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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복수는 나의 것 (4) (77/201)

76화. 복수는 나의 것 (4)

“어서 도망쳐!”

카를로스 카르텔 일원들은 헐레벌떡 뒤로 도망쳤다.

투두두두두-!

드미트리 패밀리는 녀석들을 놓칠세라 부지런히 총을 쏴댔다.

“끄아아아악!”

카르텔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정신을 못 차렸다.

병력의 반이 순식간에 몰살당해버렸다.

나머지 반은 얼른 문밖으로 나가 옆쪽 벽에 몸을 숨겼다.

“하아…. 하아….”

카를로스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아픈 볼을 만지며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그 이상한 동양인 녀석은 총알을 그대로 뚫고 지나왔다.

그건 거의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서, 설마……?”

갑자기 카를로스의 머리에, 이전에 아이튜브에서 돌아다니던 영상이 떠올랐다.

warrior라는 동양인 남자가 자신을 죽이려 온 조선족 킬러들을 응징하는 영상이었다.

그 남자도 총알이 몸을 그대로 지나갔었다.

카를로스는 그게 CG인 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저 녀석……. 그 warrior란 자식인가?”

“맞아. 카를로스! 내가 바로 warrior다!”

녀석은 어떻게 카를로스의 말을 들었는지 그들이 있는 쪽으로 크게 외쳤다.

“보, 보스. 어떡하죠? 이미 동료들이 많이 죽었는데요.”

부하는 두려움에 떨며 카를로스에게 물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저 새끼들 다 죽여버려야지.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야?”

부하는 후퇴하기를 바라며 물었지만, 카를로스의 뜻은 완고했다.

그는 그만큼 궁지에 몰려있었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돈마저 다 털어서 여기에 왔기 때문에, 이제 그의 수중에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이대로 아무런 소득 없이 물러선다면 어차피 끝이었다.

그는 여기서 결판을 지어야 했다.

저벅-! 저벅-!

그러는 사이 드미트리 패밀리들이 거침없이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들……. 자기들이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지 겁도 없이 나오는군. 저렇게 방심하고 있을 때가 기회다.”

카를로스는 부하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며 말했다.

“내가 신호하면 일제히 공격해. 그러면 이번에는 우리가 반격할 수 있어.”

“알겠습니다.”

부하들은 카를로스의 지시에 따라 공격 준비를 하며 대기했다.

드미트리 패밀리들이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자 카를로스는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다!”

카를로스의 신호에 부하들은 다가오는 드미트리 패밀리들에게 일제히 총을 쏴댔다.

투두두두두두-!

다시 한번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카르텔 일원들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혼신의 일격을 가했다.

“감히 우리 동료들을 죽여?!!!”

“죽어! 이 개자식들아!!!”

그들은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호기롭게 총을 쏴댔다.

그때 갑자기 드미트리 패밀리들의 앞에 푸른 패널이 나타났다.

틱-! 틱-! 틱-!

그 푸른 벽은 총알을 다 막아내고 있었다.

“뭐, 뭐야 저게?!!!”

카를로스 일원들은 갑자기 나타난 푸른 보호막으로 인해 당황했다.

드미트리 패밀리들은 놀라워하는 그들을 같잖게 쳐다보며 비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카르텔 일원들은 오기가 생겨 총을 더 격렬하게 쏘기 시작했다.

“이거나 먹어 새끼들아!”

그들은 가지고 있는 수류탄과 초소형 폭탄까지 던졌다.

펑-! 퍼엉-!

이번에는 요란한 폭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폭발로 인해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나 그들은 드미트리 패밀리들이 어떻게 됐는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카르텔 일원들은 숨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고요한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해치웠나……?”

전형적인 클리셰적 발언이 그 침묵을 깼다.

카를로스는 그 말을 내뱉은 부하를 무섭게 노려봤다.

“야! 너 가서 확인해 봐.”

“네?!!”

부하는 아연실색하며 반응했다.

“시발. 이 와중에 왜 부정 타는 말이나 하고 지랄이야? 빨리 가서 확인 안 해?”

카를로스가 무섭게 쏘아붙이자 부하는 울상이 되었다.

부하가 망설이고 있자 카를로스는 그에게 총을 겨눴다.

“죽기 싫으면 빨리 가.”

그는 하는 수 없이 드미트리 패밀리들이 있던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부하는 긴장한 채 슬금슬금 그쪽을 걸어갔다.

그는 연기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카를로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모두가 숨죽이며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갑자기 부하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렇지. 시발.”

카를로스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아직 멀쩡하다. 다시 공격해!”

카를로스의 명령에 부하들은 공격을 재개했다.

투두두두두두-!

다시 총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틱-! 틱-!

총알 튀기는 소리가 점점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 젠장! 뭔데?!!!”

“뭐긴. 니들 잡으러 온 사람들이지.”

드미트리 패밀리들이 방긋 웃으며 그들 앞에 나타났다.

“이제 그만 죽어라. 병신들아.”

“이, 이런!”

탕! 탕! 탕!

드미트리 패밀리들은 카르텔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격에 카르텔들은 속수무책으로 쓸려나갔다.

“제, 젠장. 어떻게든 해봐!”

카를로스는 두려움에 떨며 부하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부하들은 그냥 무력하게 죽어 나갔다.

이건 전투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카르텔 일원들은 이제 싸울 의지를 완전히 상실해버렸다.

살아남아 있는 인원들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디가?!!! 거기 안 서?!! 다 죽고 싶어?!!!”

카를로스는 도망치는 부하들을 향해 윽박질렀지만 소용없었다.

어차피 카를로스의 손에 죽나 드미트리 패밀리의 손에 죽나 똑같았기 때문에 그들은 그냥 냅다 도망치는 선택을 했다.

“이 망할 놈들이!!!!”

부하들이 다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에 카를로스도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그도 여기서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두고 보자. 이 개자식들.”

카를로스도 얼른 건물 밖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그때 갑자기 그 동양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카를로스 주변으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일단 한번 먹어봐. 전기라고 아주 맛있을 거야.”

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카를로스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는 격렬하게 발작하며 그대로 힘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카를로스는 입에 거품을 물며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우와. 거품을 물고 기절한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처음 보네.”

그 동양인 남자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그는 피식 웃으며 드미트리를 쳐다봤다.

“도망치는 놈들 잡아서 정리하고, 이놈은 의자에 꽁꽁 묶어놔.”

“알겠습니다!”

드미트리는 그의 명령에 따라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려 나머지 일당들을 소탕하러 갔다.

***

“으윽!”

카를로스는 신음하며 정신을 차렸다.

“이제 정신이 드나 보네?”

깨어난 녀석은 상황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주변만 살펴봤다.

짝-!!!!!!!

“커헉!”

빨리 정신 차리라고 뺨을 한 대 시원하게 갈겨줬다.

가슴이 뻥 뚫릴 정도의 찰진 소리에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또 맞기 싫으면 어서 정신 차려.”

“너, 너! 설마 그 warrior란 녀석이냐?”

“호오. 멕시코에까지 내 명성이 퍼졌나? 어떻게 알아보네?”

“너 이 자식…….”

카를로스는 이를 갈며 나에게 덤비려고 했다.

하지만 드미트리가 의자에 아주 꽁꽁 잘 묶어놨는지 녀석은 일어나지 못했다.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냐?!!!”

“네가 여기 먼저 쳐들어와 놓고서는 뭐래?”

“그건 너희가 우리 마약과 비트코인을 훔쳐 갔기 때문이잖아!!!”

녀석은 표독스럽게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댔다.

“시끄러워 죽겠네.”

짝-!!!!!!!

짜증 나서 뺨을 한 대 더 갈겨주었다.

“큭!”

녀석은 온갖 인상을 쓰며 죽일 듯이 나를 노려봤다.

“너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됐구나? 한번 언제까지 그렇게 건방지게 나오는지 시험해볼까?”

나는 그 뒤로 인정사정없이 녀석을 패기 시작했다.

퍽-! 퍼억-!

“컥! 크헉!”

녀석은 그냥 일방적으로 나에게 처맞았다.

퍽-! 퍽-! 퍼억-! 퍽-!!!!!

“그, 그만! 그만!!!!!”

녀석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처절하게 외쳐댔다.

“존댓말 사용해 새끼야!”

“그만해주십시오!!”

녀석은 서러움에 눈물 콧물까지 쏟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하나도 불쌍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이제야 대화를 할 자세가 되어있구나?”

“저,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내가 왜 이러냐고? 아주 좋은 질문이야. 카를로스.”

나는 녀석에게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한테 왜 이럴까? 한번 알아맞혀 봐.”

“모, 모르겠습니다…….”

나는 드미트리 품에 있던 권총을 냅다 뺏었다.

내 돌발행동에 드미트리는 물론 거기 있던 사람들이 다 놀랐다.

나는 그런 반응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카를로스의 다리를 향해 총을 겨눴다.

탕-!!!!

“끄아아아아아아악!!!”

녀석은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는지 몸을 비틀어대며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냥 막 대답하지 말고 생각하고 말해. 이 개새끼야.”

나는 단호하면서 독하게 나왔다.

“모, 모르겠습니다. 대체 저에게 왜…….”

탕-!

“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반대 허벅지에 총을 쐈다.

“허억…. 허억….”

녀석은 공포로 인해 사색이 되어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네가 이때까지 남들에게 하던 짓이잖아. 이제 직접 당해보니까 어때?”

“…….”

녀석은 말없이 그냥 흐느끼며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진짜 어이가 없다. 하나도 안 불쌍하니까 그만 질질 짜라.”

“저,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카를로스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그게 더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내가 한국인인데……. 정말 모르겠어? 너에게는 그 일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

“!!!!!”

내 말에 녀석은 뭔가 깨닫는 게 있는지 토끼 눈을 뜨며 나를 쳐다봤다.

“서, 설마? 이문호의 아들?!!”

드디어 녀석은 내가 왜 이러는지 눈치챘다.

“이제 알았어? 우리 아버지는 팔아넘기고 나서 신세 많이 좋아졌네? 몬테레이 카르텔의 말단 따까리가 어느덧 한 조직의 보스가 되어버리고 말이야.”

“사, 살려주십시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녀석은 이제야 나에게 애걸복걸하며 매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늦어도 이미 늦었다.

아니, 애초에 우리 아버지를 팔아넘긴 이상 녀석에게 기회란 없었지…….

“널 너무나 만나고 싶었어. 내 손으로 직접 너를 죽여버리고 싶었거든.”

“제, 제발 부탁입니다. 저를 살려주십시오! 제발.”

녀석은 온갖 불쌍한 척을 다 하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하나도 안 불쌍하다.

내게 힘이 없었으면 반대로 내가 저놈과 같은 상황이었겠지.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죽이던 놈이 이제 자기가 죽을 차례가 되니 저 꼬락서니다.

“너는 너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했어?”

“…….”

녀석은 할 말이 없는지 절망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반응을 보아하니 네가 이때까지 저지른 짓은 잘 알고 있나 보네.”

나는 녀석을 향해 씨익 웃었다.

“어떻게 죽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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