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0화. 가족만큼은 건들지 말았어야지 (3) (91/201)

90화. 가족만큼은 건들지 말았어야지 (3)

차에서 페르난도와 일당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페르난도의 표정은 분노로 인해 엄청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나를 죽일 기세였다.

페르난도 일행들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왔어?”

“내 가족들 어딨어?”

녀석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엄청난 살기가 서려 있었다.

“그렇게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놈이 어째서 다른 가족들 소중한 줄은 모를까?”

“어딨냐고!!!”

페르난도는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우렁찬지 옆의 부하들이 움찔거릴 정도였다.

“알고 싶으면 우리와 싸워서 이겨. 그러면 순순히 원하는 대로 해줄게.”

“미친놈이군. 저기 러시아 놈들과 일본 놈들을 믿고 이렇게 까부는 건가?”

“이 녀석들은 네가 그렇게 무시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은데? 꽤 잘한다고. 아! 그리고 저놈들이 네 아들이랑 부인을 납치해 갔어.”

내 말에 야쿠자 놈들이 히죽거리며 페르난도를 놀려댔다.

페르난도는 얼굴이 엄청나게 붉어지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이 시발새끼들. 진짜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얼른 싸우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원대로 해줄게. 룰은 간단하다. 그냥 여기서 한쪽이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거야. 어때?”

“오냐. 원하는 바다.”

페르난도가 손을 올리자 녀석의 부하들은 품에서 일제히 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각종 기관단총을 들고 있었다.

반면 우리 쪽은 너무나 평온했다.

이 녀석들은 페르난도 일당들을 가소로운 듯이 비웃고 있었다.

야…….

니들 너무 건방진 거 아니냐?

이놈들은 이제 무서울 게 없나 보다.

“싸우자고 해놓고서는 뭐 하는 짓이지? 그냥 그대로 몰살당하고 싶은 건가?”

페르난도는 우리의 여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게. 나도 애들이 이렇게 즐기고 있을 줄을 몰랐네.”

“……그냥 죽어라.”

페르난도 일당들은 총을 장전하며 우리를 겨누었다.

“죽어!!!!”

페르난도의 외침에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투두두두두두두-!

조용했던 광야에 요란한 총소리가 사정없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우리 쪽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총알은 내 몸을 그냥 통과해 지나갔고, 부하들은 데이터 쉴드가 공격을 열심히 막아주고 있었다.

“이런 미친!”

“맙소사…….”

페르난도 일당이 놀라는 거야 항상 그렇듯 당연한 절차였다.

우리 녀석들은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진짜 이 녀석들, 무슨 게임마냥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다들 정신 안 차려?!”

수진이가 그 모습에 빡쳤는지 무전으로 윽박질렀다.

“전투가 장난이냐? 적당히 하고 이제 제대로 싸워!”

“네! 알겠습니다.”

수진이가 잘 나서줬다.

안 그래도 과하다 싶어서 내가 나서려고 했었다.

“이제 저 극악무도한 녀석들을 없애버리자고.”

수진이는 곧장 앞으로 돌진했다.

녀석은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내 옆을 지나갔다.

총알을 뚫으며 빠르게 접근해오는 수진이를 본 페르난도 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압!!”

적들 앞까지 순식간에 도착한 수진이는 높게 뛰어올랐다.

“마, 망할!!!”

수진이는 화려하게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며 적에게 돌려차기를 가했다.

퍼억-!

페르난도 일당 한 명은 그대로 목이 확 꺾이며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다.

마치 그놈은 인형이 툭 하고 땅바닥에 떨어지듯 축 늘어지며 엎어졌다.

“죽어 버려!!!!”

페르난도 일당들은 수진이를 향해 총을 사정없이 난사했다.

투두두두두두-!

하지만 총알은 데이터 쉴드에 막혀 이리저리 튕겨 나가고 있었다.

수진이는 가볍게 피식 웃으며 다음 상대에게 달려갔다.

“오, 오지 마!!!”

적은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했다.

총이 안 통한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멘붕이었나 보다.

퍼억-!

수진이는 주먹으로 상대의 아구창을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커억-!”

퍽-! 퍼억-!

녀석은 곧바로 적의 복부에 연타했다.

“끄응…….”

수진이의 공격을 맞은 녀석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온갖 인상을 쓰며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진이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녀석의 턱에 어퍼컷을 날렸다.

퍼억-!

녀석은 고개가 뒤로 확 젖히면서 그대로 고꾸라졌다.

“재밌는데?”

수진이는 완전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너 아까 애들에게 전투가 장난이냐고 뭐라 하지 않았었냐……?

네가 완전히 놀고 있는 거 같은데?

수진이는 페르난도 일당들을 마치 애 다루듯이 손쉽게 처리해갔다.

이쪽은 이제 볼 필요도 없었기에 나는 다른 녀석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장난?”

나는 어이가 없었다.

수진이의 화려한 솜씨에 정신이 팔려있느라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지금 우리 쪽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은 수진이 혼자였다.

드미트리 패밀리와 류헤이카이 놈들은 나처럼 가만히 서서 수진이의 전투를 감상하고 있었다.

“우와. 대단한데?”

“역시 우리 보스가 선택한 여자인가?”

“저런 사람이 우리 편이라는 게 다행이다. 만약 적이었다면…….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이 녀석들은 자기들끼리 감상평이나 남기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찌릿 하고 쳐다봤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녀석들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해대며 다시 전투에 임하기 시작했다.

그때가 이미 수진이가 적 병력 4분의 1을 처리한 후였다.

진짜 장수진이 어마어마한 녀석이긴 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아까까지 분노로 일관되던 페르난도의 표정에 이제는 당혹감만 자리했다.

녀석은 부하들이 일방적으로 쓸려나가는 것을 보며 얼굴빛이 사색이 되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는 녀석에게 유유히 걸어갔다.

페르난도는 내가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며 놀랬다.

“warrior. 너 이 새끼…….”

페르난도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 나를 조준했다.

난 가볍게 오른손을 들며 어서 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에 녀석의 얼굴에는 다시 분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만만해?!!!”

탕-! 탕-! 탕-!

페르난도는 격렬하게 나에게 총을 쏴댔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그대로 녀석에게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녀석은 안 되겠는지 옆의 동료가 들고 있던 기관단총을 뺏어 나에게 들이댔다.

“그래. 그것도 쏴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라.”

“닥쳐!!! 이 개자식아!!!”

녀석은 포효하며 나에게 총을 갈겼다.

투두두두두두두두-!

물론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총알은 내 몸을 뚫고 지나갔고, 그로 인해 녀석의 부하들이 그만 총알에 맞아버렸다.

“끄아악!!”

“으악!!!”

녀석의 부하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대로 쓰러졌다.

“부하들을 쏘면 어떡하냐? 너 피아식별이 안 돼?”

“이익!!!”

페르난도 녀석은 약이 오른 지 이빨만 갈아대고 있었다.

나는 총구를 잡아 친히 내 머리에 대주었다.

“한번 쏴봐!”

“소원이라면!!”

투두두두두-!

내 머리로 총알이 난사됐지만 그대로 뚫고 지나갈 뿐이었다.

탄창은 어느새 금방 비어버렸다.

“젠장할!!!”

페르난도는 이제 개머리판으로 나를 찍으려고 했다.

꽈당-!

하지만 녀석은 그대로 내 몸을 통과해 중심을 잃고 엎어져 버렸다.

“크윽!”

녀석은 황급히 일어나 다시 나를 개머리판으로 내려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쯤 놀아줬으면 됐을라나?”

주위를 보니 어느새 전투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내 부하들은 인정사정없이 페르난도의 부하들을 박살 내고 있었다.

나도 이제 그만 끝낼 생각이었다.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내가 칼은 못 다뤄서 이걸로 할게.”

탕-!

나는 녀석의 발등을 조준해 총을 쐈다.

“끄아아악!”

녀석은 괴성을 지르며 눈물까지 흘렸다.

탕-!!

반대쪽 발등에도 똑같이 총을 쏴주었다.

핏물과 살점이 사정없이 튀어 올랐다.

“끄아아아아악!”

녀석은 더 이상 서 있지 못하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탕-! 탕-!

난 이번에는 녀석의 양 허벅지를 향해 총을 쐈다.

시원한 비명 소리와 함께 녀석은 온몸을 비틀어댔다.

“으어어어어어어!!!”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녀석은 땅바닥에 굴러댔다.

몸은 피와 모래가 섞여 엉망진창이었다.

“아파?”

그런 녀석을 보며 난 조용히 물었다.

“넌 얼마나 많은 사람을 그렇게 아프게 했니?”

“이 시발!!!! 어디서 훈계질이야?”

이 와중에도 나한테 덤비고 있다.

“고맙다. 네가 그렇게 나오니까 내가 더 막 괴롭히고 싶은 욕구가 솟아나고 있어. 계속 그렇게 나와주기를 부탁한다.”

나는 쓰러져 있는 페르난도에게 다가간 다음 녀석의 손을 집어 총구에 가까이 댔다.

녀석은 내 손을 떨쳐내려고 발악을 했다.

하지만 녀석의 근력이 그렇게 강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계속 총구를 녀석의 손에 대고 있을 수 있었다.

“이, 이거 안 놔?!!!”

“응. 이제껏 수많은 못된 짓을 한 이 손도 없어져 버려야지.”

탕-!

또 피와 살점이 터져나가며 손에 구멍이 뚫렸다.

페르난도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반대 손으로 다친 손을 감싸 쥐었다.

탕-!

나는 거기에 또 총을 쐈다.

그로 인해 페르난도의 두 손도 너덜너덜해졌다.

“끄아아아아악!”

녀석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땅바닥에 뒹굴었다.

“망할!!!”

“넌 네 가족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시발!! 네가 뭔데 내 가족을 들먹여?”

“그냥 네 아들이 안타까워서. 네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끔찍한 일을 당해야 하잖아.”

녀석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이런 녀석이라고 할지라도 아들을 정말 사랑하긴 하는가 보다.

“너……. 내 아들 어쨌어?”

페르난도는 절망하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갈기갈기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일부로 녀석을 자극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그에 녀석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눈이 돌아가 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악!!”

녀석은 온몸이 엉망이었는데도 힘을 쥐어짜며 나에게 돌진했다.

“어떻게?!!! 어떻게?!!! 내 아들한테 그럴 수가 있어!!!”

페르난도의 눈에서는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녀석은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슬픔에 더 이상 뵈는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미 손과 발이 엉망이 된 녀석이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는 없었다.

한다고 해도 통하지는 않았겠지만.

퍼억-!

나는 녀석을 발로 가볍게 밀었다.

“크윽!”

녀석은 힘없이 뒤로 나자빠졌다.

아까 그게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힘이었나 보다.

페르난도는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녀석은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채로 눈물만 흘려댔다.

그에 나는 온갖 역겨운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들을 아끼는 녀석이 어떻게 우리 아빠에게 그런 협박을 할 수가 있었던 것인가.

어쩌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나온 것이었던가?

“슬퍼? 주제에 눈물이 나와?”

“잔말 말고 어서 죽여라!!! 죽여서 내 아들이 있는 곳으로 나를 보내!!!”

“하, 하하하하하하.”

녀석에 말에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티아고는 버젓이 살아 있는데 그걸 모른 채 저러고 있는 녀석의 꼴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상황은 완전히 종료되어 있었다.

수진이와 부하들은 내가 어떻게 마무리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을 차례였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조준했다.

“잘 가라.”

탕-!

페르난도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전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부하들에게 피식하며 말했다.

“그만 돌아가자.”

***

“왜 연락이 안 되는 거야?”

산체스는 페르난도에게 계속 전화해 봤지만, 연결이 안 돼서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는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만 붙잡고 있었다.

띵동-!

메시지가 알람이 울려서 산체스는 황급히 휴대폰을 확인했다.

“헉!”

그는 그만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메시지는 이렇게 와 있었다.

[페르난도는 죽었다. 다음은 너희 차례다.]

[warrior]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