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중국흑객연맹 (1)
나는 아이튜브 warrior 채널을 통해 또 비리가 폭로될 것을 예고했다.
‘부동산 투기 스캔들. 오늘로 논란 종결.’
이번에도 사람들은 큰 관심을 가졌다.
동시접속자가 또 200만이다.
다들 기대를 한껏 모으면서 내 방송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안녕하십니까. warrior입니다.”
-warrior 드디어 다 밝혀내는 거냐?
-과연 구기춘 의원의 말이 맞을지 아니면 warrior의 말이 맞을지?
-당연히 warrior지. 안 그러면 이 영상 올리겠냐?
-warrior 믿고 기대한다. 싹 다 밝혀줘.
“많은 분들이 이 영상을 기다렸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전에 구기춘 의원이 올렸던 해명 영상을 보고 저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 어쩜 저렇게 사악할 수 있을까?”
“그가 그렇게 자신 있어 하던 이유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파일로 안 남겨져 있고 모두 문서로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을 눈치채고 그 자료들 또한 입수했습니다.”
“이제 저는 가져온 자료를 여러분들에게 싹 다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나는 구기춘의 금고에서 챙겨온 문서들을 전부 인터넷에 올려 세상에 공개했다.
이로써 관련자들이 부정할 수 있는 여지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야말로 완전 빼박이다.
나는 모든 자료들을 차례로 다 깔끔하게 정리해서 올렸다.
한국주택공사와 미래찬란당 의원들 사이에 있었던 로비와 비자금 그리고 통화 및 메시지 기록.
토지 개발 지도.
부동산 거래 내역 및 현재 토지 소유 현황.
거기에 가족 명의나 차명으로 매입한 것은 실제로 누가 구입한 것인지까지 싹 다 정리해서 공개했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법무부와 미래찬란당이 한통속이고 법무부 고위 인사들 또한 부동산 투기를 했음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은 또 난리가 났다.
-구기춘 이 개 쉬벌롬!! 이래놓고 감히 그딴 영상을 찍어?
-미래찬란당 이 망할 놈의 새끼들!!!
-한국주택공사랑 법무부도 같이 썩었네.
-이러니까 warrior 특별법을 반대하지. 개 같은 놈들.
-아니 대체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이 몇이야? 아주 지들끼리 난리 나셨어.
-ㅅㅂ 뼈 빠지게 돈 벌면 뭐해? 이딴 새끼들 때문에 땅값 오르고 집값 올라서 결국 내 신세는 똑같은데.
-아 진짜 이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 ㅅㅂ 갑자기 의욕 확 떨어지네. 누구는 개 고생해서 돈 버는데 저딴 놈들은 편하게 돈 벌고 있고.
-이제 warrior 특별법 반대한다는 소리만 해 봐. 그건 그냥 본인이 비리 저질렀다는 거 인정하는 거임.
-warrior 특별법 무조건 찬성!
-이 나라를 바꾸자! 나도 찬성!
한국주택공사, 미래찬란당, 법무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불타올랐고 반대로 warrior의 인지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
warrior가 구기춘 의원에게 자료를 얻은 방식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국정원의 도움으로 인해 곧바로 싹 다 묻혀버렸다.
warrior 특별법에 대한 열기가 심상치 않은지 정부에서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거의 80%가 찬성이었다.
국민들의 뜻이 이랬음에도 미래찬란당은 끝까지 warrior 특별법을 반대하며 발악했다.
나는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어차피 조만간 있을 총선 때 알아서 무너질 놈들이다.
나는 그것보다는 이제 신작 게임에 신경 쓰기로 했다.
그동안 시답잖은 놈들에게 신경 쓰느라 또 회사에 소홀히 하고 말았다.
다행히 일수랑 박이나가 각자 맡은 일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나는 확실히 사람 보는 눈이 있다.
박이나는 엄청나다.
그녀의 리더쉽은 기대 이상이다.
박이나 덕에 완전히 침체 되었던 회사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우선 그녀는 파격적인 직원 복지를 제공했다.
엄청난 식사 퀄리티에 초호화 간식.
월급 상승은 물론 인센티브는 2배 증가.
정확하고 체계적인 추가 수당 지급.
그 외 보너스를 비롯한 다양한 직원 혜택까지.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고 반대파들도 있었지만 어차피 내가 막지 않으면 그녀는 눈치 볼 사람 없이 그녀의 뜻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나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박이나에게 디씨소프트의 운영을 완전히 맡겼기 때문에 박이나는 맘 놓고 자신의 꿈을 펼쳤다.
또한 그녀가 성공적으로 마친 발표회로 인해 신작 프렌드쉽에 대한 엄청난 기대가 모였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내가 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라는 사실 또한 회사 이미지가 올라가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
사람들은 warrior의 회사라는 것 하나만으로 디씨소프트에 무한 애정과 신뢰를 보냈으니까.
아무튼 박이나는 과감하면서도 능숙한 운영을 보여줬다.
일수의 경우 녀석은 원래 대단했던 친구다.
일수가 붙잡아서 남아 있던 팀원들도 그런 일수를 믿었기 때문에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훌륭하게 게임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각종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고 구축 또한 수월하게 진행됐다.
물론 구축 문제에 있어서는 내 도움이 크긴 하다.
어쨌든 프렌드쉽 팀 또한 나무랄 데 없이 각자 맡은 일을 훌륭하게 진행해 나가고 있었다.
“이제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많이 떨리네요. 으으.”
박이나는 난리법석을 떨며 말했다.
대표가 되고 나서 첫 작 출시인데 당연히 그럴 것이다.
“저도 많이 떨려요. 지금 기대는 엄청 끌어 모았는데 막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요.”
일수도 박이나에게 동감하며 말했다.
“솔직히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그중에서도 이 게임이 모바일 게임이 아니라 PC 게임이라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죠.”
현재 국내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은 모바일이 돈이 된다고 죄다 모바일 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확실히 모바일이 돈이 되긴 한다.
잘된 게임이 가챠로 벌어들이는 돈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니까.
반대로 국내 PC 게임은 완전 부진하고 있는 추세.
PC방 점유율을 보면 Top 5안에 드는 게임은 죄다 해외 게임들이다.
그나마 레인 오버가 PC 게임의 자존심을 회복하나 싶었는데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지.
솔직히 이런 상황에서 PC게임을 출시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긴 하다.
하지만 반대로 바꿔 말하면 다들 모바일에 투자하고 있을 때 우리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거다.
게다가 요즘 메타버스가 차츰 대세로 올라오는 분위기.
아무래도 메타버스 구현은 모바일보다는 PC로 구현하는 게 더 수월하다.
모험이긴 하지만 나는 솔직히 프렌드쉽에 자신이 있었다.
분명 이 게임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걱정 말아요. 결과는 망했지만 레인오버가 국내 PC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그런 똥겜도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프렌드쉽은 당연히 성공할 겁니다.”
나는 그들은 안심시켜주며 말했다.
“다들 프렌드쉽의 성공으로 인해 바빠질 걱정이나 하세요. 쉴 틈이 없어질 거니까.”
“하하. 그야말로 행복한 고통이네요.”
박이나는 밝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우아! 나는 사양한다. 지금도 충분히 바쁜데 더 바빠지라고? 저는 못 합니다. 직원 채용 더 안 해주면 데모할 겁니다.”
반대로 일수는 볼멘소리로 말했다.
이해한다.
얘 지금 집에 거의 못 들어가고 회사에서 아예 살고 있다.
머리 자를 시간도 없는지 아예 머리를 머리띠로 넘기고 있을 정도다.
“하하. 일수 씨. 당연하죠. 곧 채용 공모 올릴 거예요. 유능한 직원들로 뽑아야죠.”
현재 디씨소프트는 프렌드쉽 개발팀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멸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디씨소프트는 레인 오버에 올인하는 체제였는데 그게 무너졌으니 죄다 회사를 나가버릴 수밖에 없었다.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쉽지는 않다.
레인 오버 개발팀은 애초에 확률조작이나 하는 영양가 없는 놈들이었니까.
알아서 나가지 않았으면 내가 나서서라도 그놈들을 내쫓았을 거다.
다시 새판 짜는 게 훨씬 이득이다.
“자! 그럼 우리 모두 파이팅 외치면서 힘차게 나아가 봅시다. 다들 손 모아요.”
내 말에 일수랑 박이나는 손을 내밀었다.
“하나 둘 셋 하면 파이팅 하는 거예요. 손은 아래로 갑니다. 그럼 하나! 둘! 셋!”
“파이팅!!!!!”
***
‘국산 게임의 자존심 프렌드쉽 드디어 클로즈 베타 서비스 공개.’
‘프렌드쉽 체험단 호평 자자.’
‘프렌드쉽 기대 이상. 해외에서도 열풍.’
프렌드쉽은 클로즈 베타 서비스가 오픈하자마자 난리가 났다.
이건 거의 신드롬이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인 이 게임에 사람들은 미쳐버렸다.
일단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것은 거지 같은 가챠 시스템을 날려버렸다는 것이었다.
프렌드쉽에서는 가챠가 없다.
그러면 돈은 어떻게 버냐고?
현실 세계의 세금과 같이 유저들이 프렌드쉽에서 번 돈의 일정 퍼센트를 회사에 지불하는 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런 색다른 요소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이었나 보다.
그동안 다들 말은 안 했지 가챠 시스템에 불만도 많았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너무 많아서 대기열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미쳐버리겠다. 접속자 수가 왜 이리 많은 거야? 서버 더 열어야겠어.”
덕분에 일수는 죽을 맛이었다.
긴 대기열 시간에도 접속자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일아. 도와 줘!!!”
결국 일수는 나를 찾았다.
“언제 부르는가 기다리고 있었어.”
“지금 누굴 놀리냐? 서버 좀 어떻게 해봐. 잘못하다 다운되게 생겼어.”
“걱정 마. 진작에 막고 있었으니까. 내가 설마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방관하고만 있었겠냐?”
“하하. 역시 그러시죠? 저도 라일 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바로 태세 전환하는 일수였다.
“라일 씨. 이거 우리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 시작부터 반응이 장난 아닌데요?”
박이나도 기대 이상의 호응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요. 다 잘 될 거라고요. 망할 걸 걱정할 게 아니라 이럴 것을 걱정해야 했다니까요.”
“아니 잘 될 줄은 저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잘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박이나는 당황하긴 했지만 표정은 웃고 있었다.
당연하다.
이런 걸 행복한 비명이라고 해야 할까?
“각오하세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 될 테니까요.”
“흐흐. 알겠습니다. 열심히 뛰겠습니다.”
박이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라일 님.]
갑자기 디오가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뭔가 직감적으로 좋지 않은 일을 말할 거라는 느낌이 왔다.
“응. 왜 그래?”
[지금 전면적인 디도스 공격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누가 프렌드쉽을 완전히 날려버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