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세상엔 안하무인들이 많다 (7)
우칭산의 집무실
띠디디디-!
전화가 요란하게 울려댔다.
우칭산은 긴장하며 전화기로 다가갔다.
“주석님!”
수화기에서는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왜 그런가?”
“그게…… 실패했답니다.”
“……하아.”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알았다.”
우칭산이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중국 최고의 킬러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류우녕은 암살에 실패해버렸다.
그로서는 이게 최후의 카드였는데,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우칭산은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면서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그는 전화기를 들어 냅다 바닥에 내리찍어버렸다.
쾅-!
그에 전화기는 시원하게 박살 나 버렸다.
“젠장할!!!!!”
쾅-! 쾅-! 쾅-!
우칭산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주먹으로 책상을 연거푸 내리찍어댔다.
띠디디디-!
이번에는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확인했다.
신원미상의 번호였으나, 우칭산은 그게 누구인지 직감적으로 바로 알았다.
warrior임이 틀림없었다.
그는 전화를 받을까 말까 망설였지만 결국 받기로 했다.
“여보세요.”
“warrior입니다.”
역시나 그였다.
우칭산은 콧숨을 크게 내쉬었다.
“전화기가 박살 나 있어서 여기로 전화를 걸었습니다만.”
“……어쩐 일이냐?”
“하하하! 어쩐 일이냐?”
warrior는 재밌다는 듯이 웃어댔다.
“거 남자가 비겁하게 왜 시치미를 떼고 그래요? 이왕 일 저지른 거 당당하게 나와야지. 내가 왜 전화했는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거예요?”
“…….”
우칭산은 말없이 그대로 있었다.
“주석. 정말 해서는 안 되는 게 주변 인물을 건드는 건데, 어디서 그런 못 배운 짓을 하는 겁니까?”
“…….”
우칭산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할 말이 없다는 것은 잘 아시나 보네. 그럼 죗값을 달게 받길 빕니다.”
“너!……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냐?”
“하! 그건 궁금하세요?”
warrior는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냥 주는 대로 처 받으세요. 끊어!”
통화는 그렇게 끊겼다.
똑-! 똑-! 똑-!
동시에 그의 방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주석님!”
그의 수행원이었다.
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었는데, 마치 심한 공포감에 젖어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왜 그런가?”
우칭산은 심장이 떨려왔다.
분명 좋지 않은 일을 전할 거라는 게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인터넷 확인하셨습니까?”
“아니. ……무슨 일인데?”
“주석님이 씨에티엔을 숙청하셨던 일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습니다.”
“뭐?!!”
우칭산은 수행원의 말에 온몸이 떨려왔다.
대체 그것을 어떻게 알고?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주석님께서 비밀리에 행했던 일들이 모두 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습니다.”
우칭산은 황급히 인터넷을 확인했다.
“맙소사…….”
그는 머리가 새하얘져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수행원의 말대로, 인터넷에는 그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씨엔티엔과 그의 일가족을 숙청한 일이 올라와 있었다.
warrior가 이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근거 자료를 다 게시해놨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따로 데이터화 시켜놓지도 않았고, 오직 그의 기밀 문서고에만 있는 자료였다.
그런데 warrior는 그것을 떡하니 인터넷에 게시해 놓았다.
“말도 안 돼.”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현재 인터넷에는 그의 기밀 문서고에 있는 모든 자료가 다 게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중국 내부의 문제뿐만 아니라 티베트, 미얀마, 대만과 같은 중국 주변국과도 관련된 일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변국을 도청, 사찰하는 것은 물론이며, 그 나라의 주요 인사를 암살하고 스파이를 심어 언론을 조작한 일과 중국에게 이로운 시위를 주도했던 내용까지 싹 다 공개되어버렸다.
“주, 주석님! 이거 여파가 장난 아닐 듯합니다.”
“젠장할.”
우칭산은 멘붕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warrior와 당장 연락해야겠어. 안 되면 한국의 청와대라도 전화를 걸어!!!”
“알겠습니다.”
수행원은 우칭산이 지시한 대로 곧장 연락을 시도했지만, 역시나 warrior는 받지 않았다.
청와대 또한 그의 전화를 무시했다.
“아예 받지를 않습니다…….”
“하…… 하하…… 하하.”
우칭산은 허무감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웃었다.
그는 이제야 벌여왔던 모든 일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warrior를 건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 뒀었어야 했다.
녀석과 싸우면서 얻은 피해가 너무나도 컸다.
“망했어……. 다 망해버렸어!!!!!”
우칭산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땅바닥을 쳐댔다.
“다 망해버렸다고!!!!”
그는 한동안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채로 신세 한탄만 해대고 있었다.
한편 인터넷에는 우칭산의 이야기만 올라온 게 아니었다.
비밀리에 사라졌던 권력 다툼의 희생자들이 모두 다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부는 분열의 조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못 믿게 되었다.
이 혼란을 틈타 공산당을 무너뜨릴 기회를 노리던 세력도 수면 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만과 홍콩까지 이 혼란을 기회로 삼아 중국은 더 골치 아파지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제 혼돈 그 자체가 되어버렸고,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조금만 자극이 들어와도 유혈사태가 일어날 판이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균형은 결국 무너져버렸다.
결국 태자당에서 나서서 대대적인 숙청을 진행했다.
그들은 일단 도저히 커버가 불가능한 우칭산부터 내쳐버렸다.
그건 이미 우칭산에 대한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비리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그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절대 권력을 자랑하던 우칭산은 그렇게 허무하게 몰락했다.
태자당에서는 얼른 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봉기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들을 빠르게 제거해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warrior의 폭로로 인해 수월하게 진행됐다.
한바탕 큰 난리가 벌어질 것 같았던 중국은 의외로 금방 사태가 진정되었다.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칭산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는 모든 것을 다 뒤집어쓸 희생자가 사라짐으로써 오는 효과였다.
이후 새로운 중국 국가주석으로 리원하오가 등장했다.
그는 태자당의 일원으로서 이 사태의 진정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숙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니 그가 국가주석이 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국가주석이 되고 나서 처음 집무실에 들어온 리원하오의 책상에는 보고서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한국의 warrior에 대한 보고서였다.
그는 책상에 앉아 그것을 꼼꼼하게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사실 그 보고서가 없더라도 그는 샤오왕과 우칭산이 어떻게 warrior에게 몰락당하는지를 그대로 지켜본 산증인으로서 그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들처럼 섣불리 멋모르고 warrior에게 덤벼 그렇게 몰락할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warrior를 그대로 둘 생각도 전혀 없었다.
그에게 있어 warrior는 분명 제거 1순위의 인물이었다.
옆 나라인 한국에 그런 인재가 있다는 것은 중국에게 엄청난 위협이다.
이미 녀석은 중국에 큰 혼란을 주었다.
당연히 제거해야 마땅할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멋모르고 덤볐다가는 힘들게 올라온 이 자리를 얼마 유지도 못 하고 바로 빼앗겨버릴 게 분명했다.
“warrior……. 지금은 그냥 그대로 설치도록 내버려 두도록 하지. 하지만 조만간 내 너를 꼭 박살을 내주도록 해주겠다.”
리원하오는 이를 갈며 그렇게 다음 기회를 노렸다.
***
“라일 씨. 계약 성공적으로 맺었습니다.”
박이나는 내게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면 프렌드쉽의 미국 런칭 계약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거다.
샤오왕과 미티어의 견제가 사라졌으니, 미국으로 진출하는 일은 이제 식은 죽 먹기였다.
게다가 미국 내 인플루언서들이 왜 미국은 프렌드쉽이 오픈하지 못하게 막냐고 계속해서 항의한 덕에 프렌드쉽의 미국 런칭은 가속화되었다.
“좋습니다. 역시 박이나 씨네요.”
“하하하하. 뭘요.”
내 칭찬에 박이나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미국 런칭이 잘 이루어지면 디씨소프트 미국 지부에 많은 투자를 해야겠어요.”
“네. 안 그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씨소프트의 미국 지부는 명목상 존재하고 있긴 했지만 사실상 그냥 건물만 있는 상황이었다.
대만, 일본, 러시아에서는 디씨소프트의 게임이 잘 팔렸던 반면 미국에서의 반응은 냉랭했던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제 프렌드쉽이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둘 전망이 보이는 이 상황에서 디씨소프트 미국 지부를 그 상태로 두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역시 박이나 씨군요. 준비성이 철저하시네요.”
“과찬입니다. 자꾸 그렇게 칭찬하시면 저 버릇 나빠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박이나는 내 칭찬을 반색하는 눈치였다.
“그나저나 중국 런칭은 어떻게 할까요?”
견제가 들어올 것이 뻔했기에 그동안 중국 진출은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방해자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고, 현 국가주석인 리원하오는 선례를 잘 봐서 그런지 우리에게 덤비거나 하는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방해꾼들이 사라졌으니 중국 진출도 준비해야 할 상황이었다.
어찌 됐든 중국은 인구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므로 먹음직스러운 시장이라는 것은 변함없었다.
“준비해야죠. 저한테 된통 당했으니까 이제 아마 막을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할 겁니다.”
“하하하.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중국 진출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진출로도 충분히 바쁠 텐데 동시에 중국 진출까지 준비할 생각을 하다니.
박이나는 정말 열정과 노력이 대단하다.
역시 대표로 잘 뽑았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맡겨주세요! 꼭 성공시키겠습니다.”
박이나의 장담대로 프렌드쉽의 미국 진출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애초에 프렌드쉽은 출시 전부터 미국의 아이튜버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아왔었고, 이미 그들은 미국 서버 오픈 전부터 한국 서버를 이용하며 리액션 영상들을 올리고 있었다.
그 덕에 미국 게이머들은 프렌드쉽의 미국 서버 오픈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상황.
오히려 잘 안 되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중국 진출도 수월하게 이루어졌다.
사실 중국인들은 정부 눈치 때문에 프렌드쉽을 안 하고 있었던 상태였다.
이제 대놓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오자 순식간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역시 중국은 물량이다.
내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프렌드쉽 중국 서버는 진작에 터져버렸을 것이다.
아무튼 중국 런칭 또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프렌드쉽은 내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것을 떠나서 정말로 대작 게임이다.
해외에서도 warrior의 존재를 떠나 정말 재밌다고 호평이 자자했다.
애초에 잘 만든 게임이라 warrior 버프 같은 것은 의미가 없었다.
해외 투자자들도 많아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디씨소프트를 믿고 있으니 적극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우리로서는 너무나 땡큐였다.
또 이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그렇게 평화가 찾아오는 듯했다.
[라일 님.]
하지만 이 타이밍에 어김없이 디오가 부른다.
“왜?”
[개발자로부터 라일 님께 메시지가 왔습니다.]
“……?”
갑자기?
“뭔데? 보여줘 봐.”
[네.]
디오는 메시지 하나를 내게 보여줬다.
[이제 모든 것을 밝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