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다시는 우리나라를 무시하지 마라 (4)
현재 나는 러시아 애들을 시켜 멕시코의 카를로스 카르텔과 접촉하라고 명령한 상태였다.
카를로스 카르텔
내 아버지를 배신했었던 카를로스가 만든 조직이다.
아니…….
배신이 아니라 애초에 아버지에게서 이득을 취하려고 접근한 놈이었지.
몬테레이 카르텔의 끄나풀이었던 놈은 아버지를 꼬드겨 항공 부품 공장을 열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그 공장은 지금도 녀석들의 마약 유통 작업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그 개자식들이 그러고 있는 꼴을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싹 다 조져버려야지.
그놈들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싹 다 처리할 예정이다.
일단 나는 러시아 애들에게 녀석들과 마약 거래를 잡으라고 명령했다.
“일주일 후에 녀석들과 만나서 물건을 받기로 했습니다.”
“좋아! 그러면 시키는 대로 잘해주길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러시아 보스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오케이! 그러면 뒤통수 좀 세게 때려주라고.”
***
야심한 시각
인천의 한 부둣가
이곳에 러시아 마피아와 몬테레이 카르텔이 한데 모여 있었다.
러시아 마피아 보스 드미트리는 긴장되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도 악명 높은 조직의 보스이기는 했지만, 상대는 뒤끝 쩐다는 그 멕시코 카르텔이었다.
더구나 녀석들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뒤통수칠 계획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됐다.
“안녕하시오.”
드미트리의 그런 속내를 전혀 모른 채 멕시코 쪽에서 먼저 그들에게 반갑게 인사해줬다.
“디에고라고 합니다. 거래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멕시코 쪽에서는 친근하게 악수를 건넸다.
“저 또한 영광입니다.”
드미트리도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받았다.
“이제껏 많은 조직과 거래를 했지만 이렇게 많은 양을 요구하는 것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하하하하. 그런가요?”
“그 많은 양을 대체 어디에다가 쓰려고 그러는 겁니까? 뭐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그냥 요새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해서요. 그래서 좀 급하게 구비해야 했습니다.”
드미트리는 적당히 둘러대며 말했다.
“하하하하. 그러시군요. 거래량이 많아져서 좋겠습니다. 뭐 덕분에 우리도 같이 좋아졌죠.”
디에고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어댔다.
“일단. 물건 좀 확인해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확인해야죠. 이봐!”
디에고가 손짓하자, 한쪽에 대기하고 있는 지게차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지게차는 큰 나무상자를 들어 이리로 가져왔다.
“이게 현재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였소.”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요. 근데 내용물도 좀 볼 수 있겠습니까?”
“그러시오.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시오. 이봐!”
디에고가 다시 손짓을 하자, 그의 부하들이 연장을 가져와 나무상자를 열었다.
끼익-!
상자를 열자, 철제 항공 부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걸리지 않고 이곳에 가져오기 위해 우리가 고안한 방법이라오. 몇 년째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소.”
“하긴 이렇게 하면 감쪽같겠군요.”
카르텔 일원들은 특수한 전기톱을 가져와 항공 부품을 가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잉-!!!!
마찰 때문에 불꽃이 튀기면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넣는 작업과 빼내는 작업이 좀 어렵긴 하지만, 걸리지 않으려면 이런 불편함은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죠.”
“이만한 양의 마약을 얻을 수 있다는데 이 정도는 수고도 아닙니다.”
“하하하하하. 사고가 긍정적이라 좋군요.”
디에고는 괜히 드미트리에게 치근덕거렸다.
“됐습니다.”
해체 작업이 끝나고 카르텔 일원들은 부품에서 마약을 꺼내왔다.
“확인해보시죠.”
그는 드미트리에게 마약 봉지를 내밀었다.
“확인해봐.”
드미트리의 명령에 부하가 봉지를 받아 칼로 봉지를 찢었다.
그는 가루 맛을 본 다음 보스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되셨습니까?”
디에고는 드미트리를 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됐습니다. 전부 사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럼 물건값은 안내해드린 비트코인으로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보내도록 하죠.”
드미트리는 곧바로 부하에게 지시했고, 디에고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흐흐흐. 바로 처리하시다니 돈이 많으신가 봅니다. 입금이 빠르니 저희 입장에서는 좋군요.”
“하하. 그런가요?”
드미트리는 디에고의 말에 피식하며 옅게 코웃음을 쳤다.
이윽고 부하가 그에게 다가와 일이 완료됐음을 보고했다.
“지금 보냈으니 한번 확인해보시죠.”
드미트리의 말에 카르텔 쪽에서는 핸드폰을 꺼내 거래를 확인했다.
“맞게 보내셨군요.”
디에고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드미트리를 쳐다봤다.
“일 처리 또한 깔끔해서 좋네요. 앞으로도 계속 그쪽과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또 필요하면 연락드리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럼 물건 잘 파시고 부자 되시길 빌겠습니다.”
디에고는 드미트리에게 다시 악수를 청했다.
드미트리는 옅은 미소를 띠며 악수를 받았다.
“그럼 이만.”
그렇게 디에고 일당은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우!”
드미트리는 긴장이 풀렸는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녀석들. 아무 의심 없이 마약을 넘겼군요.”
부하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떻게 알겠어? 실제로 비트코인을 줘버렸는데. 문제는 이후에 그게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지.”
“하하하하하.”
부하는 기가 차는지 실소했다.
“비트코인을 이렇게 쉽게 다룰 수 있다니. warrior는 정말 엄청난 놈이네요.”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이렇게 그놈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
드미트리는 씁쓸하게 말했다.
“녀석에게 붙는 게 맞는 선택일까요? 되려 이 일로 우리 조직이 멕시코 애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계속 공격당할까 봐 두렵네요.”
“솔직히 나도 녀석들과 척을 지는 것은 내키지 않아. 하지만 난 이 선택이 맞다고 생각한다.”
드미트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천마 놈들 당한 거 보면 모르냐? 녀석들, 중국에서고 여기 한국에서고 조직원들이 한 놈도 빠짐없이 싹 다 잡혀버렸어. 조직 자체가 그냥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거야. 그게 다 warrior가 그렇게 한 거지.”
“하하하……. 엄청나네요.”
“멕시코 애들도 분명 무섭긴 하지.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바로 warrior야. 난 오히려 우리가 이 라인을 잘 탔다고 생각한다.”
드미트리는 마약이 실려있는 나무상자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시키는 거자 잘하자고. 물건이나 챙기자!”
“네!”
그렇게 그들은 warrior가 지시한 것을 착실하게 해냈다.
***
띠리리리-!
러시아 마피아 애들이다.
“어.”
“시킨 대로 물건 받았고 비트코인도 보냈습니다.”
“수고했어.”
적당히 녀석들을 칭찬해주었다.
류헤이카이 놈들이랑 이 녀석들은 말을 꽤 잘 듣기 시작했다.
흉악한 놈들이지만 시키는 대로 잘 해줘서 솔직히 마음에 들긴 한다.
“혹시나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그 마약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에게 넘겨야 합니다.”
“잘 알고 있네. 그것까지 마무리해줘.”
“네…….”
뭔가 굉장히 아쉬워하는 말투였다.
“왜? 아까워? 가지고 싶어?”
“아, 아닙니다!”
드미트리 녀석은 당황한 듯한 목소리였다.
아무래도 아깝긴 아깝나 보다.
“아까워도 어쩔 수 없어. 내가 그것까지 허용해 줘버리면 일개 양아치랑 다를 게 뭐냐? 마약 대신 비트코인 좀 줄 테니까 그걸로 만족해.”
“알겠습니다.”
“그래. 말 잘 들으니까 좋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잘 들어줘.”
“네!”
“그래. 들어가 봐.”
좋아!
이제 할 일은 돈 벌었다고 한창 즐거워하고 있을 카를로스 패밀리를 물 먹일 차례군.
“디오!”
[네.]
“카를로스 패밀리가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 전부 다 빼앗아버려.”
[예. 실행하겠습니다.]
흐흐흐흐흐.
병신 같은 놈들.
지금 당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좋다고 멕시코로 돌아가고 있는 중일 거다.
[다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준 비트코인은 물론 기존에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것까지 싹 다 가져왔습니다.]
“허허허.”
디오.
이 자식.
나는 우리가 준 비트코인만 가져올 셈이었는데 아예 전부를 압수해버렸다.
“야. 잘했어. 크흐흐흐. 짜식들.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당황할까?”
나는 고소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띠리리리-!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번호를 확인해보니 내가 모르는 전화였다.
애초에 번호 배열이 이상했다.
“디오야……. 이건 누구냐?”
[중국 정부 측입니다.]
“엥?”
갑자기 뜬금없는 상황이 전개되어 어리둥절했다.
“누군데?”
[샤오왕입니다.]
“이 새끼는 또 왜 이 타이밍에…….”
별로 받고 싶지 않았지만 무슨 일인지는 궁금했기에 나는 전화를 받기로 했다.
“여보시오.”
“warrior. 국무원 총리 샤오왕이다.”
이 자식은 뭔 말을 할 때마다 지가 국무원 총리라는 것을 어필하고 자빠졌다.
진짜 국무원 총리가 못 됐으면 어쩔뻔했는지 궁금하다.
“어. 알고 있다.”
“하하하. 여전히 건방지군.”
애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못 차렸어…….
“또 혼나고 싶어서 전화했어? 그때 당했던 걸로는 좀 부족했나 보지?”
“하하하하하하.”
샤오왕은 뭐가 웃긴지 실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진짜 이 나를 상대로 그렇게 패기 넘치게 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칭찬해주고 싶군. 한편으로는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기도 한다.”
“……너 대체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용건이 뭐야?”
“네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특별히 좋은 제안을 하려고 한다.”
“…….”
녀석은 뭔가 기분 나쁠 정도로 건방졌다.
“뭔 제안?”
“너는 그런 소국에 있을 인재가 아니다. 그러니 대국인 우리 중국으로 넘어와라. 네가 도와주면 우리 중국은 분명 세계최강이 될 수 있을 거다. 같이 하나의 중국을 만들어 보자. 어때?”
“하하하하!”
진짜 미쳐버리겠다.
어이가 너무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리 중국으로 넘어온다면 내 특별히 이전에 나한테 했던 실수는 모두 다 자비롭게 잊어주도록 하겠다. 어떤가? 우리와 같이 최강의 중국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면 내 돈과 명예도 다 주도록 하지.”
“샤오왕…….”
나는 싸늘한 목소리로 녀석을 불렀다.
“무슨 말 같잖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이 미친 새끼야.”
“뭐? 지금 제정신으로 이런 황금과 같은 기회를 거절하고 있는 것인가?”
녀석은 이런 내 반응이 예상 밖이었는지 놀란 눈치였다.
나는 그게 더 놀라울 따름이었다.
“황금과 같은 기회? 내 생각에는 네가 그거를 발로 뻥 차버린 거 같아. 조용히 쳐 살고 있었으면 내가 봐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네.”
“하하하하하. 진짜 미친놈이군. 마지막으로 베푼 자비였는데 그걸 거절하다니. 뭐 굳이 그렇게 몰락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녀석은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나왔다.
“warrior. 곧 응징이 들어갈 거다. 그러면 너는 몰락하고 나서야 이 기회를 날려버린 것을 땅을 치며 후회하겠지.”
“샤오왕. 그 말 그대로 너에게 돌려줄게.”
“흐흐흐흐. 두고 보자. 시답잖은 말은 이만하지.”
샤오왕은 통화를 끊어버렸다.
“……아놔. 어이가 없네?”
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걸로 난 확실히 정했다.
국제적인 관계를 생각해 적당히 봐주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선빵은 안 친다.
왜냐하면 나라 사이의 문제에서는 어쨌거나 명분이라는 게 있어야 하고, 그 명분이라는 것은 항상 고상해야 하는 법이니까.
어차피 조만간 상대측에서 공격이 들어올 테니까 정당방위로 보복하면 된다.
그게 명분이다.
만약 이 이후로 나를 조금이라도 건든다면 정말 가차 없이 밟아버릴 것이다.
“기대해. 내 철저히 박살 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