

하지만 warrior는 그의 레이더에 전혀 포착되지 못했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미국의 정보기관을 비롯해 타 선진국의 정보기관 또한 warrior를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

다들 warrior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 이유를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갑자기 능력이 생겨버렸다는 것 외에는 말이 안 돼요.”

“……갑자기 슈퍼 히어로가 됐다는 말이야?”

올리버는 본인의 질문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이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미쳐버리겠네…….”

올리버는 답답한지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그는 다시 한번 warrior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

[나를 막고자 하는 건방진 네놈들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자 한다.]

[자료를 확인했다시피 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조만간 모두 공개할 예정이니까 잘 대비하고 있길 빈다. 물론 그래 봤자 소용없겠지만]

[warrior]

“하아…….”

올리버 국장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자료를 전부 공개하면 자신들뿐만 아니라 미국 또한 문제다.

전 세계가 미국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내전이 생길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자료들이 많다.

이 자료들이 공개되면 그야말로 파국이다.

“어떻게 할까요?”

리암은 조심스럽게 올리버에게 물었다.

싸울 건지 아니면 항복할 건지에 대한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당하기만 해. 온 힘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녀석을 막아야 해. 이게 공개되면 그냥 끝이야.”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띠리리리-!

그들이 그렇게 대화하고 있는 사이 국장실의 전화가 울렸다.

올리버는 왠지 불길해서 조심스럽게 그 전화를 받았다.

“국장님.”

“무슨 일인가?”

“그게……. 지금 대통령께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국장님을 만나 뵙고자 하신답니다.”

하필 타이밍이 안 좋을 때 에이든 대통령이 와버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려보내기는 무리였다.

“올라오시라고 해.”

“예!”

그들은 얼른 에이든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잠시 후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의 얼굴은 많이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올리버와 리암은 그에 많이 긴장된 상태였다.

“들어오시지요.”

올리버는 감청의 위험이 없는 특별한 장소로 대통령을 모셨다.

에이든은 말없이 올리버의 안내를 따랐다.

“앉으시지요.”

“…….”

여전히 에이든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올리버와 리암은 계속 눈치만 보고 있었다.

에이든 대통령이 드디어 무거운 입을 뗐다.

“올리버 국장.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난 그동안 자네의 보고를 믿어왔었는데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요?”

올리버는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금융기관 연합의 청탁을 무시하고 있고 나에게 warrior의 일에서는 손 떼고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랬었죠.”

올리버의 말에 에이든의 얼굴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깊은 인상을 쓴 채로 올리버를 노려봤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그 입에서 뻔뻔하게 그런 대답이 나오는가 보지?”

“대통령께서 계속 막으시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올리버는 대놓고 낯 두껍게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미 이렇게 된 이상 그는 뒤가 없었다.

이제 와서 대통령 쪽에 붙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대통령께서는 왜 혼자 멋대로 계속 독단적으로 나가시고 있는 겁니까? 대통령 말고는 어느 누구도 당신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 계속 고집을 부리는 겁니까?”

“자네들은 본인들이 어떤 존재와 싸우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 지금 당신들이 하는 행동은 미국을 완전히 구렁텅이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단 걸 모르는 거요?”

“당신의 행동이 미국의 위상을 깎아 먹는 것이오!”

에이든이 윽박지르자 올리버도 욱해서 같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리암은 옆에서 너무나 불편해하면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일개 해커 따위에게 붙어서 뭐 하는 짓입니까? 당신이 그러고도 우리 미국의 대통령입니까?”

“그를 일개 해커라고 부르다니 국장의 안목은 형편없구려. 그는 우리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야. 그런 그가 나서서 본격적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고 있고 방해가 되는 것들은 거침없이 쳐내고 있는 상황이라오. 그에게 거스르는 것이 오히려 미국을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국장은 왜 모르고 있는 거요!”

“그놈이 제멋대로 설치고 있는 게 두렵다고 그냥 두고 보자는 겁니까? 정말 격이 떨어지는군요.”

올리버는 에이든이 역겹다는 듯이 쳐다봤다.

“자네가 하고 있는 짓은 고귀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미천한 듯이 말하는군. 하지만 마약 카르텔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고귀한지, 아니면 그들을 없애는 것에 동조하는 것이 더 고귀한지는 삼척동자도 알 거요.”

“대통령. 적당히 하십시오. 그렇게 계속 설쳐대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올리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쩔 생각이오?”

에이든 대통령은 상당히 차분하게 물었다.

“훗.”

올리버는 한번 웃더니 품에서 권총을 꺼내 대통령을 겨누었다.

“이럴 생각이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