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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화. 전투 채비 (3) (86/201)

85화. 전투 채비 (3)

에이든 대통령은 어안이 벙벙해 할 말을 잃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데이터 쉴드를 건넸다.

“…….”

그는 말없이 신기해하며 그것을 받았다.

“버튼을 누르면 활성화됩니다.”

내가 안내한 대로 그는 버튼을 눌렀고 푸른 보호막이 그를 감쌌다.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솔직히 경호원도 필요 없습니다. 어떤 공격도 다 막아낼 테니까요.”

“……물어볼 게 하나 있습니다.”

“뭔가요?”

“숨길 거면 끝까지 숨기지, 이제서 이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인간은 원하는 대로 밝혀줘도 난리다.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요. 이미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버렸는데 뭐하러 감춥니까? 이제 갑은 당신들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에이든은 내 말에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썼다.

줄곧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그의 표정이 가장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고작 이 정도 가지고 우리 미국을 얕보는 거 아닙니까? 우리 미국에겐 항공모함과 핵무기를 비롯해 다양한 무기들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여기를 석기시대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지요.”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는 체면이고 예의고 다 제쳐두고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상한 경호원들은 나를 제지하려고 나섰으나 에이든 대통령이 그들을 막아 세웠다.

“잘하셨습니다. 대통령. 안 그랬으면 저놈들은 전기구이가 됐을 테니까요.”

“이 시건방진…….”

다시 덤비려는 경호원들을 에이든 대통령은 강하게 제지했다.

그들은 나를 노려보며 이만 갈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가볍게 썩소를 날려준 다음 에이든 대통령을 쳐다봤다.

“대통령님은 제가 왜 그렇게 웃었는지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중국이 항공모함과 핵무기가 없어서 우리에게 쪽도 못 쓴 게 아니니까요.”

“…….”

에이든 대통령은 심호흡을 깊게 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아까 석기시대라고 하셨습니까? 반대로 그 말 돌려드리겠습니다. 정말로 제가 마음만 먹으면 미국을 석기시대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전 당신들이 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나왔다.

빈말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우리나라를 건드린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에이든 대통령과 나는 서로를 노려보며 한동안 대치했다.

결국 그는 크게 콧숨을 내쉬며 먼저 눈길을 피했다.

“정말 깡다구가 엄청나시군요.”

에이든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대며 끌끌 댔다.

“한국은 좋겠습니다. 당신 같은 인재를 두고 있어서요.”

에이든 대통령은 적의를 푼 다음 다시 친근한 태도로 돌아왔다.

“다시 한번 제안해보겠습니다만……. 정말로 미국으로 귀화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에이든 대통령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 한국이 제일 살기 좋다고 생각합니다. 돈만 있으면 여기만큼 살기 좋은 곳은 없을 겁니다.”

“하하하…….”

그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귀화 이야기는 그만하고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할까요? 대통령님께서 차고 계신 그 데이터 쉴드를 독점으로 미국에게 팔겠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너무 팔고 싶어 하시는 것 같아서 의심스럽군요. 대체 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겁니까?”

그도 바보는 아니라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제는 다른 작전을 사용할 때다.

“에이든 대통령님.”

나는 그를 엄숙하게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그는 약간 불안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저는 멕시코 카르텔을 전부 쓸어버릴 생각입니다.”

“!!!!!”

내 말에 에이든 대통령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그는 당황했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멕시코 카르텔을요……?”

“네.”

“굳이 왜 그러시려는 겁니까? 멕시코 카르텔이 대체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

“상관 많습니다. 놈들은 제 부모님의 원수니까요.”

“네?!!”

에이든 대통령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이제 당황함을 아예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는 반드시 놈들을 꼭 없애야 하겠습니다.”

나는 확고한 태도로 그에게 말했다.

그는 별로 그것을 내키지 않아 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대통령께서는 이 사실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신 것 같군요. 참 이상합니다. 마약 카르텔은 미국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골칫거리가 아닌가요? 제가 직접 나서서 그걸 해결해 주겠다는데 왜 그러십니까?”

난 사실 그가 왜 그렇게 나오는지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의뭉을 떨며 노골적으로 물었다.

에이든 대통령은 매우 난감해 보였다.

“조, 좋습니다. 단지 갑작스러워서 그런 것뿐입니다…….”

“정말 좋습니까? 저는 멕시코 카르텔을 전부 다 박살 내서 아예 뿌리를 뽑을 생각인데요?”

“…….”

에이든 대통령은 내 저의를 파악했는지 다시 아까와 같은 적의를 드러냈다.

그의 표정은 많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눈치챈 것 같군요.”

나는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다 알고 있는 겁니까……?”

“그럼요. 제가 모르는 것은 없습니다.”

띵동-!

에이든 대통령의 핸드폰에서 메시지 도착 알람이 울렸다.

그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에게 확인하라고 손짓했다.

에이든 대통령은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모두가 항상 그랬듯이 아연실색하며 그것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 이건…….”

에이든 대통령은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제가 처음에 뭘로 유명해지신 줄 아십니까? 바로 폭로입니다.”

“다, 당신! 이, 이걸 어떻게?!!!”

그는 말까지 더듬을 정도로 크게 당황했다.

“많이들 그렇게 묻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라고요.”

나는 이제 정색하고 그에게 말했다.

“미국의 여러 금융회사가 마약 카르텔에게 투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매수해 그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을 미국 국민들이 알면 어떻게 될까요? 마약 카르텔을 진압하려는 정부의 작전이 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이 금융회사들이 당신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나올까요?”

“…….”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관련된 일은 사실 엄청나게 복잡했다.

이들 배후에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이 있었다.

게다가 미국의 금융기관 또한 마약 카르텔의 돈세탁을 돕고 있었다.

형식상으로 정부는 이에 대한 규제를 철저히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추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규제를 철저하게 짜더라도 금융회사들은 그 규제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금융회사들이 그 규제를 짜는 이들보다 더 금융 지식이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들인 후 새로운 규제 우회 방식을 개발하여 돈세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제대로 잡는 경우보다 꼬리잡기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에이든 대통령은 이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것을 눈감아줄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마약 카르텔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로비를 하고 있는 금융회사가 마약 카르텔들을 투자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당신이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가만히 방관하고 있으니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많은 것을 알고 있군요.”

“그래서 다행이지 않습니까? 저같이 강한 존재가 그 모든 부조리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다 바로 잡을 수 있으니까요.”

“설마 멕시코 카르텔과 관련된 거라면 싹 다 정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잘 알고 계시는군요. 우리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것들은 제가 싹 다 멸망시켜 버릴 생각입니다.”

에이든 대통령은 내 말에 질겁하며 반응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난리가 날 것입니다!”

“그게 뭔 상관이야!”

나는 그의 말에 순간 욱해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에이든 대통령은 깜짝 놀라며 몸을 움찔했다.

치부가 그대로 드러난 그에게서 아까까지의 여유와 위풍당당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에이든 대통령님.”

나는 감정을 추스른 다음 다시 진정된 상태로 돌아와 말했다.

“제 부모님이 녀석들 때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그놈들을 쓸어버리는 것 외에 뭐가 보이겠습니까?”

“…….”

대통령은 이번에는 토를 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제가 이제껏 당신이 설치도록 가만히 둔 이유는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아니면 당신의 비리를 온 천하에 알려 완전히 몰락시켜버릴 테니까요.”

나는 단호하면서 강한 어조로 그에게 말했다.

“일단 데이터 쉴드를 독점으로 구입하십시오. 마약 카르텔에게 투자할 돈이 있으면 차라리 그 돈을 우리에게 내놓으십시오.”

에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다.

“당신에게 선택권이 없습니다. 구입하든가, 아니면 몰락하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건 당신들에게 그렇게 나쁜 선택이 아닐 텐데요. 분명 데이터 쉴드는 쓸만한 장치이니까요.”

잠시 고민한 에이든 대통령은 힘겹게 입을 뗐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다음으로 제가 원하는 것은 앞으로 한국과 제가 하는 일에 전혀 관여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저희를 방해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무조건적으로 그들을 막으십시오. 알겠습니까?”

“거기에 답하기 전에 한 가지만 확인하고 싶은데요…….”

그는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뭡니까?”

“당신들이 하려는 게, 저희 미국도 피해를 보는 것입니까?”

“직접적인 피해는 입히지 않겠지만, 간접적인 손해는 생길 것입니다.”

“……그렇군요.”

그는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서 생기는 손해는 그동안 나쁜 짓을 해왔던 대가로 생각하고 감수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당신들이 하려는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이제 거의 체념하며 말했다.

“사실 저도 마약 카르텔들이 멸망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회사들도요.”

갑자기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공공연히 알다시피, 우리 미국은 세계 최대의 마약 소비국입니다. 미국에서 돌아가는 마약 자금은 전세계에서 최대 규모이지요. 그게 다 금융회사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 나쁜 놈들은 그렇게 더러운 수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어요.”

그의 목소리를 격양되었다.

“하지만 로비로 받은 돈이 있어 저는 그들을 막지 못했지요. 다 알면서도 눈감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나쁜 인간이지요.”

“알면 됐습니다. 지금이라도 속죄할 기회를 드릴 테니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당신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시키실 일이 있으면 시키십시오. 마약 카르텔과 금융회사들이 몰락하는데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올 것은 예상 못 했다.

뜻밖에 수확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친히 이렇게 나오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다.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악수를 건넸고 그는 결의에 찬 듯 악수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미국 대통령도 포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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