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사이버 전쟁 (2)
중국의 정보전사와 흑객연맹들은 한국에 총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가 간의 관계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없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한을 풀어준 순간 이들은 물 만난 물고기가 되었다.
“하하하. 아주 다 속이 시원하네.”
“공격 허락해줬으니까 마음껏 공격해보자고!!”
정보전사들은 국가에서 판을 만들어주자 매우 들떠있는 상태였다.
그들은 신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댔다.
반면 흑객연맹 측 분위기는 비장했다.
정보전사들은 warrior를 상대해본 경험이 없는 반면, 흑객연맹은 이미 몇 번의 쓴맛을 통해 warrior의 강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이번 공격이 정말로 마지막 기회였다.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이들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숙청뿐이었다.
Wolf는 심각한 표정으로 랭커들을 다 불러 세웠다.
“다들 이번 일의 중요성을 알고 있겠지요?”
“알고 있습니다.”
Snake는 바짝 긴장하며 대답했다.
“모두 살고 싶으시면 정신 바짝 차리고 임하세요.”
“알겠습니다.”
Tiger는 다소 의기소침한 목소리였다.
Wolf는 그를 힐끔 쳐다봤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는 마세요. 15만 대군이 한 번에 공격하는데 설마 이번에도 막히겠습니까?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못 버틸 겁니다.”
“네.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Bear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말했다.
모두 다 와신상담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고 드디어 그날이 왔다.
warrior 아니면 그들.
둘 중 하나가 사라져야 이 게임이 끝난다.
그들은 사활을 걸고 이 전쟁에 임했다.
“그럼 당장 팀원들과 같이 공격 개시하기 바랍니다.”
흑객연맹도 정보 전사들에게 합세하며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국정원 서버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유입되었다.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로 대량의 데이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라일 님. 시작됐습니다.]
디오는 전투가 시작됨을 알렸다.
“크큭. 귀여운 녀석들. 물량만 많으면 다인 줄 아나.”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제 보안 시스템 가동해.”
[네!]
디오는 각 기관에 깔린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
[감염 시작됐습니다.]
“좋아! 녀석들 아주 난리가 났을 거다.”
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Snake 님!! 뭔가 이상합니다.”
“왜?”
동시에, Snake는 아연실색하는 동료에게 물었다.
그가 보니 이미 동료의 컴퓨터는 다운되어 있었다.
연달아 주위의 컴퓨터가 다운되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또 똑같은 일이 그에게서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비가 되어 있다!!”
Snake는 컴퓨터가 부수어지기 전에 전기를 끊을 수 있는 차단 버튼을 사전에 미리 만들어 두었다.
그는 얼른 그 버튼을 눌렀다.
“…….”
하지만 전기는 끊기지 않았고 컴퓨터들은 여전히 다운되고 있었다.
“뭐, 뭐야?!!”
탁! 탁! 탁!
Snake는 질겁하며 버튼을 계속 눌러댔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망할!!”
이미 컴퓨터는 다 다운되어 버렸다.
여기저기서 쾌쾌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멀쩡한 컴퓨터라곤 이제 Snake의 컴퓨터밖에 남지 않았다.
Snake는 모니터에 메시지가 써지고 있는 게 보였다.
[Snake야. 그걸 대비라고 해놨냐?]
“warrior……!”
Snake는 이를 갈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멍청아. 내가 원격으로 전기를 조종할 수 있으면 그깟 차단기도 당연히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냐? 진짜 어이가 없네ㅋㅋㅋㅋㅋ]
warrior는 그를 완전히 놀리고 있었다.
[솔직히 좀 기대했는데 별로네. 그냥 잘 가라.]
“warrior!!”
Snake는 소리를 꽥 질러댔고 그에 맞추어 컴퓨터도 펑 하고 터져버렸다.
다음은 Tiger 팀이었다.
Tiger 팀은 이번에 준비를 단단히 했다.
warrior의 랜섬웨어 공격에 대비해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 놓은 상태였고 거기다가 다른 중요 파일들은 미리 안전한 곳으로 옮겨둔 다음 백업까지 시켜 놨다.
Tiger는 특제 랜섬웨어를 만들어 한국의 국가기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특제 랜섬웨어는 인터넷에 접속만 해도 바로 감염될 정도로 엄청나게 강력했다.
“하하하. 그때의 치욕을 씻기 위해 이를 갈며 준비했다. 어디 한번 이번에도 막아봐라. warrior!!”
Tiger 팀은 거침없이 국가기관들을 공격해 나갔다.
국가기관의 컴퓨터들이 감염되기 시작했고 파일은 암호화되어갔다.
“좋아! 이번에는 성공이야!!”
그때 Tiger의 귀에 컴퓨터의 CPU 쿨러가 심하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한 대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갑자기 거기 있던 모든 컴퓨터의 쿨러가 의식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제히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서, 설마?!!”
혹시나 해서 창을 내리고 파일들을 확인해 보니 암호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든 막아!!”
그래 봤자 이미 늦었다.
Tiger 팀의 모든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되고 말았다.
미리 깔아 놓은 보안 시스템을 이용해 파일을 복구해보려고 했지만 이미 다 날아가 버리고 만 상태였다.
“하아…….”
Tiger는 답답한지 이마를 짚으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다가 그는 갑자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이 컴퓨터들은 빈 거나 마찬가지다. warrior 이 병신 새끼야. 중요 파일은 이미 다 빼놨어.”
컴퓨터가 날아간 것은 기분이 좀 나빴으나, 그래도 중요 파일들은 미리 다 빼놓은 상태라 Tiger는 안심하고 있었다.
중요 파일들이 보관된 곳은 인터넷 연결도 끊어놨다.
warrior가 직접 여기로 와서 연결하지 않는 이상 그 파일들을 건드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Tiger는 그렇게 마음을 놓고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Tiger의 컴퓨터에 메시지가 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 이미 너네 중요 파일 전부 다 훼손시켜 놓은 상태인데?]
“?!!”
또다시 warrior의 라이브 채팅이 시작됐다.
Tiger는 warrior가 하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블러핑하지 마! 이 개자식아. 인터넷 연결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오프라인 컴퓨터들에다가 자료를 넣어놨는데 뭔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Tiger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거짓말 같으면 한번 확인해보시던가.]
“…….”
Tiger는 분명 자신 있었지만, warrior의 반응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설마…….”
Tiger는 얼른 중요 자료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향해 달려갔다.
그는 서둘러 파일들을 확인했다.
“…….”
그는 충격으로 인해 온몸이 굳어버렸다.
“맙소사…….”
Tiger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뚫려버렸고 랜섬웨어에 감염되어버렸다.
중요 파일들은 이미 훼손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 개자식이!!”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폭발하고 말았다.
“시발!!”
“왜 그러십니까?!!”
그가 소리를 질러대자 동료들이 와서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당했어……. 파일들이 다 암호화되어 버렸어…….”
“네?!!”
동료들은 Tiger의 말에 기절초풍했다.
“아니……. 어떻게 말입니까? 이 컴퓨터는 오프라인 상태인데요.”
“나도…… 모르겠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warrior가 신이 아닌 이상 이것은 불가능했다.
Tiger는 두려움에 온몸이 떨려왔다.
“일단 빨리 복구시키자. 이건 절대 잃으면 안 되는 파일들이야.”
Tiger는 답이 없을 거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현실을 부정하면서 어떻게든 파일들을 복구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나 헛수고였다.
이 랜섬웨어에 결함 따위는 없었다.
정말 완벽 그 자체였다.
복구코드를 찾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건 평생 걸려도 못 알아낸다.
그때 오프라인 상태인 컴퓨터의 모니터에서 메시지가 떠올랐다.
[헛짓거리하지 마라.]
“이, 이런 미친!!”
Tiger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 기겁하며 뒤로 자지러졌다.
그는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뭘 그렇게 놀래? 크크크. 인터넷 연결도 안 되어 있고 완전 클린한 상태의 컴퓨터인데 어떻게 감염시켰고 이렇게 메시지도 쓰고 있냐고? 그건 알 거 없어ㅋㅋㅋㅋㅋㅋ]
warrior는 다시 Tiger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자면, 전에 네가 나한테 당했을 때. 그때 1,000만 달러를 순순히 줬으면 난 복구 코드를 돌려줄 생각이었어. 실제로 난 복구 코드를 가지고 있었지. 하지만 너는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니 참 애석할 따름이야.]
warrior가 그런 것까지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Tiger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기회는 날아갔다. 복구 코드 같은 것은 이제 없어.]
“도, 돈을 주겠다. 얼마면 되겠어? 2,000만 달러?”
이 파일들은 없어서는 안 될 거였기 때문에 Tiger는 결국 굽히고 들어왔다.
[하하하하하. 귀엽네. 2,000만 달러? 그깟 푼돈 필요 없어. 그건 내가 맘만 먹으면 1초 만에 벌 돈이니까 말이야.]
“그, 그런!!”
Tiger는 절망하며 탄식했다.
“그럼 Tiger. 잘 가라. 그동안 애썼다. ㅋㅋㅋㅋㅋㅋ.”
메시지는 꺼졌고 그와 동시에 Tiger 팀의 컴퓨터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Tiger 팀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방은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다.
방안은 터져버린 컴퓨터에서 나온 연기로 가득 차게 됐다.
“망했다…….”
Tiger는 망연자실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는 그대로 절규하며 울부짖었다.
***
Bear 팀.
그들은 전기, 수도, 가스, 교통 등등 생활 전반과 관련된 관공서들의 시스템을 죄다 날려버려 한국을 마비시킬 계획이었다.
그들이 공격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석기시대로 돌아가게 될 예정이었다.
그동안 Bear 또한 warrior에게 복수하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Bear는 warrior의 지시에 따라 미티어를 공격했었다.
그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짓이었다.
미티어는 세계적인 투자기업으로서 미국에서조차 그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였다.
알게 모르게 중국 정부에서도 밀어주고 있는 기업이었는데 그런 기업을 공격하라니.
하지만 Bear는 어쩔 수 없이 미티어를 공격했고 결국 미티어는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미티어가 이런 일을 겪고도 그냥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고 들통나는 것은 시간문제였기 때문에, Bear는 미티어에게 warrior에게 약점을 잡혀 어쩔 수 없이 공격했다고 자수했다.
미티어는 피해 금액을 다 보상해주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피해 금액은 5,000만 달러로, Bear가 감당하기에는 큰돈이었다.
Bear는 막막했다.
당장 5,000만 달러를 지불할 방법이 없었으므로 미티어에게 좀 봐달라고 사정했지만, 미티어의 대표는 빨리 돈을 갚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면서 강하게 나왔다.
그때, 정부가 어떻게 알았는지, 한국의 관공서에 대대적인 공격을 가해 시스템을 마비시켜준다면 이번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그에게 제안해왔다.
Bear로서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고 죽기 살기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비장한 표정을 한 채 팀원들을 바라봤다.
“공격하자!”
Bear의 지시에 그의 팀들은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갑자기 모든 게 끊겨 버리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가 되는군.”
“다 터져버려라!!”
Bear 팀은 각 관공서를 침투해 빠르게 메인 시스템을 해킹해나갔다.
정부에서 보호해줄 것을 약속했기에 그들은 추적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Bear 님 성공했습니다!!”
이윽고 팀원들은 쾌재를 부르며 외쳐댔다.
Bear는 그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제 한국을 마비시켜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