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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내가 바로 warrior다 (3) (33/201)

32화. 내가 바로 warrior다 (3)

“검찰총장이요?”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황당했다.

“예. 지금 여기로 들어오시겠다는데요……어떡할까요?”

박이나는 눈치를 보며 물었다.

법조계 쪽에서 나에게 접근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아예 시작부터 검찰총장이 친히 등장하셨을 줄이야.

하하. 새끼들

내가 졸라 겁나긴 한가 보다.

“들어오라고 해요. 저는 먼저 귀빈실에 가 있겠습니다.”

귀빈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의 안내로 한 중년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대략 50대 정도로 보였다.

검은 양복을 입고 있는 그는 백발이었는데 그 둘의 대비가 뚜렷했다.

첫인상은 솔직히 말하면 눈빛도 날카롭고 되게 간사하게 생겼다.

“저기 앉으시죠.”

예의 같은 것은 차리지 않았다.

일어서서 인사하지도 않았고 자리도 적당히 손짓으로 가리켰다.

그는 이런 나의 태도가 불쾌한지 헛기침을 해댔다.

“차 좀 드릴까요?”

“됐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에 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이라일입니다.”

“남기주 검찰총장입니다.”

서로의 소개는 짧게 마쳤다.

“우리 존경하는 검찰총장님께서는 시간이 많으신가 봅니다. 지금 남들은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인데 이렇게 남의 회사에 막무가내로 찾아오시니 말입니다. 그리고 먼저 상대방의 의사를 물어본 다음 약속을 잡고 만나러 오는 게 예의 아닌가요? 알만한 사람이 왜 그런가 모르겠네.”

나는 비꼬는 투로 그를 대했다.

순간 그가 미묘하게 인상을 쓰는 게 보였다.

나는 그것을 보며 피식했다.

“그래서 검찰총장께서는 어쩐 일로 친히 저를 만나자고 여기까지 행차하셨습니까?”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쏘아봤다.

“상당히 시건방지군요. 지금 당신이 누구와 면전을 맞대고 있는 건지 모르는 겁니까?”

“검찰총장이요. 그래서 뭐요?”

“…….”

그는 말없이 콧바람을 크게 내뿜을 뿐이었다.

좀 빡쳤나 보지?

“제가 마음만 먹으면 라일 씨를 감옥으로 들어가게 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박장대소하며 자지러졌다.

“아 죄송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잠깐 좀 웃을게요. 아이고 배야. 푸하하하하하하.”

내가 호탕하게 웃어대자 남기주 총장은 이제 아예 드러내놓고 인상을 쓰고 있었다.

쾅!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그는 결국 못 참고 성을 내며 앞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찍고 말았다.

“나 참 누가 성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네. 다짜고짜 찾아와서 협박하는 사람이 되려 화를 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화는 오히려 내 쪽에서 내야죠.”

“시답잖은 소리는 그만하죠. 수준 떨어지니까.”

남기주 총장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한창 놀리느라 재밌는데 왜 그만하자고 해?

유치해?

수준 떨어져?

근데 그만할 수는 없지.

이런 게 바로 너희 같은 사람의 약점이니까.

자고로 자기가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놈들일수록 진흙탕 싸움에 취약하다.

본인이 감정을 잘 다스리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럴수록 유치한 공격에 금방 무너지기 마련이다.

“애초에 총장님께서 시답잖은 소리나 하러 저를 찾아온 게 아닌가요?”

“이 사람이 진짜!!!”

남기주 총장은 다시 나에게 윽박질렀다.

그 모습에 나는 혀를 끌끌 차며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다혈질인가 봐요? 왜 이렇게 성을 잘 내실까?”

그는 이제 죽일 듯이 나를 노려봤다.

“긴말 필요 없어. 이라일 당신. warrior 특별법인가 뭔가 하는 되도 않는 법을 만들려고 국민들을 선동하는데 당장 여기서 그만두는 게 좋을 거야.”

“시답잖은 소리 하러 온 거 맞네. 그 말 하려고 여기 왔어요?”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다음 그를 쳐다봤다.

“진짜 우습지 않아요? 본인 입으로 되도 않는 법이라고 말했으면서 굳이 이렇게 막으려는 이유가 뭐에요? 그게 되도 않는 법이라면 당신들이 굳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제정되지 않을 텐데 말이에요.”

“…….”

남기주 총장은 내 말에 묵묵부답한 채로 있었다.

“당신들이 봐도 warrior 특별법이 진짜로 제정될 것 같죠? 지금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까요.”

“어이가 없군. 그 법은 절대로 제정될 일이 없어. 단지 자네가 쓸데없는 데 에너지 소비하는 게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뿐이야.”

“크하하하하하하하.”

이번에도 그만 터져버리고 말았다.

진짜 이 아저씨 검사가 아니라 개그맨이 더 적성에 맞는 거 같다.

“그래서 친히 충고해주러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제가 안타까워서요? 푸하하하하하. 우리 총장님은 어지간히 할 일이 없으신가 봅니다.”

“한 번만 더 날 업신여긴다면 정말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남기주 총장은 이제 얼굴까지 붉어지면서 호통을 쳤다.

아저씨 많이 화나셨나 보네.

하긴 이때까지 어디서 이런 대접 받아 받겠어?

아주 주변에서 다들 떠받들어주니까 잘난 맛에 살아왔겠지.

“당장 아이튜브에 올린 영상 내리고 국민들 선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의 호통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싫은데요?”

“라일 씨. 정말 나를 적으로 돌리고 싶은 거야?”

남기주 총장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난 자네의 회사까지 무너뜨릴 수 있어.”

“그러라고 준 권력이 아닐 텐데 말이죠.”

나 역시 장난기 싹 다 빼고 진지하게 그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어이. 검찰총장 아저씨. 온갖 비리를 저질러놔서 그런가 아무래도 많이 무섭나 봐?”

“……뭐?”

“뭘 시치미를 떼고 있어 이 비리 덩어리야.”

띵동!

어김없이 이 타이밍에서 문자 알람이 울린다.

“메시지 온 것 같은데 확인해보시죠.”

나는 그에게 턱을 까딱대며 말했다.

그는 불안한 듯이 나를 쳐다본 다음 핸드폰을 확인했다.

역시나 이다음 반응은 사색이 되어 죽을라고 한다.

“너, 너!!!”

남기주 총장은 놀란 눈으로 메시지들을 읽어내려갔다.

“응. 너가 어떤 잘못들을 저질렀는지 일일이 다 써져 있고 거기에 증거 자료까지 다 첨부되어 있어.”

“이, 이걸 어떻게…….”

남 총장은 많이 놀랐는지 손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내가 warrior인 거 몰라서 하는 말이야? 내가 알아내지 못할 것은 없어.”

“이, 이런…….”

녀석은 말을 잇지 못하고 단지 입술만 움직일 뿐이었다.

“뭐 일단 뇌물을 받거나 룸살롱 성접대 받는 것은 니들 검찰의 오랜 관행이라 언급하는 것도 너무 고리타분하긴 한데 우리 검찰총장 나리께서는 밝히셔도 너무 밝히는 것 같아. 다른 사람들은 ‘뭘 이런 걸 다’ 하면서 내빼는 척이라도 하는데 우리의 검찰총장님은 아예 대놓고 요구까지 한다면서?”

“너 이 새끼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그는 내 말에 발끈하며 나를 덮치려고 했다.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시원한 그의 비명이 귀빈실 안을 가득 메웠다.

그는 경련을 일으키며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하아……하아…….”

그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앉은 다음 숨을 헐떡였다.

몸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또 그 공격 당하고 싶지 않으면 잠자코 듣기나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쓰러진 그를 깔보듯 내려봤다.

“그다음에는 젊은 여검사들을 성추행. 야! 성접대 자주 받았으면 됐지 또 왜 애꿎은 사람을 건들고 난리야? 피해자들이 항의하니까 오히려 사표 쓰게 만들고 사건을 은폐. 넌 진짜 인간 말종이다.”

나는 디오를 통해 계속 녀석의 비리 목록을 확인했다.

“진범한테 돈 받은 다음 무죄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세워서 집어넣고. 모 기업이랑 결탁해서 비자금 조성한 것 챙기고. 이외 등등. 와 진짜 할 말이 안 나온다. 이렇게 살고 싶냐?”

“그래!”

남 총장은 악독한 본성을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가 다 그랬다. 근데 그게 뭐?!!! 나는 너희들과 달리 고귀하고 큰 힘을 지니고 있는데 이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이 새끼가

지금 제정신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기주야! 남기주!!! 정신 좀 차려!”

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한 번 더 지져줬다.

“기주야. 너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는 나도 그렇게 안 사는 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신음하고 힘겨워하는 녀석에게 다가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기주야. 내 말 똑똑히 들어. 먼저 너가 나한테 취했어야 할 태도는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 무릎 꿇고 싹싹 빌었어야 했어. 그렇게 해도 봐줄까 말까인데 그 시건방진 태도는 대체 뭐야?”

짝!!!!!!!!!

뺨을 시원하게 갈겨줬다.

경쾌하고 찰진 소리에 속이 뻥 뚫릴 정도였다.

“크윽…….”

“너가 어떤 정치인이랑 결탁해서 이렇게 찾아왔는지도 난 다 알고 있어. 돌아가서 전해. 너희가 어떤 개지랄을 떨어도 나에겐 통하지 않아. 내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될 거고 너희는 그대로 몰락할 거야. 마음의 준비나 단단히 하고 있어.”

난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젖히게 만들었다.

“끄아아아아악!”

“또 전기 맛보기 싫으면 어서 냉큼 꺼져. 어서!”

내가 머리채를 놓자마자 녀석은 허겁지겁 귀빈실을 밖으로 도망쳤다.

나는 만족스럽게 그 광경을 지켜봤다.

이윽고 귀빈실로 박이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걱정됐는지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검찰총장이 밑도 끝도 없이 회사를 방문했는데 회사 대표가 맘 놓고 있을 수는 없겠지.

“라일 씨. 무슨 일 있었어요? 검찰총잠님께서 왜 저렇게 겁먹은 표정으로 허둥지둥 나가요?”

그녀는 의외의 광경을 보고 의아해했다.

“제가 교육 좀 시켜줬거든요.”

“네?”

그녀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 인간 개 쓰레기 말종이거든요. 그런 놈이 도리어 저한테 협박하러 왔어요. 그래서 좀 손 좀 봐줬죠.”

“헉! 검찰총장님을요?!!!”

박이나는 경악하며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아니 라일 씨 진짜 어쩌려고 이래요?”

“걱정 마세요. 저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박이나에게 이건 상식 밖의 일일 것이다.

감히 어떤 미친놈이 검찰총장을 이렇게 대하겠어?

근데 나는 가능하다.

왜냐면 나는 겁나 강하니까.

“이나 씨는 신작 출시에만 신경 써 주세요. 저놈들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네.”

박이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가 아까도 말했죠? 당당히 맞서라고요. 저랑 한배를 탄 이상 마음 단단히 먹으시길 바랍니다.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게 해 드릴 테니까요.”

“네. 전 라일 씨 믿어요. 당연하죠.”

박이나는 좀 더 자신감이 붙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는 라일 씨 믿고 제 할 일에 충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나는 작별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왔다.

***

검찰총장과 한바탕하고 난 다음 나는 곧장 집으로 갔다.

이사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돈도 충분히 생겼는데 이 구닥다리 아파트에서 더 이상 지낼 이유가 없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기 위해 챙겨가야 하는 짐들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싹 다 버리기로 했다.

띵동~!

그렇게 한참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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