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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화. 반역 (2) (99/201)

98화. 반역 (2)

미국에서는 많은 로비가 성행한다.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이 로비한 상원의원에게 원하는 금융정책을 설명한다.

사실상 금융회사가 법안을 직접 작성한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온갖 법안을 다 만들어낸다.

‘의회에서 잘 협조해준다면 나중에 저희와 함께 일할 수 있을 겁니다.’

상원의원들이 로비회사에게 꼼짝 못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마법의 말 때문이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라고도 하는 이 관행은 노후 보장을 제대로 해주기 때문에 상원의원으로서는 로비회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금융회사 연합은 각자 자신들이 로비한 상원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당장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하라고 명했다.

이에 상원의원들은 에이든 대통령에게 마약 카르텔 문제에 개입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수십 명의 상원의원이 똘똘 뭉쳐서 나섰기 때문에 에이든 대통령도 마냥 가만히 버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띠리리리-!

[warrior]

에이든 대통령은 그 전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예. warrior 님.”

그 냉정한 에이든 대통령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었다.

warrior의 전화를 반색한다는 게 너무 티가 났다.

“어이구. 이렇게까지 나오시는 거 보면 그동안 꽤 힘드셨나 봅니다.”

“흠……. 흠…….”

warrior의 말에 에이든 대통령은 민망하지 헛기침을 해댔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 미국 내에서 저만 warrior 님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홀로 맞서고 있으니 불안하기는 합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 주제도 모르고 설쳐대는 금융회사 연합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전부 다 박살 내 버릴 테니까요. 그리고 암살 위협 또한 걱정하지 마십시오. 한국으로부터 구입한 데이터 쉴드를 사용하시면 웬만한 공격은 다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에이든 대통령은 멋쩍게 웃었다.

금융회사 연합을 조진다니…….

그는 이런 말은 들을 수 있을 거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warrior의 자신감은 실로 엄청났다.

주변에서 모두 난리라 솔직히 불안하고 떨리기는 했지만, 에이든 대통령은 다 무시하고 그냥 warrior만 믿고 따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당신을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안심하시고 계속 하시던 대로 하시면 되겠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에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마약 카르텔 문제에서 완전히 손 떼는 것으로 계속 나가기로 했다.

***

이른 아침부터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디씨소프트 멕시코 지사 앞으로 사람들이 엄청 몰려와 있었다.

“맙소사…….”

장수진은 수많은 인파를 보고 기겁했다.

교통은 완전히 마비되었고 줄은 끝도 없이 늘어졌다.

“하하. 기대 이상인데?”

나는 그 모습을 흐뭇해하며 바라봤다.

“진짜 라일 님은 ‘센세이션’ 그 자체네요. 사람들을 이렇게나 모으다니요…….”

장수진은 연신 감탄만 해댔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내가 얼마 전에 올렸던 게시물 때문이었다.

[모두 같이 힘을 합쳐 마약 카르텔을 몰아냅시다.]

[저에게 동참하시는 모든 분께 어떤 공격으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는 최신 무기를 지급해드립니다.]

[뜻이 있는 분들은 멕시코시티에 있는 디씨소프트 건물로 모두 모여주시기를 빕니다.]

다들 마약 카르텔에게 겁먹어서 별로 그렇게 많이 모일 것 같지 않았는데…….

상상 이상으로 많이 모였다.

사람들은 온갖 피켓을 들며 마약 카르텔 타도를 외쳐댔다.

“근데 설마 이 사람들 모두에게 데이터 쉴드를 나눠줄 생각은 아니시죠?”

“약속했는데 어쩌냐, 나눠줘야지.”

“…….”

장수진은 어이없어하며 나를 쳐다봤다.

“한국에서 들어온 물량이 겨우 5,000개인데요? 지금 여기 몰려든 인파 못해도 3만입니다.”

“……더 주문해야지. 지금 못 받은 사람들은 나중에 오라고 해서 줘야겠다.”

일수야 미안…….

열심히 만들어라.

“근데 미국이 이걸 보고 가만히 있을까요? 자기들에게는 돈 주고 팔았으면서 여기 멕시코에다가는 공짜로 분배하고 있잖아요.”

“상관없어. 오히려 엿 먹이는 거니까 더 좋지. 돈 많은 놈들이니까 좀 쓰라고 해. 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직접 자기 손으로 마약 카르텔들을 처리하게 만들고 싶으니까.”

“하하하……. 진짜 엄청나십니다.”

장수진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줄 서세요. 줄!”

드미트리 패밀리와 류헤이카이들은 사람들을 통제하며 데이터 쉴드를 나눠주고 있었다.

싸우러 왔는데 졸지에 물건이나 나눠주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을 보니 뭔가 웃겨서 그만 피식하고 말았다.

장수진은 또 그걸 놓치지 않고 따진다.

“진짜…… 악취미입니다. 저 깡패놈들을 이제는 무료 나눔 행사에 써먹다니…….”

“뭐가? 힘도 넘쳐나는데 봉사도 하고 좋잖아.”

“…….”

장수진은 말없이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만 흔들 뿐이었다.

“오히려 저 야수 같은 놈들을 길들인 내가 대단하지 않냐?”

“솔직히……. 인정합니다. 그 누구도 이런 건 꿈도 꾸지 못할 테니까요. 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이렇게 신원조회도 안 하고 그냥 막 나눠줘도 되는 거예요? 만약 여기에 카르텔 놈들이 섞여 있거나 그것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쩌려고요?”

“상관없어. 오히려 더 좋아.”

나는 씨익 웃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데이터 쉴드는 사실 족쇄나 마찬가지이니까. 데이터 쉴드를 사용한 그 순간부터 내 손아귀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아…….”

장수진은 바로 내 말을 이해한 듯 보였다.

“카르텔 놈들이나 악용하는 놈들이야 바로 데이터 쉴드를 비활성화시켜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면 그만이야. 그러면 데이터 쉴드만 믿고 까불다가 되레 당하겠지. 이렇게 나눠주는 건 시민들을 도와주기 위함도 있지만 동시에 스파이나 불순자들을 색출하려는 목적이기도 해.”

“진짜…… 몇 수를 내다보고 있으시군요. 라일 님이 진짜 대단하기는 해요. 적이 아닌 게 다행입니다.”

“이게 처음부터 나랑 같은 편이었던 것처럼 말하네? 너 처음에 나 스토킹하다가 된통 혼나지 않았냐?”

“그, 그만!!!!”

장수진은 민망해하며 소리를 질렀다.

“지금 이렇게 내 밑에 있는 것도 그때 혼쭐나서 그러는 거면서 무슨.”

“알았어요……. 팩폭은 이쯤 하세요. 많이 아프니까요.”

수진이는 시무룩해 하며 고개를 숙였다.

“쓸데없는 소리나 할 거면 가서 애들이나 도와.”

“……네.”

장수진은 힘없이 드미트리 패밀리와 류헤이카이가 있는 쪽으로 갔다.

애들은 저기서 나눠주라고 하고 나는 잠시 디오와 할 게 하나 있었다.

“디오.”

[네. 라일 님.]

“우리는 스파이 색출이나 해볼까?”

[알겠습니다.]

***

[warrior에게 동조하는 자들을 지금 처리하지는 못한다.]

[숫자도 많은 뿐더러 warrior가 가까이 있기 때문에 동조자들 처리는 나중으로 미룬다.]

[일단은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으면서 warrior가 나눠주는 무기를 받고 계속 예의 주시해라.]

로드리고가 심어 놓은 스파이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무리들 사이에 숨어 데이터 쉴드를 받아왔다.

그들은 한적한 곳에 한데 모인 다음 받아 온 데이터 쉴드를 한번 사용해보기로 했다.

“듣자 하니 이게 모든 공격으로부터 막아준다고 합니다.”

“한번 시험해볼까?”

“예.”

그들은 설명을 들은 대로 버튼을 눌러 데이터 쉴드를 활성화시켰다.

주위의 푸른 보호막이 생기면서 그들을 감쌌다.

“오! 신기해.”

“한번 공격해 봐.”

카르텔들은 자기들끼리 공격하며 데이터 쉴드의 성능을 체감하고 놀라워했다.

“미친!!”

“말도 안 돼!!!”

가히 사기적인 수준이었다.

그들은 지금 감탄만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 입장에서 이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게 지금 사람들에게 보급된다는 거 아닙니까. 오늘 못 받은 사람은 추가 보급을 받는다고 하던데. 그러면 이제 우리는 끝장입니다.”

그들은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데이터 쉴드 앞에서 그들의 힘은 무력했다.

“어떻게 할까요?”

“warrior의 본부를 털어야겠어. 이게 더 분배되면 걷잡을 수 없게 돼.”

“그러면 지원 요청을 더 해야겠어요.”

그들은 warrior가 데이터 쉴드를 추가로 나눠주기로 한 전날에 디씨소프트 멕시코 지사로 들어가 몰래 데이터 쉴드를 털어 오기로 했다.

그리고 계획했던 날이 되었다.

로드리고 카르텔 일원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밤늦게 warrior의 회사 근처로 모였다.

그들은 대기하다가 회사의 모든 불이 꺼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시작해보자.”

그들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회사 근처로 접근했다.

며칠 그곳을 몰래 관찰하면서 그들은 경비가 따로 없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주차장을 통해 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이미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그들은 재빨리 지하 주차장 쪽으로 달려갔다.

“경비도 안 세우고 완전히 방심하고 있네요.”

“그러니까. 우리를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봤어. 이렇게 본부로 직접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거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신나 하며 건물 안으로 진입했다.

건물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다들 맘 편히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들 신세 좋네. 이럴 때 다 죽여버려야 하는 건데.”

“쓸데없는 짓 하지 마. 괜히 소란 일으켜봤자 좋을 게 없어. 우리는 물건만 빼낸 다음 바로 도망친다.”

“라저!”

급하게 건물을 마련해서 그런가 건물 안에는 그 흔한 CCTV 하나 없었다.

CCTV가 없다는 것까지 확인한 로드리고 패밀리는 이제 완전히 warrior를 얕잡아 보고 있었다.

그들은 warrior가 방심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속 편하게 건물 이곳저곳을 뒤졌다.

“발견했습니다.”

그때 데이터 쉴드를 찾은 동료의 무전이 들려왔다.

“오케이. 모두 그쪽으로 이동해.”

그들은 동료가 물건을 발견한 곳으로 갔다.

가서 보니 정말로 데이터 쉴드가 상자째로 보관되어 있었다.

“빨리 빼내.”

“예.”

그들은 신속하게 물건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

이 모든 과정이 이상할 정도로 수월하게 흘러갔지만 다들 데이터 쉴드를 발견했다는 기쁨에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그냥 그것을 가지고 밖으로 나가는 데만 집중했다.

“됐어! 이것을 가지고 어서 보스에게로 가자고!”

“예!!!”

건물 밖으로 나온 그들은 자기들끼리 신나서 난리였다.

“흐하하하하하!!!!”

로드리고는 부하들이 가져온 데이터 쉴드를 보고 만족스럽게 웃어댔다.

“잘했다. 다들 잘했어.”

그는 부하들을 칭찬하기 바빴다.

“멍청한 warrior 녀석. 아무 생각 없이 이 좋은 것을 그냥 아무렇게나 보관하고 있었다니. 완전히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었나 보군. 하지만 그게 오히려 네 화를 자초했다. 흐하하하하. 다들 수고했다.”

로드리고는 너무나 통쾌해했다.

부하들도 로드리고가 칭찬해주자 기뻐했다.

“한번 착용해보시지요.”

부하 하나가 데이터 쉴드를 꺼내 로드리고에게 건넸다.

로드리고는 만족스러워하며 그것을 받았다.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오케이.”

부하의 말대로 하자 로드리고의 주위에 푸른 보호막이 생겼다.

“하하하하하. 이거 최곤데?”

“정말 그렇지 않습니까? 하하하하하.”

다들 기뻐하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쯤 이게 없어진 걸 알고 당황해하는 녀석의 표정이 눈에 선하군. 멍청한 녀석. 그동안 너무 생각 없이 나댔어. 이 로드리고가 이제 너를 교육시켜 주도록 하지.”

그들은 그렇게 warrior를 없앨 음흉한 계획들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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