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중국흑객연맹 (3)
[Wolf]
세계적인 해커 저우 밍의 해커명이다.
베이징대 사회과학원을 나온 그는 삶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재밌는 일을 찾으며 주변 사람들을 모아 해커 조직을 결성했다.
그것이 흑객연맹의 시초였다.
단순한 심심풀이로 인해 만들어진 이 조직은 현재 1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거대 해커 조직으로까지 성장한다.
사람 숫자로만 따지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커 조직이다.
‘WHR’(World Hacker Ranking)
해커들의 세계에서 공신력 있다고 평가받는 랭킹 시스템이다.
헤커들 사이에서는 WHR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영광이었다.
랭킹 Top 10에 들면 그야말로 각 나라에서 정부 차원으로 경계하는 요주 인물 취급을 받는다.
흑객연맹의 성장에 힘입어 Wolf는 랭킹 3위까지 오르게 된다.
Wolf는 해커들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조금이라도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그는 크래킹으로 그 기관을 아주 날려버렸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FBI만이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멀쩡했던 기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FBI도 Wolf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굉장히 고전했고 하마터면 뚫릴 뻔했다고 전해졌다.
FBI 공격 실패 이후 Wolf는 이를 갈면서 WHR 100위 안에 드는 랭커들을 흑객연맹으로 다수 끌어들였고 흑객연맹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갔다.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수시로 흑객연맹을 경계할 만큼 그들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그런 흑객연맹에게 최근 재밌는 의뢰가 들어왔다.
천마 조직에서 warrior라는 놈에게 된통 당했는지 그놈을 박살내주라고 부탁했다.
‘warrior’
WHR에 코빼기도 안 보였던 그 듣보잡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 한국에 난리를 쳐놨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흑객연맹에게 warrior는 여전히 듣보잡이었다.
미국이라면 몰랐을까 고작 한국 안에서만 조금 난리친 것 가지고 그를 고평가하기엔 아직 이른 판단이었다.
더구나 warrior 이 녀석은 WHR에 전혀 이름도 안 보였던 놈이다.
이러한 이유로 흑객연맹 측에서는 천마의 의뢰를 가볍게 받았다.
warrior를 터는 작업은 WHR 97위에 속한 Snake가 전담해서 맡기로 했다.
흑객연맹이 랭커 중에 최약체인 Snake에게 이 일을 맡긴 이유는 warrior가 WHR 순위권 밖에 있어서 이 일이 가볍게 끝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Snake가 최약체 랭커이기는 하지만 그도 어엿한 랭커.
결코 무시할 존재가 아니었다.
Snake 또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지 모른 채 설쳐대는 녀석에게 랭커의 힘을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의뢰에 임했다.
하지만 그는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warrior는 철옹성같이 굳건했고 그 어떤 크래킹도 간단하게 막아버렸다.
어떻게 된 건지 Snake팀은 warrior에 대해 단 하나의 정보도 얻어낼 수가 없었다.
warrior는 Snake팀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이제 의뢰를 넘어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warrior 공략에 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warrior는 끄떡없었다.
“도대체가 어떻게 된 거야?”
Snake는 암담한 심정이었다.
해커짓을 하면서 이렇게 좌절감을 느끼게 한 상대는 warrior가 처음이었다.
아무리 강한 상대라 하더라도 일단 그가 공격을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는 했었다.
그런데 warrior 이 자식은 그런 게 전혀 없이 그냥 평온했다.
Snake는 warrior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된 게 이런 놈이 WHR에 이제까지 코빼기도 안 보였던 거야?”
그동안 안일하게 살아온 Snake에게 warrior는 투지를 심어줬다.
그는 warrior의 강함을 인정하고 도전자의 입장에서 그를 상대하기로 맘먹었다.
그는 최선을 다해 warrior 공략에 힘썼다.
하지만 warrior는 여전히 끄떡없었다.
천마 놈들의 불만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왜 진전이 없냐고 따져댔다.
Snake는 이 일로 조직의 명성에 먹칠을 할까 봐 초조해졌다.
그런 그에게 갑자기 기쁜 소식이 들렸다.
warrior가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는 것이었다.
이 애송이 녀석은 자만심에 도취 돼서 판단력이 흐려졌는지 자신의 얼굴까지 공개하며 아이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그로 인해 Snake는 그가 디씨소프트의 최대 주주이고 그의 회사가 신작 런칭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Snake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warrior 그 미친놈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이건 마치 알아서 무방비 상태의 타겟이 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Snake팀은 그 즉시 디씨소프트를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들은 프렌드쉽 CBT가 오픈하는 날에 공습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기대를 많이 받는 게임이라 그날 유저들이 많이 몰릴 게 예상되었고 그러다 보면 디씨소프트 측에서는 서버 관리만 하더라도 버거울 거라 생각해 그날이 제격이라 판단한 것이다.
마침내 그날이 왔고 Snake팀은 프렌드쉽과 디씨소프트에 총공격을 가했다.
그들은 아예 신작을 날려버릴 기세로 호기롭게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신작은 끄떡없었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지금 대기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 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리의 공격을 막아내는 건데?”
Snake는 기가 찼다.
분명 개시 첫날이라 디씨소프트측은 정신이 없을 거다.
그들이 그러고 있다는 것은 대기열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인지 sanke는 알 길이 없었다.
“Snake. 전혀 진전이 없어요.”
“회사 측 컴퓨터도 전혀 안 뚫려요. 보안 시스템이 그렇게 강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건지…….”
Snake의 동료들도 막막한지 그에게 낙담하며 말했다.
“칫! 포기란 없어. 흑객연맹의 일원으로서 자존심이 있지. 이러다가는 조직한테 망신을 주는 거야. 계속해 보자고.”
“네!”
그와 동료들은 계속해서 프렌드쉽을 공격해나갔다.
“어?!!”
한 해커가 갑자기 질겁하며 외쳤다.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제 컴퓨터가…….”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네 컴퓨터가 왜?”
Snake는 궁금해하며 동료의 컴퓨터를 쳐다봤다.
“이런……미친.”
Snake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동료의 컴퓨터 화면에서 갑자기 이상한 메시지가 써지고 있었다.
[warrior다. 고생이 많네.]
그들은 그것을 보며 식겁했다.
“미친! 오히려 우리가 역으로 당해버렸어.”
Snake 머릿속에는 다 털리기 전에 빨리 전원을 뽑아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어서 컴퓨터 전원을 뽑으려고 했다.
“기다려요!”
그가 컴퓨터 전원을 빼려고 하자 동료가 급하게 만류했다.
“왜? 넋 놓고 있다가는 우리가 다 털려.”
“이미 털린 것 같아요.”
“뭐?!!!!”
Snake는 동료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됐다.
“화면을 한번 보세요.”
모니터를 본 Snake는 두려움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어허! 전원 뽑지 마. 뽑으면 너희 정보 싹 다 전 세계에 공개한다. 지금부터 동작 그만! 내 말에 집중해.]
warrior는 마치 그들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 마냥 라이브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미친 어떻게 알고 말하는 거야?”
Snake는 공포에 떨며 주위를 둘러봤다.
어딘가에 카메라가 박혀있는 건가?
아니면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있는 건가?
그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안 설치했어ㅋ 병신처럼 두리번거리지 마.]
warrior는 그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안 설치했다고?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하고 있는 건데?”
[어떻게 하는 지는 알 것 없고 내 메시지나 계속 봐. 일단 난 너희들이 왜 나를 계속 공격했는지 알고 있다. 바로 천마 놈들 때문이지.]
“…….”
warrior는 이미 다 알아버린 듯했다.
Snake는 긴장감으로 인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다.
[그래서 내가 방금 천마 놈들 좀 조지고 왔어. 이제는 너희들 차례야.]
“뭐?”
그 말과 함께 warrior의 메시지는 꺼졌다.
지잉-!
갑자기 그들의 컴퓨터가 차례로 다운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Snake와 동료들은 서둘러 두꺼비집으로 달려들었다.
그들은 빨리 전기를 내려 warrior의 공격으로부터 자신들의 컴퓨터를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두꺼비집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모든 컴퓨터는 날아가 버렸다.
“…….”
Snake는 망연자실한 채 꺼져버린 자신의 컴퓨터를 바라봤다.
그는 혹시나 해서 전원을 눌러 봤지만 컴퓨터는 역시나 켜지지 않았다.
“컴퓨터 다 날아간 것 같은데…….”
그는 계속해서 전원을 눌렀지만 의미가 없었다.
이제 컴퓨터에서는 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Snake. 여기 있는 컴퓨터들 아예 다 박살난 것 같아요.”
“…….”
이곳에 있는 컴퓨터 100대가 그냥 부서져 버렸다.
“하아…….”
Snake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컴퓨터가 부서진 것도 부서진 거지만 그는 warrior의 힘에 감탄했다.
살다 살다 상대 컴퓨터까지 직접 박살 내는 해커는 처음 만난다.
“우리가 대체 뭘 건드린 거지?”
Snake는 탄복을 금치 못했다.
***
흑객연맹 Tiger 팀 영역
Tiger는 WHR 75위에 있는 수준급 해커이다.
그는 이번에 한국의 국정원을 공격하라는 의뢰를 맡았다.
그는 팀원들 1000명과 함께 국정원을 신나게 때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하하. 짜식들 좀 하네?”
Tiger는 호기롭게 자판을 막 쳐댔다.
국정원이 지금까지는 방어를 잘 했지만 이제 보안이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크크크크. 거의 다 됐어.”
Tiger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탁!
그는 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마지막으로 엔터키를 눌렀다.
“!!!!!”
하지만 그로 인해 상황은 전혀 다른 구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그의 컴퓨터 파일들이 훼손되기 시작했다.
“Tiger. 뭔가 이상해!!”
그의 팀원들도 컴퓨터가 맛 가기 시작했는지 여기저기서 곡소리를 냈다.
“이런 미친!!”
Tiger는 그 와중에 냉정함을 유지하며 파일을 복구시키려고 코드를 뒤졌다.
하지만 이미 게임은 끝나있었다.
“갑자기 무슨…….”
랜섬웨어에 당해버린 것이었다.
Tiger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껏 그는 랜섬웨어를 뿌리는 입장이었지, 이렇게 당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국가 기관이 그것도 한국 국정원에서 랜섬웨어를 뿌린다?
이건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무슨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나…….”
Tiger의 화면에 메모장이 하나 보였다.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는 파일이었다.
그는 그것을 더블클릭해 확인했다.
[흑객연맹 Tiger에게]
[감히 국가 기관을 공격하다니 간댕이가 부었구나]
[형이 너네를 참교육해주고자 친히 이렇게 랜섬웨어를 뿌린다.]
[복구코드 받고 싶으면 1000만 달러 가치의 비트코인을 내놔라.]
[warr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