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다시는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마라 (7) (55/201)

54화. 다시는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마라 (7)

Bear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문에 전류까지 흐르게 하다니…….

이 새끼는 대체 어떤 괴물인 거야?

심지어 이 자식, 지금 한국에 있을 거 아니야…….

Bear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원하는 게 뭐지?”

그가 묻자 모니터에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 상황 파악이 빨라서 좋네. 그게 바로 내가 원했던 말인데.]

역시나 라이브로 메시지가 쓰여지고 있었다.

Bear는 갑자기 혼자 방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정신 사납다. 가만히 있어라]

그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한쪽 구석으로 갔다.

[거기서 뭐 하냐?]

Bear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법규를 날렸다.

[뭐 하냐니까?]

그 메시지를 통해 Bear는 상황 파악을 마쳤다.

warrior는 현재 저기 책상에 있는 노트북 카메라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노트북 카메라가 볼 수 없는 이곳은 사각지대다.

그건 법규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도청 같은 경우는 노트북을 포함 핸드폰까지 이용해 전방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단 시각부터 차단하는 게 먼저다.

Bear는 노트북 뒤로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런 다음 그는 노트북을 냅다 던지며 깨부수었다.

“어서 핸드폰 꺼내서 부숴버려!! 녀석이 그것들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어!!!”

Bear가 먼저 자신의 핸드폰을 부수자, 팀원들도 따라서 핸드폰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바탕 모두가 기계를 깨부수고 있는 진풍경이 발생했다.

다행히 해킹용 컴퓨터는 부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거기에는 입력장치가 안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Bear는 모니터를 쳐다봤다.

아무런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뭘 쪼개?]

“!!!!!!”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warrior는 여전히 그들을 볼 수 있었다.

[니들 뭐하냐? ㅋㅋㅋㅋ진짜 어이가 없네. 메시지도 못 쓸 정도로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ㅋㅋ아이고 배야.]

Bear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 분명 카메라와 녹음 기능이 달려 있는 기계들은 죄다 부숴버렸다.

“대체 어떻게 우리를 보고 있는 거냐!”

Bear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그건 알 거 없어. 그냥 너희가 뭔 짓을 하든 소용없다는 것만 잘 알았으면 해. 난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으니까.]

나는 피식하며 타자를 쳤다.

사실 노트북, 핸드폰과 같이 카메라나 녹음 기능이 있는 기계를 부수는 Bear의 판단은 현명했다.

처음에는 나도 그 장치들을 해킹해 녀석들을 감시하고 있었으니까.

Bear도 바보는 아니었는지 그것들을 부수기 시작했고, 녀석들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들은 끊기기 시작했다.

“디오야. 다른 방법 없냐?”

[당연히 있습니다.]

“……어떻게?”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답이 있단다…….

진짜 어이가 없네?

신이 아니고서야 그게 가능해?

[녀석들의 기계를 이용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의 기계를 이용하면 됩니다. 그 건물에 그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지금 녀석들이 갇혀 있는 방 주변에 있는 장치로도 저는 그들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래?”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자면 녀석들 주변 200m 내외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계에서 입력되는 소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진동수나 되돌아오는 파동을 분석하는 것이죠. 저는 그런 미세한 소리까지 아주 세세하게 분석해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녀석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시 들리기 시작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보였다.

[분석한 정보들을 이렇게 라일 님이 보기 쉽게 동영상 형태로 변환해 송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

이 미친놈.

디오 이 새끼는 진짜 개 사기다.

“디오야. 새삼 느끼지만 넌 정말 최고다.”

[당연합니다. 지금 이곳의 기술력으로 저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겁니다.]

“하하하하. 그런 널 사용하고 있는 나 역시도 최강이고 말이야. 하하하하하.”

오케이

자화자찬은 여기서 그만.

다시 Bear팀 녀석들에게 집중하기로 하자.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Bear 녀석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 내 위대함과 강함을 깨달았길 빈다.]

솔직히 허세가 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솔직히 내가 맘먹으면 지금 너희 전부를 거기서 몰살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자비하니 기회를 주도록 하지.]

“무슨 기회?”

Bear는 심히 불안해하며 물었다.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용서해주고 없던 일로 해줄게.]

“……알았다. 그렇게 하지.”

Bear는 좀 망설이더니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떤 것을 하면 되겠나?”

[일단 지금 하고 있는 디도스 공격에서 손 떼. 어차피 내가 막고 있으니까 무의미한 짓이야. 샤오왕의 비리는 계속 드러나 있으라 하고 너희는 다른 애들이나 공격하자.]

“다른 애들이라 하면 어떤……?”

어떤 놈들이냐면 바로 우리 프렌드쉽의 해외 진출을 방해하고 있는 건방진 놈들이지.

나는 피식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미티어(meteor)]

“…….”

Bear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녀석은 고민이 많은지 심호흡을 크게 했다.

날려버리는 거야 사실 쉽다.

문제는 그 뒷감당이지.

추적을 못 하도록 기록을 깔끔하게 없애야 하는데 그게 사실 많이 어렵다.

포털 사이트 날려버리는 거야 정부가 시킨 것이고 뒷감당을 대신해 준다고 하니까 그냥 눈치 안 보고 했다지만, 미티어를 건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 후폭풍이 엄청날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녀석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다.

근데 지금 건방지게 지가 고민할 처지야?

아무래도 좀 압박을 해야 대답할 것 같다.

선택 장애를 치료하는 데는 압박만 한 게 없으니까.

[왜 망설여? 다 몰살당하고 싶어? 내 말이 장난처럼 보이나 보지?]

“아, 아니다!”

역시 바로 반응이 온다.

“하겠다.”

[좋아. 그러면 당장 미티어에 대한 공격 실시해라. 미티어를 날려버리면 그 방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

“알았다. 당장 시작하겠다.”

Bear팀은 모두 신속하게 자신의 컴퓨터에 돌아와 다시 자리를 잡은 다음 작업을 시작했다.

미티어와 흑객연맹은 이렇게 처리하고, 나는 이제 샤오왕과 놀아볼 생각이었다.

이때껏 많이 참았고 기회도 줬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자비란 없다.

오직 거침없는 보복만이 있을 뿐.

***

샤오왕은 초조해하며 포털 사이트를 확인했다.

여전히 그와 관련된 글을 내려오지 않고 있었다.

“Wolf 그 버러지 같은 놈은 왜 아직까지도 일을 처리 못 하고 있는 거야?!!!”

샤오왕은 답답한 마음에 분개하며 혼자 소리를 꽥 질러댔다.

빨리 이 글을 내리고 사태를 진정시키지 않으면 정말 큰일 날 기세다.

아무리 그가 중국의 이인자인 국무원 총리라 해도 이 문제는 심각했다.

현재 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것도 샤오왕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 빈틈없는 폭로는 어떻게 해도 쉴드를 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빨리 내려야 했다.

“초, 총리님!”

갑자기 수행원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왜 그래?”

“주, 주석께 연락이 왔습니다.”

“……하아.”

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지 말아야 할 상황이 결국 와버렸다.

“어서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알았다.”

샤오왕은 수행원의 안내에 따라 수화기를 집었다.

“예. 총리입니다.”

“샤오왕…….”

그를 부르는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지금 자네 때문에 국가가 난리인 것을 알고 있나?”

“……네. 알고 있습니다.”

샤오왕은 암담해 하며 힘겹게 말했다.

“자네의 비리는 전 중국인이 알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라네. 아무래도 이 사건을 그냥 덮기에는 시간이 너무 초과된 것 같아.”

“그, 그런……! 주석님! 서, 설마?”

샤오왕에게 불안한 직감이 왔다.

“안됐지만 자네는 여기까지인 것 같네. 자네 문제는 이미 선을 넘었어. 여기에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인민들은 정부에 반감을 가질 것이라네. 잘못하다가는 그 반감이 거세져 체제가 붕괴될 수준에 이를 수도 있겠지.”

“주, 주석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글을 내리도록 만들겠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십시오. 제발 주석님!!!”

“이미 시간은 충분히 줬네. 많이 늦었어.”

주석은 울부짖으며 애걸복걸하는 샤오왕을 단호하게 내리쳤다.

“곧 공안들이 갈 걸세. 기다렸다가 순순히 잡히길 바라겠네.”

“주, 주석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주석님!!!”

샤오왕은 애타게 매달렸지만, 수화기에서는 애꿎은 통화 종료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아, 안 돼! 이럴 순 없어!!!”

이대로 있다가는 잡혀서 숙청당할 게 분명했다.

샤오왕은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 도망치려고 했다.

“당장 차 대기시켜!”

“예.”

그는 황급히 그곳을 나와 자신의 은신처로 향했다.

***

[현재 열심히 도망치고 있는 중입니다.]

디오가 어김없이 녀석의 행보를 알려줬다.

“아저씨. 고생이 많네. 흐흐흐흐.”

녀석이 불안에 떨며 도주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걔 지금 핸드폰 가지고 있냐?”

[예. GPS 추적을 막을 수 있는 것을 비상용으로 하나 챙긴 상태입니다.]

“오케이! 그러면 바로 거기로 전화 걸어줘.”

[예. 바로 실행하겠습니다.]

뚜두두두-! 뚜두두두-!

신호음만 들리고 전화를 안 받는다.

하긴 받으면 진짜 상 멍청이긴 하다.

“디오야. 얘 받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그러면 제가 강제로 받게 만들겠습니다.]

“크큭. 좋아. 부탁할게.”

곧바로 통화가 시작됐다.

“야. 샤오왕.”

“…….”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미 통화 시작됐으니까 그냥 말해. 뭘 피하고 있어?

“warrior…….”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엄청난 살기가 서려 있었다.

“감히 날 이렇게 만들다니…….”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곧 선물이 갈 거라고. 어때 내 답례가? 기가 막히지?”

“지금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 반드시 재기해서 네 녀석을 아주 잘근잘근 씹어먹어 주마!!”

나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다다랐는지 현재 녀석은 표독스러움 그 자체였다.

“미안한데. 그럴 일 없어.”

“뭐?”

“내가 곧 네 위치 정보를 인터넷에 다 뿌릴 생각이거든.”

“말도 안 된다!!! 대체 어떻게?!!!”

샤오왕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지 기절초풍했다.

“추적을 막아 놓은 네 핸드폰에다가 지금 강제로 통화하고 있는 것 보면 모르겠냐? 나는 모든 게 가능해.”

“그, 그런!!!!”

“그러면 달게 죗값을 받길 바란다. 안녕!”

“이봐! 잠깐 기다려! 기다려!!!”

무시하고 확 끊어버렸다.

***

위치 정보가 공개된 샤오왕은 곧바로 수많은 공격을 당했다.

그를 추격하고 있는 사람들은 공안은 물론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잃은 사람들도 포함됐다.

그중에는 삼합회 일원들도 있었다.

샤오왕은 결국 삼합회에게 잡혀버렸고 칼에 맞아 큰 부상까지 입었다.

다행히 그때 공안이 들이닥쳐 샤오왕은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래 봤자 당장의 죽음만 면한 거였다.

어차피 사형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것이 악명높은 샤오왕의 마지막이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이 일과 관련해 큰 회의가 시작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