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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세상엔 안하무인들이 많다 (4) (63/201)

62화. 세상엔 안하무인들이 많다 (4)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왜 공장이 전부 다 하나 같이 가동되지 않는 겁니까?”

상무위원회 주석 샤오예는 답답해하며 말했다.

“그러게요. 나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이 사태를 어찌 해결해야 할지…….”

부주석 쉬타이도 골치 아픈지 머리를 싸매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이거 warrior의 짓입니다.”

“맞아요. 그놈 말고 누가 이런 짓을 하겠습니까?”

정부 요인들은 모두 이 사태의 주동자로 warrior를 지목했다.

이미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warrior가 범인이라고 다들 확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녀석이 어떻게 이런 짓을 했는지 모를뿐더러 추적도 안 된다.

“어떻게 안 되는 겁니까? 들어보니 녀석은 혼자서만 활동한다는데 왜 그 일개 해커를 아직까지 못 잡고 있는 겁니까?”

“그 일개 해커가 엄청난 괴물이니까요.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겁니까? 녀석은 흑객연맹과 정보전사들을 그냥 이긴 게 아니라 아주 가지고 놀았어요. 녀석과 사이버전으로는 답이 없으니까 이렇게 경제적 제재로 압박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누군가의 의미 없는 말에 부주석 쉬타이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근데 그것도 오히려 자충수가 되어버렸습니다. 녀석의 보복으로 인해 지금 나라 꼴 좀 보십시오. 국가 재난 상황과 다름없습니다.”

상무위원회 주석 샤오예는 오히려 쉬타이의 말에 반박했다.

“하지만 이건 한국에게도 자충수입니다. 녀석들도 손해를 감수하고 이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까요. 분명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부주석. 당신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혀 파악 못 하고 있군요. 만약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국이 물러서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망합니다. 장기전으로는 답이 없어요. 당장에 굶어 죽게 생겼단 말입니다.”

샤오예는 한심하다는 듯 쉬타이를 나무랐다.

“샤오예 주석 말대로 장기전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오.”

말없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국가주석 우칭산이 드디어 입을 떼며 말했다.

우칭산이 샤오예를 두둔해주자 쉬타이는 머쓱해서 머리만 긁어댔다.

“주석님.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샤오예는 우칭산에게 답을 구했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요구하는 대로 1조 달러를 그냥 주는 게…….”

“그건 절대 안 되오!”

우칭산은 단호하면서도 날카롭게 말했다.

“손익계산을 떠나 그건 우리 중국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일이오.”

그는 독기를 가득 품고 말했다.

“그럼 어떤…?”

“전쟁을 각오하고서라도 이제 군사적 압박으로 나가야겠소.”

“!!!”

우칭산의 말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주, 주석!”

“미국이 가만있질 않을 겁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이고요.”

“자칫하다가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들 우칭산을 만류하며 나섰다.

“지금 나라 꼴을 보시오! 다른 나라 눈치 볼 상황이 아니라오.”

“그렇다고는 해도…….”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건 아니다 싶었어도 다른 묘책이 떠오르지 않아 의견을 못 내는 상황이었다.

“다들 딱히 다른 방안도 없는 것 같구려. 그럼 그냥 내 말대로 군사 압박 쪽으로 가는 게 어떻겠소?”

“……그렇게 하도록 하죠.”

“저도 찬성입니다.”

결국 회의는 한국에 대한 군사 압박을 확대하는 쪽으로 마무리되었다.

***

해군 제2함대 사령부

띠디디디-!

“사령관님!”

“무슨 일인가?”

“지금 중국 항공모함이 동경 124도까지 침범한 상황입니다!!!”

“뭐야?!!!”

2함대 사령관은 아연실색하며 소리를 질렀다.

항공모함이 서해 바다 근처에 도착했다니 이건 이전까지의 도발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최근에 군사 압박이 심해지긴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서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밖에서의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항공모함을 이끌고 들어오는 것은 이젠 완전히 선을 넘을 것이었다.

“계속해서 동태 주시하면서 수시로 보고해!”

“네!”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전화가 울렸다.

띠디디디-!

“사령관님!”

“이번엔 또 뭔가?”

“북한 함대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하아……. 이것들이 단체로 뭐 하는 짓이야?”

사령관은 암담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금 중국 하나 상대하기만으로도 벅찬데 북한까지 난리다.

“당장 경고하고 쫓아내!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밀고 들어온다면 다 쏴버려.”

“네!”

사령관은 단호하면서 강력한 지시를 내렸다.

이렇게 압박이 거세게 들어온다면 어설프게 상대해봤자 우리만 불리해진다는 판단에서였다.

띠디디디-!

또다시 전화가 울렸다.

“2함대 사령관.”

이번에는 해군 참모총장의 연락이었다.

“네! 참모총장님!”

“VIP 특별 지시 사항이다. 중국과 북한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둬.”

“네?!!!”

사령관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인데 그게 무슨…….

“참모총장님. 지금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그냥 내버려 두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도 어이가 없어서 VIP께 다시 물었더니, 그냥 걱정하지 말고 지시한 대로만 해주라고 하셨네.”

“아니, 그게 무슨…….”

“그냥 시키는 대로 하게. 아무래도 warrior가 알아서 할 것 같으니까.”

“……알았습니다.”

warrior가 개입했다는 말에 사령관은 바로 납득했다.

전에 군 장관급 전용 보고서에서 warrior가 모든 현대식 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내용을 봤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계속 주시만 해. 이만 끊지.”

“네! 들어가십시오.”

그제야 사령관의 표정은 한결 나아졌다.

“이놈들! 우리에게는 warrior가 있단다.”

***

“비상!!! 비상!!!”

중국 측 항공모함에서는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항공모함이 말을 안 듣고 자기 멋대로 중국 본토를 향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거야?!!! 빨리 배 돌려!!!”

“그, 그게 말을 듣지 않습니다!!! 통제가 전혀 되고 있지 않습니다!!!”

“으아!! 진짜 미쳐버리겠네!!”

중국 해군들이 어떻게든 항공모함을 조종하려고 갖은 수를 다 시도해봤지만 소용없었다.

항공모함은 꿋꿋하게 자기 갈 길을 갔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갑자기 스피커에서 웬 남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갑자기?!!!”

“친애하는 중국 해군 여러분. 현 시간부로 여러분이 타고 있는 항공모함은 그대로 중국 본토에 박을 예정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뭐?!!”

방송을 들은 중국 해군들은 질겁하며 야단법석이었다.

“저게 무슨 개소리야?!!”

“큰일 났습니다. 방송 안내대로 지금 이 경로대로라면 그대로 상하이에 박을 것입니다.”

“뭐?!!! 이런 젠장할!!”

부웅-!

갑자기 항공모함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갑자기 빨라지고 있습니다. 어떡합니까?”

“어떻게든 막아!!!”

항공모함은 혼돈의 도가니가 되어있었다.

***

“주석님!”

우칭산의 수행원은 급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방금 항공모함 함장에게 연락이 왔는데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우칭산은 인상을 쓰며 수행원에게 물었다.

“네! 그, 그게 지금 항공모함이 곧장 상하이로 돌진하고 있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한국 서해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항공모함이 왜 갑자기 상하이에…….

우칭산은 수행원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갑자기 항공모함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답니다. 어떻게 해도 통제가 안 된답니다.”

“서, 설마…….”

우칭산의 머리에는 곧장 warrior의 소행일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 미친 괴물 자식은 이제 하다 하다 항공모함까지 조종하는 것인가…….”

우칭산은 너무 황당한 나머지 머리가 지끈 아파져 왔다.

띵동-!

그의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협상할 생각 있으면 여기로 전화해라.]

[warrior]

확인해보니 warrior의 메시지였다.

“이 자식…….”

우칭산은 분노하며 이를 갈았다.

지금 그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우칭산은 warrior와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warrior가 안내한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주석님. 잘 지내셨습니까?”

warrior는 활기찬 목소리로 그의 연락을 받았다.

그에 우칭산은 더 화가 났다.

“……그런 시답잖은 안부 이야기는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하하. 그럴까요? 그래서 하실 말씀이 무엇입니까?”

warrior는 그를 약 올리는 투로 말했다.

“항공모함을 그만 조작하고 원상태로 돌려줘라.”

“설마 맨입으로 그걸 부탁할 생각은 아니시죠?”

“…….”

우칭산은 아무 말 없이 잠시 가만히 있었다.

“왜 말이 없으시죠? 설마 진짜로 맨입으로 부탁할 생각이었습니까?”

“…원하는 게 뭐냐?”

우칭산은 겨우 입을 떼며 말했다.

그는 자존심이 상해 미칠 지경이었다.

“참 빨리도 그 말이 나오는군요.”

warrior는 피식하며 말했다.

“1조 5,000억 달러를 한국에 내놓으십시오. 그러면 봐주겠습니다.”

“……전에는 분명 1조 달러였지 않았었나?”

“그건 그때고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당신들의 경제 제재로 인해 한국에 생긴 손해도 메꿔야 할 거 아닙니까?”

“…….”

우칭산은 숨을 깊게 들이내쉬었다.

그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1조 5,000억 달러.

안 그래도 warrior 저 녀석 때문에 경제가 난리가 났는데 저 돈까지 내놓으면 타격이 크다.

하지만 1조 5,000억을 주지 않았을 시 발생할 피해가 더 클 터였다.

“……주겠소. 1조 5,000억 달러.”

우칭산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warrior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하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괜히 저랑 싸워봤자 피만 흘릴 거였으니까요.”

warrior는 만족스러운지 매우 기뻐했다.

“그럼 돈은 이번 주 내로 주시길 바랍니다.”

“뭐?!!”

우칭산은 warrior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전(前) 국무원 총리였던 샤오왕은 우리 한국에게 5,000억 달러를 요구하면서 그만한 돈은 중국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돈이라고 했었는데요. 1조 5,000억 달러 정도야 대(大)중국에서는 그냥 만들어낼 돈 아닙니까?”

“…….”

warrior의 비꼼에 우칭산은 화가 났지만, 표현을 못 한 채 숨소리만 크게 내쉬었다.

“말이 없으신 것은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번 주 내로 주시지요.”

“알겠다. 그리고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우칭산은 꾸역꾸역 화를 참으며 힘겹게 말했다.

“기밀 파일은 어떻게 할 거지?”

“암호는 해제해 주겠습니다. 단 기밀파일은 담보로 제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별다른 짓을 하지 않는다면 공개하지 않을 터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았다…….”

우칭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약속한 대로 해주시길 바랍니다.”

warrior는 그렇게 말하며 연락을 끊었다.

통화를 마친 우칭산은 숨이 점점 거칠어져 갔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는 미친 듯이 악을 질러대며 앞에 물건들을 죄다 박살 냈다.

“그 개자식 내 가만두지 않겠어!!!”

우칭산은 표독스럽게 외쳐댔다.

이대로는 도저히 못 넘어간다.

녀석을 못 건드린다면 녀석의 주변 사람들이라도 죽여버려야 속이 풀릴 지경이다.

“흐흐흐흐흐흐.”

우칭산은 음흉하게 낄낄대기 시작했다.

“이대로 내가 그냥 넘어갈 거라 생각이면 오산이다. 사람 잘못 건드렸어. 내 기필코 너에게 쓰라린 고통을 주도록 하지.”

그는 warrior와 연관된 사람들을 모두 암살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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