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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갑작스러운 방문 (2) (73/201)

72화. 갑작스러운 방문 (2)

에이든 대통령은 연천에 와서 시설을 둘러보았다.

이제 막 터를 잡고 있는 중이어서 이렇다 할 게 없었다.

“혹시 건물 설계도를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시죠.”

백 대통령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에이든 대통령은 그런 백 대통령을 일별했다.

백 대통령은 공사 책임자를 불러 에이든 대통령에게 설계도를 보여주게 했다.

그는 유심히 그 도면을 보기 시작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무언가가 있는 게 분명했지만, 트집 잡을 만한 게 없었다.

에이든 대통령은 더 둘러봐봤자 별 소득이 없어서 이만하기로 했다.

“그만 돌아가죠.”

“벌써 가시렵니까?”

백 대통령은 의아해하며 그에게 물었다.

“수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어서 볼 게 없군요.”

에이든 대통령은 약간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백 대통령은 그런 그의 반응을 무시했다.

“백 대통령님.”

에이든 대통령은 근엄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제 마지막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무슨 부탁이죠?”

“이왕 한국에 온 거 warrior를 직접 만나고 싶네요.”

“…….”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한번 물어보기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약속이 미리 잡혀 있었던 게 아니니 보장은 못 합니다. 그도 많이 바쁘거든요.”

“warrior를 만나지 않고서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니 꼭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에이든 대통령은 강수를 두며 말했다.

백 대통령은 난감했지만, 하는 수 없이 이라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대통령님.”

“라일 씨…….”

“압니다. 다 듣고 있었으니까요. 당장 만나자고 하세요.”

이라일은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자신 있게 나오니 백 대통령은 안심이 됐다.

사실 이라일은 여기 공장에 오는 것도 미리 손을 써뒀었다.

백 대통령은 여기로 오는 도중 그에게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제가 다 대비해 놓았으니 각하께선 안심하시고 녀석에게 보여주십시오.]

그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 백 대통령은 안심하고 에이든 대통령을 여기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라일을 전적으로 믿었기에 그냥 당당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그럼 청와대에서 뵙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백 대통령은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뭐라고 합니까?”

한국어를 모르는 에이든 대통령은 통화 내용을 궁금해하며 물었다.

“바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청와대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좋군요.”

그들은 다시 청와대로 이동했다.

***

나는 청와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상춘재에 왔다.

나는 커피를 음미하며 경치를 즐겼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여기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곳이다.

좀 평화로운가 했는데 갑자기 뭔가 시끌벅적해졌다.

“아무래도 도착했나 보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대통령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에이든 대통령이 백 대통령의 안내를 받아 이리로 오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에이든 무어 대통령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라일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를 쳐다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앉으시죠.”

백 대통령은 의자로 에이든 대통령을 안내했다.

따라서 앉으려는 찰나 갑자기 에이든 대통령이 백 대통령을 쳐다보며 말했다.

“대통령님.”

“네?”

“잠시 라일 씨와 단둘이서만 있어도 되겠습니까?”

“…….”

백 대통령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신호를 보냈다.

“물론입니다. 편하게 대화 나누시죠.”

백 대통령은 곧바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하하. 갑자기 저와 단둘이 있고 싶다고 하니까 많이 떨리는데요?”

사실 전혀 안 떨렸지만, 예의상 이렇게 말했다.

“떨 거 없습니다. 그냥 편하게 저랑 대화를 나누시면 되겠습니다.”

그는 나에게 친근하게 말하긴 했지만,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다.

“저는 사실 라일 씨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희가 맘먹고 알아내려고 하면 못 알아낼 게 없으니까요.”

“그러시군요. 근데 자국민도 아니고 다른 나라 사람을 사찰했다는 것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해도 되는 겁니까?”

“그만큼 저희 미국이 라일 씨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어쭈.

능구렁이 같이 넘어가려는 것 좀 봐.

“하하하하. 미국이 저를 인정한다고요?”

솔직히 ‘너희가 나를 인정해서 뭐 어쩌라고’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

진짜 ‘어쩌라고’다.

“그렇습니다. 라일 씨는 한국과 같이 작은 나라에 있을 사람이 아닙니다.”

…….

그렇군.

이런 꿍꿍이었군.

이전의 샤오왕이랑 비슷한 전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미국으로 오십시오. 그러면 상상 그 이상의 대우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상 그 이상의 대우라….”

내용이 궁금해서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단, 라일 씨에게 이곳의 warrior 특별법보다 더한 법을 적용시켜 드리지요. 라일 씨를 모든 법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겠습니다.”

“하하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어마어마하군요. 그러면 제가 대통령님을 죽여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습니까?”

난 일부러 그를 도발하며 물었다.

그의 얼굴을 보니 약간의 미묘한 표정 변화가 있었지만 찰나였고, 그는 그대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내공은 인정할게.

“하하하하하하.”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재밌네요. 맞습니다. 처벌받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라일 씨가 저에게 그럴 것 같지는 않군요.”

하! 역시나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다.

말 하나는 잘하네.

“그다음 내용이나 들어봅시다.”

“뭐 그다음에는 별거 있겠습니까? 라일 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습니다. 돈, 여자, 명예 등등 원하는 것은 다 말하십시오. 다 이루어 드릴 테니.”

에이든 대통령은 기분 나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정말로 나를 어떻게든 만족시켜줄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았다.

“엄청난 제안이군요. 하지만 그만큼 제가 해야 할 의무도 클 것 같은데요.”

“하하하하하.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다 라일 씨에게는 손쉬울 일들만 요구할 테니까요. 그냥 저희와 같이 전 세계를 정복하면 될 거 같습니다.”

“하하하하.”

녀석의 말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떠십니까? 저희 미국으로 오시는 게.”

아무래도 내 웃음이 긍정의 의미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대통령님. 지금의 제가 제일 원하는 것은 그냥 이 상태로 계속 지내는 것이고, 대통령님이 저에게 신경을 꺼주는 것입니다.”

“…….”

에이든 대통령은 이런 내 반응이 예상 밖이었는지 당황한듯했다.

“라일 씨는 능력은 출중하시면서 꿈은 작으시군요. 아무래도 이런 작은 나라에 갇혀 지내다 보니 안목이 좁아지신 것 같습니다. 저희 미국으로 넘어오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실 테니까요.”

그는 내 요구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기 좋을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확실하게 선을 긋기로 했다.

“대통령님. 저는 미국으로 넘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니 그만 포기하시길 바랍니다. 제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니까요.”

“…….”

에이든 대통령은 심호흡을 한번 깊게 했다.

그다음에는 입술을 비죽였는데, 기분이 상한 듯 보였다.

“안타깝군요. 이 좋은 기회를 날려버리시다니……. 뭐 라일 씨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어쩔 수 없죠.”

중국 녀석들이 나에게 억지를 부리다가 어떻게 당했는지를 아는 건지 의외로 포기가 빨랐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하고 싶네요.”

이제껏 친근하게 나오던 에이든 대통령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그의 말에는 분명 적의가 담겨 있었다.

“만약 미국에게 해가 가는 행동을 한다면 가차 없이 응징할 것입니다.”

그는 무섭게 경고했다.

아마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 말을 들었으면 오금이 저렸을 거다.

하지만 나는 겁날 게 없었다.

“저희를 먼저 건드리지 않으신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나도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무게를 잡고 말했다.

“…….”

눈싸움이 이어지며 잠시 동안의 기 싸움이 이어졌다.

에이든 대통령은 피식하며 눈길을 돌렸다.

“할 말이 끝났으니 이만하기로 하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기다리던 백 대통령은 에이든 대통령이 어두운 얼굴로 나오자 의아해했다.

그 뒤로 서로 뭔가 몇 마디를 주고받은 다음 에이든 대통령은 곧장 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렇게 에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끝났다.

대외적으로 이렇다 하게 드러날 내용이 없었으므로 국내외 언론에서는 에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허무한 방문이었다고 평했다.

하지만 녀석의 방문은 분명 날카로웠다.

우리의 대비가 잘 되어있었기 때문에 별 소득 없이 떠난 거지.

일단은 그렇게 또 평화가 찾아왔다.

***

“정말 너무해요.”

박이나는 서운함을 내비치며 내게 따졌다.

“어떻게 저만 빼놓을 수 있어요?”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면, 수진이랑 일수와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박이나에게 말했다니 이렇게 나오는 거다.

일수를 갑자기 빼간 것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 같아 이유를 알려줬는데, 담담하게 나올 줄 알았건만 이렇게 섭섭해하고 있었다.

이제껏 박이나가 내게 보여줬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나는 약간 당황했다.

“저도 박이나 씨와 같이하고 싶지만, 상황이 좀 그래서요. 이나 씨는 대표 자리를 계속 지켜야 하고, 또 이번 프로젝트는 프로그래밍에 능한 사람들이 맡아야 하는 일이거든요…….”

“저도 알아요……. 그냥 갑자기 혼자가 된 것 같아서 투정 좀 부려봤어요.”

박이나는 내게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새로운 프로젝트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웃으며 말하는 그녀였지만 서운한 기색은 여전히 느껴졌다.

“이미 게임 개발은 끝난 상태라 관리만 하는 상황이에요. 일수가 맡은 자리는 다른 사람이 대신해도 되거든요. 하지만 박이나 씨 자리는 대체 불가에요. 이렇게 뛰어나신 대표를 누가 대신하겠어요?”

나는 그녀를 달래주기 위해 칭찬을 했다.

사실, 빈말이 아니라 내 진심이기도 했다.

“저도 그 자리는 못 낀다는 거 알아요. 그리고 라일 씨가 맡겨주신 대표 자리를 쉽게 내려놓을 생각도 없고요. 그냥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그랬어요.”

“디씨소프트와 프렌드쉽은 제가 계속해서 신경 쓰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 전혀 안 해요. 근데…….”

박이나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저 혼자 내버려 두는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부탁이요?”

갑자기 무슨…….

“여유로워지면 저랑 언제 한번 같이 놀러 가요.”

“……그러죠.”

“약속하기에요! 무르기 없어요.”

“네.”

박이나……. 이런 성격이었나?

의외의 모습에 재밌기도 했다.

박이나와 대화를 마친 나는 대표실을 나왔다.

띠리리리-!

[백기완 대통령]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각하.”

“라일 씨. 준비 다 완료됐습니다. 이제 면접 시작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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