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내가 바로 warrior다 (4) (34/201)

33화. 내가 바로 warrior다 (4)

문을 열어보니 경찰들이 와 있었다.

“이라일 씨. 당신을 해킹 및 불법적인 자료 수집 또 검찰총장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경찰들은 구속영장을 내게 내밀었다.

검찰총장 이 새끼.

아직도 정신 못 차렸네…….

아씨!

지금 짐 정리해야 돼서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은데…….

적당히 협박해서 돌려보내야겠다.

‘디오. 이 경찰들 비리나 약점 있으면 알려줘 봐.’

[없습니다.]

디오는 단호하게 말했다.

‘뭐?’

[모두 청렴결백한 경찰들입니다. 여기 온 것도 단지 위에서 시켜서 왔을 뿐입니다.]

‘…….’

아놔.

선량한 경찰들은 괴롭힐 수가 없는데…….

다들 나이가 어려보였다.

계급도 순경이다.

경찰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딱 보니까 다들 가기 꺼려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들 보냈네……

나를 상대하는 것이 아무래도 두렵겠지.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다른 방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존경하는 경찰관님들. 일단 제 말 좀 들어주시죠.”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인자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먼저 해킹 및 불법적인 자료 수집으로 인해 저를 체포한다고 하셨는데 곧 warrior 특별법이 만들어져서 저는 그 문제로부터 면제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가시죠.”

“검찰총장 폭행 혐의는요?”

“…….”

흠…….

그건 팩트라 딱히 변명할 게 없는데.

“저 검찰총장 안 때렸어요.”

어쩔 수 없지.

거짓말할 수밖에.

“총장님께서 이라일 씨에게 뺨도 맞고 머리채도 잡혔다고 증언했습니다.”

“증거 가져와 봐요.”

“네?”

“때렸다는 증거 가져와 보라고요. 지금 증거 없이 단순히 검찰총장 진술만 듣고 영장 발부해서 온 거예요? 검찰총장 말만 듣고 이래도 돼요?”

“…….”

경찰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실제로 내 말이 사실이라 딱히 할 말도 없을 것이다.

“일단 서에 가서 대화하시죠.”

“저 바빠요. 방해하지 말고. 그냥 가시죠.”

“안됩니다. 우선 영장이 나왔으니 일단 이라일 씨를 체포하겠습니다.”

경찰들은 나를 끌고 가려고 했다.

에휴.

안 되겠다.

말이 안 통하니 공포감을 줄 수밖에.

“어이. 아가들.”

나는 목소리를 내리깔며 최대한 섬뜩하게 들리도록 말했다.

“아직 어려서 세상 물정 잘 모르나 본데 그냥 지금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너희가 악의 없이 위에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온 걸 알기 때문에 딱히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좋게 말하는 거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갑갑하게 나온다면 나도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어.”

“…….”

경찰들은 묵묵부답한 채로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물러서는 것도 아니었다.

“하아…….”

또 한숨이 나온다.

아씨.

약한 놈들 건드리는 것은 별로 안 내키는데.

“난 모르겠다. 나는 내 할 일 할 거니까 계속 있든지 돌아가든지 알아서 해라.”

그냥 무시하고 나는 짐 정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어차피 보안시스템으로 인해서 나에게 어떤 짓도 못한다.

“이러지 마십시오. 순순히 체포해 응하시길 바랍니다. ”

내가 그냥 무시하고 짐 정리를 하려 하자 한 경찰관이 나서서 내가 손대려는 짐을 빼앗으려 했다.

지지지직!

“으앗!”

그 경찰관은 따가운지 손을 막 흔들어댔다.

“방해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어. 전기에 감전되기 싫으면 안 나서는 게 좋을걸?”

“…….”

경찰들은 한동안 나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어떡할 도리가 없는지 울상이 된 채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가고 짐 정리를 다시 시작하려는 데 뭔가 깊은 빡침이 올라왔다.

검찰총장.

나중에 조질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다.

친히 warrior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제물이 되어라.

“디오!”

[알겠습니다. 다 고발해버리겠습니다.]

척하면 척이다.

디오는 이제 내가 굳이 말을 다 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지경에 와 버렸다.

녀석은 진짜 최고의 파트너다.

난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짐 정리를 시작했다.

***

대한민국은 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warrior의 고발이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검찰총장의 비리가 터져버렸다.

과거 남 총장이 맡았던 사건 중에 문제가 되는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가 사건을 빨리 끝내려고 무죄한 사람을 몰아세웠던 일과 또 진범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고 범인을 조작했던 일들이 싹 다 드러나 버렸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가로부터 스폰을 받아 돈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는 성접대까지 있었던 게 밝혀졌다.

게다가 검찰 내 성추행 스캔들도 터져버렸다.

warrior의 폭로에 힘입어 피해자들 또한 자신들이 겪었던 부당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에 국민들은 폭발하며 남기주 검찰총장에게 엄청난 질타를 보냈다.

-저 새끼가 진짜 사람 새끼인가…….

-저런 놈이 검찰총장? 나라 잘 돌아간다.

-이 자식은 검사가 아니라 그냥 범죄자인데? 누가 누굴 잡아?

-아니 무슨 비리가 이렇게 많이 있어? 다 읽느라 힘들었네.

-나도. 미친놈인줄. ㅅㅂ 저 새끼한테 당한 무죄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할까?

-warrior 때문에 지금이라도 드러난 거지.

-이러는데 warrior 특별법을 반대? 자신이 범죄자라는 것을 시인하는 거나 마찬가지임.

-맞어. warrior 특별법 당장 추진해야 함. 나라를 아주 싹 다 청소하든가 해야지.

남기주 총장은 뉴스와 인터넷 댓글들을 보며 절망감에 빠졌다.

“하아……젠장.”

그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만 내쉬었다.

일이 그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 버렸다.

남 총장은 일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한번 되짚어 봤다.

그는 그동안 warrior가 누군지 벼르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회를 어지럽히는 그 시건방진 녀석이 멋대로 설치는 꼴을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warrior가 누군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warrior는 아이튜브 동영상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 시건방진 녀석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얼굴을 드러내며 나선 것이다.

그러고서는 하는 말이 모든 비리를 다 밝혀내겠다니.

또 warrior 특별법?

감히 지가 뭔데?

이건 대놓고 법조계를 무시하는 발언이다.

남 총장은 아이튜브 영상을 보면서 그 망나니 자식을 찍어눌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녀석이 강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녀석 때문에 경찰 수뇌부가 송두리째 바뀌어버렸으니까.

어설프게 나갔다가는 오히려 검찰 쪽도 당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른 검사들이 아니라 검찰총장인 내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그러면 warrior를 압박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남 총장의 그 판단은 완전히 오판이었다.

이제껏 다른 사람들은 그와 마주하면 몸을 사리기 바빴다.

그는 스스로를 협박과 압박의 달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웬걸

이라일은 이제껏 그가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과는 전혀 결이 다른 사람이었다.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검찰총장이 등장했는데 일어나지도 않고 젠체하는 그 태도란…….

녀석에게 위압을 가해서 주눅 들게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녀석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 같은 것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그 개자식은……

남 총장은 그때 그 기억만 떠올리면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다.

전기로 지져지고 뺨을 맞고 심지어 머리채까지 잡히다니…….

그는 그 치욕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경찰들을 시켜 당장 녀석을 잡아 오라고 보냈다.

하지만 이라일은 그걸 그냥 개무시해버렸다.

되려 돌아오는 것은 이런 폭로라니…….

이건 걷잡을 수가 없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고 이 일로 인해 오히려 warrior 특별법의 필요성이 더 대두되기 시작했다.

망했다.

완전히 망해버렸다.

“으아아아아아!!!!”

남 총장은 망연자실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똑! 똑! 똑!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총장님. 손님이 와 계십니다.”

“지금 누구랑 말할 기분 아니니까 다음에 오라고 해!!!”

남 총장은 성을 내며 윽박질렀다.

“그게……그냥 들어오신답니다.”

“지금 안 만난다니까…….”

끼익-

그가 완강히 거절했음에도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남 총장은 그의 얼굴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당인 미래찬란당의 대표 구기춘 의원이었다.

“의원님이셨군요……앉으시죠.”

남 총장의 안내에 구 의원은 자리에 앉았다.

“남 총장님. 요즘 많이 민감하신가 보군요.”

“이게 다 그 warrior인가 뭔가 하는 놈 때문입니다.”

“그러게요. 어디서 근본도 없는 놈이 나타나 가지고. 쯧!”

구 의원은 씁쓸해하며 혀를 찼다.

“의원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이렇게 총장님께서 이상한 놈 하나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하신 것을 딱 알고 풀어드리고자 왔죠. 어때요? 같이 제 비밀의 방으로 가시는 게. 이번에 꽤 괜찮은 애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구 의원은 능글맞은 투로 말했다.

그 말에 남 총장은 어이가 없었다.

이 변태 노인네는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이딴 말이나 지껄이고 있다.

“하아……지금 그럴 기분이 아닙니다.”

남 총장은 답답한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며 비벼댔다.

“어이구. 총장님께서 성접대를 거부할 때도 있군요. 이럴 때일수록 화끈하게 한번 하시고 기분을 푸는 게 더 좋을 텐데 말입니다. 뭐 싫다는데 어쩔 수 없죠. 저 혼자 즐길 수밖에요.”

“……의원님께서는 이런 이야기나 하자고 저를 찾아온 게 아닐 텐데요.”

남 총장은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구 의원은 그 모습에 피식했다.

“뭐 그러긴 하죠. 그래도 기분을 풀어드리려는 저의 제안은 진심이니 오해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준비되어 있거든요. 아무튼 그건 됐고 본론으로 넘어갑시다.”

구 의원은 이번에는 사뭇 진지하게 나왔다.

“총장님께서 이라일을 직접 만났으니 그에 대해서 한번 묻고 싶습니다. 그 자식.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을 것 같습니까?”

“협박 같은 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처럼 되려 당할 뿐이니까요. 만만치 않은 놈이에요. 차라리 콩고물이라도 먹여서 회유시키는 쪽으로 가는 게 나을 겁니다.”

“흐흐흐흐. 저랑 생각이 같으시군요. 저도 놈에게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하나 할까 하거든요.”

“제안이라면 어떤 걸?”

남 총장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녀석을 우리 당의 의원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

구 의원의 말에 남 총장은 경악했다.

이건 그야말로 엄청나게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진심이십니까?”

“그 정도의 힘을 가진 녀석을 얻는데 이정도면 싼 거죠. 젊은 놈이 야망도 있어 보이더라고요. 의원 자리를 거저 주겠다는데 설마 거절하겠습니까?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제가 그 녀석을 우리 편으로 끌어들인 다음 총장님 사건을 다 덮어주라고 부탁하겠습니다. 그러면 총장님께서는 계속 지금처럼 자리를 지키실 수 있겠죠.”

구 의원은 음흉한 눈으로 남 총장을 바라봤다.

“대신 총장님께서 저를 위해 하나 해주셔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핵심은 이거였다.

이라일을 끌어들여서 이 사건을 덮게 해 줄 테니 하라는 대로 해라.

그동안 이걸 말하려고 이렇게 이야기를 끈 거다.

남 총장은 조금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로서는 지금 상황에 딱히 이걸 거부할 수가 없었다.

“뭐죠?”

그의 물음에 구 의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기완 의원 좀 털어주시죠.”

135화. 핵전쟁 (6)

국방부 장관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눈빛 살아있네? 진짜 죽여버리고 싶게 말이야.”

“……너는 네가 엄청 잘났다고 생각하나 보지? 이 버러지 같은 새끼야?”

짝-!!!!!!

“커헉!”

건방진 면상을 보니 도저히 뺨을 안 때리고는 못 버티겠어서 한 대 갈겨주었다.

“잘 났지.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이렇게 난리 치고 있는 거잖아.”

“운 좋게 엄청난 힘을 얻었지만 너는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못 돼. 너로 인해 세상이 엉망이 된 걸 봐봐라.”

“…….”

진짜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안 나온다.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말 할 수 있을지 이해가 안 된다.

“일단 네 말은 맞는 게 거의 없어. 운 좋게 이 힘을 얻었다고? 천만의 말씀! 이 힘을 얻기 위해 내가 영겁의 시간에서 얼마나 고생한 지 네가 알 리가 없으니까 그딴 말이나 지껄이겠지. 그리고 그릇이 못 되는 거는 내가 아니라 네가 추종하고 있는 잭슨이야.”

나는 통제석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때문에 세상이 엉망이 되었다고? 아!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너희들이 꿈꾸고 바라는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앞에 있는 통제 시스템에 손을 가까이 댔다.

“너……. 뭐, 뭐 하려는 거야?”

장관은 불안에 떨며 내게 물었다.

“네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거. 이거를 전부 부숴버리는 거지.”

“그, 그만해! 그랬다가는 여기가 핵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어버린단 말이야!!!”

장관은 절규하며 나에게 외쳐댔다.

“그게 내 알 바일까? 내가 경로를 여기로 바꾸지 않았으면 그 미사일은 서울 한복판에 떨어질 예정이지 않았어? 그러면 네 말은, 서울이 쑥대밭이 되는 것은 괜찮다는 소리야?”

“그, 그건…….”

장관은 할 말이 없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니들 목숨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 목숨도 소중한 줄 알아야지. 만약 내가 없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그렇게 말한 다음 통제 시스템에 고압 전기 데이터를 흘려보냈다.

지지지지지지직-!

순식간에 엄청난 전류가 밀려들자 통제 시스템은 요란한 소리를 냈고 곳곳에서 스파크가 터지기 시작했다.

“아, 안돼!!! 이게 얼마짜리인데…!!!!”

장관은 절규하며 시스템에 달려들었다.

“끄아아아악!”

녀석은 알아서 감전되어줬다.

“진짜 가지가지 하네. 그리고 아까도 말했다시피 얼마짜리인지 내가 알 바야?”

나는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는 장관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직원들은 전부 기절해 있었고 방 안에 있는 시스템은 완전히 고장 나 버렸다.

정전도 돼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등장할 기미가 없다니, 잭슨 이 새끼 진짜 골 때리는 놈이네.”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솔직히 잭슨 그 녀석이 나타나서 국방부 장관은 지켜줄 줄 알았는데, 그냥 나에게 당하도록 이렇게 내버려 두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겁을 먹은 걸 수도 있겠다.

[라일 님. 계속 감지해봤지만 아무런 낌새도 없습니다.]

“그 녀석……. 설마 핵이 떨어지든 말든 관심 없는 거 아냐?”

왠지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핵이 이대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십니까?]

“흐음…….”

솔직히 고민이 많았다.

핵이 이곳에 떨어지면 아무 잘못 없는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금 미국과 교전 중에 있다고는 하지만, 잭슨 그 미친놈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내 마음이 불편했다.

순간 어쩌면 녀석도 나와 지금 심리전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오!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자. 아직 핵 떨어지려면 시간이 좀 있으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

“애애애애애애앵!!!!!”

미국 워싱턴 D.C 곳곳에서 사이렌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실제상황입니다. 핵미사일이 지금 이곳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모두 신속하게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경찰들은 분주하게 사람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핵이 떨어진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람들은 경찰들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북한에서 쏜 핵이 여기로 지금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혹시 몰라서 이렇게 하는 것이니 저희 통제에 따라 어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경찰서장은 차분하게 사람들을 향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그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방금 전, 그는 군의 핵미사일 요격시스템이 먹통이어서 핵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는 혼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군에 대한 신뢰가 엄청난지 다들 태평할 뿐이었다.

다들 이곳이 핵으로 불바다가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서 대피하십시오. 실제상황입니다. 지금 여기로 핵미사일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니…….”

“퍽 유!!!”

한 남자가 서장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걸어갔다.

“미치겠네…….”

서장은 답답해서 속이 타들어 갈 지경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욕한 남자를 진압할 기운도 없었다.

“서장님!!!”

갑자기 부하 경찰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표정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그, 그게…….”

부하 경찰은 많이 망설이고 있었다.

“사람들 통제하는 것은 그만두고 이만 철수하라고 합니다.”

“뭐?!!!!”

서장은 믿을 수 없는 소리를 듣고 그만 악을 꽥 질러버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핵미사일을 요격했다는 소리야?”

“아닙니다. 그냥 핵미사일이 여기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 같습니다.”

“……미쳤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서장은 하도 기가 차 실소하며 말했다.

“대체 정부는 무슨 생각인 거야?”

그는 답답한 마음에 하늘만 쳐다볼 뿐이었다.

***

“잭슨 님!!!”

부통령과 올리버는 상기된 표정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왔다.

보통 같았으면 노크를 하고 잭슨의 응답을 기다렸겠지만, 너무 다급한 나머지 그들은 그냥 무작정 집무실로 들어왔다.

“당신들은 예의도 없군.”

잭슨은 불쾌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들은 잭슨이 인상을 쓰자 흠칫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잭슨의 기분을 고려할 때가 아니었다.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경찰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그리고 핵미사일이 여기로 떨어지고 있는 중인데 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입니까? 지금 국방부 장관은 연락도 안 되고 요격시스템은 먹통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겁니까?”

부통령은 그동안 잭슨에게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격양된 목소리로 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잭슨이 무섭기는 했는지 어느 정도의 예의는 유지하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갑자기 잭슨은 박장대소하며 웃기 시작했다.

“이봐요. 부통령. 겁에 질린 주제에 잘도 말하네. 역시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은 다르다 이건가요?”

잭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통령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부통령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부통령…….”

잭슨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통령을 부르며 그의 어깨에 손을 댔다.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러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거예요?”

“……아닙니다.”

부통령은 솔직히 이제 잭슨이 못 미더웠지만, 그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죠? 저를 믿는 거죠? 그러면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줄래요? 나를 믿는다면 그냥 이대로 나가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알겠습니다.”

부통령은 속에서 북받치는 화를 참느라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부디 제대로 막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잭슨이 이렇게 말한 이상 더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에 부통령은 올리버와 함께 집무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무거운 발걸음을 떼는 부통령을 보며 잭슨은 코웃음을 쳤다.

집무실에 혼자 있게 되자 잭슨은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망할…….”

잭슨은 팔로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어이가 없군……. 이 내가 이렇게 두려워하고 있다니.”

그는 온몸에 땀이 나고 있는 것을 느끼며 혼자 끌끌거렸다.

잭슨은 부통령 앞에서는 자신 있는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전에 warrior에게 전기 충격을 당했던 연유에서였다.

잭슨은 맘 같았으면 warrior가 펜타곤에서 난리 치고 있을 때 그곳으로 가서 그와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도저히 그곳으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warrior에 대한 두려움이 컸었다.

“어떻게 한다…….”

잭슨은 답답한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사실 경찰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린 것은 자신이 warrior에게 졌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아……. 내가 시발 그 새끼 때문에 이렇게 모양 빠져야 해?”

갑자기 잭슨은 분노로 인해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빨리 warrior를 물 먹이고 싶었다.

“요격시스템을 다 가동시켜야겠어.”

그는 정신을 차리고 핵미사일을 저지하려고 했다.

펜타곤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는 하나, 모든 요격시스템이 다 망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서부 해안에 있는 항공모함에 메시지를 보냈다.

[핵미사일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이다. 좌표를 보낼 테니 그곳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핵미사일을 요격해라.]

그는 메시지를 보낸 다음에 답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항공모함 측에서 메시지가 왔다.

[갑자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사일 발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하아…….”

잭슨은 짜증이 치밀어오르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시발. 진짜 귀찮게 하네.”

그는 곧바로 항공모함이 있는 곳으로 순간 이동해서 갔다.

“헉!!!!”

잭슨이 갑자기 등장하자 항공모함의 선원들은 다들 기겁했다.

그는 선원들의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사령관에게로 갔다.

사령관은 잭슨이 막무가내로 다가오자 긴장하며 그를 쳐다봤다.

“시스템 어딨어?”

잭슨은 노기를 띤 얼굴로 사령관에게 물었다.

“저기 있습니다.”

사령관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주저 없이 바로 잭슨에게 시스템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잭슨은 사령관의 안내에 따라 시스템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거기에 손을 대며 데이터의 흐름을 파악했다.

“하하. 이 시발 것!”

시스템 안에는 바이러스 데이터들이 이미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급속도로 시스템 안에 바이러스들이 퍼져 있는 상태라 일일이 제거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전기 데이터로 다 태워버리자니 그렇게 하면 시스템까지 망가질 판이었다.

어딜 가나 요격 시스템이 이 모양일 거라는 것은 분명했다.

“하하하하하하. 내가 이러면 뭐 아무것도 못 할 거라 생각했나 보지? 미안한데 난 생각보다 미친놈이라고.”

잭슨은 그렇게 말하며 어디론가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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