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3화. 비극의 땅 몬테레이 (3) (94/201)

93화. 비극의 땅 몬테레이 (3)

“너, 너!!!!”

산체스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그거 손대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녀석은 완전히 눈이 돌아가 버렸다.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거였다.

“크큭. 그딴 협박이 내게 통할 거라고 생각해?”

나는 최대한 녀석을 비웃었다.

“오야봉!”

류헤이가 부하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난 미리 녀석에게 기름을 가져오라고 시킨 상태였다.

녀석들은 가져온 기름통을 한곳에 모아놓았다.

“너! 뭐 하는 거야?”

산체스는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보면 모르냐? 다 태워버리려고 하지.”

“다, 당장 그만둬! 그랬다간 정말 널 죽여버리고 말 거야.”

“안 태워도 죽일 거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렇게 말해? 어차피 죽일 거면 너한테 피해를 입히고 죽는 게 더 낫지 않겠어? 물론 너는 나를 못 죽이겠지만.”

나는 야쿠자들에게 창고 문을 따라고 명령했다.

창고 문은 단단한 철문으로 되어 있어서 그냥 열 수 없는 상태였다.

야쿠자들을 총을 가지고 와 문을 난사했다.

투두두두두두-!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았다.

그에 산체스는 비릿한 조소를 보냈다.

“흥! 우리가 대비를 안 해놨겠어? 거기서 딱 기다리고 있어라. 내 당장 가서 너를…….”

“야. 저기 바주카포를 써봐. 어떻게 쏘는지는 데이터 쉴드로 알려줄 테니까 참고하고.”

“네.”

바주카포란 말에 산체스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 마라……!”

“산체스. 그렇게 떼쓰거나 윽박지른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어?”

전송된 정보에 따라 야쿠자들을 바주카포를 금방 다루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포를 장전한 다음 철문을 향해 조준했다.

“그, 그만해!!!”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산체스는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사실 난 녀석에게 더 큰 절망감을 심어주기 위해 녀석이 현물화 작업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계좌나 비트코인이 그냥 사라지는 것보다 이렇게 눈으로 직접 자신의 재산이 태워지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실감이 나고 억장이 무너질 거다.

“쏴라.”

“네!”

푸슝-!

포탄이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며 철문으로 날아갔다.

콰앙-!

요란한 폭발과 함께 철문에 구멍이 생겨버렸다.

“됐습니다!”

“그러면 가서 기름 부어라.”

“예!! 알겠습니다.”

류헤이는 부하들을 시켜 창고 안으로 들어가 각종 돈과 금괴에 기름을 붓도록 명령했다.

“당장 그만해!!! 그걸 아깝게 다 태워버릴 셈이야? 너도 돈을 원할 거 아니야? 내가 거기서 10%를 너에게 그냥 주도록 할게. 어때? 괜찮지 않아?”

“너희 전 재산의 10%라……. 그걸 누구 코에 붙여?”

“그, 그럼 50%!! 어때? 파격적이지? 50%만 나한테 돌려줘.”

산체스는 엄청 다급한지,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하면서 말까지 더듬었다.

“넌 지금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되나 보구나? 이까짓 것들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전부 태우겠다는 거야. 중국한테 1조 달러를 뜯어낸 내가 이깟 푼돈이 눈이 들어오겠어?”

“그, 그런!!!”

이제 류헤이카이들은 창고 안에 있는 돈과 금괴에 골고루 기름을 다 뿌린 상태였다.

“게다가 나는 마약 팔아서 번 돈 필요 없어. 그딴 돈은 그냥 없어지는 게 나아.”

“제, 제발 부탁이야!!! 그러지 마!!! 하지 마!!!”

나는 무시하고 준비해 놓은 라이터를 켜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야! 다 나와 이제. 다치기 싫으면.”

류헤이카이들은 부랴부랴 창고 밖으로 나왔다.

“이거나 보면서 절망해라.”

“안 돼!!!!!”

산체스의 외침과 동시에 나는 라이터를 땅에 떨구었다.

화르르륵!!!!

창고의 불길은 순식간에 번져나가며 주위를 밝게 비추었다.

“크윽!!! 너 이 자식!!!!!”

산체스의 살기 어린 표독스러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태우기 좋게 한 곳에 잘 모아두었네. 너무 고맙다.”

“내가 너만큼은! 반드시, 반드시 박살을 낼 거다!”

“글쎄? 그전에 우리 애들부터 먼저 상대해야 할 것 같은데?”

“뭐?”

콰앙!

영상 너머에서 드미트리 패밀리가 산체스가 있는 방으로 들이닥치는 게 보였다.

“그럼 곧 갈 테니까 잘 놀고 있어.”

투두두두두두-!

드미트리 패밀리는 신나게 그곳을 제압했다.

***

창고 일을 마무리 짓고 나는 몬테레이 패밀리의 본진으로 갔다.

그곳에는 총과 칼에 맞고 죽은 카르텔 일원들의 시체가 즐비해 있었다.

나는 드미트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

거기에는 산체스가 기절한 채로 의자에 묶여 있었다.

다른 녀석들은 싹 다 가차 없이 없애버리라고 했지만, 산체스만큼은 몸 성하니 두라고 명령해둔 상태였다.

그 재미는 내가 직접 즐겨야 하는 것이었다.

드미트리는 내가 지시한 것을 훌륭하게 이행해 놓았다.

“잘했어.”

나는 녀석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감사합니다!”

드미트리는 내 칭찬에 신이 났는지 우렁차게 말했다.

“신세 좋게 자고 있네. 이 새끼 당장 깨워라.”

“예!”

드미트리가 부하에게 눈짓을 보내자 부하는 물 한 바가지를 가져왔다.

녀석은 바로 산체스에게 물을 뿌렸다.

촤악-!

“으윽!”

산체스는 신음하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정신이 드냐?”

“크윽!”

녀석은 나를 발견하고 이를 빠드득 갈기 시작했다.

“너 이 자식!”

산체스는 포박만 풀리면 당장에라도 나를 덮칠 기세였다.

그 모습을 보자 너무 열 받아서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짝-!!!!!!

“크윽……!”

뺨을 있는 힘껏 갈겨주었다.

“상황 파악 안 돼? 지금 네가 이렇게 나올 처지가 아닐 텐데?”

“닥쳐! 전 재산을 잃어버린 내가 뒤가 있을 거 같아?”

“아 그러셔?”

좀 더 큰 자극이 필요한 것 같았다.

나는 드미트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드미트리는 알아서 권총을 건넸다.

탕-! 탕-!

나는 곧바로 산체스의 양발에 총을 쐈다.

“끄아아아아악!!!”

발에 구멍이 뚫리자 산체스는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이 시발!”

턱-!

나는 곧바로 녀석의 양 볼을 오른손으로 꽉 잡았다.

“닥쳐. 이 새끼야.”

여전히 건방진 모습에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크윽-!”

녀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발악을 했다.

퍼억-! 퍽-!

나는 녀석을 온몸을 가격했고 그로 인해 녀석은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엎어졌다.

퍽-!

“끄아아아악-!”

나는 쓰러져 있는 녀석의 얼굴을 발로 지그시 밟아 눌러주었다.

“이거 안 치워?”

퍽-!

계속 반항적이길래 한번 세게 밟아주었다.

녀석은 머리에 큰 충격을 받았는지 눈이 풀렸다.

“다시 일으켜 세워.”

심각한 분위기라 그런지 드미트리의 부하들은 내 말에 긴장하며 황급히 산체스를 다시 원래대로 앉혀 놓았다.

“물 끼얹어!”

“예!”

촤악-!

다시 물세례를 받은 산체스는 곧바로 또 정신을 차렸다.

“푸앗!”

산체스는 얼굴을 부르르 털어댔다.

녀석의 얼굴에는 점점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했다.

“나를……. 대체 어쩌려는 거야?”

“죽이기밖에 더 하겠냐?”

“…….”

“어떻게 하면 더 고통스럽게 죽일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었다.

“좋은 방법이 생각났네. 역시 그 방법이 최고인 것 같아.”

“뭐?”

산체스는 한껏 겁먹은 표정이었다.

“때마침 물도 많이 적셔 있네.”

“대체 뭘 하려…….”

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녀석은 말도 미처 다 끝내지 못한 채 비명을 질렀다.

“하아……. 하아…….”

꽤 충격이 컸나 보다.

녀석은 이제 완전히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전기 절연복을 준비하면 뭐 해?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또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입지도 않고 말이야.”

“warrior. 제, 제발 살려줘. 내 부탁할게.”

“안 돼.”

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녀석은 또 시원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 한 20번은 계속해서 반복했다.

산체스는 완전히 힘이 빠져 축 늘어진 상태였다.

“어때? 전기 맛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녀석의 목소리에는 완전히 힘이 빠져 있었다.

“그 ‘잘못했어’가 처음부터 나왔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나는 다시 권총을 집어 녀석의 이마에 댔다.

“하지만 늦어도 이미 늦었다. 그만 잘 가라.”

“제, 제발…… 안 돼…….”

탕-!

나는 방아쇠를 눌렀다.

망설임 따위는 전혀 없었다.

그렇게 산체스도 척결했다.

나는 휙 돌아섰다.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은 흠칫 놀랐다.

“다 불태워 버려!”

“예, 옛!”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수진이는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떠세요?”

“홀가분해.”

“그렇군요…….”

수진이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라일 님의 마음이 빨리 치유됐으면 좋겠네요.”

“점점 그렇게 되고 있어. 도와줘서 고맙다.”

“뭘요.”

수진이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또 치유하러 가야지. 아직 정리할 게 남았으니까.”

“예.”

나는 수진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버지가 세웠던 공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오는 곳이었다.

우리 아버지가 꿈을 가지고 만든 공장.

나를 위해, 또 가정을 위해 고생하셨던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이 공장.

그곳에 오니 가슴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이 소중한 공장을 마약 카르텔에게 빼앗기고, 또 마약을 은닉하는 작업을 하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게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제는 이것을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

“오셨습니까?”

류헤이는 나와 수진이를 발견하고 얼른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래.”

“시키신 대로 안에 있던 마약들은 모두 불태우고 있는 중입니다.”

한쪽에서 야쿠자들이 무엇인가 태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잘했어. 근데 아깝지 않아? 양이 꽤 됐을 텐데 말이야.”

“아깝지 않습니다. 저희 야쿠자들은 다른 것은 다 해도 마약에는 절대 손대지 않습니다.”

“……마약에 손 안 댄다고? 지금 내 앞에서 사기 치는 거야?”

대외적으로는 그렇게 말은 하지만 비밀리에 다 만지고 있는 거 누가 모르냐?

이게 어디서 약을 팔아?

“아, 아닙니다. 약간 손대긴 했었죠. 그래도 저희는 라일 님 밑에 들어온 이후로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래. 알았다.”

당황하는 모습이 뭔가 좀 귀여워서 피식했다.

이 녀석도 예전에는 위엄이 있었는데 말이야…….

“공장은 안 태우시고 내버려 두실 생각입니까?”

여기만 제외하고 몬테레이 카르텔의 다른 거점들은 다 태워버리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이렇게 묻는 것이다.

“응. 다른 용도로 쓸 생각이거든.”

“아……. 그러시군요.”

아버지가 힘들게 세운 공장을 태워버릴 수는 없었다.

조금 손 좀 봐서 내가 다시 활용할 것이다.

대표도 미리 다 생각해두었다.

나중에 컨택해야지.

“아무튼 마약 다 정리하고 마무리해.”

“예! 알겠습니다!”

몬테레이 카르텔도 그렇게 정리됐다.

하지만 아직도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나쁜 놈들이 많이 남았다.

부지런히 처리해가야 한다.

나는 씁쓸한 마음으로 공장을 한 번 더 바라본 다음 그곳을 나왔다.

***

라이언 뱅크.

미국에서 손꼽히는 금융회사다.

그런데 현재 라이언 뱅크 임원진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그들이 뒤를 봐주고 있었던 몬테레이 카르텔이 완전히 깨끗하게 섬멸당했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돈마저 다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라이언 뱅크의 CEO인 마이클은 그 소식을 듣고 경악했다.

“당장…… 에이든 대통령에게 전화해야겠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