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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사이버 전쟁 (1) (56/201)

55화. 사이버 전쟁 (1)

현재 중국 최고 권력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에서는 임시회의를 소집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국가주석, 부주석, 부총리 등도 전부 회의에 참석했다.

국무원 총리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회의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렇게 다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무부총리가 회의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모두 다 아시다시피, 샤오왕 총리를 이렇게 만든 자는 한국의 warrior란 놈입니다.”

“허허허허. 그놈 참 배짱도 좋군. 감히 총리를 건들다니…….”

부주석은 끌끌 대며 혀를 찼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녀석은 한국에서도 막 나가는 놈이더군요. 집권당을 아예 박살 내버렸답니다. 김태하 대통령을 사퇴시키기도 했고요.”

“진짜 골 때리는 놈이군. 근데 갑자기 녀석은 왜 샤오왕 총리를 공격한 거요?”

“샤오왕 총리가 흑객연맹을 시켜 한국의 국정원을 공격하게 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총리께서는 녀석과 얽히기 시작했고,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망아지 한 마리가 미쳐 날뛰는 꼴이군.”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warrior가 저지른 일들을 들으며 기막혀했다.

“포털 사이트에는 아직도 샤오왕 총리와 관련된 글이 올라와 있소. 대체 왜 아직도 못 내리고 있는 거요?”

“포털 사이트 측에서 계속 내리려고 시도해봤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됐답니다. 흑객연맹 녀석들도 결국 포기해버렸습니다.”

“그 녀석, 한국에서도 똑같이 저격하는 대상의 비리 기록을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에 고정해버렸답니다. 그때도 다들 그 자료들을 내려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죠.”

“허허. 이런 이런. 한국이 엄청난 해커를 두고 있었군요.”

다들 이 기상천외한 일을 두고 어찌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놈이 이렇게 날뛰도록 내버려 둘 셈은 아니시죠? 첩보에 의하면 녀석과 새로 당선된 한국의 대통령이 한통속이랍니다.”

“그러면 더욱 내버려 두면 안 되죠.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압박할 명분이 딱히 없기는 합니다.”

“명분이야 적당히 트집 잡으면 되지 않소.”

“나도 거기에 동의하오.”

회의는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주석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는 고민할 게 좀 있는지, 말없이 입술만 움직여댔다.

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낌새를 보아하니 해커 한 명 믿고 주제도 모른 채 설쳐대고 있는 것 같은데, 군사적 압박이면 모를까 말뿐인 압박을 들을 거 같지는 않군요.”

“하긴 그 건방진 녀석들. 뭐라 해봤자 콧방귀나 뀌면서 무시할 것 같기도 합니다. 주석 말대로 그냥 하는 압박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뭔가 우리에게 결정적인 패가 있어야 할 듯싶네요.”

부주석은 주석의 말에 호응해줬다.

“그러면 그냥 군사 압박으로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랬다가는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거요. 굳이 그런 불필요한 자극을 할 필요는 없지요.”

“하아. 어쩐다…?”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크래킹에는 크래킹으로 나가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드러나는 전쟁은 할 수 없으니, 사이버 전쟁이라도 해야죠.”

주석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전 우리가 사이버전에서 최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유능한 정보전사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주석님. 설마 녀석들을 풀 생각이십니까?”

사람들의 말에 주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에 다들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제 초토화될 것입니다.”

“하하하. 녀석들 암담하겠네요.”

“거기에 흑객연맹 녀석들도 전부 합세시킬 생각입니다. 우리의 강점인 인력을 잘 활용해야지요.”

주석의 계획에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다 동의하는 눈치였다.

“그럼 공격을 지시하겠습니다.”

***

녀석들.

한창 재밌는 회의를 하고 있다.

나는 디오를 통해 중국 상무위원회 임시회의를 전부 다 라이브로 들었다.

크래킹에는 크래킹이라…….

“크크크크….”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디오를 상대로는 그게 최악의 수라는 것을 모르다니.

녀석들은 그 선택을 한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할 거다.

“디오야. 근데 그놈들이 푼다는 녀석들이 대체 누구냐?”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비밀리에 키운 정보전사들입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선발되어 철저하게 사이버전을 위해 훈련받았습니다. 그 규모가 5만에 육박합니다.]

“하하하하하.”

국가에서 키운 정보전사가 5만이라.

진짜 대륙의 스케일은 어마어마하다.

“근데 흑객연맹이 10만인 것에 비하면 정보전사 놈들은 그 절반인데, 왜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야?”

[흑객연맹은 개개인의 실력 편차가 심한 반면 정보정사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정예 요원입니다. 그래서 전체 전력으로 계산해보면 흑객연맹보다 더 우수한 집단입니다. 게다가 녀석들은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까지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슈퍼컴퓨터 다수를 보유한 최정예 정보전사 5만.

거기에 WHR 랭커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흑객연맹 10만.

합치면 15만 명의 전력이 이 사이버전에 참여한다.

내가 여기에 참가하지 않으면 한국은 순식간에 다 털린다.

와…….

진짜 한국은 나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고만고만한 녀석들끼리의 싸움은 당연히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긴다.

하지만 이쪽에는 넘사벽 최강자인 이 몸이 있지.

나는 얼른 장수진에게 연락했다.

“여보세요.”

“수진아. 잘 있었냐?”

오랜만에 하는 통화라 가볍게 녀석의 안부를 물었다.

“뭐, 요즘 통 뭘 시키지를 않으셔서 잘 지내고 있긴 합니다.”

하하…….

이 자식이 아주 대놓고 나오네?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난 너를 더 괴롭히고 싶은데 어쩌지?”

“죄송합니다. 농담이었습니다. 언제 연락 올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황급히 태세 전환을 했다.

이런 반응 때문에 진짜 안 놀릴 수가 없다.

“아닌 거 다 아니까 오버하지 마.”

“……네.”

수진이는 머쓱하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십니까?”

“너희가 지금부터 대비해야 할 게 있어서 말이야.”

“대비요?”

장수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응. 조만간 중국에서 샤오왕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사이버 공격을 시작할 거야. 그런데 이번 공격은 너희 국정원에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자그마치 도합 15만의 해커들이 한 번에 여기를 공격할 거니까.”

“시, 십오만이요?!!!!”

수진이는 화들짝 놀래며 소리를 질렀다.

당연하다.

해커 15만 명이 한 번에 공격한다는데 아주 기가 차겠지.

“걱정하지 마. 여기에는 이 몸이 있으니까.”

“그렇죠. 우리에게는 라일 님이 있죠!”

수진이는 바로 안심해버렸다.

녀석은 이제 내 힘을 그냥 신봉하는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내가 국정원으로 파일 하나 보낼 거야. 너희는 그걸 각 국가기관에 전부 뿌린 다음에 설치해 놓고 있으라고 알려줘.”

“알겠습니다. 근데 무슨 파일입니까?”

“해킹 막는 특제 보안 프로그램. 그 프로그램이 깔려있는 컴퓨터를 해킹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으로 상대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정보를 넘기게 될 거야. 너희는 그 정보를 인질로 잡고 있으면 돼.”

“완전 짱입니다! 그것만 있으면 안심이겠네요.”

수진이는 감탄하며 말했다.

“당근. 이 몸이 만든 파일이잖아.”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수진이는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왜 직접 전달하지 않으시고 저를 통해 하시는 거죠? 그리고 녀석들의 정보는 마음만 먹으면 라일 님께서 직접 빼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네 말이 맞아. 내가 맘먹으면 다 그렇게 할 수 있지.”

“근데 왜?”

수진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일단 첫 째. 내가 국가기관에 직접 보안 파일을 전달하면 뭔가 모양새가 좀 그렇잖아. 너희가 ‘곧 사이버 공격이 있을 예정이오니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주십시오’ 하면서 파일을 전달해줘야 아름다운 모습이지.”

“아…….”

뭔가 그렇게 와닿지 않는 거 같다.

“뭐, 그건 사실 그렇게 중요한 이유가 아니긴 해. 중요한 것은 중국과 거래를 할 때 명분을 만들기 위함이지.”

“명분이요?”

“응. 수진아. 이 세계는 명분이란 게 참 중요해. 그리고 자고로 명분이라는 것은 고상해야 하는 법이거든. 만약 내가 녀석들의 기밀을 그냥 빼 온 다음에 녀석들과 거래를 한다고 쳐. 그러면 그 녀석들은 자기들이 한 짓은 생각도 안 하고 위법이니 뭐니 하면서 별말을 다 하겠지.”

“……아무래도 그러겠죠.”

“그런데 우리가 녀석들로부터 얻은 기밀이 녀석들이 우리를 치려다 되레 당한 것이라면 어떨까?”

“아!”

수진이는 뭔가를 좀 깨달은 듯한 눈치였다.

“그래. 내가 미리 이 보안 프로그램을 배포해 놓으면 녀석들은 개념 없이 국가기관을 공격하려다가 되레 이 보안 파일에 당해 역으로 기밀을 빼앗긴 게 돼버린 거지. 이 상황에서 과연 녀석들이 할 말이 있을까? 이런 게 바로 외교적 기술이야.”

“과연 그렇군요. 그런 뜻이 있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역시 라일 님.”

수진이는 갑자기 나를 치켜세워줬다.

훈육이 잘 된 건가?

이러니까 좀 어색하긴 하다.

뭐 그냥 넘어가자.

“그럼 잘 알아들었으면 파일 바로 보낼 테니까 배포해줘.”

“네. 알겠습니다.”

“오케이. 그러면 부탁한다.”

국정원 쪽과 볼일은 끝났고 이제 백기와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눌 차례다.

나는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우. 라일 씨. 오래간만입니다.”

“네. 그렇네요. 대통령 일은 할 만 하신가요?”

“어휴. 정신없습니다. 이렇게 바쁠 줄 몰랐네요.”

그는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겠죠.”

“하하하. 정말 그렇습니다. 그래도 이 자리에 이렇게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른답게 모범적인 말을 했다.

역시 충직한 사람이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왠지 그냥 전화했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또 조만간 뭔가 큰일이 터질 예정입니까?”

“하하하하. 바로 맞추셨습니다.”

여전히 눈치도 좋다.

“하아. 지금도 충분히 바쁜데 더 바빠지겠군요. 이번에는 대체 또 뭡니까?”

“중국에서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을 시작할 겁니다. 그것도 역대급 규모로 말이죠.”

“에고…….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지는군요.”

“걱정하지 마시시오. 여기 대한민국에는 제가 있으니까요.”

“하하하하하.”

내 말에 백기완 대통령은 호탕하게 웃어댔다.

“그렇군요. 우리 대한민국에는 라일 씨가 있습니다. 그러면 게임 끝이군요.”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수진이도 그렇고 이 사람들.

이제 나는 뭐든지 다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다.

그게 사실이긴 하지.

“하하하. 맞습니다. 이번에도 저만 믿고 따라오십시오. 그러면 만사가 다 해결될 테니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셔야 할지 알려드리겠습니다.”

***

중국 베이징의 한 비밀작업장.

이곳에는 수만 대의 컴퓨터가 즐비해 있고 그 앞에는 사람들이 모두 비장한 표정을 한 채 앉아 있었다.

이들은 모두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키운 정보전사들이었다.

당의 명령에 의해 이들은 자금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정보전사 지휘관은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해라.]

메시지가 떨어졌다!

“명령 내려왔다. 다들 시작해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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