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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사이버 전쟁 (4) (59/201)

58화. 사이버 전쟁 (4)

난 정보전사 놈들은 좀 다르게 상대하기로 했다.

왜냐면 이 녀석들은 흑객연맹과는 아예 결이 다른 녀석들이다.

흑객연맹의 경우 중국 정부가 기존에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을 이용하는 것이었지만 정보전사들의 경우 애초에 중국 정부에서 만든 놈들이다.

만약 흑객연맹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에서는 자기들과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며 오리발을 내밀면 끝이었다.

하지만 정보전사의 경우 문제가 생기면 그냥 빼박이다.

자기들이 만든 녀석들이고 자기들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놈들인데 뭐라고 핑계를 댈 것인가?

게다가 녀석들은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에 있다.

그 말인즉슨 녀석들이 중국의 모든 기밀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오. 우리 또 한바탕 놀아볼까?”

[좋습니다.]

사이버 전쟁 2막이 시작되었다.

***

중국 국가안전부 부장 리치앙.

방금 막 그는 흑객연맹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거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최후의 병기 흑룡까지 터져버렸다고 한다.

“Wolf가 이렇게 무너지다니…….”

리칭앙은 warrior의 힘에 감탄했다.

만약 그가 격언을 하나 만들었다면 이런 말을 만들었을 거다.

“흑룡을 조작하는 Wolf만큼은 건들지 마라.”

그는 그만큼 Wolf의 힘을 믿고 있었다.

슈퍼컴퓨터 조작 역량으로는 분명 세계최강이다.

게다가 흑룡 또한 세계 탑 클래스의 슈퍼컴퓨터와 맞먹는 스펙.

그런 Wolf와 흑룡이 무너졌다.

리치앙은 갑자기 섬뜩함이 느껴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등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치우려고 했다.

비록 Wolf와 흑룡은 무너졌지만 우리는 흑룡 급의 슈퍼컴퓨터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흑객연맹이야 규모만 컸지 랭커들을 제외하면 어중이떠중이들이 많았다.

반면 정보전사들의 경우 구멍이 없이 한 명 한 명이 정예 멤버였다.

병력 면에 있어서 우리가 흑객연맹보다 더 우수하다.

리치앙은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신이 Wolf를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제군들!”

그는 앞에 있는 정보전사들을 향해 외쳤다.

“여러분들이 저지른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서 질 것이다. 그러니 마음껏 역량을 펼쳐라!”

“네!!!”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리치앙의 부추김에 정보전사들은 미친 듯이 해킹을 시도했다.

그들은 한국의 국정원을 비롯해 관공서, 기업들까지 닥치는 대로 싹 다 공격했다.

“하하하하하. 제한이 없다는 것은 좋은 거야. 드디어 살겠네. 이렇게 재밌는 것을 그동안 맘 편히 못 하고 살았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정보전사들은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자 마음껏 신나게 날뛰었다.

“계산 거의 다 끝났습니다.”

“보안 프로그램도 꺼뜨렸습니다.”

여기저기서 좋은 보고들이 들려왔다.

“기밀 열람이 가능해졌습니다.”

“관공서 메인 시스템 장악 완료했습니다.”

마침내 준비가 다 끝났다는 보고까지 들려왔다.

리치앙은 힘차게 외쳤다.

“다 빼 와!!!”

리치앙의 지시에 정보전사들은 해킹한 관리자 아이디들로 마음껏 그곳을 헤집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한국은 이제 난리가 날 거다.”

“아무것도 못 하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딱하구먼. 그런데 뭐 어쩌겠어. 자신들이 소국의 국민이라는 것을 애석해해야지.”

정보전사들이 그렇게 신나게 한국을 때리고 있을 무렵 갑자기 그들의 화면에 일제히 문구 하나가 나타났다.

[보안 시스템 ‘김치’ 발동]

“뭐야 이건?”

정보전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메시지를 보며 어리둥절했다.

[연결을 시도하겠습니다.]

“!!!”

그들은 그제야 자신의 컴퓨터들이 감염되기 시작했음을 인지했다.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제, 젠장할!!!”

정보전사들은 새로운 국면에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서 막아!!”

리치앙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소리를 질렀다.

이곳은 사이버전의 최후의 보루였다.

우리가 무너지면 중국이 무너지는 것이다.

리치앙은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 전쟁에 임했다.

“제군들! 최선을 다해 막아!”

“네!!!”

정보전사들은 갖은 애를 다 쓰며 연결 시도를 막고 있었다.

슈퍼컴퓨터들 또한 미친 듯이 돌아갔다.

하지만 막는 속도보다 잠식되어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어떡합니까? 이제 한계입니다. 뚫릴 것 같습니다.”

“뚫릴 것 같긴 뭐가 뚫릴 것 같아?!!! 헛소리 말고 빨리 막기나 해.”

리치앙은 징징거리는 부하들에게 일갈했다.

“크윽!!”

정보전사들은 쉴 틈 없이 자판을 쳐댔지만, 점점 힘에 부치고 있었다.

[연결 끝났습니다. 이제 암호화가 진행됩니다.]

정보전사들의 컴퓨터들은 랜섬웨어에 감염되듯 파일들이 잠기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그냥 인터넷선 뽑아 버려!!!”

그들은 아연실색하며 황급히 연결되어있는 포트를 다 빼내기 시작했다.

인터넷 연결을 끊자 암호화가 멈추기 시작했다.

“됐다!”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ㅋ 설렜어?]

“!!!”

그 메시지와 함께 암호화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인터넷 연결을 끊었는데 어떻게 공격하고 있는 거야?”

“일단 어서 막아!!!”

정보전사들은 이번에는 그냥 컴퓨터 전원을 꺼버리려고 했다.

그들은 서둘러 코드를 막 뽑기 시작했다.

“세상에…….”

코드를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컴퓨터는 여전히 돌아갔다.

리치앙은 심장이 철렁 가라앉았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들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엄청난 놈을 건들어버렸음을

인터넷 연결이 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킹은 진행 중.

게다가 전원 코드를 뽑았는데도 컴퓨터들은 계속 돌아갔다.

“warrior……넌 인간이 맞는 것이냐?”

리치앙은 그만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두려움으로 인해 그의 온몸이 엄청나게 떨려왔다.

“부, 부장님!!!”

정보전사 한 명이 사색이 되어 그에게 달려왔다.

“……왜?”

“녀석이 기밀문서들을 죄다 빼간 다음에 우리는 볼 수 없게 전부 암호화시켜버렸습니다.”

“…….”

망했다.

완전히 망해버리고 말았다.

우리가 한국에 하려던 그대로 녀석에게 당해버렸다.

“녀석이 매뉴얼만 하나 남겨놓았습니다. 한번 와서 보시죠.”

리치앙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다.

그는 힘겹게 일어나 부하가 안내하는 곳으로 갔다.

가서 보니 모니터에 글이 몇 개 띄어져 있었다.

[기밀문서를 돌려받고 암호를 해제하고 싶으면 아래의 지시사항대로 행동한다.]

[1. 대한민국 정부에게 어떠한 보복과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2. 대한민국 정부에게 1조 달러를 보상금으로 준다.]

“……1조 달러?”

리치앙은 기가 찼다.

이걸 국가주석에게 그대로 보고했다가는 바로 그는 바로 그 자리에서 처형당할 게 분명했다.

“어떻게든 풀어봐!!! 못 풀면 우린 전부 다 사형이야!”

“네!!!”

정보전사들은 황급히 암호 해제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젠장할.”

“하아……. 완전히 꼬아버렸어.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이 안 나온다.”

정보전사들은 지금 자신들이 암호 해제를 하는 게 얼마나 의미 없는 짓인지 잘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시도했다.

그들이 그렇게 한창 암호 해제에 열중하고 있는 중에 또다시 메시지가 올라왔다.

[애들아. 헛짓거리하지 말고 지시사항대로 하든가 아니면 그냥 포기하든가 해라.]

[그럼 이만 전력 끊는다.]

피융-!

그와 동시에 컴퓨터가 다 꺼져버렸다.

근데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전원을 뺀 상태였으니까.

사실 이제까지 가동되고 있었던 게 비정상이었다.

정보전사들은 모두 벙찐 상태로 가만히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하하하.”

리치앙은 엄청난 절망감에 그만 실소하고 말았다.

“부장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는 미쳐버렸는가 계속 웃어대기만 했다.

그곳은 그렇게 한동안 리치앙의 웃음소리만 구슬프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

“……그렇군. 알겠네.”

중국 국가주석 우칭산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콧소리를 크게 내며 눈을 감은 채 의자에 축 늘어지며 기댔다.

우칭산은 한동안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그는 눈을 번쩍 뜬 다음 급기야 책상에 있는 것을 다 엎어버렸다.

떨어진 물건들 중에는 고가의 도기도 있었지만 모두 다 시원하게 부서져 버렸다.

우칭산은 그런 것은 안중에 없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계속 씩씩대고 있었다.

“그 병신 같은 놈들!!! 기어이 일을 이렇게 만들어 버리고 마는군!!!”

그는 한바탕 욕을 퍼부어대며 소리를 꽥꽥 질러댔다.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다.

한국 쪽에서 요구하는 돈이 자그마치 1조 달러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그냥 있을 수는 없다.

암호화된 파일을 버리면 손해는 1조 달러를 훨씬 능가한다.

게다가 거기에는 군사 자료는 물론 공개되면 국제적으로 몰매를 맞을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 그것을 밝혀버리는 순간 중국은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칭산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여있었다.

1조 달러를 주는 게 제일 피해가 적고 나은 답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대국이 어떻게 소국에게 보상금을 준단 말인가?

“건방진 자식들. 내 순순히 1조 달러를 줄 것 같으냐?”

우칭산은 이를 갈며 다른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

“다 완료됐습니다. 전부 박살 내 버렸습니다.”

정보전사들까지 조지고 난 후 나는 백 대통령에게 가서 보고했다.

그는 나를 힐끔 쳐다봤다.

“……그렇군요.”

뭔가 되게 감흥이 없어 보였다.

“반응이 좀 별로인데요? 뭔 일 있으세요?”

“아뇨. 그게 아니라…… 솔직히 저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요.”

하하하…….

내가 너무 조치를 잘했는지 한국 쪽에서는 너무 평온하게 이 일이 지나가 버렸다.

국정원이나 관공서 직원들도 방금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테니 대통령이 이러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가 보기엔 나는 그냥 가만히 있다가 다 끝났다 보고했을 뿐이니까

흑객연맹과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이 사실을 알면 진짜 기가 막힐 것이다.

방금까지 중국 쪽에서는 나와 엄청난 전투를 치르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만약 내가 없었다면 한국은 진짜 어떻게 됐을지…….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모른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다.

역시 영웅이란 고독한 것인가?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실감이 나려나요? 지금 제가 중국의 모든 기밀을 다 빼내온 상태이고 녀석들의 파일을 전부 암호화시켜버렸습니다. 그것을 복구하고 싶으면 우리나라에게 1조 달러를 내놓으라고 전달한 상황입니다.”

“네?!!!”

백 대통령은 이제야 상황 파악을 한 모양이었다.

“곧 중국 쪽으로부터 연락이 올 겁니다. 녀석들.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갈 테니까요.”

“……하하.”

백 대통령은 멋쩍게 웃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당연히 됩니다. 정당방위니까요. 제가 녀석들의 기밀을 그냥 빼 올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녀석들이 선공할 때까지 기다린 이유도 이 때문이죠.”

나는 차근차근 백 대통령에게 설명해줬다.

“전 녀석들이 기밀을 빼앗기고 암호화에 걸린 것도 다 본인들이 우리나라를 해킹하려다가 그렇게 된 것처럼 미리 설계해 놨습니다. 우리가 미리 설치한 보안 프로그램이 작동돼서 그렇게 된 것이라 말하면 저들 입장에서 할 말은 없습니다.”

“역시 라일 씨는 무서운 분이십니다. 철두철미하시군요.”

백 대통령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뭘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녀석들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전혀 위축될 필요가 없어요.”

“알았습니다.”

대통령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띠리리리~!

그때 대통령실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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