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세상엔 안하무인들이 많다 (6)
그 괴한은 이번 암살 작전의 팀장 류우녕이었다.
탕-! 탕-!
“꺄아아악!”
류우녕은 결국 전일수를 향해 총을 쐈다.
“으윽……”
전일수는 팔로 머리를 감싸며 신음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자세를 풀었다.
“뭐, 뭐야?!!”
다들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었다.
분명 숨어있었던 류우녕이 전일수에게 총을 쐈고 총알은 나갔다.
하지만 그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전일수는 어느새 자신의 앞에 얇은 푸른 패널이 생성되어 있고 바닥에는 총알이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이건 뭔데?”
“죽어!!!!”
탕-! 탕-!
류우녕은 다시 전일수를 겨누며 총을 쏴댔다.
하지만 총알은 다시 얇은 푸른 패널 벽에 막혀버렸다.
그는 공격이 통하지 않자 당황했다.
“아무래도 라일이가 나를 도와주고 있는 것 같은데.”
전일수는 안심하고 마음을 놓았다.
“으아아아!”
장수진은 류우녕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틈에 재빨리 그에게 달려가 발차기를 날렸다.
퍽-!
“크윽!”
류우녕은 가까스로 장수진의 공격을 막았다.
“여기 대한민국은 총 소지 금지야.”
장수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 류우녕에게 공격을 가했다.
퍽-! 퍽-!
류우녕도 근접전투에 능한지 장수진의 공격을 여유롭게 막았다.
“흥! 꽤 하는군.”
“네 동료가 쓰러져 있는 거 보면 모르냐?”
“쟨 우리 중에 최약체야.”
류우녕은 장수진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장수진은 재빨리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의 공격을 피했다.
류우녕에게 틈이 생기자 장수진은 얼른 그곳을 파고 들어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슈육-!
류우녕도 재빨리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장수진의 공격을 피했다.
장수진은 이어서 반대 팔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퍽-!
류우녕은 장수진이 날린 주먹을 그대로 잡아버렸다.
“잡았다.”
“어쩌라고.”
장수진은 당황하지 않고 살짝 점프한 다음 두 발을 모아 류우녕의 복부를 때렸다.
“크윽-!”
류우녕은 장수진의 손을 놓치며 그만 뒤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
장수진은 뒤로 한 바퀴 구르며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류우녕 또한 황급히 일어나 다시 공격 태세를 취했다.
“와……”
몇 수가 순식간에 오가는 것을 보면서 전일수는 감탄했다.
“이 버러지 같은!”
류우녕은 옆구리에 차고 있던 단도를 꺼내 들었다.
“칼 좀 쓰나 봐? 나도 좀 쓰는데.”
장수진 또한 허리 뒤에 차고 있던 단도를 꺼내 들었다.
둘을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며 다시 대치했다.
둘 다 자리에서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 채 탐색전을 벌였다.
방금 공격을 몇 번 주고받으면서 서로가 보통 실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 거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으아아아!”
선공은 류우녕 측에서 먼저 했다.
그는 장수진의 얼굴을 향해 검을 찔렀다.
장수진은 가까스로 그의 공격을 피했다.
정말 아슬아슬했다.
놀란 가슴을 달랠 새도 없이 장수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팔에 단도를 휘둘렀다.
류우녕은 황급히 팔을 뺐다.
푸슉-!
“크윽!”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류우녕은 팔에 상처를 입었다.
그의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좀 하는구나. 나도 이제 최선을 다해 너를 상대해주지.”
“흥! 허세 부리기는.”
“닥쳐. 이 쌍년아.”
류우녕은 팔에 난 상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장수진에게 다시 공격을 가했다.
그는 좀 더 호흡을 빨리하며 장수진에게 난도질을 가했다.
“!!!!!”
장수진은 갑자기 빨라진 공격에 당황했다.
챙-! 챙-!
그녀는 다급하게 류우녕의 공격을 막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공격을 놓치지 않고 막거나 피하고 있었지만 점점 한계가 왔다.
“하하하하. 표정이 많이 어둡네? 아까의 그 건방짐은 어디 갔어?”
류우녕은 장수진이 버거워하고 있는 기색을 보이자 희열에 차며 말했다.
“시끄러.”
장수진도 집중을 다 하며 류우녕에게 공격을 가했다.
숨 막히는 결투가 계속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치면 바로 치명상을 입을 정도로 대결은 팽팽했다.
하지만 균형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장수진 쪽이 더 우세했다.
그녀는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으로서의 위엄을 맘껏 뽐냈다.
류우녕은 생각보다 강한 그녀의 실력에 놀랐다.
“슬슬 바닥이 드러나고 있네. 별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설쳤던 거야?”
장수진은 힘겨워하는 류우녕을 향해 비웃었다.
“닥쳐!”
류우녕은 장수진의 도발에 욱해 그만 틈을 보이고 말았다.
장수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파고 들었다.
“이, 이런!!”
푸슉-!
결국 장수진의 칼은 류우녕의 복부에 들어가 버렸다.
“크흑!”
류우녕은 내상이 심한지 입에서 피를 뿜었다.
“이딴 도발에 흥분하다니 아마추어가 따로 없네.”
“마, 망할.”
그는 고통스러운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이만 죽어라.”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류우녕은 칼을 잡고 있는 장수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붙들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장수진을 잡았다.
“이거 안 놔?”
장수진은 팔을 빼내려 했지만 순수 힘으로는 류우녕이 더 강했기에 그를 뿌리칠 수가 없었다.
“내가 붙잡고 있을 테니까 어서 빨리 이년을 처리해!”
괴한의 명령에 숨어있던 그의 동료들이 사방에서 등장했다.
“진작에 부르지 그랬어? 다 당하니까 부르냐?”
“닥쳐! 언제까지 그렇게 건방질 수 있는지 보자꾸나.”
류우녕은 이제 장수진을 덮쳐 끌어안았다.
“더러운 몸뚱어리 저리 안 치워?”
장수진은 자신을 덮친 괴한을 떨쳐내려했다.
하지만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장수진을 붙잡았다.
그러는 동안 그의 동료들이 그녀를 공격하려고 달려왔다.
“수진 씨!”
“이런!”
박이나와 전일수는 장수진을 도우려고 했으나 그들에게도 킬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이었다.
“망할!!!”
“죽어라!!!!”
킬러들은 붙잡혀 있는 장수진을 칼로 찌르려고 돌진했다.
“안돼!!!!”
“꺄아아아악!!!”
“젠장할!!”
챙-! 챙-!
그때 장수진 주위에 푸른 패널이 생겼고 킬러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이건 뭐야?!!!”
챙-! 챙-!
킬러들은 푸른 패널 벽을 깨뜨리려고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그 벽에는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하아……이럴 거면 진작에 도와주시지.”
장수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 어쨌든 도와줬으니까 불만은 이 정도로만 하겠습니다.”
장수진은 그렇게 말하며 푸른 패널 때문에 잠시 멍 때리고 있는 류우녕을 가격하며 그를 떨쳐냈다.
“크윽!”
류우녕은 신음하며 그녀를 놓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마법을 쓰고 있는 거야?”
“마법은 무슨……”
장수진은 한심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야. 아마도 우리 보스가 한 거지.”
“……”
류우녕은 장수진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인상만 썼다.
“됐다. 어차피 말해봤자 뭔 말하는지 모를 테니 그냥 싸우기나 하자. 덤벼 짜샤.”
장수진은 류우녕에게 달려들어 다시 공격했다.
“크윽!”
류우녕은 부상을 입은 와중에도 장수진의 공격을 피했다.
그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복부에 박혀 있는 단검을 빼냈다.
“끄아아악!”
힘겨움에 단검을 쥐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도 그는 장수진을 공격하기 위해 자세를 취했다.
“애쓴다. 애써.”
“다들 일제히 공격해.”
류우녕의 명령에 킬러들은 장수진을 포함해 전일수와 박이나까지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푸른 패널 벽의 보호로 전일수와 박이나는 피해 하나 입지 않았다.
“저쪽은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네.”
챙-! 챙-!
킬러들은 장수진을 보호하던 벽을 깨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도 방어엔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고.”
장수진은 기가 찬다는 듯이 그 벽을 바라봤다.
“진짜 대단해. 어쩌다 내가 이런 괴물 밑에서 일하게 됐는지……”
그녀는 새삼 이라일의 힘에 감탄했다.
“죽어!”
“으아아아!!”
평온한 장수진과는 달리 킬러들은 필사적으로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장수진은 그것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그만하자. 어차피 너희들은 끝났어.”
장수진은 킬러들을 한 명 한 명 공격해나갔다.
방어에 신경을 아예 끈 장수진의 공격은 폭풍과도 같았다.
킬러들은 빠르게 처리되어갔다.
류우녕은 황당해하며 그것을 바라봤다.
킬러들은 순식간에 장수진에게 당해버렸고 어느새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류우녕밖에 남지 않았다.
그도 현재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류우녕은 공포감이 온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대로 있다가는 당하겠다는 생각에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갔다.
“치사한 자식! 도망치냐? 기다……”
장수진은 그를 쫓아가려고 했으나 그만두었다.
갑자기 푸른 패널 벽이 나타나 도망치는 류우녕을 그대로 가둬버렸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류우녕은 벽에서 나오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지지지직!
“끄아아아악!”
전기에 감전된 류우녕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떤 다음 그대로 눈이 풀리며 기절했다.
장수진은 그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봤다.
“그러니까 이럴 거면 진작에 해 주라고요.”
그녀는 푸념하며 말했다.
띵동-!
장수진은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했다.
[투정 그만하고 일수랑 이나 씨 데리고 내 집으로 와. 경찰 불렀으니까 놈들은 알아서 잡혀갈 거야.]
“하하하.”
장수진은 그 메시지를 보며 실소했다.
“수진 씨.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박이나는 어리둥절해하며 장수진에게 물었다.
“보시다시피 중국 킬러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했고 라일 님이 그걸 막아주신 거죠.”
장수진은 꽤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당연한 듯이 말했지만 박이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좀 힘들었다.
“갑자기 왜……?”
“자세한 것은 라일 님의 집에 가서 듣도록 하죠. 지금 전부 거기로 오라고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세 명은 차를 타고 곧장 이라일의 집으로 향했다.
***
“끄아아아악!”
마지막 남은 킬러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녀석들은 아주머니와 나를 공격하러 온 놈들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손쉽게 처리했다.
나는 물론이거니와 아줌마한테도 녀석들은 피해 하나 입히지 못했다.
“어휴. 정말 다들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러니까 라일 씨한테 덤비면 안 된다니까요.”
아줌마는 쓰러진 킬러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러게요. 왜 다들 모를까요?”
부웅-!
차 소리가 들려 밖을 확인해보니 일수네가 도착한 듯하다.
그들은 차에서 내려 곧장 내 집으로 들어왔다.
“라일아. 이게 대체……”
일수는 기절해있는 킬러들은 보며 질색했다.
“중국 측에서 보낸 놈들이야.”
“갑자기 중국에서는 왜?”
“일단 앉자.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나는 그들에게 모든 것을 다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 중간 경찰이 와 킬러들을 잡아가기도 했다.
모두 내 이야기를 심각하게 들었다.
“진짜 썩을 놈들이네.”
일수는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분노했다.
“나한테는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너희로 방향을 틀었어. 다행히 최근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어서 막을 수 있었지.”
“대단하긴 하더군요. 근데 미리 능력을 사용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요? 그 더러운 녀석이 내 몸을 잡았다고요.”
장수진은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
“녀석들이 먼저 공격해야지 빌미를 잡을 수 있잖아. 네 몸 잡은 것 이외에는 피해가 없었으니까 그만 찡찡대.”
“……”
내가 엄하게 말하자 장수진은 입술만 비죽였다.
“경험했다시피 여러분들에게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하도록 제가 막겠습니다. 그러니 안심하세요. 하지만 저 때문에 이런 안 좋은 일을 겪는다는 것 자체가 미안하네요.”
“괜찮아요. 라일 씨가 뭐가 미안해요. 오히려 저희를 지켜주셨는데요. 그놈들이 나쁜 놈들인 거죠.”
박이나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격려해줬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라일아. 근데 앞으로 어쩔 계획이야?”
일수의 질문에 나는 피식하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개념 없이 나왔으니 더 이상 봐주지 않고 중국에 한바탕 난리를 칠 계획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