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다시는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마라 (5)
카를로스 카르텔 본부
러시아 마피아와 거래를 마친 조직원들이 돌아왔다.
“여어. 왔어?”
다른 조직원들은 그들의 복귀를 환영해줬다.
“표정이 밝은 걸 보니 거래가 잘 이루어졌나 봐?”
“괜찮은 녀석들이더라고. 일 처리도 깔끔하고 말이야.”
“호오. 그래?”
“다음에도 또 하면 좋을 거 같아.”
디에고는 만족스러워하며 동료에게 말했다.
“디에고…….”
그들이 그렇게 대화하고 있는데 다른 조직원이 다가왔다.
그의 얼굴은 뭔가 좀 심각해 보였다.
“두목이 부른다. 빨리 가 봐.”
“……알겠다.”
디에고는 그런 그의 반응을 이상해하며 곧바로 두목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저 왔습니다.”
“…….”
카를로스는 부하의 귀환을 환영해주지도 않은 채 그냥 말없이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두목. 왜 그러십니까?”
그는 두목의 쌀쌀함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봐. 디에고. 비트코인 다 어쨌어?”
“네?”
그는 카를로스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트코인을 다 어쨌냐니…… 그게 무슨…?”
“우리 비트코인 다 어딨냐고!”
카를로스는 격분하며 권총을 꺼내 부하에게 겨눴다.
“대, 대장!”
부하는 놀라며 뒷걸음쳤다.
“어디서 시치미야?!”
“대장.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부하는 억울해하며 카를로스에게 말했다.
“하하하하! 모른다고?”
카를로스는 실소하며 부하에게 다가갔다.
“지금 너희가 러시아 애들한테 받아온 비트코인을 포함해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비트코인까지 사라졌는데, 그래도 모르겠다고?!!!”
“네?!!!”
부하는 질겁하며 반응했다.
“비트코인이 다 사라지다니. 보스!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그건 내가 알고 싶은 거다!!”
뭔가가 심하게 잘못됐다.
분명 러시아 애들은 비트코인을 보냈다.
거기서 확실히 확인했고 심지어 그 뒤에도 한 번 더 확인했었다.
그런데 그게 사라져버리다니…….
디에고는 카를로스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에이! 보스. 설마?”
갑자기 디에고는 장난스럽게 나왔다.
“지금 몰래카메라 하는 거죠? 멀리서 고생하고 왔는데 환영식이 너무 거친 거 아니에요? 이제 충분하니까 그만 해요. 저 진짜 완전 놀랐어요.”
디에고는 카를로스가 장난친다고 생각했는지 웃음까지 지었다.
파악-!!!!!!!
“커헉!!!!”
카를로스는 그대로 이성의 끈이 끊기면서 디에고를 발로 걷어버렸다.
“대, 대장?!!”
디에고는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퍼억-!!!!!
카를로스는 한 번 더 그를 발로 차버렸다.
“케헥!!!”
디에고는 충격으로 인해 힘없이 뒤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쓰러진 그는 신음하며 고통스러워했다.
퍼억-! 퍼억-! 퍼억-!
카를로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져 있는 부하를 발로 밟기 시작했다.
“너는 지금 내가 장난치는 걸로 보이냐?”
“대, 대장.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어요!!! 분명 녀석들한테 비트코인을 받았단 말입니다!!!”
디에고는 카를로스의 다리에 매달리며 자신의 무죄함을 알렸다.
“비트코인을 받았는데 왜 없어져? 그리고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은 왜 사라지고?”
카를로스는 권총을 꺼내 부하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대장!!! 저, 저는 모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부하는 절규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눈물까지 흘리며 카를로스에게 애걸복걸 매달렸다.
“하아…….”
카를로스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한 번만 더 믿어주도록 하지.”
그는 권총을 치웠다.
“대신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내서 당장 비트코인 원래대로 복구시켜. 알았어?!!!”
“아, 알겠습니다!”
“그럼 빨리 알아 와!!!”
“예!!!”
디에고는 황급히 일어나 카를로스의 방을 나갔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는 조직의 계좌를 확인했다.
카를로스의 말대로 비트코인은 깔끔하게 사라진 상태였다.
“……젠장할.”
그는 암담했다.
그 믿을 수 없는 말은 현실이었다.
디에고는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누구의 소행인지 유추해 봤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일단 먼저 떠오르는 것은 러시아 마피아 애들이었다.
그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러시아 마피아에게 연락했다.
“어이구. 어쩐 일이십니까?”
드미트리는 반갑게 디에고의 전화를 받았다.
“아는 것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요. 지금 당신들이 지불한 비트코인은 물론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까지 사라진 상태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흐하하하하하하하!”
디에고는 심각했지만, 드미트리는 박장대소하며 웃어댔다.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는 것이오? 멍청한 것이오. 아니면 순진한 것이오?”
“뭐요?!!!”
디에고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런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바보가 아닌 이상 아무도 없을 거요.”
“하아……. 지금 장난할 기분이 아니니까 논점 흐리지 말고 묻는 말에나 답하시지?”
그는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공격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 왜 그렇게 민감합니까? 반응을 보아하니 혹시 당신네 두목에게 많이 혼난 거요?”
“이 씨발!!!! 대답하라고!!!”
결국 그는 드미트리에게 욕설까지 하며 호통을 쳤다.
그에 드미트리도 더 이상 예의를 차리지 않고 말했다.
“그렇게 떼쓴다고 일이 해결되지는 않는데 말이지. 뭐, 특별히 다 알려주도록 하지. 그건 우리가 다 가져갔어.”
“뭐?!!!”
디에고는 어이가 없었다.
이 뻔뻔한 태도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것보다 더 황당한 것은 어떻게 비트코인을 빼갔냐는 것이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너 분명 우리한테 보냈었잖아? 해킹이라도 한 거야?!”
“그것까지는 알 것 없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게 마음이 편할 거야.”
“이 개새끼들아! 장난해?!”
“크흐흐흐흐흐. 목소리는 우렁찬데 별로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
드미트리는 얄밉게 디에고를 조롱했다.
“물건은 잘 받았다. 거기에 비트코인도 고맙고. 그것들은 우리가 잘 쓸 테니 신경 끄고 알아서 잘 짜져있길 빈다.”
“이 씨이발!!! 너 감히 우리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뭐 어쩌게? 전쟁이라도 할까?”
“미쳤군. 너 이날을 두고두고 후회할 거다. 기필코 다 갚아주고 말 것이야.”
“어이구. 무서워라. 무운을 빈다. 그럼 이만!”
“이 개자식아!!!”
뚜-! 뚜-! 뚜-!
그는 절규했지만 애꿎은 신호음만 들릴 뿐이었다.
디에고는 당장 자신의 두목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로 했다.
그는 허겁지겁 카를로스에게로 달려갔다.
“대장! 누가 그랬는지 알아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알아 왔네. 누군데?”
“러시아 마피아 애들이었습니다. 녀석들에게 전화해보니 자기들이 그랬다고 순순히 불더군요.”
“그래? 그래서 비트코인은?”
“네?”
그는 당황해하며 카를로스를 쳐다봤다.
“내가 분명 비트코인까지 원래대로 복구시키라고 했잖아.”
“그, 그건 이제 그 새끼들을 조져서 되찾아와야죠.”
“이봐.”
카를로스는 싸늘한 목소리로 디에고를 불렀다.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오금이 저렸다.
“이 거래, 네가 먼저 하자고 한 거 아녔냐? 괜찮을 거라고 아주 호언장담하면서 말이야.”
“그, 그건…….”
“그런데 결과가 이렇네? 너 혹시 게네들한테 돈 받고 이렇게 일을 저지른 거냐?”
“아, 아닙니다! 대장. 오해입니다. 저는 절대 아닙니다!!!”
“갑자기 네가 러시아 마피아 놈들과 거래해 보자고 내게 제안했어. 그래서 거래를 했는데 이게 웬걸. 놈들에게 바로 비트코인이 싹 다 털려버렸네? 고로 네가 배신자다. 그게 내 결론이다.”
카를로스는 권총을 꺼내 다시 디에고의 이마에 댔다.
“대, 대장!!! 아닙니다!!! 저는 절대 아닙니다!!! 대장!!!”
탕-!
디에고는 힘없이 축 늘어지며 쓰러졌다.
구멍 난 그의 이마에서는 피가 쏟아지면서 바닥에 고이기 시작했다.
“이봐!!!”
카를로스는 부하를 불렀다.
“네!”
“이 배신자 시체 좀 치워라.”
“알겠습니다.”
그의 부하들은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들은 두목의 화가 혹여 자신들에게 튈까 봐 숨죽이며 시키는 일을 했다.
쾅-!
카를로스는 격분하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
“건방진 러시아 새끼들. 너희가 감히 누굴 건드렸는지 톡톡히 알게 해주마.”
***
띠리리리~!
러시아 애들이다.
“어.”
“시키는 대로 다 했습니다. 대장이 부탁한 것처럼 최대한 약 오르게 도발했습니다.”
“어떻게 반응하디?”
“욕하면서 아주 난리였습니다. 제가 반대로 그 상황이었으면 바로 핸드폰 부숴버렸을 겁니다.”
“하하하하하하.”
아무래도 지시한 대로 잘했나 보다.
내가 그 욕을 직접 못 들어봤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네.
“대장. 근데 솔직히 전 두렵습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멕시코 애들은 웬만해서는 건들면 안 됩니다. 아까 놀리는데 심장이 다 떨리더라고요. 녀석들 지금 빡쳐서 저희를 공격하겠다고 난리인데 어떡합니까?”
러시아 보스는 갑자기 징징대기 시작했다.
이 자식 멕시코 애들이 많이 무서운가 보다.
“야! 걱정하지 마. 그 녀석들이 너네 털끝 하나 건들 일 없게 해줄 테니까. 반대로 너희가 그놈들 좀 조지게 될 거야.”
“네? 그게 가능할까요?”
러시아 보스는 못 믿겠다는 투로 말했다.
“허허허. 이게 아직도 나를 무시하네? 너 더 혼나야 정신을 차릴래?”
“아, 아닙니다!”
“내가 된다면 다 되는 거야. 너는 그냥 나를 믿고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러면 만사가 오케이니까. 오케이?”
“예. 알겠습니다!”
“좋아. 이만 들어가.”
“네.”
이로써 카를로스 새끼에게 한 방 먹였다.
물론 아직 멀었다.
내가 녀석을 위해 재밌는 것을 많이 준비했는데 이건 단순히 시작에 불과하니까.
부모님의 죽음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놈들은 내 온 힘을 다해 철저히 무너뜨려 줄 것이다.
띠리리리~!
[박이나]
나는 올라왔던 감정을 추스르고 깊게 심호흡을 한 다음 전화를 받았다.
“네. 이나 씨. 어쩐 일이세요?”
“라일 씨. 지금 좀 문제가 생겼는데요.”
“문제라면 어떤?”
“지금 저희 프렌드쉽 해외 런칭 준비하고 있는 중이잖아요…….”
박이나의 말대로 프렌드쉽은 국내에서 완전히 대박을 쳤고, 해외에서도 엄청난 관심을 보였기에 그 지지도를 바탕으로 한창 해외로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요?”
“다른 나라들은 괜찮은데, 미국 진출에 차질이 생겨버렸어요.”
“미국에서요?”
미국에서의 반응이 가장 좋았는데 갑자기 왜?
많은 미국 아이튜버들이 프렌드쉽 북미 서버가 나오면 서로 하겠다고 난리였다.
“네. 아까 미국 측에서 연락이 왔는데, 프렌드쉽이 심의에 걸리는 게 많아서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못 받아들이겠다고 하네요…….”
하하하…….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
“19금 요소가 전혀 없는데 심의에 걸릴 게 뭐가 있어요? 애초에 심의가 빡센 여기 한국에서도 프렌드쉽은 12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는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저도 그게 이해가 안 됩니다. 그래서 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려달라고 했는데 돌아오는 답은 너무 현실 세계와 유사해서 그런다고 합니다.”
뭔 개소리?
이건 그냥 아무 트집이나 잡으면서 대놓고 들어오지 말라고 티 내는 거다.
“어이가 없군요. 제가 한번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죠.”
“네.”
박이나와 통화를 마친 나는 곧바로 디오를 찾았다.
“디오!”
[네.]
“분명 배후가 있다. 누군지 알아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