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사이버 전쟁 (3)
“그럼 전기부터 다 끊어 버리겠습니다.”
Bear 팀은 한국전력공사의 메인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쇼타임!”
해커는 자신 있게 외치며 엔터키를 눌렀다.
피융-!
“뭐, 뭐야?!!!”
분명 그들은 한국의 전기를 끊으려 했는데 오히려 그들이 있던 건물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왜 우리가 있는 곳이 전기가 나가?!!!”
Bear는 황당해하며 외쳤다.
그들은 앞이 보이지 않아 핸드폰 손전등을 켜 시야를 밝혔다.
Bear는 뭔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warrior가 한 짓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서, 설마…….”
띵동! 띵동!
갑자기 Bear가 들고 있던 핸드폰의 알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 시간에 알람을 맞춘 적이 없었다.
갑자기 울린 핸드폰 알람은 공포 분위기를 자아냈다.
Bear는 두려움에 떨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헉!”
그는 아연실색하며 핸드폰 화면을 쳐다봤다.
[Bear.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설쳐대는구나?]
warrior였다.
Bear는 공포심으로 인해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시키는 대로 미티어를 잘 공격해줘서 마음에 들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면 어떡하나?]
“이, 이건…….”
Bear는 뭐라도 변명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말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떡하긴? 혼나면 되지.]
Bear가 들고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빠르게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Bear는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할지 단숨에 눈치챘다.
“망할…….”
지지지직!
“끄아아아악!!!”
핸드폰에서 발생한 전기충격으로 인해 Bear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는 흰자를 보이며 그대로 털썩 쓰러졌다.
“Bear!!!”
동료들은 기겁하며 그 광경을 지켜봤다.
띵동! 띵동!
사방에서 핸드폰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 소리는 공포감을 더 불러일으켰다.
안 그래도 전기가 나가 어두워 음산한데 갑자기 요란하게 울려대는 소리는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찌할 줄을 모른 채 오들오들 떨고만 있었다.
지지지직!!!
“으아아아악!!!”
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차례로 한 명 한 명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나갔다.
방 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됐다.
“사, 살려줘!!!”
“제발!! 제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전기충격 릴레이는 계속됐다.
“젠장할…….”
마지막 남은 한 명은 체념한 듯이 말했다.
“끄아아아악!!!”
그 시원한 비명을 끝으로 Bear팀도 전멸했다.
***
흑객연맹 본진
Wolf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방금 그에게 연달아 좋지 않은 보고들이 들려왔다.
Snake팀의 컴퓨터들은 또 죄다 터져버렸다.
Tiger팀의 컴퓨터는 랜섬웨어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고 다른 데다 빼놓았던 중요 파일들도 완전히 훼손되어 버렸다.
심지어 오프라인 상태인 컴퓨터에 넣어놨는데도 당해버렸다고 한다.
그의 해커 인생에서 그런 사례는 듣도 보도 못했다.
아니.
애초에 말이 안 된다.
인터넷 연결 없는 해킹이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Bear팀도 공격을 시작했을 텐데 따로 보고 연락이 없었다.
Wolf는 긴장하며 Bear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핸드폰이 꺼져있다는 알림만 나올 뿐이었다.
“…….”
아무래도 Bear 또한 warrior에게 당한 듯했다.
Wolf의 목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해커들 세계에서 악명이 높으며 아무도 감히 건들 생각을 하지 못한 그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warrior란 뉴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그는 어쩌다 자신이 이런 처지가 됐는지 이해가 안 됐다.
난 분명 강하다.
WHR 3위에 달하는 초일류 해커이다.
Wolf는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최후의 병기를 꺼낼 때가 됐다. warrior. 내 친히 흑룡(黑龍)으로 상대해주마.”
슈퍼컴퓨터 흑룡.
엄청난 사양을 자랑하는 흑객연맹의 최후의 병기였다.
사용하는데 엄청난 전력 소모가 발생하기 때문에 웬만해서 이용하지 않고 있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슈퍼컴퓨터는 스펙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용자의 역량이다.
Wolf의 슈퍼컴퓨터 활용 능력은 단연코 세계 최고였다.
“이걸 꺼내게 한 이상 곱게 끝나진 않을 것이다.”
흑룡을 만진 순간 그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Wolf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혼자서 슈퍼컴퓨터를 조작하기는 불가능하다.
팀원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Devil!!!”
Devil
WHR 15위를 기록하고 있는 해커이다.
Wolf는 그와 제일 합이 잘 맞았기 때문에 그를 특별히 옆에 두고 있었다.
그는 Wolf의 부름에 재빨리 달려왔다.
“네! Wolf.”
“팀원들 데리고 와서 저 좀 도와줘요. 최후의 공격으로 흑룡을 사용해야겠어요.”
“드디어 사용하시는군요. 언제 사용하시는가 했습니다.”
“더 이상 간 볼 필요가 없군요. 녀석은 엄청 강합니다. 그러니 거기에 맞게 상대를 해야겠죠.”
Wolf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서둘러 준비하십시오. 어서 녀석을 박살 내 버립시다.”
“네. 알겠습니다.”
Devil은 Wolf의 지시대로 팀원들을 모아 흑룡을 가동시켰다.
“그럼 제 지시대로 잘 움직여주시기를 부탁합니다.”
Wolf는 직접 진두지휘하며 흑룡으로 국정원을 때리기 시작했다.
계산 속도로만 치면 흑룡은 지구상에 있는 컴퓨터 중 최강이었다.
흑룡은 재빠르게 국정원의 상위 관리자 아이디를 해킹하기 시작했다.
그 아이디는 보안 레벨에 관련 없이 모든 문서를 관람할 수 있는 아이디였다.
그래서 얻어내기만 한다면 한국의 모든 기밀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전에도 국정원 아이디 해킹을 시도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중간자 공격 방식으로 중간에서 도청하며 힌트를 얻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더 이상 그 방법을 쓰지 않고 정공법으로 직접 뚫기로 했다.
warrior가 뿌린 잘못된 힌트에 낚여 성공했던 걸로 착각해 버렸고 그로 인해 완전히 뒤통수를 맞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진행 상황 보고해 줘.”
“순조롭습니다. 아이디 획득은 문제없을 겁니다.”
“좋아. 나는 방어에 집중할게. warrior가 분명 공격해올 거야. 이상한 외부 데이터가 들어오는 게 감지되면 바로 알려줘.”
“네. 알겠습니다.”
Wolf팀은 철두철미하게 대비하고 있었다.
그때 Devil의 화면에 대량의 데이터 유입 알림이 떴다.
“Wolf. 침입 감지됐습니다.”
“오케이.”
Wolf는 서둘러 조처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손이 다 안 보일 정도로 빠르게 키보드를 쳐댔다.
“warrior. 이 내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것 같으냐.”
Wolf는 온 힘을 다해 방어에 집중했다.
그렇게 공수가 동시에 계속 이루어졌다.
Wolf는 점점 힘에 부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쉬지 않고 계속 타자를 쳐댔지만, 공격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Wolf. 힘내요. 데이터가 줄고 있어요. 막히고 있는 거 같아요.”
“좋아!”
Wolf는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상위 관리자 아이디랑 비밀번호도 거의 다 계산되고 있어요. 조금만 버텨주세요!”
“오케이!!!”
희보에 힘입어 Wolf는 더 힘차게 warrior의 공격을 방어해 나갔다.
“데이터가 없어졌습니다.”
“계산 끝났습니다. 아이디랑 비밀번호 나왔습니다.”
승전보가 들려왔다.
“휴우-!”
그제야 Wolf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힘을 풀었다.
그는 온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역시 Wolf십니다. warrior 그깟 놈이 감히 Wolf 님에게 되겠습니까? 이제 Wolf 님이 이렇게 진심으로 나온다면 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겁니다.”
Devil은 Wolf를 추켜세우느라 바빴다.
“아직 끝난 거 아닙니다. 국정원에서 조처를 하기 전에 빨리 기밀을 빼내야 합니다. 아이디랑 비밀번호 주세요.”
“예.”
Wolf는 Devil에게 받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탁!
그런 다음 그는 엔터키를 눌렀다.
그런데 그때부터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Wolf는 기밀 정보를 열람하기를 기대했지만, 화면에는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뭐지?”
Wolf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서, 설마?!!”
Wolf가 보고 있는 화면에는 기밀문서가 아니라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설렜어?]
“이런 미친…….”
Wolf는 절망하며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그는 결국 자신이 warrior의 손에 놀아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Wolf. 왜 그래?”
Devil은 승리로 인해 기뻐하고 있어야 할 Wolf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보며 물었다.
“망했다.”
“뭐?”
Wolf는 조용히 자신의 화면을 가리켰다.
Devil 또한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아주 땀에 젖어가면서 애쓰는 모습이 짠하더라.]
warrior의 이죽거림이 시작됐다.
[그래서 한번 지는 척해줬어. 그렇게 애쓰는데 잠깐이라도 기분 좋으라고. 그나저나 컴퓨터 좋네. 흑룡? 이름도 멋있어.]
“…….”
Wolf는 어이가 없었다.
어찌 된 게 warrior는 몇몇밖에 모르는 흑룡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다.
[마치 어떻게 알아냈냐는 듯한 반응이네?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알 거 없고 그냥 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것만 알아둬.]
Wolf는 전에 Bear가 warrior는 감시장치 하나 없이 라이브로 자신들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한 게 생각났다.
그때는 그 말을 못 믿고 그냥 넘겼는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warrior……. 넌 대체 어떤 괴물인 거냐?”
Wolf는 기막혀하며 물었다.
[세계최강의 괴물이지.]
“하하하하하하.”
Wolf는 그만 그 메시지에 실소했다.
“세계최강의 괴물. 인정이다. 우리가 주제도 모르고 개기고 있었네. 하하하하하하.”
Wolf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쓸쓸하게 웃어댔다.
[마지막에라도 그걸 깨달아서 다행이다.]
warrior의 공지가 이어졌다.
[현 시간부로 흑객연맹은 해체다. 덧붙여 흑룡도 내가 박살 내 버리겠다.]
“뭐?!!!”
Devil은 질겁하며 반응했다.
지지지직!
갑자기 흑룡 주변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안 돼!!! 이게 얼마짜리인데!!!”
“…….”
Devil은 절규했지만 Wolf는 가만히 있었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Wolf는 분명 강했다.
게다가 방금은 그의 해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온 힘을 쏟아부었음에도 그게 너무나도 쉽게 막혀 버렸다.
엄청난 힘의 격차를 체험한 Wolf는 그만 넋이 나가버렸다.
“푸하하하하하하.”
그의 동료들은 터져나가는 흑룡을 보며 울부짖고 있었지만, Wolf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그저 미친 사람처럼 혼자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것이 흑객연맹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
“방금 흑객연맹 쪽은 마무리됐다.”
나는 수진이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너무 쉬워서 싱거웠지.”
나는 피식하며 말했다.
“이제 중국 정부가 키운 정보전사들이 남았군요.”
흑객연맹보다 숫자는 적었지만, 중국 정부에서 체계적으로 키운 정보전사답게 전력은 더 강했다.
게다가 녀석들은 흑룡 급의 슈퍼컴퓨터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
그야말로 중국 정부에서 밀어주는 초 금수저 해커들이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하! 장난?”
난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를 뀌었다.
“녀석들이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나에게는 안 돼. 이제 내가 어떻게 녀석들을 요리하는지 지켜보기나 하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