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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화. 반역 (4) (101/201)

100화. 반역 (4)

이제 내 차례네…….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 저 말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이 한마디에 분위기는 완전히 살얼음처럼 얼어버렸다.

일순간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침 삼키는 소리만 들려왔다.

수진이는 조용히 단검을 돌려댔다.

숨 막힐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시작하자.”

그 말과 동시에 수진이는 군인들에게로 돌진했다.

그곳은 이제 끔찍한 학살터가 되었다.

녀석의 칼에 멕시코 군인들은 무참하게 썰려 나갔다.

투두두두두두-!

몇몇 군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수진이에게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다.

“끄아아아아악!”

곧바로 눈에 띄어 오히려 수진이에게 먼저 당해버렸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너희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응. 무사할 것 같은데?”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외쳐대는 시장 녀석에게 방긋 웃으며 말해주었다.

“다른 나라 군인을 이렇게 멋대로 공격하다니. 이건 전쟁하자는 거나 다름없어!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는 것이냐?”

“다른 나라 사람에게 사격한 너희들은 말이 되는 거고? 그리고 애초에 너희가 정상적인 군인이냐? 마약 카르텔 따까리들이지.”

“뭔 상관이야?!!! 여긴 멕시코야! 소란 피우지 말고 어서 너희 나라로…….”

퍼억-!

더 들을 수가 없어서 녀석의 얼굴을 발로 걷어버렸다.

“커헉!”

꽤 찰진 소리에 체기가 한 번에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개소리 더 이상 못 들어주겠다.”

“너! 이 자식!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아주 잘 알지. 마약 카르텔과 협조해서 더럽게 그 자리까지 오른 사람 아닌가?”

“…….”

너무 팩트라 그런지 녀석은 할 말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게 만든 놈이고.”

“실제로 죽인 놈들은 몬테레이 카르텔 놈들이야. 나는 그냥 정보만 제공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엄연히 너희 부모님에 대한 책임은 녀석들에게 있어. 그런데 이미 너는 몬테레이 카르텔을 없애버렸잖아. 그러니까 다 된 거 아니야.”

……개소리의 향연이다.

진심으로 저 소리를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다.

“오케이. 네가 부모님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인정.”

“그, 그래! 그러니까 이제 날 내버려 두고 멕시코를 떠나. 그러면 다 없었던 일로 해줄 테니까.”

녀석은 김칫국을 아주 시원하게 들이켜버렸다.

정말 무슨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도 똑같이 개소리로 녀석을 상대해야 하는 게 속이 편할 것 같다.

“나도 너를 직접적으로 죽이지는 않을게.”

“뭐, 뭐?”

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녀석은 온몸을 부르르 떨어대며 우렁찬 비명을 질러댔다.

현재 장수진에게 당한 군인들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와중인데 혼자만 튈 정도로 비명 소리가 엄청났다.

“제일 실속 없는 놈이 목소리만 크네.”

“지,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는다면서. 왜 그러는 거야?”

“응. 나는 단지 전기를 조종할 뿐이야. 너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것은 전기지.”

“뭐?”

지지지지지직!

“으아아아아악!”

또 요란한 비명이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

퍼억-!

“크윽!”

그다음 나는 발로 녀석의 복부를 때렸다.

“나는 다리를 조종했을 뿐이야. 너를 직접적으로 때린 것은 내 다리지.”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어?”

녀석은 많이 아픈지 끙끙대며 따졌다.

“그건 아까 너의 개 논리를 들은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야. 알아서 잘 말해주네.”

“나는 카르텔 녀석들이 억지로 시켜서 강제적으로 정보를 불었을 뿐이야. 나한테 이러지 마.”

“내 앞에서 개소리 집어치워!!!”

나에게서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외침이 나왔다.

그냥 화가 나서 냅다 질러버렸다.

“능동적으로 우리 부모님을 팔았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는데. 난 지금 당장이라도 네가 팔았던 사람들의 명단을 싹 다 말할 수 있어!”

“이 세계는 어쩔 수 없어.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단 말이다.”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게 계속 다른 사람을 팔면서 살아남은 게 너의 목숨이라니.

내 부모님의 목숨은 그렇게 하찮은 거였나.

“이제부터 이 세계는 달라질 거야. 너 같은 놈은 도저히 살 수 없는 세상으로 내가 만들어버리겠어.”

지지지직!

“끄아아아악!”

나는 계속해서 녀석을 전기로 지졌다.

그렇게 열 번 정도를 더 지졌을 때, 녀석은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자,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이제야 녀석은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살려줘. 내가 다 잘못했어.”

에르난데스 녀석은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나에게 싹싹 빌었다.

“왜 하나같이 다들 처음부터 이 모습이 나오지 않는 걸까? 내 눈에는 사실 미안하지 않지만 죽을 거 같으니까 살기 위해서 이렇게 나오는 걸로밖에 안 비치는데?”

“아, 아니야. 내가 정말 잘못했어. 너희 부모님에게 너무 못 할 짓을 했어.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봐주게.”

맨 뒷말이 결국 녀석이 원하는 것은 반성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것임을 반영해주었다.

“이봐. 네가 이런다고 해서 내 부모님은 살아 돌아오지 않아. 그리고 너도 살 수 없고.”

“제발 부탁이네! 제발 부탁이야! 나를 살려주게.”

녀석은 처절하게 애원했다.

아까까지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너희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너희들에게 그렇게 외쳐댔던 말이 바로 이 말인데 너희는 어떻게 했어? 심지어 잘못은 그들이 아니라 너희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제, 제발 살려줘! 제발!”

녀석은 전혀 내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저 관심은 자신이 살고 싶은 것에만 있는 듯했다.

너무나 역겨워서 구역질이 다 날 정도였다.

“그만하자. 애썼다.”

나는 권총을 꺼내 들었다.

“안돼! 아, 안돼!”

녀석은 사시나무 떨듯 몸서리쳤다.

탕-! 탕-!

난 녀석의 다리 부분에 총을 쏴댔다.

“끄아아아아악!”

녀석은 또 요란한 비명을 질러댔다.

나는 녀석이 고통스러워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은 채 사격을 계속했다.

탕-! 탕-!

“으아아아악!”

이번에는 팔과 복부를 쐈다.

“크어어억!”

녀석은 역류하는 피를 입에서 뱉어냈다.

“이쯤 할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살수도 있겠지.”

아쉽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다.

디오의 분석에 의하면 이 녀석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현대의학에서는 없다.

앞으로 길어봤자 10분 내로 녀석은 사망한다.

“커헉! 나, 나 좀 살려줘……. 제발.”

에르난데스 이 녀석은 내가 만났던 그 누구보다도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녀석인 것 같다.

그렇게 개 같은 방법으로 계속 살아가고 싶은지 의문이 들었지만, 녀석은 그 쓰레기 같던 삶이라 해도 계속 그렇게 살고 싶나 보다.

자기 목숨이 소중하듯 그렇게 남의 목숨도 소중하게 여겼으면 녀석의 운명도 많이 달라졌겠지.

난 그렇게 에르난데스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라고 내버려 둔 다음 수진이 쪽을 바라봤다.

녀석은 알아서 인질 구출 작전 당시 자신을 물 먹였던 군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있었다.

저렇게 열 받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사, 살려줘!”

수진이에게 매달리고 있는 사람은 당시 그 임무의 지휘관으로 있었던 놈이었다.

그놈 또한 에르난데스와 마찬가지로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애처롭게 빌고 있었다.

하지만 수진이는 나보다 더 냉정해 보였다.

수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녀석의 목에 칼을 꽂아버렸다.

피가 솟구치면서 사방 데에 다 튀어버렸다.

하지만 데이터 쉴드는 피까지 막아주었기에 수진이가 그 더러운 피를 맞을 일은 없었다.

그 군인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바로 사망했다.

나는 일을 다 끝낸 수진이에게 다가갔다.

수진이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고 쳐다봤다.

“다 했냐?”

“네.”

“속이 후련하냐?”

“무지 후련합니다!”

수진이는 당차게 외쳤다.

그렇게 말하는 녀석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감정이다.

왜냐면 나 역시도 녀석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으니까.

살아남은 사람의 미안함인지.

아니면 드디어 복수를 했다는 후련함인지.

그럼에도 동료들은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에 느끼는 허무함인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감정들이 솟구쳐왔다.

“나도 후련하다!”

수진이와 똑같이 나도 힘차게 외쳤다.

“…….”

수진이는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 동료들을 팔아넘긴 녀석들은 다 정리됐어. 그러니까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

“네…….”

다른 군인들은 자신들이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모두 도망가고 있었다.

당연히 녀석들이 도망가도록 그냥 내버려 둘 내가 아니었다.

나는 군인 녀석들에 대한 정보를 전부 사람들에게 풀어버렸다.

그중에는 녀석들 때문에 자신의 가족이 죽은 사람이 꽤 됐다.

나는 그들이 복수할 수 있도록 쉽게 안내까지 해주었다.

이제 알아서 시민들의 손에 처리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내가 안내를 잘해준 덕분에 데이터 쉴드를 지급 받은 사람들은 군인들을 거침없이 헤쳐나갔다.

무릇 쌓여 있는 것은 언젠가는 폭발하기 마련이다.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설움과 분노는 결국 오늘 폭발해버렸다.

힘이 생겨버린 이상 더 이상 그들이 참을 이유는 없었다.

데이터 쉴드를 지급 받은 시민들은 나와 수진이와 마찬가지로 가족의 원수들을 처리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곳곳에서 그 울분을 토하는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

이날의 감정은 아마도 못 잊을 거 같다.

***

미국 뉴욕

금융회사 연합은 다시 모였다.

상원의원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에이든 대통령은 꼼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에이든 대통령 완전히 미쳐버렸습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대통령이 완전히 warrior에게 넘어간 것으로 판단해도 될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에이든 대통령을 암살해야 할까요?”

그 말에 회의장 안은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사실 다들 그것을 원하고 있지만, 마치 불문율인 것마냥 조심하고 있었는데 누가 확 이야기를 꺼내 버린 덕이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CIA 국장을 섭외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마이클이 나서며 말했다.

“흠……. 흠…….”

회의장 안에서는 여기저기서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칫 내란을 조장하는 거라 잘못되면 그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엄청나게 커질 수도 있었다.

그들은 고민이 많아 보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차피 지금 싹을 잘라내지 못하면 분명 나중에 우리 숨통을 조여올 것입니다. 자를 거면 지금 잘라내는 게 좋겠지요.”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우리가 망하게 생겼어요.”

회의의 주축인 마이클과 조나단이 나서자 다들 그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좋습니다.”

“예. 그렇게 하죠.”

다른 대표들이 동참하겠다는 의견을 밝히자 마이클은 한껏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실행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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