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새 시대 (4)
“일어나셨습니까?”
한바탕 하품을 하며 부엌으로 나오는데 가정부가 아침 인사를 건넸다.
집이 너무 커서 이곳을 나 혼자 관리하기는 무리였기에 한 분을 고용했다.
“안녕하세요.”
나도 그녀에게 인사를 했다.
“부탁하신 대로 김치찌개랑 계란말이 준비했어요.”
그녀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굉장히 먹음직스럽게 생겨서 식욕이 막 솟구쳤다.
“감사합니다. 엄청 맛있어 보이네요.”
“실제로 맛도 좋을 거예요. 드셔보세요.”
“네.”
김치찌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었는데 맛이 기가 막혔다.
“이야~! 아주머니. 음식 정말 잘하시네요.”
“호호. 이정도야 기본이죠.”
내 칭찬에 가정부 아줌마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점심도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면 얘기해보세요. 다 해드릴 테니까요.”
“토마호크가 먹고 싶은데요……괜찮으신가요?”
“아휴! 당연히 괜찮죠. 제가 실력 발휘 좀 하겠습니다.”
아줌마는 자신 있게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럼 드시고 계세요. 저는 청소 좀 하고 있겠습니다.”
“네.”
아줌마는 콧노래를 부르며 청소도구를 가지러 갔다.
나이도 좀 있으신데 참 소녀 같은 분이시다.
나는 계란말이를 하나 문 다음 창밖을 바라봤다.
맑은 하늘과 푸른 정원을 보니 모든 게 평화로웠다.
이 평화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라일 님.]
하지만 어김없이 디오가 등장하며 그 바람은 깨지고 말았다.
“어. 왜?”
[침입자들이 있습니다.]
“…….”
어떤 미친놈들이 아침부터 지랄이야…….
간만에 좀 평화로운가 했는데 불청객들이 나타났다.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뭐 하는 놈들이야?”
[살인 청부 업자들입니다.]
“하아……. 지겹다. 그 레퍼토리.”
한숨이 절로 나왔다.
[조선족 출신들입니다. warrior 특별법으로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고용했습니다.]
“아주 마지막까지 발악을 하는구먼.”
곧 warrior 특별법의 효력이 발생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들로서는 이제 자신들의 악행들이 드러나 처벌받을 게 뻔했기 때문에 최후의 공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뭐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는 된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당하기만 할 거 뭐라도 해보겠다는 거겠지.
하지만 상대가 바로 ‘나’이기 때문에 그럴수록 악효과다.
이참에 이 대한민국에서 아무도 나를 함부로 건들지 못하도록 확실히 각인시켜줘야겠다.
“디오야.”
[네.]
“지금부터 이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 아이튜브로 생중계해줘.”
[맡겨주십시오. 영상 송출은 집에 달려 있는 CCTV를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아침부터 푸닥거리나 해볼…….
아!
근데 아줌마가 문젠데…….
“아주머니!!!”
“네.”
내가 외치자 아줌마는 부엌으로 얼른 달려왔다.
“아주머니. 저…… 갑자기 이런 말 한다는 게 굉장히 죄송스럽긴 한데요 곧 여기서 칼부림이 벌어질 겁니다.”
“……?”
아주머니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라일 씨께서 칼 들고 직접 요리하시겠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나는 약간의 민망함에 목을 긁적이며 말했다.
“지금 곧 있으면 흉기를 든 괴한들이 저를 죽이려고 이곳에 나타날 거예요.”
“네?!!!”
농담처럼 안 들리게 최대한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아줌마가 놀라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먹힌 것 같긴 하다.
“호호호호. 라일 씨는 농담도 참 잘하시네요. 이 아침부터 영화를 찍고 싶으세요?”
젠장…….
통하지 않았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 저를 죽이려고 불량배들이 여기에 들이닥칠 거예요! 지금 시간 없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방으로 가서 숨어 계세요. 제가 알아서 다 처리할 테니까 그렇게 불안해하지는 마시고요.”
“그게 대체 무슨…….”
아줌마는 너무나 기가 막히는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맞아요.
기가 막히겠죠.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어떤 미친놈들이 아침부터 암살하겠다고 이렇게 찾아오겠어요?
“꺄악!!!”
아줌마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사시나무 떨듯이 몸을 떨었다.
“저, 저기…….”
난 아줌마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쳐다봤다.
한 20명 정도 되는 흉기를 든 무리가 어느새 집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정도의 무리가 인기척도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여기로 들어왔다.
솔직히 놀랍긴 하다.
“이제 농담 아닌 거 아시겠죠?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 계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줌마는 헐레벌떡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됐네.
식탁을 보니 밥이 아직 남아 있었다.
“하아…….”
뭔가 속에서 울컥 올라왔다.
나는 다가오는 괴한들을 일별했다.
이딴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내 소중한 식사 시간을 끊어야 한다는 게 뭔가 짜증이 확 났다.
나는 일단 신경 끄고 먹던 밥을 다 먹기로 했다.
“이라일 씨.”
장발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녀석이 나를 불렀다.
녀석은 뭔가 날렵해 보였다.
“지금 ‘갈 땐 가더라도 아침밥 정도는 괜찮잖아?’ 이건가요?”
“…….”
무시하고 그냥 밥을 먹었다.
“좋습니다. 마지막 식사일 텐데 천천히 음미하면서 잘 드시지요.”
녀석은 주제도 모르고 호의를 베푸는 척을 했다.
다른 녀석들은 거기에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웃었다.
“디오야.”
[네.]
“너 노이즈캔슬링 가능하지?”
[당연하죠. 해드릴까요?]
“응. 그리고 평화로운 음악 좀 틀어줘. 심신의 안정이 필요하다.”
[네. 평화로운 음악으로 제가 알아서 틀어드리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저 새끼들이 헛짓거리하면 알아서 처리해주고.”
[네.]
난 안심하고 아침 식사를 즐겼다.
아줌마는 완전 내 입맛에 맞게 음식을 잘한다.
그나저나 오늘 바로 때려치운다고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아 몰라!!
일단 그냥 식사에 집중!!!!
나는 ‘이너 피스’를 되뇌며 심신을 평화롭게 했다.
디오가 또 노래는 기가 막힌 것으로 틀어주었다.
나는 다시 편안히 아침을 즐겼다.
“이제 상대해 볼까나?”
식사를 마쳤으니 이제 쳐들어온 온 불량배들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크흑!”
“끄아아아악!”
녀석들을 봤더니 몇 명이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었다.
“얘들 뭐하냐?”
[몇 명이 참지 못하고 라일 님의 식사를 방해하려 하길래 제가 알아서 전기로 지졌습니다.]
“하하하. 고맙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식사를 즐겼다.
디오 이 녀석 언제나 그렇듯 최고다.
“아저씨들. 식사하는 동안 그냥 집으로 돌아갔으면 내가 봐줄 생각이었는데 여전히 남아 있네?”
나는 녀석들에게 비릿한 조소를 보내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우리 동료들에게 뭔 짓거리를 한 거야?”
아까 나를 불렀던 녀석이 분노로 이를 갈며 물었다.
“내 식사를 방해하려 하길래 전기로 지졌다는데?”
“뭐?”
녀석은 내가 뭔 말을 하고 있는지 못 알아듣는 듯했다.
뭐 상관없다.
“여러분에게 알려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현재 이 모든 상황이 아이튜브로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알려드렸으니까 나중에 초상권 침해니 뭐니 헛소리하지 마시고요.”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녀석은 기분 나빠하며 윽박질렀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나는 내 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여러분은 전 국민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 각인시켜줄 제물이 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역할 수행 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아까부터 뭐라 자꾸 혼자 지껄이는 거야!”
참교육의 첫 타자가 알아서 친히 다가와 줬다.
녀석은 칼을 돌려대며 내게 돌진했다.
슈욱-!
늘 그렇듯 녀석의 칼은 내 몸을 통과해버렸다.
“아, 아니!!!!!”
전형적인 녀석의 리액션에 따로 반응할 필요도 없이 나는 방송을 진행해나갔다.
“방금 보시다시피 저는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습니다.”
“죽어 이 자식아!!!”
녀석은 나를 칼로 계속 쑤셔댔다.
하지만 의미가 없었다.
나는 홈쇼핑을 진행하듯 자연스럽게 방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렇게 저에게 해를 가하려고 하면 보안시스템이 작동해버립니다.”
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녀석은 시원하게 비명을 질러댔다.
간만에 듣는 찰진 비명이었다.
나를 공격하던 녀석은 눈이 풀리며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래서 저를 공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죽여!!”
그 모습에 괴한들은 일제히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결과야 뻔했다.
“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꾸에에에에엑!!!”
내 집은 그야말로 비명 콘테스트 장이 되어버렸다.
사방에서 비명들이 들리기 시작하며 괴한들은 기절해나갔다.
“네! 알아서 이렇게 시범을 보여주네요.”
“이, 이런 젠장할!!!!”
갑자기 한 놈이 권총을 꺼내 들었다.
“여기 대한민국 맞죠?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권총을 들고 저에게 위협을 가한다는 게 어이가 없군요.”
“뒈져버려!!!!!!”
탕! 탕! 탕!
녀석은 열심히 나를 쏴댔지만, 총알은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할 뿐이었다.
“무기가 바뀌어도 소용없습니다. 그냥 모든 물리 공격은 저에게 의미가 없습니다.”
지지지직!!
“끄아아아악!!”
“그리고 알아서 저렇게 보안 시스템에 당할 뿐이죠.”
나는 CCTV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이 사람들이 왜 제 집에 쳐들어와 이렇게 저를 공격하고 있는 줄 아십니까?”
현재 아이튜브에서는 이 괴한들에게 나를 죽이라고 교사한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 범죄기록들을 정리한 화면이 보여지고 있을 거다.
“지금 화면에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은 warrior 특별법으로 처벌받으리라 예상되는 자들인데, 이들이 저를 죽이려고 사주한 것입니다. 정말 황당하지 않습니까?”
나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이 방송을 보고 있는 나쁜 놈들. 전부 제 말을 잘 들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모든 범죄를 다 밝혀내고 관련자들의 명단을 싹 다 공개할 예정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살인 교사죄로 가중처벌 받고 싶지 않으면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뭔가 걸리는 게 있으신 분들은 알아서 자수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선일 테니까요.”
“그럼 나쁜 놈들. 그동안 나쁜 짓거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먹고 잘살았죠? 이제 나락으로 떨어질 시간입니다. 좋은 시간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아이튜브 방송을 마쳤다.
“제, 젠장! 다 도망가!!!”
칩입자들은 서둘러 내 집에서 나가려고 했다.
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그들은 집 밖을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문 앞에서 쓰러져버렸다.
“누가 그냥 가래? 경찰 곧 올 거야. 가서 콩밥이나 먹으셔.”
“그, 그런!”
다들 사색이 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야, 그리고 너!”
나는 총을 쏜 놈을 지목했다.
“너 때문에 우리 집 망가진 거 보이지?”
나는 벽에 총알 자국이 나 있는 곳을 가리켰다.
“어차피 돈으로는 못 받아낼 거 같으니까 몸으로 좀 때워라. 경찰들 올 때까지 팔굽혀펴기 계속하고 있어.”
“뭐?”
지지지직!
“끄아아아악!”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 지져주었다.
“뭐해? 빨리 시작해. 안 하면 전기 공격이 계속 가해질 거야.”
녀석은 내 말에 재빨리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한창 잘하고 있다가 좀 지나니까 요령을 피우기 시작한다.
지지지직!
“끄아아악!!!!!”
“똑바로 해라. 아직 수리비 갚으려면 멀었어.”
“크윽…!”
녀석은 뭔가 서러워하며 팔굽혀펴기를 계속해나갔다.
그 광경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쳐다보고 있는 다른 놈들에게 나는 방긋 웃어줬다.
그에 다들 소스라쳤다.
하하. 귀여운 녀석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날 건드리면 다 ㅈ되는 거다.
***
“디오야.”
[네. 주인님.]
디오는 자신의 개발자의 부름에 응답했다.
“그쪽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네.”
[네. 이라일이 생각보다 저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다행이군.”
개발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도 잘 마무리되고 있어. 이제 그쪽 세계로 넘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