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비극의 땅 몬테레이 (2)
몬테레이 카르텔 척결 작전.
굳이 간 볼 필요 없이 우리는 속전속결로 녀석들을 섬멸하기로 했다.
몬테레이 카르텔들이 있는 거점은 많았다.
나는 인원을 분배해 각 거점을 점령하도록 미리 지시를 내렸다.
나와 수진이는 녀석들이 제일 신경 쓰고 있는 곳인 창고를 공격하기로 했다.
몬테레이 카르텔 녀석들은 우습게도 모두 전기 절연복을 입고 있었다.
아이튜브에 내가 조선족들을 전기로 지지는 영상을 보고 그렇게 대처한 것이다.
나름 좋은 대처이긴 했으나, 의미 없는 짓이었다.
왜냐면 나는 녀석들과 똑같이 총과 칼로 싸울 생각이었으니까.
“하! 저 녀석들. 라일 님의 전기 공격에 대비해 저렇게 입었지만, 오히려 움직임을 둔하게 해서 최악의 선택을 한 것 같은데요?”
수진이도 녀석들의 꼴을 보고 비웃었다.
“그러게. 나는 전기 공격을 할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야.”
“우리야 좋죠. 손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하. 뭐 어차피 저거 안 입어도 손쉽지 않냐?”
우리의 에이스 장수진 양은 정말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거침없이 적들을 해치워나갔다.
수진이가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아 넋을 잃고 관람하게 한다.
이번에도 나는 좀 관람을 하고 싶었다.
“수진아.”
“네.”
“이번에도 네 실력 좀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수진이는 손을 풀고 고개를 까딱하면서 몸을 풀었다.
“멈춰! 움직이면 쏜다!”
창고를 지키는 놈들은 악을 꽥꽥 질러대며 우리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멈출 우리가 아니다.
그냥 무시하고 녀석들에게 터벅터벅 걸어갔다.
“마지막 경고다! 멈춰라! 안 그러면 사격하겠다.”
“그냥 쏴. 이 병신들아.”
수진이는 가볍게 녀석들에게 법규를 날려주었다.
“저년이!!!”
카르텔 녀석들은 사격을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 투두두두두-!
창고를 지키는 인원들이 꽤 많아서 사방에서 불꽃이 튀겼다.
심지어 성능 좋은 기관총도 있었다.
녀석들 나름 단단히 대비해놓기는 했다.
그러나 어차피 의미 없는 짓이었다.
데이터 쉴드는 문제없이 총알들을 튕겨냈다.
기관총을 쏘든 뭐를 쏘든 상관없이 수진이는 그냥 적들에게 돌진했다.
“여기에 오지 못하도록 계속 사격해!!!”
카르텔 녀석들도 질세라 공격을 사정없이 퍼부었다.
“소용없어!”
결국 수진이는 녀석들 코앞까지 도착했다.
“이 같잖은 년이!”
수진이 앞에 있는 카르텔 일원은 품에서 단검을 꺼내 공격을 시작했다.
휘-! 휘익-!
그놈은 수진이를 향해 있는 힘껏 칼을 휘둘렀다.
“하하. 좀 하네. 살벌한데?”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수진이는 상당히 여유로웠다.
수진이는 데이터 쉴드가 보호하고 있어 굳이 피할 필요가 없음에도 녀석의 공격을 피했다.
완전히 녀석을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날파리처럼 요리조리 잘 피하는구나. 요건 어떨까?”
녀석은 수진이의 품에 순식간에 깊게 파고들어 그녀의 복부를 찌르려고 했다.
“별로인 것 같은데?”
수진이는 씨익 웃은 다음 몸을 뒤로 빼며 동시에 녀석의 팔을 때렸다.
그로 인해 칼을 들고 있는 손이 아래로 내려갔다.
장수진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옆으로 파고들었다.
“이, 이런!”
카르텔 녀석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장수진은 녀석의 목에 당수 치기를 가했다.
퍽-!
“케헥!”
카르텔 녀석은 그 한방에 뒤로 고꾸라졌다.
엎어진 녀석은 숨을 쉴 수가 없는지 목을 감싸며 고통스럽게 기침을 했다.
솔직히 그 모습이 애처로웠지만 수진이는 단호하게 추가타를 준비했다.
퍽-!
수진이는 그대로 발을 들어 녀석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저걸 정통으로 맞았으니 저 녀석은 답이 없다.
바로 게임 끝이었다.
짝! 짝! 짝!
“와-!”
나는 화려한 액션에 감탄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수진이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시크하게 머리를 털었다.
솔직히 저 모습이 겁나 멋있긴 했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다른 녀석들이 바주카를 들고 와 수진이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좀 위험할지도.
“조심해!!”
“!!!!”
내가 소리치자 수진이도 바주카포가 나타난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미 늦은 듯했다.
“죽어!!”
피슝-!
포탄은 바람을 가르며 수진이가 있는 곳으로 날아가 그대로 꽂혔다.
“망할…….”
콰앙-!!!!
요란한 폭발 소리와 함께 수진이는 뒤로 튕겨져 나갔다.
“와-!”
이것 또한 멋있는 광경이라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왔다.
수진이는 땅에 떨어져 심하게 몇 바퀴를 굴렀다.
일반 사람이 저 공격을 맞았으면 바로 즉사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포탄도 견디는 데이터 쉴드 2차 버전이 있다.
“하아……. 쪽팔리네.”
무전으로 수진이의 한탄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창피하면 빨리 일어나서 만회해라.”
수진이가 잠시 아웃되어 있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내가 녀석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나도 수진이가 했던 것처럼 가볍게 몸을 풀면서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나랑 놀까?”
“꺼져. 이 싸이코 자식아!”
카르텔 녀석들은 질색하며 거절했다.
“너무 매정한 거 아니야? 서운해지려고 하네.”
당연히 정말 서운하지는 않다.
그냥 놀리려고 하는 말이다.
“장전 완료!”
바주카포를 쏜 녀석들은 훈련이 잘되어 있는지 어느새 포탄을 갈아 끼웠다.
“죽어!”
피슝-!
아까와 마찬가지로 포탄이 날아와 땅에 꽂혔다.
콰앙-!
요란한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폭발이 일어나건 말건 그냥 유유히 녀석들에게 걸어갔다.
보안 시스템 작동으로 어떤 공격이든 내 앞에서는 무의미했다.
“유, 유령이냐?!!!!”
카르텔들은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버젓이 살아있는 사람한테 유령이라니. 그거 실례야.”
“제, 젠장할!”
녀석들을 당황하며 가지고 있는 온갖 화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무기들이 쏟아져나왔다.
나는 그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디오!”
[네.]
“신호하면 물리 방화벽 활성화시켜라.”
[알겠습니다.]
어느새 적들은 공격 준비가 끝났다.
녀석들은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지금이다. 활성화시켜!”
[네.]
녀석들이 공격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디오에게 명령을 내렸다.
“죽어!!!!”
카르텔 녀석들은 호기롭게 소리를 지르며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건 오히려 본인들을 저승길로 인도하는 짓이었다.
물리 방화벽들이 카르텔 녀석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뭐, 뭔데?”
녀석들은 푸른 패널 벽을 보며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녀석들은 그만 방아쇠를 눌러버렸다.
투두두두두두-!
콰앙-!
총알과 포탄들은 물리 방화벽에 막혀 그 안에서 사정없이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녀석들의 공격은 본인들에게 그대로 되돌아갔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함을 눈치채고 공격을 멈춘 녀석들은 살 수 있었으나, 미처 멈추지 못한 녀석들은 자신들의 공격에 당해버렸다.
살아남은 녀석들은 모두 황당해하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에 양손을 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난 무기도 없어. 너희들 동료들은 자기들이 쏜 공격에 그냥 당했을 뿐이야.”
“이……. 이 개자식이.”
카르텔 녀석들은 자기들도 동료들처럼 당하기 싫어 화기를 버리고 칼을 꺼내 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다고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을 텐데.”
“닥쳐. 이 버러지 같은 놈아. 감히 우리 동료들을 저렇게 만들어?”
녀석들은 적의에 차 나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이 살기를 내뿜으며 노려봤다.
“육탄전은 나보다는 내 부하가 더 전문이라. 저 녀석하고 싸워줄래?”
퍼억-!!!!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진이가 튀어나와 앞에 있는 놈의 면상을 날려버렸다.
“커헉!”
수진이의 공격에 맞은 녀석은 그대로 눈이 풀리며 쓰러졌다.
“너희들은 나랑 놀자고.”
수진이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싸늘한 미소를 보냈다.
“그럼 부탁한다.”
나는 뒤로 빠져나와 다시 관람 모드로 갔다.
“맡겨주십시오.”
수진이는 바로 사냥에 들어갔다.
“죽어!”
카르텔 녀석들도 장수진에게 일제히 덤벼들었다.
수진이는 스스로 패널티를 주고 있었다.
피하지 않아도 됐지만, 굳이 녀석들의 공격을 피했다.
방어를 곁들이다 보니 공격이 둔해지긴 했다.
“뭐하러 굳이 피하는 거야?”
나는 무전을 통해 녀석에게 물었다.
“데이터 쉴드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몸이 무뎌질 것 같아서요. 그리고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어요. 이렇게 해야 할 맛이 나죠.”
“알았다……. 알아서 해라.”
말릴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관람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이게 더 쫄깃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수진이는 데이터 쉴드가 애초에 없어도 될 정도로 카르텔 녀석들의 공격을 이리저리 잘 피하며 한 명 한 명씩 차례로 처리해갔다.
“망할!”
“너무 강해!”
이제 카르텔 녀석들은 장수진과 자신들의 격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뭘 해도 자신들이 안 된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들은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아서 없애. 한 명도 남기지 마.”
“알겠습니다.”
수진이는 바로 놈들을 쫓아갔다.
공격하는 선택도 도망가는 선택도
그 어느 것 하나 그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나는 말 그대로 여기에 마약 카르텔을 전멸시키러 왔다.
마약 카르텔이 된 이상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멸망뿐이다.
수진이가 나머지 잔챙이들을 처리하러 간 동안 나는 창고를 정리할 생각이었다.
“디오!”
[네.]
“산체스 녀석과 영상통화 좀 걸어줘.”
[알겠습니다. 바로 실시하겠습니다.]
디오는 산체스가 연락을 받든 안 받든 상관없이 강제로 녀석과 연결시켜 주었다.
“어이. 산체스.”
“warrior…….”
독기 품은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부하들로부터 녀석들의 거점 여러 곳이 점령당했다는 보고를 받았을 거다.
“너 때문에 부하들이 다 죽어가잖아. 어떡할 거야? 네가 로드리고를 죽이고 너도 자살했으면 이럴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야.”
“나한테 책임 돌리지 마라. 이 좆 같은 새끼야!”
산체스는 분노하며 나에게 외쳤다.
“입도 더럽네. 하는 짓도 더럽고. 그렇게 더러운 것으로 일관되는 것은 좋다.”
“나를 건드리는 게 어떤 의민지 전혀 모르고 있나 보군. 넌 지금 마약 카르텔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야. 왜냐하면 로드리고 님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니까. 네가 그걸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녀석은 이상한 근자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꼴이 너무 우스웠다.
“너를 건드리는 게 정말 마약 카르텔 전체를 적으로 돌리게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나는 차례대로 다 박살 내버릴 생각이니까 말이야.”
“하하하하하하하. 미친놈.”
산체스는 상황 파악 못 하고 웃어댔다.
“산체스. 정신 차리고 화면 좀 볼래?”
나는 녀석에게 창고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녀석은 흠칫했다.
“뭐, 뭐야?!!! 다른 녀석들은 어딨어?!!!”
“다 죽었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여기에 상당히 많은 병력을 배치해 놨기 때문에 녀석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현실 부정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팩트는 바뀌지 않는다.
창고를 지키는 인원들은 모두 섬멸당했다.
나는 산체스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창고에 있는 전 재산. 내가 이제 어떻게 할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