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세상엔 안하무인들이 많다 (3)
재미있는 소리다.
지금도 충분히 강한데 여기서 또 업데이트?
앞으로 또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설마 그 업데이트라는 게 수기 자료도 그냥 데이터화 시킬 수 있다는 그 버전이냐?”
[맞습니다. 이름하여 ‘디오’ Ver.2.0입니다.]
“하하하…….”
그저 웃지요.
[개발자께서 막 개발을 마치고 업데이트 자료를 보냈습니다.]
“업데이트 내용 좀 확인해 볼 수 있을까?”
[복잡하니 주요 사항만 알려드리겠습니다.]
디오는 내게 목록표를 보여주었다.
[방화벽]
물리 방화벽: 기존 전기 방화벽에서 더 업그레이드돼 물리 방화벽 기능도 생겼습니다. 물리 방화벽 기능으로 상대를 그 자리에서 바로 가두거나 포획할 수 있습니다. 또 물리 방화벽으로 지정한 대상을 방어할 수 있습니다.
강화: 전기 방화벽의 제한사항을 해결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멀리 있는 대상은 전자기기 같은 매개체를 통해서만 전기 방화벽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거리 제한 없이 전기 방화벽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한 개밖에 사용하지 못했던 방화벽이 다중으로 이용 가능했습니다. 이제 대상을 여러 명 동시에 지정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료]
자료화: 이전까지는 전자기기에서 기록했던 자료만 다룰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전자기기 이외에서 만들어진 기록도 데이터로 만들어 가져올 수 있습니다.
…….
이건 거의 신이다.
나는 업데이트 내용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난 이제 나 이외의 사람도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나에게 인질극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있던 약점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확인 끝나셨으면 이제 업데이트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업데이트 도중에는 라일 님에게 응답을 못 합니다. 그러니 제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십시오.]
“알았어.”
[그럼…….]
업데이트에 들어갔는지 디오는 불러도 대답이 없다.
갑자기 디오의 개발자가 누군지 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녀석은 대체 어떤 괴물인 걸까?
디오에게 물어봐봤자 또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라는 말만 한 채 알려주지 않겠지.
대체 그때가 언제일까…….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1분도 안 걸린 거 같은데…….
이럴 거면 응답 못 할 거라고 왜 말한 거야?
“한번 확인해봐도 돼?”
[그럼요. 어떤 것부터 해보겠습니까?]
“일단 물리 방화벽부터 볼까?”
[실행하겠습니다.]
갑자기 내 앞에 네모난 푸른 패널이 등장했다.
그것을 만졌더니 딱딱했다.
[모양은 원하시는 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신기하네. 근데 사실 전부터 궁금하긴 했는데, 이 방화벽의 원리가 뭐야?”
[조만간 알려드리도록 하죠…….]
또 그놈의 조만간.
대체 그 조만간이 언제인데?
[지금 라일 님의 사고방식으로는 이 원리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바로 설명해준다.
[개발자님과 만나고 나면 그때부터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건 또 무슨 소리?
“개발자와 만난다고?”
[네. 때가 가까워졌으니 곧 만날 거라고 전하시더군요.]
“……그렇구나.”
디오의 개발자와 만난다니 뭔가 설레면서도 두렵기도 했다.
물어볼 것도 많다.
어디서 뭘 하는 사람인지
또 디오를 갑자기 나한테 왜 보냈으며 무슨 꿍꿍이인지 등등.
[일단은 업데이트 내용 확인부터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알았다.”
이 물리 방화벽, 방어에도 좋다고 했지?
“아주머니!”
“네!”
한창 청소 중이었던 아주머니는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왜 그러세요?”
“아주머니 저 믿으시죠?”
“……네?”
아주머니는 내 질문에 의아해했다.
“믿기는 하는데…… 갑자기 왜요?”
“뭐 하나만 실험해보려고요.”
나는 아주머니를 거기에 세워둔 채 부엌에서 식칼을 하나 가져왔다.
“라일 씨?”
아주머니는 갑자기 내가 식칼을 들고 다가가자 당황해했다.
“저 믿는다면서요. 한 번만 도와주세요.”
“그게 무슨?”
나는 칼을 들고 그대로 그녀에게 돌진했다.
그러자 그녀는 소스라치며 놀랬다.
“꺄아아아악!!!”
챙-!
내 공격은 아주머니 앞에 생긴 푸른 방화벽에 보기 좋게 막혀버렸다.
방화벽에는 흠조차 생기지 않았다.
“오. 좋은데?”
나는 식칼을 더 휘둘러 보았다.
챙-! 챙-! 챙-!
방화벽은 내 공격을 거뜬히 막아냈다.
“라일 씨! 뭐 하는 거예요?!!! 깜짝 놀랐잖아요!!”
아주머니는 많이 놀랐는지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어휴. 세상에.”
아주머니는 놀란 가슴을 추스르며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좀 너무하긴 했나……?
“혹시나 저 때문에 아주머니가 인질로 잡혀도 걱정하지 말라는 뜻에서 이렇게 해봤습니다. 보시다시피 누가 아주머니를 공격한다면 이 푸른 벽이 나타나 아주머니를 지켜줄 겁니다.”
“아니, 그런 거는 그냥 말씀만 해주셔도 제가 충분히 알아듣는데…….”
그렇게 말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뭔가 기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일 것 같아서요. 많이 놀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덕분에 맘 놓고 다닐 수 있겠네요.”
아주머니는 내 손에서 식칼을 뺏어 챙긴 다음 다시 일하러 갔다.
이걸로 나 역시 안심이다.
솔직히 나야 디오의 보안시스템 덕에 걱정할 게 없다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항상 같이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인해 그런 걱정은 싹 사라졌다.
이제 방화벽 이용에 거리 제한도 사라졌으니, 혹시나 그들이 공격을 받는다면 바로 방어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이제 다음 사항으로 자료 부분을 체크해볼까?”
[어떤 자료를 가져와 볼까요?]
“흠…….”
어떤 걸 볼까나?
갑자기 정석한, 강기석, 양기택 이 삼총사가 떠올랐다.
“디오야. 혹시 정석한, 강기석, 양기택 이놈들 감방에서 일기 같은 거 쓰고 있냐?”
[셋 다 쓰고 있습니다.]
“그래? 크크크. 일기도 쓰고 신세 좋네?”
왜인진 모르겠지만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한번 뭐라 썼는지 보여줘 봐.”
[네.]
디오는 그들이 써놓은 종이를 마치 현장에서 스캔한 것처럼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줬다.
진짜 대박이었다.
녀석들이 써놓은 일기에는 재기를 노리는 헛된 바람과 나에 대한 저주가 가득했다.
하하하.
이 자식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디오야.”
[네.]
“이제 전기 방화벽 거리 제한 없다고 했으니까 그 녀석들 한 번씩 다 지져주라.”
[알겠습니다.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끝났습니다.]
흠……. 원격은 좀 맛이 떨어지긴 하네.
어떤 상황인지를 전혀 모르니.
“녀석들 어때?”
[항상 그렇듯 시원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크흐흐흐. 그걸 직접 못 들은 게 아쉽네.”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 피식했다.
아무튼 이번 업데이트는 대박이다.
이걸로 나는 한층 더 무적에 가까워져 버렸다.
***
다시 대통령 쪽으로 돌아와서…….
나는 최근에 내 능력에 추가사항이 생겼음을 그에게 알려줬다.
“제가 항상 물리 방화벽으로 지켜드릴 테니 암살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완전 든든합니다. 이거 경호원들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모르겠네요. 하하하하하.”
백 대통령은 만족스러운 듯 호쾌하게 웃었다.
사실 대통령도 많이 불안했을 거다.
어쨌거나 그는 현재 중국을 상대로 나와 같이 싸우고 있는 상황.
그 말인즉슨 그는 중국 쪽에서 노리는 타겟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금 국내에 중국 쪽 스파이와 특수부대원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백 대통령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디오의 업데이트로 한 방에 해결되어 버렸다.
나는 백 대통령을 향해 자신 있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거침없이 중국에게 맞서주십시오.”
“좋습니다. 방어가 든든하니 저는 이제 오직 공격에만 집중하기로 하죠.”
“하하하. 그럼 한번 녀석들을 다시 혼쭐내 볼까요?”
***
전 세계 OEM 생산기지로서 오랫동안 활약해온 중국
그로 인해 ‘Made in China’란 문구가 써진 제품이 어딜 가나 판을 치고 있었다.
그만큼 중국은 생산의 메카였다.
그런데 만약 그런 중국의 공장이 일제히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이 발칙한 상상이 지금 현실이 되어버렸다.
“미친!!!”
“갑자기 뭐야?!!!”
공장 책임자들은 갑작스러운 가동중단 사태로 인해 멘붕에 빠져버렸다.
그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명령 프로토콜, 제조법 파일 등도 전부 암호화가 되어버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게 대체 뭔 난리야?”
“……나도 모르겠어.”
“오늘 안에 못 끝내면 물량 못 맞추는데…… 진짜 미쳐버리겠네.”
중국에 있는 모든 공장이 다 같은 상황이었다.
공장주들은 공장이 돌아가지 않아 다들 미칠 지경이었다.
하루 이틀은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들은 이 상황이 곧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공장은 가동되지 않았다.
중국에 있는 공장 중 가동되고 있는 공장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 있는 기업 또한 아주 난리가 났다.
그들은 중국 측에 엄청난 항의를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들은 갖은 수를 다 써서 공장을 다시 돌려보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중국 공장 중단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다른 나라들은 빠르게 금방 해결책을 찾아갔다.
이전부터 중국의 인건비와 물가가 올라감으로 인해 OEM 생산기지가 동남아시아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였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분명 타격은 있었지만 다들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중국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빠르게 동이 나기 시작했다.
인구수가 많은 만큼 소비하는 속도도 어마어마했다.
소비는 엄청난데 생산이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 국가 재난 상황을 방불케 했다.
슈퍼에는 물건이 아예 없었다.
중국은 이제 오직 수입으로만 물건을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적 손해가 막심해졌다.
중국의 주가도 미친 듯이 하락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이 일로 난리였다.
-대체 이게 뭔 상황이야?
-미친! 중국의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게 이제야 실감이 되네. 이번 사태의 영향을 안 받는 나라가 없어
-아니, 진짜 어떻게 된 거야? 왜 갑자기 공장이 안 돌아가는데?
-모르지.
-한 가지, 들리는 소문에는 warrior가 이 일을 벌였다는데…….
-warrior? 그게 대체 누군데?
-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놈이야. 엄청난 해커라는 소문이 있어.
-나도 들어본 적 있어. 녀석에게 그 흑객연맹도 박살 났다고 하던데.
-대박! 이제는 중국 공장까지 싹 다 멈추게 만든 거야?
-진짜 미친 거 아님?!!!
중국 정부 또한 난리였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중국 국가주석 우칭산 또한 계속 인상을 쓴 채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그럼 지금부터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