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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복수는 나의 것 (2) (75/201)

74화. 복수는 나의 것 (2)

나는 바로 드미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냐?”

경계하는 목소리로 녀석은 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네 보스지. 이 자식이 빠져가지고.”

“아! 보, 보스셨습니까?!!”

드미트리는 당황하며 황급히 태도를 바꾸며 말했다.

“왜 그래?”

“아……. 그게, 최근에 카를로스 패밀리 녀석들에게 선전포고가 들어와서요. 그때 보스인 줄 알고 전화 받았는데 녀석이라 당황했었거든요…….”

“그건 이미 알고 있어.”

“역시 보스시군요.”

드미트리는 무색해 하며 말했다.

“근데 보스는 어쩐 일이세요?”

“나도 그 일 때문에 전화한 거야.”

“아…….”

“녀석들이 지금 너희 족치려고 러시아에 들어와 있어.”

“뭐, 뭐라구요!?”

드미트리 녀석은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아연실색하며 반응했다.

“어떻게 말입니까? 녀석들이 여기에 온 순간 공항에서 바로 다 잡혀버릴 텐데요.”

“그러니까 비행기로 안 오고 육지로 왔지. 그 녀석들, 먼저 중국으로 들어온 다음에 러시아로 건너갔어. 전부터 중국 자본이랑 결탁하고 있어서 편하게 그렇게 할 수 있나 봐.”

“그, 그런…….”

드미트리의 목소리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뭐야? 너 떠냐?”

“이전에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멕시코 애들이 무섭긴 하거든요. 우리도 한 성질 하지만 녀석들은 진짜 극악무도합니다.”

“나도 이전에 너한테 말했을 텐데. 녀석들이 너희들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하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네……. 믿고 있습니다.”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여전히 두려워 보였다.

이 녀석.

생긴 거랑은 다르게 쫄보다.

“메시지 보낸 대로 나도 곧 그리로 갈 거다. 너희는 카를로스 카르텔 놈들과 전투할 준비 하고 있어.”

“네?!! 놈들과 진짜 싸우려고요?”

“그럼 당하고만 있을래? 그놈들은 너희들한테 죽자고 달려들 텐데?”

“아니요. 싸워야죠…….”

드미트리는 여전히 떨고 있는 듯했다.

진짜 짜증 나게 의기소침해 있네…….

“야! 걱정 마. 이 형님이 책임지고 보호해준다고.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기운차게 대답하는 드미트리였다.

“오케이. 목소리 좋네. 그럼 곧 보자.”

***

세례메티예보 국제공항

나는 러시아에 도착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계속 나를 주시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왔냐고?

정보 조작해서 비행기 타는 것이 나에게 일이겠는가?

체크인 처리는 알아서 디오가 해주고 나는 비물질 데이터로 변환된 몸으로 유유히 비행기에 타면 끝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내가 여기 온 줄 꿈에도 모른다.

러시아가 처음이라 나는 드미트리에게 마중 나오라고 부탁해 놓은 상태였다.

나는 공항을 둘러보며 드미트리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은 공항 앞에서 무슨 부대에서 사단장 맞이하듯이 도열해 서 있었다.

이 미친놈들이 떼로 몰려온 것이다!

모르는 척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 데 하필 드미트리가 나를 발견해버렸다.

“어서 오십시오. 보스!”

녀석들은 당차게 나에게 인사했다.

당연히 이곳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야……. 이 병신들아. 몰래 왔는데 이러면 의미가 없어지잖아. 몇 명만 오면 될 것이지 이렇게 떼거지로 오면 어떻게 해?!!! 뭔 행사하냐?”

“보스가 이렇게 먼 곳까지 친히 오셨는데, 차마 모두 마중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

시발.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네.

보고 있는 사람도 많아서 러시아 정부가 내가 왔다는 것을 아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하아…….

진짜 발암이네.

내가 이딴 녀석들을 보호해주러 여기 왔다니.

일단 약속은 했으니 지켜야겠지…….

내가 정색하니 녀석들 표정은 당황한 듯 보였다.

녀석들은 정말 선의에서 이런 행동을 한 것 같았다.

저 불쌍한 표정들을 보니 뭐라 하기도 좀 그렇다.

“일단…… 그냥 가자.”

“……네.”

나는 녀석들의 차를 타고 아지트로 갔다.

곧바로 나는 드미트리의 방에서 그와 면담을 가졌다.

“카를로스 패밀리 녀석들. 곧 이삼일 내로 모스크바로 들어올 거야.”

“네?!! 벌써요?”

“내가 녀석들에게 정보를 푼 상태거든.”

“보스가요?”

드미트리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

“왜 굳이 녀석들에게 정보를 줬습니까?”

“내가 설마 제대로 된 정보를 줬겠냐? 당연히 잘못된 걸 줬지.”

“아……. 역시 보스시군요.”

드미트리는 안심하며 미소를 지었다.

“니들 아지트가 여기 시내 한복판에 있는데 총격전이나 하고 있으면 정부가 좋다고 그냥 내버려 두겠다. 따로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너희들 아지트라고 알려줬으니까 거기서 싸우자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금 파일 하나 보냈으니까 확인해봐.”

드미트리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나는 그에게 프로필 사진을 한 장 보냈다.

“이건 누구입니까?”

“카를로스 패밀리의 보스인 카를로스야. 너에게 선전포고한 놈이기도 하고.”

“하! 새끼 정말 거지 같이 생겼네요. 별것도 아닌 놈이 개기기는.”

너…….

그 별것도 아닌 놈에게 아까까지 쫄고 있지 않았냐?

카를로스가 만만하게 생겼는지 드미트리는 자신감이 많이 붙어 있는 상태였다.

“보스께서 이렇게 사진을 직접 보낸 이유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녀석만큼은 필히 꼭 죽여버리라는 뜻이겠지요?”

“아니. 그 반대야. 이 녀석만큼은 절대 죽이지 마.”

“네?”

드미트리는 내 대답이 예상외였는지 의아해했다.

“이 녀석은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할 거야. 그러니까 무조건 생포해서 나한테 데리고 와.”

“아……. 그런 의미였군요. 알겠습니다. 명심하고 그렇게 하죠.”

드미트리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이 녀석 아까부터 이상하게 들떠있다.

“녀석들에게 뿌린 가짜 아지트 주소도 방금 보내놨으니까, 애들 데리고 거기 가서 전투 준비하고 있어. 나는 너희 대통령 좀 만나봐야 할 거 같으니까.”

“네? 대통령은 갑자기 왜요?”

“시발. 너 때문이잖아!!!”

나는 결국 폭발해 녀석에게 윽박지르고 말았다.

“병신같이 누가 그렇게 공항에 모여서 날 맞이하래? 아주 대놓고 ‘저는 마피아입니다’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지겠냐? 거기에 너희들이 러시아 사람도 아닌 나에게 일제히 인사를 하는데 사람들이 그냥 무시하고 있겠어? 이미 다 소문나서 대통령 귀에까지 들어갔겠다!!”

나는 쉬지도 않고 기관총처럼 드미트리를 쏘아붙이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녀석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하며 벌벌 떨었다.

“마음만은 가상했으니 봐준다. 어차피 한 번쯤은 만나 봤어야 했어. 아무튼 내가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동안 너는 전투 준비나 잘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만.”

나는 드미트리 패밀리의 아지트를 나왔다.

그때 디오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라일 님. 주변에 특수 요원들이 숨어 있습니다. 저격수도 몇 명 있군요.]

빠르다.

특수 요원들이 나섰다는 것은 이미 지시가 다 내려졌다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 분위기가 좀 어때?”

[난리 난 상황입니다. 라일 님의 방문을 전혀 예상을 못 했던 터라 지금 긴급하게 모두 모여서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라일 님의 방문 목적을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하하.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멍청한 드미트리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어떻게 할까요? 요원들을 다 전기로 지져버려서 기절시켜버릴까요?]

“아니야. 됐어. 말도 없이 방문한 내 잘못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러시아 정부에게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전혀 없고 그냥 대통령과 조용히 대화를 하고 싶다는 메시지만 보내줘.”

[알겠습니다.]

나는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러시아 측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귀를 기울이니 조그만 인기척이 살살 들렸다.

나는 피식했다.

잠시 뒤 디오가 다시 말을 걸었다.

[러시아 측에서 라일 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러시아 대통령도 라일 님과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하네?”

[여기로 곧 사람을 보낸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라고 합니다.]

“오케이.”

부웅-!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멀리서 고급 승용차들이 오는 게 보였다.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차에서 일제히 내리기 시작했다.

딱 봐도 높은 지위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이 내게로 왔다.

그는 내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FSB 국장 레브입니다.”

“반갑습니다. warrior입니다.”

“실제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하하. 영광일 거까지야…….”

“뭐, 뭐야?!!!!!”

약간의 소란이 있어서 뒤를 쳐다보니,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이 갑작스러운 정부 요인의 방문에 깜짝 놀라서 밖으로 나와 있었다.

드미트리 녀석들이 갑자기 몰려오자, 숨어있는 요원들이 일제히 등장해 녀석들을 총으로 조준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나돌기 시작했다.

“제 밑에 두고 있는 녀석들입니다. 제가 알아서 관리할 테니 건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냥 내버려 둬라. 알아서 하시겠다고 한다.”

레브는 내 말에 바로 따라주었다.

그의 명령에 요원들은 총을 거뒀다.

“야! 그냥 들어가 있어. 소란 피우지 말고 내가 시키는 거나 잘해.”

“예!”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도 내 말에 따라 경계를 풀고 다시 아지트로 들어갔다.

“그럼 이제 바로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도 되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차에 타시죠.”

그는 나를 안내하며 차에 태웠다.

레브는 나랑 같이 뒷좌석에 앉았다.

“러시아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그는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저놈들을 보호해주려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드미트리 패밀리는 제가 관리하는 놈들입니다. 제 밑으로 둔 이래로 활동을 아예 중지시킨 상태니까 제가 범죄 활동을 주도한다고 오해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활동을 멈추게 한 저에게 고마워해야 합니다.”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레브 국장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런데 보호라니……. 누가 공격이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최근에 멕시코의 카를로스 카르텔이라는 놈들이 제 부하들을 타겟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그놈들은 중국을 통해 여기 러시아에 들어온 상태입니다. 놈들은 드미트리 패밀리와 한바탕 전쟁이라도 할 기세죠.”

“……이건 좀 당황스러운 이야기군요.”

“괜찮습니다. 제가 놈들을 외진 곳으로 유인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서 녀석들을 조용히 처리할 계획입니다. 러시아에는 절대 피해가 가지 않게 할 테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레브는 이 이야기는 좀 받아들이기가 힘든지 말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말씀 중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카를로스 카르텔이라는 놈들은 왜 드미트리 패밀리를 타겟으로 삼았나요?”

“둘이 거래를 했는데 드미트리 패밀리가 마약만 받고 돈은 빼돌려버렸거든요. 그래서 놈들이 제대로 뿔나버렸죠. 하하하하하하.”

나 혼자만 재밌다고 웃었지만 레브는 별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는 여전히 심각해 보였다.

“염려하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 warrior에게 그냥 믿고 맡기시면 만사가 다 편해질 것입니다. 마약도 모두 폐기했으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일단 믿도록 하겠습니다. 놈들은 알아서 처리해주시지요.”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대통령 관저인 크렘린 궁전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레브의 안내를 받으며 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디오가 다 알려준 덕에 크렘린 궁전에 대한 구조는 이미 다 파악해 놓은 상태였다.

고풍스럽고 품위가 넘치는 곳이었다.

그는 나를 어떤 방으로 데리고 갔다.

“다 왔습니다. 여기에 대통령께서 계십니다.”

레브는 그렇게 안내하며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대통령님 레브 국장입니다. warrior를 모시고 왔습니다.”

“들어오게.”

우리는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거기에 TV에서만 보던 그 인물이 그대로 있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환영합니다. 러시아 대통령 콘스탄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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