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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화. 전투 채비 (2) (85/201)

84화. 전투 채비 (2)

“네. 이나 씨.”

“저기……. 라일 씨.”

박이나는 뭔가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 같은 목소리였다.

“네. 무슨 일이시죠?”

“멕시코 지사로 출장 나갈 사람들 라일 씨가 미리 뽑아 놓으셨잖아요……. 거기에 대해서 임원진들이 불만이 많아요.”

아.

그 이야기였어?

멕시코 출장이 정상적인 게 아니라서 차마 진짜 디씨소프트 직원들을 그곳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곳에서 같이 지낼 사람들이 류헤이카이랑 드미트리 패밀리 놈들인데, 어떻게 정식직원을 보내겠는가.

그래서 박이나에게 대충 돌려서 잘 말해달라고 부탁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나 보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래요?”

“그래도 회사 사람이 몇몇 파견돼서 그곳을 관리해야지 어떻게 한 명도 안 갈 수가 있냐고 따지더라고요. 게다가 어디서 이상한 사람들이 대거 등장해서 한꺼번에 그곳으로 가냐고도 하고요.”

썩을…….

그러면 니들이 가던가.

대놓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쨌든 지금 이렇게 하는 게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개인적인 일로 그러는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내 입장에서 할 말은 없다.

“저 warrior가 직접 맡아서 책임지고 관리할 테니 그냥 믿고 맡겨주시라고 적당히 돌려서 잘 말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부탁하겠습니다.”

“네.”

박이나와 통화를 마쳤는데 그런 나를 쳐다보는 일수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박이나지?”

“응.”

“오~!”

“그런 분위기 전혀 아니었으니까 설레발치지 마.”

“오오오!”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일수는 나를 놀리느라 바빴다.

대응하기 귀찮아서 그냥 무시했다.

***

며칠 뒤

나는 류헤이카이랑 드미트리 패밀리를 모두 한국에 불러들였다.

류헤이와 드미트리는 내 요청에 따라 멤버들을 선발해서 100명씩 데리고 왔다.

녀석들은 줄에 맞춰 질서정연하게 서 있었다.

그렇게 서 있으니 솔직히 폼나긴 했다.

“주목!”

녀석들은 군기가 바짝 든 채로 내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두 조직은 나의 충실한 일꾼들이 되었다.

나를 정식 보스로 인정한 것이다.

나는 만족스럽게 놈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너희는 조만간 멕시코에 가서 일할 것이다. 말하자면 위장취직이지.”

나는 손을 튕기며 신호를 보냈다.

미리 지시한 대로 류헤이와 드미트리는 어떤 상자를 내 앞으로 가지고 나왔다.

“하나씩 나눠주도록.”

“네!”

둘은 우렁차게 외치며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상자에는 데이터 쉴드 2차 버전이 담겨 있었다.

“받았으면 모두 착용해봐.”

데이터 쉴드 2차는 팔찌와 이어폰, 이렇게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었다.

류헤이카이와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은 신기해하며 그것들을 착용했다.

“팔찌에 빨간 버튼이 있을 거다. 모두 눌러봐.”

버튼을 누르자 푸른 보호막이 생기면서 녀석들 주위를 감쌌다.

“오오오!!”

“신기해!”

처음 보는 장치에 모두 신기해하며 야단법석이었다.

“그 푸른 보호막은 칼과 총은 물론 열도 견뎌내고 폭탄까지 막아낸다. 그러니 안심하고 마음껏 날뛰면 된다.”

“오오오!!!”

내 설명을 듣자마자 녀석들은 칼을 꺼내 자기들끼리 쑤시고 아주 난리가 났다.

“야! 진짜 다 막아내.”

“우와. 상처 하나 안 생기는데?”

녀석들은 데이터 쉴드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면서 감탄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명이나 되는 깡패 놈들이 저러고 있으니까 좀 보기가 흉했다.

“그만해라. 눈 배리겠다. 너희들이 어린이들이냐?”

내가 나무라자 바로 하던 짓을 멈추고 다시 질서정연하게 모였다.

역시 군기가 바짝 들어 있다.

“좋아. 맘에 들어. 그러면 다시 설명을 이어가지. 그 이어폰처럼 생긴 것은 무전은 물론 번역기능도 있다. 그걸 차고 있으면 알아서 너희가 쓰는 말로 번역될 거고 또 너희가 말하는 것도 번역되어서 나갈 거다. 지금 내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

또 자기들끼리 시험해보려고 하길래 나는 얼른 주의를 줬다.

“가만히 있어! 설명 다 듣고 움직여.”

“네!”

움직이려는 놈들은 당황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또 그 장치는 너희들에게 행동 매뉴얼을 제공하고, 또 게임회사 직원인 척 연기할 수 있도록 적당한 정보도 알려줄 거다. 그러니까 거기에 맞춰 행동하면 된다. 알겠어?”

“네!”

우렁찬 대답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일단 마음에 든다.

“이미 너희들의 보스들에게서 설명을 들었을 거지만 다시 한번 말하겠다. 지금 우리가 멕시코로 가는 이유는 마약 카르텔을 모두 섬멸하기 위해서이다.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가기 싫은 사람들은 괜찮으니까 지금이라도 나와서 포기해라.”

녀석들을 둘러봤지만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야. 정말 다 가서 싸울 거야?”

“네!!!!”

힘찬 외침이 그곳을 가득 채웠다.

다들 몸이 근질근질했는지 겁먹기보다는 오히려 싸우고 싶어 난리인 것처럼 보였다.

이제껏 내가 활동을 막고 있었는데 마음껏 날뛰라고 허락해주니 숨통이 트이나 보다.

“좋아! 그러면 나를 위해서 싸워 준 만큼 안전을 보장하겠다. 방금 봤듯이 그 데이터 쉴드만 있으면 너희는 어떠한 상처도 입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싸우도록 해라.”

“네!!!!”

“오케이. 그러면 모두 이제 멕시코로 떠날 준비를 하라고.”

“네!!!”

데이터 쉴드를 분배받은 녀석들은 류헤이와 드미트리의 지시에 맞춰 멕시코로 떠날 준비를 하러 갔다.

띠리리리-!

그때 전화가 울렸다.

신원미상의 번호였다.

“디오야. 누구냐?”

[에이든 대통령입니다.]

“하! 참고 참다가 이제야 전화하는구먼.”

이미 미국에서 계속해서 한국 쪽 정보를 얻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 없으니 이렇게 직접 전화한 게 분명했다.

[받으시겠습니까?]

“당근.”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에이든 대통령입니다.”

“오. 대통령님! 직접 이렇게 전화를 다 하시다니.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의외인척 연기하며 물었다.

“당신을 좀 보고 싶은데 미국으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하!

요것 봐라?

건방지게 누구한테 오라 가라야?

“제가 많이 바쁜데요. 대통령님께서 이곳으로 직접 오시면 안 되겠습니까?”

“…….”

에이든 대통령은 내 말이 어이가 없는지 잠시 말이 없어졌다.

하기사 이런 푸대접을 어디서 받아봤겠는가.

나는 에이든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알겠습니다…….”

의외의 반응이었다.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숙이고 들어왔다.

“정말로 오실 생각입니까?”

“바쁘시다는데 제가 직접 가야죠. 당신을 만나고 싶은 건 저니까요.”

에이든 대통령은 어떻게든 나를 만나기 위해 강수를 두었다.

“하하하. 이거 괜히 수고하시게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지만 예의상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러면 가서 뵙도록 하죠.”

그 이후 에이든 대통령은 비밀리에 한국에 방문했다.

이는 철저하게 비밀리에 부친 방문이었기에 모든 것이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나는 청와대에 대기하며 에이든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가 등장했다.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뜻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친히 와준 그에게 나는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아닙니다.”

그는 친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든 대통령은 백기완 대통령과 잠시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에 나와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게임회사는 잘 되나 봅니다.”

“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더라고요. 미국에서도 대박이 났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진심인지 아니면 형식상 그렇게 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친근하게 말해주어서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분명 그가 이런 이야기나 하러 온 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분명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바로는 하지 못하고 이야기를 꺼낼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지체할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주었다.

“그래서 저는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

내가 저돌적으로 나오자 에이든 대통령은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옅은 웃음을 머금고 나를 쳐다봤다.

“대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것입니까?”

그의 얼굴에 남아있던 웃음기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모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바보가 아닙니다. 분명 무엇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요. 사실 북한과의 일도 당신과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에이든 대통령은 애도 아니고 완전 떼쓰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나왔다.

증거도 없으면서 단순히 심증만으로 이렇게 밀어붙인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넘어가 주기로 했다.

왜냐면 더 큰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맞습니다. 관련이 있지요.”

“…….”

에이든 대통령은 내가 순순히 불자 약간 놀란 눈치였다.

이렇게 순순히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대통령을 제가 여기로 그냥 불렀겠습니까? 다 목적이 있으니까 불렀겠지요.”

“이제 다 말할 생각입니까?”

“네. 때가 됐으니까요. 대통령님께서 추측하신 대로 연천 연구소는 보통 연구소가 아닙니다. 저희는 엄청난 무기를 개발해버렸죠.”

내 말에 에이든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경호원들을 데리고 저를 따라오십시오.”

나는 에이든 대통령을 적당한 장소로 데리고 갔다.

거기서 나는 데이터 쉴드 1차 버전을 보여주었다.

“이게 뭡니까?”

“이것이 이번에 저희가 개발한 신무기입니다.”

나는 데이터 쉴드를 착용한 다음 버튼을 눌러 활성화시켰다.

“이것은 총과 칼을 막을 수 있는 방어막 시스템입니다. 직접 보여드리도록 하죠. 경호원들을 시켜 이 칼로 저를 공격하게 하십시오.”

에이든 대통령은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경호원들에게 나를 공격하도록 시켰다.

그들은 나에게서 칼을 받아 자세를 취했다.

“공격하시지요.”

“원한다면요.”

경호원들은 나에게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챙-! 챙-!

그들은 처음에는 살살했으나 공격이 전혀 안 먹히는 것을 눈치채고 점점 더 격렬하게 나를 공격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제 그들은 약이 단단히 올랐는지 완전히 나를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 생채기 하나 입힐 수 없었다.

“칼에 대한 테스트는 이것으로 마쳐도 될 것 같군요. 이번에는 총입니다. 한번 저를 쏴보십시오.”

내 요청에 경호원들은 품에서 총을 꺼냈다.

미리 백 대통령에게 이럴 것을 알렸기에 여기에서 총소리가 나도 상관없었다.

“그럼 쏘도록 하겠습니다.”

경호원들은 권총으로 나를 정조준해 쐈다.

탕-! 탕-!

“!!!!!”

역시나 데이터 쉴드는 총까지 막아냈다.

경호원들은 놀라워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가볍게 웃어주었다.

에이든 대통령까지 흥미롭게 데이터 쉴드를 관찰했다.

“에이든 대통령님.”

“……예.”

나는 그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국에게 이 데이터 쉴드를 독점으로 팔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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