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내가 바로 warrior다 (6)
공지가 뜨자 사람들은 난리였다.
-야! 이번엔 또 뭐야?
-검찰총장 때보다 더 큰 거야?
-진짜 완전 궁금. 어떻게 기다리지?
-어그로는 아니겠지?
-이때까지 warrior가 어그로 끄는 거 봤냐? 다 대박 사건들만 터쳤지.
-ㅅㅂ 나라가 얼마나 개판이면 어떻게 까도 까도 계속 나오지?
-그동안 국민을 개돼지로 봤으니까 그러지. 이제 warrior가 등장해서 다 ㅈ됨.
-진짜 warrior는 국민 영웅이다. warrior 건들기만 해봐.
-이번 거 대체 뭘까? 기다리다 지친다.
다들 warrior가 영상을 올릴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18:29]
동시접속자 200만명이 warrior의 영상을 기다리고 있었다.
[18:30]
이라일이 등장했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화면 안에서 이라일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전에 저는 warrior 특별법 제정을 호소했고 거기에 많은 분들이 지지해준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뜻을 이루기에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반대자들이 너무 막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법조계와 정치권에서의 반대가 거세 일이 진전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과연 warrior 특별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반대를 하는지 말입니다. 그건 바로 그 법이 자신들의 더러운 민낯을 그대로 드러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저는 남기주 검찰총장의 견제를 받았고 그에 대응해 그의 비리를 모두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그 뻔뻔한 인간은 지금도 여전히 물러나지 않은 채 그대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에는 미래찬란당 구기춘 의원이 저를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래찬란당 의원들은 거세게 밀어붙이며 warrior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그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이유를 싹 다 밝히기로 결심하며 이 영상을 찍고 있습니다.”
“이제 밝히겠습니다. 미래찬란당 의원들이 warrior 특별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이런 문구들이 뜨기 시작했다.
‘한국주택공사와 미래찬란당의원들이 짜고 치는 부동산 투기’
‘신도시 개발 예정 지역. 가족 명의 및 차명으로 대량 매수’
‘법무부와 미래찬란당은 한통속. 모두 한국주택공사로부터 정보를 받아 부동산 투기’
다시 화면에는 이라일이 등장했다.
“저에게는 이 부동산 투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명단과 누가 어떤 땅을 샀는지에 대한 자료가 있습니다. 차명으로 되어있는 것 또한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저는 알고 있죠. 자세한 자료는 인터넷으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 나라는 이렇게 썩어빠진 놈들에 의해 놀아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warrior 특별법이 통과되어 제 능력을 발휘해 모든 비리를 처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라일은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공손하게 인사를 한 다음 퇴장했다.
댓글창은 완전 난리가 났다.
-이런 개 쌍노무 새끼들이.
-ㅅㅂ 이러니까 warrior 특별법을 반대하지.
-개자식들. 아주 지들끼리 다 해 처먹었네.
-뻔뻔하기 그지없네. warrior 특별법 반대? 누구 맘대로? ㅅㅂ 무조건 제정되게 만들 거다.
-무조건 warrior 특별법 추진! 반대하는 놈들은 다 비리 저지른 놈들.
-맞음. 비리 안 저질렀으면 반대할 이유가 없음.
-아주 반대하기만 해. 가만두지 않을 테다.
부동산 투기에 관련된 사람들 또한 이라일의 방송을 보았고 뒤이어 그가 올린 자료들도 확인했다.
그들은 모두 그것을 보며 질겁했다.
이라일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이 투자한 내역을 싹 다 인터넷에 올렸다.
관련자들은 초조해하며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미래찬란당 의원들은 얼른 모여 긴급회의를 했다.
“구 의원님. 이거 어떡합니까?”
“warrior 이 미친놈이 싹 다 드러내 버렸습니다.”
“의원님께서 다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당원들은 대표인 구기춘에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그가 당원들 앞에서 자신이 warrior를 설득할 테니 맘 편히 있으라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였고 상황은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당원들은 구기춘을 문책하기 시작했다.
“아니. 대체 어떻게 했길래 warrior가 이렇게 우리를 공격합니까?”
“설득한다더니 오히려 화만 자극한 겁니까?”
구기춘은 어두운 표정으로 묵묵부답한 채로 있었다.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말씀해 보세요. 의원님!”
답답한 마음에 당원들은 구기춘을 몰아세웠다.
“일단 다들 진정하십시오. 지금 우리는 warrior를 왜 설득 못 시켰냐를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를 논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고요.”
구의원은 머릿속이 정리됐는지 회의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일단 저는 당 대표로서 공식 해명을 하겠습니다. 우선 성난 민심을 잠재우는 게 먼저니까요.”
그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특유의 냉정함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현재 우리 미래찬란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넘게 차지하고 있어서 우리가 합심해서 몰아붙인다면 warrior 특별법은 절대 통과 못 합니다. 따라서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이 아직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warrior 녀석이 올린 자료. 그거 증거로 채택 못 합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구기춘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야비한 표정을 드러냈다.
“아까 warrior가 올린 자료 저도 봤는데 이 녀석 정작 중요한 자료들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우리가 문서로 가지고 있는 자료들이죠. 이 녀석 딱 보니 데이터 자료 말고는 얻을 수 없나 봅니다.”
“하긴 그렇네요!”
당원들은 구기춘의 말에 안심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중요 자료를 문서로 남긴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이것만 숨기고 시치미 떼면 그놈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하. 천만다행이네요.”
미래찬란당 의원들은 답이 보이기 시작했는지 웃음까지 지었다.
“그러니까 안심하기 바랍니다. 민심만 잠재우면 이 사태는 그냥 지나갈 테니까요. 여러분들은 혹시 모르니 문서 자료들을 저에게 가져오기 바랍니다. 제가 비밀의 방에 있는 금고에 다 넣어 놓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의원님. 역시 저희 대표십니다.”
“아까 좀 뭐라 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당원들은 그제 서야 아까의 일을 사과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warrior 그까짓 놈이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데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자고요. warrior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녀석은 그냥 한낱 해커에 범죄자일 뿐입니다.”
“맞습니다. 그 건방진 자식. 생각해보니까 별것도 아닌 놈이네요.”
“그딴 놈한테 괜히 쫄아 가지고…….”
“하하하. 뭐 살다 보면 블러핑에 당할 수도 있는 거죠”
구기춘은 여당 대표답게 지도력을 발휘해 당원들을 끌고 나갔다.
“그러면 다들 문서들을 가지고 제 건물로 오시길 바랍니다. 지체하다가 괜히 망할 수 있으니 바로 진행하죠.”
“알겠습니다!”
곧바로 미래찬란당 의원들은 비밀리에 문서 자료들을 가지고 구기춘 의원의 건물로 모였다.
그곳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요새 같은 곳이었다.
우선 건물 자체에 비밀 출입구가 있어서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가능했다.
건물은 모두 구 의원 개인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중에서도 비밀의 방이라고 불리는 가장 은밀한 공간이 있었다.
그곳은 들어가는 문이 드러나 있지 않아서 정보가 없다면 전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숨겨져 있었다.
물론 위치를 안다고 해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 들어가려면 거쳐야 하는 관문이 많았다.
첫 번째 관문은 일단 그쪽을 상시 감시하고 있는 CCTV와 수시로 돌아다니는 경비들이었다.
두 번째 관문은 영어 소문자, 대문자, 숫자, 특수문자를 섞은 30자리의 비밀번호였고
마지막 세 번째는 홍채, 지문 인식이었다.
이 모든 관문을 통과해야 구 의원의 비밀의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야~”
“이곳이 소문으로만 듣던 바로 그곳이군요.”
“드디어 여기를 와 보네요.”
미래찬란당 의원들은 그곳을 보며 감탄했다.
초호화 호텔을 연상케 하는 방이었다.
그곳은 오직 구 의원의 은밀한 취미를 위해 만들어진 방답게 온갖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한쪽에는 이상한 기구들도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며 자기들끼리 낄낄대는 의원들도 있었다.
“그쪽은 관심 끄고 따라오기나 하시죠.”
구 의원은 한눈팔고 있는 의원들에게 가벼운 핀잔을 줬다.
지적을 당한 의원들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해댔다.
구 의원은 그들을 자신의 전용 금고로 안내했다.
그 금고를 여는 방법은 조금 특이했다.
전자 시스템은 전혀 없었으며 오직 수동 조작으로밖에 열 수 없었다.
그것은 구 의원만이 아는 방법으로만 조작해야 열 수 있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하지만 전 아무래도 구식이 마음에 놓이더라고요. 이러면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니까요.”
구 의원은 놀라워하고 있는 의원들을 보며 뻐기듯 말했다.
“이게 실제로 지금 선견지명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warrior 녀석이 아무리 해킹에 능하다고 해도 이것만큼은 뚫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는 자신만만해하며 대차게 말했다.
“역시 구 의원님이십니다.”
“이거라면 이제 안심하고 두 팔 벗고 편안히 잘 수 있겠네요.”
“저희는 이렇게 뛰어나신 구 의원님을 대표로 모시고 있어 너무 영광입니다.”
의원들은 그를 추켜세우기 바빴다.
“하하하하. 뭘 그렇게까지.”
구 의원은 다른 의원들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웃음꽃이 활짝 펴있었다.
“그러면 열어보도록 할까요?”
구기춘 의원은 수동 조작기를 돌려대기 시작했다.
다른 의원들이 직접 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를 정도로 굉장히 복잡했다.
끼익-
그렇게 그가 자랑하는 금고의 문이 열렸다.
금고는 30평이나 될 정도로 컸다.
안에는 다이아몬드와 금괴를 포함한 각종 귀금속들과 5만 원짜리 뭉치가 벽돌처럼 쌓여있었다.
그리고 중요 서류들 또한 한쪽에 잘 정리되어 놓여 있었다.
의원들은 그것을 보며 다시 한번 감탄했다.
“우와! 엄청난데요?”
“하하하하. 뚫릴 걱정은 하지 마시고 이제 다들 서류를 가져오기 바랍니다. ”
“네. 알겠습니다.”
구 의원의 지시에 다른 의원들은 모두 자신들의 서류들을 거기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흐흐.
warrior.
네 까짓 게 여기를 뚫을 수 있겠느냐?
구 의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137화. 핵전쟁 (8)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작스럽게 핵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제멋대로 가동되었다. 미군 핵미사일 기지의 모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작동시킨 거야? 그리고 왜 목적지가 한국인데?”
지휘관은 시스템 화면을 보며 악을 고래고래 질러댔다.
“어차피 한국이랑 전쟁을 하고 있는 마당인데 상관없지 않을까요?”
한 병사가 이렇게 말하자 지휘관은 세상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병신이냐?”
지휘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욕을 내뱉으며 그 병사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지휘관은 병사의 얼굴을 향해 시원하게 소리를 질렀다.
“죄, 죄송합니다.”
병사는 사색이 되어 자신의 말을 수습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나간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
지휘관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될 정도로 계속해서 일갈했다.
“당장 시스템 멈춰!!!”
지휘관은 통제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에 모두 열심히 핵미사일 발사를 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도가 없었다.
핵미사일 시스템은 자기 알아서 멋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쿠쿠쿠쿠쿠쿵!!!!!
결국 미사일은 발사되고 말았다.
“……망할.”
지휘관은 화면으로 날아가고 있는 미사일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국은 이제 끝이야.”
그러는 한편 러시아에서도 난리가 나 있었다.
“둠스데이가 발동됐습니다…….”
레브 국장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와 콘스탄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장……. 그게 무슨 소리지?”
콘스탄틴은 기가 차다는 듯이 레브 국장에게 물었다.
레브 국장은 원체 진지한 사람이라 이제껏 가벼운 농담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저렇게 심각한 얼굴로 와서 말한다는 것은 그 말이 정말이라는 것이다.
콘스탄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난 둠스데이 발동을 지시한 적이 없는데 대체 무슨 소리냐고?!!”
콘스탄틴은 사뭇 격양된 목소리로 레브 국장에게 따졌다.
“멋대로 가동된 듯합니다.”
“뭐……?”
콘스탄틴은 레브 국장의 말에 황당해했다.
“특이한 점은 목적지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것입니다.”
“들을수록 가관이군. 둠스데이는 분명 미국과의 핵전쟁을 대비한 시나리오가 아니던가? 갑자기 무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저도 믿기지 않지만……. 사실입니다.”
레브 국장은 암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미친!!!!”
쾅-!!
콘스탄틴은 화를 내며 책상을 내려찍었다.
“그러면 당장 중지시켜야지 뭐 하는 거야?!!!”
“이미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멈출 수 없습니다. 어떤 조작도 불가능합니다.”
“…….”
콘스탄틴은 할 말을 잃고 레브 국장을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띠리리리-!
그때 레브 국장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레브 국장의 표정은 더 심각해졌다.
“무슨 일이야?”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콘스탄틴이 물었다.
“결국…….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합니다.”
“…….”
콘스탄틴은 그대로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하하하….”
그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서 웃어댔다.
“한국은 이제 끝이야…….”
콘스탄틴은 골치가 아픈지 머리를 만져댔다.
“한국에는 warrior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가 과연 둠스데이까지 막을 수 있을까?”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를 믿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아…….”
콘스탄틴은 답답한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누가 이런 미친 짓을…….”
***
퍼엉-!!!!
핵미사일의 크기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물리 방화벽 용량을 그렇게 차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터지고 나서였다.
“크흑-!”
안 그래도 폭발력이 엄청난데 그걸 압축시켜 놓았으니 에너지가 엄청났다.
동시에 열 개가 그러고 있었으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망할!!!!!”
욕이 절로 나왔다.
디오가 왜 걱정했는지 알만했다.
[라일 님. 괜찮으십니까? 할만하십니까?]
“……미칠 노릇이니까 말 걸지 마라…….”
[네…….]
괜히 디오에게 화낸 거 같아서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 난 좀 민감하다.
“으아아아아아아!!!!”
나는 이를 악물고 압력을 버텨내고 있었다.
“젠장. 막기만 해서는 답이 안 나와. 이 폭발 데이터 좀 다른 데이터로 바꿔 봐!”
[예. 변환 작업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으아아악!!!!”
진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폭발 압력이 엄청났다.
“빨리 해!!!!”
[네!]
디오도 열심히 데이터를 변환해주었다.
덕분에 압력이 점점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버틸 만 해졌다.
“후아! 살 만하네.”
압력이 완전히 다 내려가면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쥐가 났는데 풀리는 기분 같다랄까?
물론 고통은 비교도 안 되게 크지만…….
[라일 님.]
젠장할.
저거 분명 1,000% 확률로 심각한 소식을 전하는 거다.
[지금 미국과 러시아에서 동시에 다수의 핵미사일을 한국으로 쏘고 있는 중입니다.]
“…….”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지가 않는지…….
지금 고통이 막 끝났는데 그것보다 더 심한 고통을 감당하라는 건가…….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잭슨과 더 딜을 할 걸 그랬다.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지…….
“어떡하지? 시간 좀 있냐?”
[그렇게 여유롭지는 않습니다. 지금 빠르게 계산한 결과, 계속해서 20개씩 핵미사일을 해체해야 막을 수 있습니다.]
…….
10개 막는 것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계속해서 20개씩 막으라고?
“제발 아니라고 해줘….”
[……20개씩 막아야 합니다.]
“망할!!!”
이 상황이 너무 짜증이 났다.
진짜 잭슨 그 새끼는 이제껏 만났던 놈 중 제일 악질이다.
이제 사라졌으니까 망정이지.
어찌 됐든 지금 정신 차리고 쏟아지는 핵미사일을 막아야 한다.
한번 해보지.
내가 바로 이 시대의 먼치킨이니까 말이야.
“디오!”
[네.]
“최선을 다해 나를 도와라. 한번 필사적으로 막아 볼 생각이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나는 각오를 다진 다음 핵미사일 제거에 다시 나섰다.
핵미사일을 물리 장벽으로 감싼 다음 디오가 폭발 데이터를 공기 데이터로 변환해준다.
말을 쉬웠지만, 이 작업은 너무 고통스럽다.
핵이 정말 무섭긴 무섭다.
“크아아아악!!!”
비명이 절로 나왔다.
숫자도 많아서 문제인데, 조금 전보다 두 배의 압박을 버텨야 하니 죽을 맛이었다.
[힘내십시오. 제가 최대한 빨리 변환시켜보겠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빨리해 봐. 지금 죽을 거 같으니까!”
[예!]
디오도 분투하고 있는지 변환 속도는 확실히 더 빨라진 것 같았다.
그래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아……. 하아…….”
나는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어떻게 20개를 막긴 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라일 님. 공격을 막으려면 계속해서 해야 합니다.]
“하아……. 하아…….”
디오에게 대꾸할 힘조차 없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라일 님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이만할까요? 라일 님은 충분히 최선을 다해서 핵미사일을 막았습니다. 그 이후로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만두라니,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달콤한 말일 수가 없다.
솔직히 진짜 힘들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것도, 또 오천만 국민이 한 번에 몰살당하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것보다 더 싫은 것은,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그 개고생했던 게 물거품이 될 거라는 것이다.
[라일 님?]
“…….”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를 똑바로 잡았다.
[계속하실 생각이신 겁니까?]
“나 warrior야. 그동안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모두 다 극복해나갔어. 지금 이 위기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끝까지 막는다.
무조건 막을 것이다.
나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한반도에 떨어지고 있는 핵미사일을 물리 장벽으로 감쌌다.
“으아아아아아악!!!!!”
나는 또다시 엄청난 압박을 견뎌내야 했다.
“젠장할!!!!!!”
극도로 몰려오는 고통을 견뎌내느라 이빨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좀만 더 버티십시오. 힘내십시오!]
디오는 나를 격려하고자 온갖 응원의 말을 했지만,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냥 무식하게 압박을 견뎌낼 뿐이었다.
“하아……. 하아…….”
나는 힘이 풀려 그만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
어찌어찌 이번에도 20개의 핵미사일을 무력화시켰지만, 이 이상은 무리였다.
한계가 온 것이다.
큰소리 떵떵 쳤지만, 정말 이 이상 했다가는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할…….”
앞으로 해체해야 할 핵미사일이 많이 남아 눈앞이 깜깜해졌다.
무슨 정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취했다.
그러고는 다시 핵미사일을 막으려고 했다.
이제는 생각할 힘도 없다.
그냥 시도할 뿐이었다.
[라일 님.]
그때 디오가 나를 불렀다.
뭔가 목소리가 이전과는 다르다.
좀 더 희망에 찬 목소리다.
“왜?”
나는 기대에 차서 대답했다.
디오가 뭔가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버티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방금 작업으로 인해 저는 또 성장해버렸습니다. 이제 폭발 데이터를 변환하는 것은 일도 아닙니다.]
“하, 하핫!”
기대한 대로 좋은 소식이 들려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시 위기는 사람을 성장시켜준다랄까? 네가 사람이 아니긴 한데……. 어쨌든! 이 와중에 업그레이드라니 진짜 대박이다!!!!!”
힘이 거의 다 빠진 상태였지만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쉬십시오. 제가 한 번에 다 없애버릴 테니까요.]
“그 정도라고?”
물리 장벽 없이 변환한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방금 몇 번의 시도로 패턴 파악을 끝났습니다. 말보다는 직접 보여드리는 게 낫겠군요.]
디오는 말이 끝나자마자 핵미사일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
디오가 핵미사일을 제거하는 것을 지켜보며 너무 놀라 말이 안 나왔다.
디오 이 녀석은 진짜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핵미사일이 사라졌다.
폭발 즉시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 끝났습니다.]
디오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이러면 아까까지 그 생고생한 내가 뭐가 되냐? 물론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좋긴 한데, 이렇게 끝나니까 뭔가 좀 허무하네…….”
[라일 님이 버텨주신 덕에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라일 님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습니다.]
고맙게도 디오는 나를 추켜세워줬다.
“말이라도 고맙다. 무튼 디오 넌 최고야. 전 세계가 대한민국으로 쏜 핵미사일을 막아내다니. 진짜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거 엄청 대단한 거잖아?”
[예. 이제 잭슨도 없어졌고 우리를 막을 수 있는 놈들은 없습니다.]
“그렇군…….”
잭슨 그 미친놈이 마지막으로 남겨둔 빅엿은 이렇게 또 잘 해결되었다.
진짜 끝까지 지긋지긋한 놈이었다.
대한민국에는 핵미사일 하나 떨어지지 않았고 피해도 전혀 없었다.
어쨌거나 결국 승자는 나였다.
[라일 님.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어쩌긴 뭘 어째?”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미친놈 믿고 나에게 개겼던 놈들에게 역공을 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