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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중국흑객연맹 (4) (43/201)

42화. 중국흑객연맹 (4)

“warrior…….”

Tiger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 이름을 말했다.

천마 쪽에서 의뢰가 들어와서 Snake팀이 전담해서 녀석을 공격하기로 했었는데…….

Tiger는 얼른 전화를 꺼내 Snake에게 연락을 했다.

“Tiger. 웬일로 너가 전화를 다 하냐?”

흑객연맹 안에서 순위가 높은 해커가 낮은 해커에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Snake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물어볼 게 있어서. 너 warrior란 녀석 공격하고 있지 않았어?”

“공격했지. 방금 전까지…….”

Snake가 씁쓸한 듯이 말하자 Tiger는 어떤 일이 그에게 벌어졌는지 대충 파악이 됐다.

“너 설마……털렸냐?”

“응…….”

Snake는 암담해하며 답했다.

“그 자식 아예 우리 컴퓨터를 전부 박살내버렸어. 덕분에 도합 200만 위안어치 컴퓨터들이 한 번에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지. 시발…….”

“뭐?”

원격으로 컴퓨터를 날려버리다니…….

대체 warrior 그 자식 뭐 하는 새끼야?

Tiger는 Snake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해킹으로 컴퓨터까지 날려버렸다는 말은 그의 해커 인생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너도 어이가 없지? 나도 진짜 황당해 죽겠다. 그리고 그 자식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 일거수일투족을 라이브로 다 보고 있었어. 근데 지금 여기를 샅샅이 다 뒤져봤는데 어디에도 도청장치랑 카메라가 없단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다.”

“…….”

이전까지 warrior라는 듣보잡은 안중에도 없었던 Tiger는 그가 누군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Snake. warrior에 대해서 아는 거 있으면 다 말해줘.”

“알아낸 게 거의 없어. 이제껏 우리가 녀석에 대해서 알아낸 것이라곤 녀석이 아이튜브에 스스로 공개한 내용뿐이야. 이 정도 정보는 삼척동자도 알아낼 수 있는 건데……어이 없게도 우리가 한 달 넘게 투자해서 얻은 소득이 고작 그게 다다.”

“흠…….”

Tiger는 Snake의 말에 호기심이 더 급증했다.

Snake가 비록 여기 랭커들 중에서는 최하위 랭커지만 WHR 100위 안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국가 차원의 인재에 속한다.

그런데 이제껏 100위는 커녕 WHR에 이름 하나 보이지 않았던 warrior란 듣보잡이 Snake는 물론 자기까지 가볍게 물 먹여버렸다.

본인은 어떤 정보 하나 털리지 않은 채 말이다.

“근데 너가 warrior는 왜? 너 한국의 국정원을 공격하고 있지 않았어?”

“그랬지…….”

“……너 설마?!!”

Snake 또한 Tiger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 새끼한테 너도 털린 거야?”

“응. 심지어 랜섬웨어로.”

“…….”

Snake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warrior 그 괴물 자식은 Tiger까지 가볍게 농락하고 있었다.

“그 자식……이렇게 뛰어났으면서 왜 이제껏 코빼기도 안 보였던 거야?”

“모르지…….”

Tiger는 답답한지 한 손으로 얼굴을 막 비벼댔다.

“알았다. 끊자. 이제 녀석에게 당한 거 뒤처리해야 하거든.”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Tiger는 별 소득 없는 통화를 마쳤다.

“Tiger 어떻게 할 거예요? 녀석이 요구하는 대로 돈을 지불할 거예요?”

옆에 있던 동료가 그에게 물었다.

Tiger는 코웃음 치며 동료를 한심스럽게 쳐다봤다.

“미쳤어?”

Tiger 본인이 랜섬웨어를 애용하는 사람으로서 랜섬웨어 유포자에게 돈을 준다는 것이 천하에 멍청한 짓임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돈만 받고 모르쇠한다.

애초에 복구코드 같은 것은 없으니까.

녀석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자식한테 줄 돈 없어.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손해난 것을 어떻게 녀석에게 배로 뜯어낼까를 고민하는 거다.”

Tiger는 warrior에 대한 복수의 칼날을 다졌다.

***

“야! 내가 막아줬다.”

나는 장수진에게 뽐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아까까지 어두웠던 장수진의 표정은 많이 풀려있었다.

아무래도 화가 거의 가신 것 같다.

“이제 화 풀렸지?”

“그런 걸로 하죠.”

“난 그런 애매한 대답 싫은데…….”

내 말에 장수진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습니다. 풀렸습니다.”

“하하하하.”

내가 혼자 재밌어서 웃자 장수진은 못마땅하다는 듯 입술만 비죽여 댔다.

“그나저나 녀석들이 비트코인을 줄까요?”

“아닐걸?”

“하긴 본인들이 랜섬웨어의 전문가들이니까요. 그런 멍청한 짓은 안 하겠죠.”

“아니. 그 선택 멍청하지 않아. 난 실제로 복구코드를 가지고 있고 1000만 달러를 순순히 내놓은다면 정말로 그 복구코드를 줄 생각이 있으니까.”

“…….”

장수진은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지 인상을 썼다.

“당신에게는 1000만 달러쯤이야 그냥 껌값 아닌가요? 그럴 거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지 그랬습니까?”

“껌값은 맞는 소리지. 하지만 이건 애초에 돈을 받아내려는 목적이 아니야. 내 개인적인 유흥이지.”

“네?”

장수진은 어이 없어 하며 물었다.

“녀석들의 컴퓨터가 날아감으로 인해 생긴 피해는 계산해본 결과 5000만 달러야. 녀석들도 대충 그 사실을 알고 있겠지. 근데 여기서 만약 1억 달러를 요구해버리면 당연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으니까 녀석들은 단번에 거절해버릴 거야. 그래서 일단 녀석들이 납득할 만한 금액인 1000만 달러를 요구한 거지.”

나는 장수진에게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멍청한 녀석들은 자기들이 잘난 줄 알고 1000만 달러를 내놓지 않을 거야. 그래서 5000만 달러의 손해를 굳이 감수하겠지. 그게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말이야. 그런 다음 그 손해를 메꾸기 위해 분명히 나를 털려고 하겠지? 그게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인 줄 꿈에도 모른 채 말이야. 난 그 녀석들이 그렇게 꼴깝 떠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악취미네요…….”

장수진은 내 말이 기가 찬지 혼자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악당들 상대로 이정도는 괜찮잖아? 내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이제 그냥 처리하는 것은 재미가 없어서 말이야.”

“네. 어련하시겠어요.”

이 자식.

약간 비꼬는 말투인데?

“수진이 요즘 많이 기어오르네?”

훈육을 위해 좀 정색하면서 말했다.

“아, 아닙니다.”

장수진은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조심해라. 그러다가 흑객연맹이 아니라 너가 나한테 혼날 테니까.”

“……네.”

좀 혼내니까 장수진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러는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풀어줄 생각은 없다.

귀엽다고 다 받아주다 보면 교육이 안 되니까.

“일단은 너희 국정원도 이걸로 한시름 놨을 거야. 그리고 이제 흑객연맹 문제는 내 문제가 되어버렸으니까 또 녀석들이 공격한다면 내가 바로 나설 거야. 그니까 걱정하지 마. 대신 여기서 생기는 모든 수익은 내 거다. 이호영 원장에게도 그렇게 전해.”

“알겠습니다. 흑객연맹의 공격을 막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죠.”

훈육이 잘 먹힌 것 같다.

바로 반응이 온다.

“그래. 앞으로도 그렇게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그럼 다음에 보자!”

***

부동산 투기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 미래찬란당의 지지율은 그야말로 멸종 수준이었다.

곧 총선인데 미래찬란당 후보자들은 유세를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번은 눈치 없는 미래찬란당 후보자들이 자신의 선거구에 유세를 왔다가 시민들에게 처참하게 당해버렸다.

계란 세례는 물론 뺨까지 맞고 차도 박살이 났다.

그들은 그제 서야 자신들에게 가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제는 꼬빼기도 안 비친다.

이제 사실상 미래찬란당 의원들이 당선될 확률은 없었다.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모두 warrior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건 이제 당연한 수준에 이르렀다.

부동산 투기 스캔들로 인해 시민들은 비리에 완전히 질려버렸고 모두 대동단결하며 warrior 특별법을 외쳐댔다.

이러다 보니 후보자들은 warrior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알아서 비리가 있는 사람들은 후보자로 나올 엄두를 못 냈다.

분위기상 warrior 특별법이 제정될 분위기인데 그런 자살행위를 하는 놈들은 없었다.

각 당에서도 비리가 있는 사람들은 아예 쳐냈다.

그러다 보니 총선의 판은 알아서 비리가 없는 사람들로만 구성됐고 후보자로 정말 의외의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역대급 혼돈의 도가니였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을 골라내느라 바빴다.

마침내 총선이 시작됐고 결과가 나왔다.

미래찬란당은 의석 수를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반면 백기완 의원이 이끄는 바른정치당은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해버렸다.

국회는 이제 바른정치당이 원하는 대로 판을 짤 수 있을 정도였다.

“의원님. 축하드립니다.”

나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마자 백기완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이구. 감사합니다. 다 라일 씨 덕분이지요. 하하하하.”

백 의원은 기분이 좋은지 호쾌하게 웃었다.

“정말 이렇게 되어버리네요.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일이 이렇게 진행될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될 거라고 했잖아요.”

“하하하. 정말 라일 씨는 대단하신 분이시군요.”

“뭘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훈훈한 대화가 이어졌다.

“새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warrior 특별법 추진하겠습니다.”

“하하. 부탁드립니다.”

“당선된 의원 전체가 warrior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warrior 특별법은 만장일치로 통과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하하하하. 재밌네요. 무슨 공산주의도 아니고 전 의원이 만장일치 찬성이라니.”

내가 만들어 논 일이었지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하하. 썩어빠진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이지 않습니까. 이정도 법안에는 일치된 의견이 나와도 무방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만장일치 통과는 간간이 나오긴 합니다. 하하하.”

백 의원도 같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법이 통과되고 나면 모든 비리와 악행들을 밝혀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다 밝혀내겠습니다.”

“네. 저는 라일 씨를 믿고 있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오늘 하루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통화하겠습니다.”

“네. 라일 씨도 들어가시지요.”

이렇게 총선 또한 내가 의도한 대로 끝났다.

오늘 밤도 잠이 잘 오겠다.

***

대한민국 청와대

이호영 원장은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그는 이번에도 warrior와 관련된 일로 보고할 게 많았다.

“어서오시오.”

대통령은 이호영 원장을 반겨줬다.

“긴말 필요 없이 바로 보고해주면 감사하겠소.”

“네. 그러면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이호영 원장은 정리해온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내밀며 설명해갔다.

대통령은 그가 제출한 보고서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흑객연맹 사건 또한 warrior의 도움을 받아 막았군요. 심지어 warrior 혼자만의 힘으로 막은 거나 다름없네요.”

“네…….”

“이번 총선도 완전히 그가 의도한 대로 흘러갔어요. 제 당이었던 미래찬란당은 그전까지 의석수를 과반수가 넘게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아예 사라져버렸죠.”

그는 씁쓸한 듯이 말했다.

“엄청난 놈입니다. 과연 누가 그를 막을 수 있을까 싶네요.”

“하하하. 어딨다가 갑자기 이런 인재가 나타났는지…….”

대통령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국정원장.”

“네.”

“warrior 좀 직접 만나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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