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내가 바로 warrior다 (9)
장수진은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더 이상 본심을 숨기지 않았다.
참았던 만큼 그녀는 쌓였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진짜 너는 말 하나하나가 어쩜 그리 역겹냐? 진짜 토 나오려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야.”
“기자님. 대, 대체 무슨…….”
“나 기자 아니야! 이 병신 새끼야!”
갑자기 자신에게 대한 태도가 바뀌어서 당황해하는 구기춘에게 장수진은 법규를 먹였다.
“인터뷰도 엿 같아서 못 들어주겠더라. 마치 너가 뭔가 겁나 뜻이 있는 거 마냥 말하던데 진짜 웃기지도 않아요.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고 다니는 놈이면서 그런 말이 나와?”
“다, 당신 대체 누구야?!!!”
그제 서야 구기춘은 장수진이 정체를 숨기고 자신에게 접근했음을 깨달았다.
“누군지는 알 거 없고. 일단 좀 맞자.”
“뭐?”
퍽!
구기춘은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장수진의 발차기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다.
찰진 소리와 함께 속이 뻥 뚫려버릴 정도로 시원한 한방이었다.
“꾸에엑!”
구기춘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버렸다.
녀석은 너무 고통스러운지 땅바닥을 뒹굴며 온갖 난리를 쳐댔다.
“이제 첫 타야. 앞으로 좀 더 맞아야 하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려고 그래?”
“이, 이런 건방진 년이!”
구기춘은 너무 정통으로 맞아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그는 꾸역꾸역 자리에서 일어나 장수진과 대치했다.
“너 설마 warrior가 보낸 거냐? 저 서류들을 탈취하려고?”
“그러면 내가 뭐가 좋다고 이 추잡한 곳까지 왔겠냐? 정말 너가 좋아서 여기 왔다고 생각한 거야?”
“이런 썩을! 사람을 가지고 놀다니!”
구기춘은 자기가 속았다는 것에 분노했다.
그는 정말로 장수진이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고 있었다.
“몇 번 받아주니까 너가 뭐나 된 것 마냥 막 뻐기고 난리더라? 진짜 그때마다 욕하고 싶어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 주제 파악 좀 해 이 변태 새끼야.”
“감히 이 구기춘을 농락해?!!!”
구기춘은 소리를 빼액 지르며 장수진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구기춘에게 장수진은 화려한 돌려차기를 가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은 우아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으아아아악!!!!!”
구기춘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옆으로 날아갔다.
그는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장수진은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는 구기춘에게 저벅저벅 걸어갔다.
“뭐? 먼저 씻으실래요? 아니면 그냥 바로 할까요?”
그 대사를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싸늘했다.
“그거 들었을 때가 가장 최악이었어. 그걸 안 들은 귀를 살 수 있다면 진짜 전 재산이라도 기꺼이 내놓을 판이야.”
장수진의 눈에는 엄청난 살기가 어렸다.
“구기춘 의원. 오늘 그냥 죽자.”
“너, 너가 나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구기춘은 여전히 장수진에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퍼억-!
결과는 사커킥을 시원하게 맞는 거였다.
“꾸엑!!!!”
구기춘은 의원은 장수진의 발에 코를 직빵으로 맞아버렸다.
그에 그의 얼굴에서 쌍코피가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을 한 날이야. 내가 지금 뒤가 있을 것 같아?”
장수진은 왼쪽 허벅지에 숨겨 놓았던 단도를 빼 들었다.
그녀는 여유로우면서 우아하게 검을 돌려댔다.
“그러고 보니 너. 물에다가 약까지 타 놓았었지?”
“그, 그건…….”
구기춘은 물뽕까지 타 놓을 걸 들켜버려서 당황했다.
“흐흐. 반응을 보아하니 맞나 보네. 나한테 그거 먹여서 어쩌려고 했어?”
장수진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누가 봐도 섬뜩할 정도였다.
그녀가 띤 살기에 구기춘은 위축되며 벌벌 떨기 시작했다.
“저, 저기 내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한 번만 봐주게. 어?”
구기춘은 장수진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장수진은 검을 돌려대며 구기춘에게 다가갔다.
“히익!”
구기춘은 미처 다 일어서지도 못 한 채 발버둥을 치며 뒤로 도망쳤다.
정말 그 모습은 추함 그 자체였다.
그러다가 그는 얼마 못 가서 벽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도망갈 곳이 이제 없네?”
장수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
구기춘은 다급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 살려줘! 살려주면 자네가 방금까지 나한테 저지른 모든 일 다 없던 일로 해줄게.”
푸슉-!
장수진은 들고 있던 단도를 그대로 구기춘의 허벅지에 꽂아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그는 방이 울리도록 비명을 질러댔다.
“무슨 되도 않는 개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으어어어어어.”
구기춘은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엉엉댔다.
다 큰 어른이 그러고 있으니 정말 못 볼 꼴이었다.
“이때까지 너한테 저질렀던 일 다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그건 우위에 있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야. 지금 상황 파악 안 돼?”
장수진은 쭈그려 앉으며 쓰러져 있는 구기춘과 눈높이를 맞췄다.
그런 다음 그녀는 단검의 끝을 그의 목에 댔다.
“이대로 멱 따이고 싶어?”
“아, 알았어! 원하는 게 뭐야?!!! 저 서류들? 다 가져가! 그러니까 제발 살려줘.”
구기춘은 장수진에게 애걸복걸 매달렸다.
그는 칼을 맞고 나서야 어설픈 딜은 통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너의 주제를 파악했구나. 그 말을 제일 먼저 했었어야지.”
장수진은 구기춘을 보며 피식했다.
“딱 한 번 말할 거니까 잘 들어라. 일단 저 자료 이제 곧 세상에 공개될 거야. 달게 처벌받길 바란다.”
“크윽!”
구기춘은 너무 분한지 통곡했다.
장수진은 개의치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내 뒤를 캔다던가 개수작을 부린다. 그러면 바로 세상 하직할 줄 알아. 알겠어?”
“…….”
“대답 안 해? 뒤지고 싶구나?”
장수진이 칼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을 주자 구기춘의 목으로 칼이 약간씩 들어가면서 피가 나기 시작했다.
“끄악! 아, 알았어! 제발! 제발! 그만!!!!”
그는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다음 마지막. 사실 이게 핵심 내용이야. 여자들은 너 같은 스타일 딱 질색이야.”
그 말을 마치고 장수진은 구기춘의 목에서 칼을 떼며 일어섰다.
“다 끝났습니다. 이제 들어오시죠.”
끼익-!
장수진의 말에 비밀의 방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구기춘은 그것을 보며 기막혀했다.
“대, 대체 어떻게 열리는 거야?!! 나 말고는 절대 열 수 없을 텐데!!!”
그는 오죽 놀랐는지 벌어진 입이 닫히지 않고 있었다.
“기춘아.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냐? 나 warrior야.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나는 그를 향해 활짝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야~ 방이 기가 막히네. 어우! 보고 있자니 남세스러워서 내가 다 부끄럽다. 저 물건들은 뭐냐?”
한쪽 구석에 있는 흉물스러운 기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진짜 이 변태 새끼는 최악이다.
“니 얼굴 안 보고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보게 되네? 근데 또 너가 그러고 있는 거 보니까 나쁘지는 않다.”
“warrior…….”
그는 이를 빠드득 갈며 나를 표독스럽게 쳐다봤다.
“이 개자식…….”
“수진아. 얘 아직 정신 못 차린 거 같은데?”
내 말에 장수진은 검을 돌려대며 구기춘을 위협했다.
구기춘은 그것을 보며 질겁하며 자지러졌다.
나는 구기춘의 금고로 갔다.
“이거구나.”
나는 손잡이들을 둘러봤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독일 장인이 만들었다고? 진짜 세상엔 신기한 게 많네.”
나는 감탄하며 말했다.
“기춘아. 솔직히 말하자면 이거 때문에 좀 난감했었다. 여는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더라고. 그렇다고 네 머릿속을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너가 잘 대비하긴 했어. 인정할게. 너가 처음으로 좀 애먹는 상대였어.”
녀석에게 나는 엄지척을 날려줬다.
“근데 대비는 잘했어도 네 욕망은 잘 못 다스려서 망해버렸다. 아주 그냥 조금만 꼬리 살랑살랑 치니까 좋다고 넘어오는 꼴이 진짜 우스워 죽겠더라. 너 그렇게 밝히는데 어떻게 일상생활은 가능하냐?”
“…….”
구기춘은 나에게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장수진이 두려운지 애꿎은 입술만 움직였다.
“저 자료들은 내가 잘 활용할게.”
나는 전화를 꺼내 류헤이카이 놈들에게 연락했다.
짐꾼으로 사용하려고 미리 근처에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끝났다. 이제 들어 와서 싹 다 가져가.”
잠시 뒤 류헤이카이 녀석들이 들어와 내 지시대로 서류들을 챙겨갔다.
구기춘은 그것을 망연자실하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면 구기춘 의원. 빠이”
나는 녀석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고 그곳을 나왔다.
***
삼합회 보스는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흑객연맹에게 warrior를 공격해 달라고 부탁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
흑객연맹의 힘을 빌리는 것은 매우 위험해서 되도록 이용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의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원했던 결과가 나와야 하는 데 완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럴수록 그는 더 초초해졌다.
warrior에게 비트코인도 뺏겼고 계좌에 있는 돈도 빼앗겨버렸다.
의뢰비는 가지고 있는 금품을 팔아서 겨우 마련한 것이었다.
이제 그것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부하들에게 돈을 안 주면 조만간 들고 일어날 분위기다.
쾅!
삼합회 보스는 답답한 마음에 괜히 방 안에 있는 캐비닛을 발로 찼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것들 의뢰비만 비싸게 받고 전혀 일 안 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는 자신의 충직한 부하에게 불평을 토로했다.
“더 이상 못 참겠다. 내 직접 흑객연맹하고 전화해봐야겠어. 놈들하고 연결 좀 시켜줘.”
“네. 알겠습니다.”
부하는 핸드폰을 꺼내 통화를 잡고 보스에게 건넸다.
“여보시오. 나 천마 보스입니다.”
“어이구.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부탁한 일을 제대로 안 한 주제에 들리는 목소리가 쾌활하니 보스는 기분이 나빴다.
“안녕 못 합니다. 이전부터 부탁했던 warrior 처리는 어찌 되었습니까? 왜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까?”
“그게 말이지요…….”
흑객연맹 쪽은 보스에 불평에 좀 난감한지 말을 흐렸다.
“안 그래도 저희도 그것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들 또한 볼멘소리로 보스에게 말했다.
“대체 어떤 놈과 싸우고 있는 겁니까? 그 녀석 아무리 추적해도 답이 안 나옵니다. 우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한국 국가정보원에도 녀석을 추적하는 데 실패했다고 하더군요. 우리도 녀석이 아이튜브 영상으로 정체를 공개한 것을 보고서야 누군지 파악했습니다.”
보스는 흑객연맹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그가 알기론 흑객연맹은 세계에 손꼽히는 해커집단이다.
근데 그런 흑객연맹이 warrior를 추적하는 데 실패했고 알아낸 게 고작 아이튜브 영상일 뿐이라니.
“하아……뭐 약점으로 잡을 만한 게 없습니까? 제가 좀 급한데요.”
보스는 암담해하며 물었다.
“건방지게 스스로 정체를 드러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흑객연맹 쪽은 이번에는 자신감 있어하며 말했다.
“녀석은 최근 디씨소프트를 먹었고 신작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우리는 그것을 공격할 계획입니다.”
140화. 북침 (3)
“휴우-!”
백기완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데이터 자아가 모든 핵미사일을 이라일이 막아버렸다고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수백 발의 핵미사일을 막다니… 진짜 라일 씨는 대단하군…….”
그는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소름이 돋았다.
이라일이 없었으면 지금쯤 여기 한국은 지구상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지 백기완 대통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띠리리리-!
그때 그의 책상에 놓인 전화가 울렸다.
대통령은 즉시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님. 접니다.”
이라일이었다.
“어이구. 라일 씨. 몸은 괜찮으십니까? 진짜 라일 씨의 한계는 어디까지입니까? 그 잭슨도 물리치시고요.”
“하하하.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저는 더 강해졌죠. 나중에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라일의 목소리는 생기가 넘쳤다.
잭슨이 사라져버렸으니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일단은 지금 당장 전방에 배치된 군대를 북한으로 이동시켜주세요.”
“북, 북한으로요!?”
백기완 대통령은 급작스러운 이라일의 요청에 적잖이 당황했다.
“설마 라일 씨……. 오늘 북한을 싹 다 밀어버릴 것은 아니시죠?”
“맞습니다. 역시 제 맘을 잘 알고 계시는군요.”
“…….”
이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접 이렇게 대답을 들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아직 통일을 하기에는 우리나라가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요.”
“그런 건 차차 생각하셔도 될 겁니다. 일단은 저 건방진 이택근이 설치는 꼴을 제가 도저히 그냥 지켜볼 수가 없거든요.”
“하하하하하.”
이번의 웃음은 멋쩍은 웃음이 아니라 통쾌한 웃음이었다.
백기완 대통령은 이라일의 말에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그렇네요. 이택근이 설치는 꼴은 저도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백기완 대통령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제 잭슨이 없으니 우리 군인들의 안전은 보장된 것이지요?”
“네. 이전까지는 그냥 최선을 다한다고만 말씀드렸으나, 지금은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군 중 그 어느 누구도 조그만 생채기 하나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하고 진격 명령 내리십시오.”
“하하하하하하하! 간만에 듣는 시원한 대답이군요.”
백기완 대통령은 특유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좋습니다. 바로 지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임 시절 북한을 정복한 대통령이라는 이력을 제가 선물해드리겠습니다.”
단지 생각만 했었던 일이 직접 현실이 될 것을 생각하니 백기완 대통령은 기분이 묘해졌다.
그는 일개 국회의원이었던 자신이 이제 역사에 길이 남을 사람이 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기뻐했다.
“감사합니다. 라일 씨 덕에 저는 정말 많은 것을 얻는군요.”
“제가 말했죠. 저를 믿고 따르시면 후회하지 않게 해주겠다고요. 대통령님은 줄 잘 서신 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렇네요.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 바로 라일 씨와 동업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
이라일도 대통령을 따라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백기완 대통령은 이라일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바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진격 명령을 내렸다.
***
북한 이택근 위원장 사무실
이택근은 초조해하며 잭슨과 리원하오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둘은 지금 상황에서 그가 거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 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던 이택근은 직접 그들에게 연락을 취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러다가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두려워 그냥 참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띠리리리리-!
전화가 울리자 이택근은 급하게 수화기를 들었다.
“위원장님 여기는 제3 핵미사일 기지입니다!!! 설치된 핵미사일 전부가 알아서 남한으로 발사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미사일이 날아가고 있는 도중에 전부 사라져 버렸습니다. 원인은……. 잘 모르겠습니다.”
“…….”
이택근은 인내심의 한계가 왔다.
아까부터 계속 오는 전화는 죄다 이런 류의 전화였다.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핵미사일이 제멋대로 한국에 발사되어 버렸다.
이 일 자체로만 보면 오히려 바라는 것이었으나 문제는 미사일이 중간에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건 분명 warrior가 한 게 분명했다.
“망할!!!! 사라졌다고만 말하지 말고 왜 사라졌는지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예?!!!”
이택근의 급발진에 보고하는 장교는 당황했다.
그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당장 원인 알아내서 보고해!!! 한 번만 더 이딴 식으로 보고하면 죽을 줄 알어!!! 끊어!!!”
이택근은 한바탕 윽박지른 다음 수화기를 내던져버렸다.
“젠장할!!!!”
그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도저히 못 참겠는지 백악관으로 전화를 걸려고 했다.
띠리리리-!
그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신기한 것은, 그가 수화기를 던져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꽂히지 않아 전화가 전혀 울릴 수 없는 상태였는데 울린다는 것이었다.
이택근은 침을 꿀꺽 삼킨 다음 전화를 받았다.
그는 두려워서 상대가 말을 하기 전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받았으면 뭐라고 말 좀 해라. 새꺄.”
“!!!!!!”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는 이 목소리가 누구 목소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택근은 전부터 동영상으로 그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왔었다.
바로 warrior였다.
“……warrior냐?”
“크하하하하하하.”
warrior는 뭐가 재밌는지 혼자 경박하게 웃었다.
“푸하하하하하. 진짜 눈물 나게 웃기네. 너 영어 발음 최악이다. 진짜 살다 살다 국무위원장 영어 발음까지 듣게 되네. 너무 뜬금없이 확 들어와서 터질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하하.”
이택근은 심각한 반면 warrior는 자기 혼자 수다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다니……. 미친 거 아니야?”
“웃음이 왜 안 나오겠냐 이 병신아. 너 괴롭힐 거 생각만 해도 재밌어 죽겠는데 말이야.”
warrior는 특유의 이죽거림으로 이택근의 화를 살살 돋구었다.
“대체 뭔 짓을 한 거냐? 왜 핵미사일이 중간에 사라진 거지? 그건 분명 네가 저지른 짓이다.”
“야! 진짜 어이가 없네? 넌 지금 그걸 적한테서 묻고 있냐? 네가 그렇게 물어보면 내가 좋다고 다 대답해주겠어?”
“…….”
“그동안 네가 물어보면 옆에서 다 대답해주니까, 막 적도 네가 물어보는 거에 다 대답해 줄 거 같아? 정신 좀 차려라 이 병신 같은 놈아.”
“후우…….”
이택근은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으면서 숨을 깊게 내쉬었다.
조금만 더 건들면 그는 정말 폭발할 지경이었다.
“하하하하. 땅 꺼지겠다 인마. 그래도 내가 자비로우니까 특별히 알려줄게. 맞아. 내가 한 거야. 너희가 쏜 핵미사일을 처음으로 없앴는데, 요령이 없어서 무식하게 제거하느라 진짜 겁나 빡셌다. 그때의 고통만 생각하면 당장에라도 네 아구창을 쳐 버리고 싶은 기분이야.”
“…….”
이택근은 생전 처음으로 받는 대우에 분노를 넘어 황당할 뿐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한국어로 농락을 당하니 그의 속이 더 썩어들어갈 지경이었다.
“warrior. 그쯤 하는 게…….”
“닥쳐. 내 말 안 끝났어!”
warrior는 반대로 이택근에게 윽박질렀다.
“내가 지금 네 아구창 쳐 버리고 싶은 기분이라고 했지? 분위기 파악 안 해? 내 말 끝까지 잘 들어!!!”
“이게 진짜?!!!”
이택근은 결국 폭발해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지지지지지직!
그때 그의 주위에 스파크가 생기면서 전기충격이 그에게 가해졌다.
“끄아아아아악!!”
이택근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꼭 당해야 정신을 차리지?”
전화 볼륨이 갑자기 확 커져서 수화기를 대고 있지 않아도 상대가 말하는 게 다 들렸다.
“그냥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들어라. 난 사실 당장에라도 네가 있는 곳으로 가서 너를 죽여버릴 수 있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잖아. 그래서 정공법으로 천천히 그곳으로 밀고 들어갈 거야. 두려움에 떨면서 딱 기다리고 있어라. 이제 네 시대는 끝났어.”
“크윽…….”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으나 애석하게도 warrior의 말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그에 이택근은 기분이 더 거지 같았다.
“뭐 소용없기는 할 텐데 발악하면서 버텨 봐봐. 혹시 아냐? 네가 나를 이길지?”
warrior는 얄밉게 또 웃어댔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감상하라고.”
뚜-! 뚜-! 뚜-!
전화가 끊기면서 듣기 싫은 전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망할!!!!”
이택근은 분한 마음에 악을 지르면서 땅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똑똑똑!!!!
그때 누군가 그의 방문을 노크했다.
“위원장님!”
“뭔데?!!!!”
수행원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는 이택근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서 놀라면서 그에게 달려왔다.
“위원장님! 괜찮으십니까?!!!”
“저리 치워!!!!!”
이택근은 그를 부축해주려는 수행원에게 괜히 신경질을 냈다.
수행원은 머쓱해서 손을 치웠다.
“무슨 일이야?!!!”
이택근은 온갖 인상을 써대며 수행원에게 물었다.
“그, 그게…….”
이택근의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수행원은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선전포고를 했고 지금 이곳으로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벌써 휴전선 부근의 군대들은 박살이 났습니다.”
“이 시발!!!!!!!”
이택근은 포효하며 괴성을 질러댔다.
그는 곧바로 자기 책상으로 가서 권총을 하나 집어 들고 왔다.
“수, 수령님?”
“시발!!!! 뒤져버려!!!!!!”
탕-! 탕-! 탕-!
이택근은 자신의 수행원을 향해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뒤져버려!!!!!”
탁-! 탁-!
이택근은 분이 안 풀리는지 탄창이 비어 쇳소리가 계속 날 때까지 권총을 쏴댔다.
“으아아아아악!!!”
이택근은 분노하며 탄창이 빈 권총을 죽어있는 수행원을 향해 던졌다.
“시발 진짜!!!!!!”
그가 발악하는 소리가 관저에 울려 퍼졌다.
***
중국 베이징
주석 리원하오의 집무실
리원하오는 불안에 떨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잭슨과 연락이 되지 않았고, 핵미사일 기지에서는 계속해서 한반도로 발사된 핵미사일이 중간에 사라졌다는 보고만 할 뿐이었다.
이택근과 마찬가지로 리원하오 또한 이 일이 모두 warrior의 소행임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뭐가 잘못되어도 상당히 잘못되었어. 대체 잭슨 님은 뭐 하고 있는 거야?!!!!”
쾅-!
리원하오는 답답한 마음에 책상을 내려쳤다.
그는 warrior를 잡기 위해 그동안 모든 수모를 참으며 비밀리에 잭슨과 합작했는데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젠장!!!! 아무래도 먼저 전화를 걸어야겠어!!!”
분명 잭슨이 싫어할 것이 예상됐지만 답답한 마음에 리원하오는 결국 먼저 전화를 걸기로 했다.
띠리리리-!
그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