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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내가 바로 warrior다 (2) (32/201)

31화. 내가 바로 warrior다 (2)

백기완 의원은 당차게 말했다.

솔직히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생각보다 빠르네요. 다른 의원들이 의외로 협조를 잘 해줬나 보죠?”

“아뇨. 당연히 거세게 반대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warrior에게 혼나고 싶지 않으면 협조하라고 했습니다. 다들 warrior와 척을 두어봤자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백 의원은 한번 결심했으면 그다음부터는 거침없이 몰아치는 스타일인가 보다.

“하하……협박하신 거네요.”

“상황 파악을 잘 못하고 있길래 깨닫게 해 준 것뿐입니다.”

“뭐 좋습니다. 아무튼 설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함인데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백 의원은 호쾌하게 말했다.

“하하하. 그 원대로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조만간 이 나라에서 비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겁니다.”

“기대하겠습니다. 그래서 이제 어쩌면 되겠습니까?”

“일단 제 쪽에서 먼저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이제 대중들에게 제가 warrior임을 밝힐 생각입니다. 얼굴도 모르고 정체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법을 만드는데 국민들이 찬성할 리가 없으니까요.”

“하긴 그렇군요. 그렇지만 정체를 공개한 순간 역풍이 몰아칠 겁니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백 의원은 걱정되는 듯 물어봤다.

“테러나 사이버 공격은 제게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것보다는 반대자들이 저를 법으로 공격할 거라는 게 문제죠.”

“맞습니다. 분명 해킹과 위법 자료수집을 걸고 넘어질 겁니다.”

“그게 걱정되는 부분이지만 밑 작업을 해두었으니 괜찮습니다.”

나는 차분하게 백 의원에게 설명했다.

“유착으로 인해 경찰에 대한 신뢰가 지금 바닥이고 제 폭로로 인해 그런 게 다 드러났는데 그걸 처벌하겠다고 걸고 넘어진다면 역으로 들고 일어설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게 오히려 warrior 특별법이 통과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하겠죠. 그리고 대중들 눈치 때문에 저를 바로 처벌할 수도 없는 노릇일 겁니다. 이렇게 시간이 벌어지는 동안 법안을 통과시켜 주면 됩니다.”

“괜찮은 계획이군요.”

백 의원은 내 말에 수긍했다.

“그럼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부디 무탈하시길 빌겠습니다.”

“예. 들어가십시오.”

백 의원이랑 통화를 마친 나는 다시 룸으로 들어왔다.

일수는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누구랑 통화하길래 그렇게 밖에 나가서까지 전화를 받냐?”

“국회의원.”

“에?!!!”

의외의 답변을 들었는지 일수와 박이나는 놀란 눈치였다.

“너 또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 거냐? 어째 불안한데…….”

일수는 수상한 듯이 물었다.

“역시 눈치가 빠르구나.”

나는 피식했다.

“아주 큰 일을 계획 중이니까 기대해. 조만간 터질 거니까.”

나는 싱긍벙글 웃으며 일수와 박이나를 쳐다봤다.

그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

대한민국 사회는 또 떠들썩해졌다.

warrior가 글을 하나 올렸기 때문이다.

그 글은 바로 이것이었다.

‘2021년 10월 12일 18시 30분에 아이튜브 영상으로 내 정체를 공개하겠다.’

글을 읽은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미쳤다! warrior가 자기 정체 밝히겠대.

-제정신이야?

-그냥 어그로 아니야? 미치지 않고서야 정체를 공개할 이유가 없는데?

-그니까. 지금 벼르고 있는 사람들 많을 텐데 어쩌려고 그러지?

-그 warrior인데 대책이 없겠냐? 다 생각이 있겠지.

-ㅅㅂ 다 필요 없고 졸라 기대된다. 대체 누굴까?

-일단 남자인 것 같고. 왠지 2, 30대일 것 같은데.

-아니면 어쩔?

-베팅하시던가!

사람들은 warrior가 누군지에 대해 온갖 추측을 다 했고 심지어 내기까지 했다.

다들 약속의 시간이 되길 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의 날

[18시 29분]

곧 아이튜브 방송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동시 접속자만 100만명이 넘어갈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은 엄청났다.

30분!

드디어 방송이 시작됐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공식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warrior입니다.”

이라일은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그가 등장하자마자 실시간 댓글 창은 난리가 났다.

-와~ 대박. 젊잖아.

-잘생겼는데?

-그러게 외모가 꽤 준수하네.

-거기다가 천재 프로그래머.

-오빠~ 저 팬이에요!

사람들은 이라일을 처음 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엄청난 호의를 드러냈다.

그만큼 warrior의 인기는 엄청났다.

이라일은 댓글 창이 떠들든가 말든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말을 계속해 나갔다.

“제 본명은 이라일입니다. 이렇게 제가 오늘 제 정체를 공개하는 이유는 국민 여러분께 제안하고 싶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그동안 디씨소프트, 나이스 그리고 경찰들의 비리를 폭로해왔습니다.”

“저는 모든 정치인들과 기업가들의 비리에 대해서 알고 있고 그 근거가 되는 자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저는 모든 범죄자들의 범죄 행위를 알고 있고 증거자료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숨어있는 범죄자라면 위치 추적까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저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건 바로 이런 저의 행위가 범법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비리를 폭로하고 증거자료까지 올려도 범법자들을 처벌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이유는 바로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 때문입니다.”

“지금도 많은 무죄한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고 비리 공직자들과 기업가들은 아무렇지 않게 국민들을 희롱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지만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 때문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탄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얼굴을 드러내놓고 국민 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제 능력을 마음껏 활용하게 해주신다면 이 나라에서 비리와 범죄를 아예 멸종시켜버리겠습니다.”

“부디 저를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 주십시오. 비리와 범죄가 없는 청렴결백한 우리나라가 되기를 희망하는 제 진심이 전해졌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소중한 시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라일은 그렇게 아이튜브 방송을 마쳤다.

그의 방송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라일의 제안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예송논쟁 마냥 열띤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당장 warrior 특별법 만들어!

-미쳤냐? 그러면 warrior를 빅브라더 만들어 주는 거야.

-맞어. 그 자식이 뭔데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해? 여기가 무슨 warrior 공화국이야?

-이게 warrior만 좋으라고 그러겠다는 게 아니잖아. 솔직히 warrior가 막무가내로 나가려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어. 그런데 지금 굉장히 신사적이고 합리적으로 접근해오고 있잖아.

-그래. 반대하는 놈들은 뭐 켕기는 게 있으신가 보지?

-아니 비리 저지른 놈들이나 범죄자들 잡는 건 좋다고 쳐. 근데 그러면 감옥이 남아나겠냐?

-물타기 하지 마라. ㅅㅂ 그러면 감옥 수용 공간 고려해서 범죄자들이 설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냐?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warrior 특별법 난 찬성. 이거 통과되면 대한민국은 비리가 하나도 없는 이상 국가 되는 거야.

-아니 숨 막혀서 살겠냐고? 털어서 먼지 안 나올 사람이 어딨다고.

-이 새끼 사상 좀 보소. 정신 나갔네.

-warrior 특별법 무조건 추진! 반대하는 놈들은 다 범죄 저지른 놈들임.

민심은 점점 warrior 특별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쪽으로 기울고 있는 추세였다.

사람들은 그만큼 비리와 범죄에 대해 질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warrior에 대한 법조계와 정치계 쪽의 생각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warrior를 그냥 일개 해커 또는 정신병자로 간주했다.

검찰 쪽에서는 정체가 공개된 이라일을 당장 구속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너 어쩌려고 정체 공개한 거야?”

일수는 경악하며 내게 물었다.

“뒤에서 은밀하게 작업하는 것은 성격상 안 맞아. 그건 약할 때나 하는 거지. 지금 나에게 대항할 존재들이 없는데 굳이 숨어서 할 필요는 없잖아.”

“크아…….”

일수는 내 말이 기가 막힌 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누가 너 강한 거 모른대? 하지만 이러면 너가 완전 타겟이 되잖아. 난 아무래도 걱정된다고.”

날 염려하는 녀석의 진심 어린 마음이 느껴졌다.

하긴 이렇게 대놓고 나선다는 게 말도 안 되긴 하다.

“걱정 마.”

나는 녀석을 보면서 방긋 웃었다.

“이때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날 건드는 놈들은 내가 다 작살 낼 거야. 그리고 나는 내 뜻을 이룰 거고.”

나는 녀석을 안심시키기 위해 토닥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게임 개발은 잘 되어가?”

“빡세게 하는 중이다. 지금 집에를 못 들어가서 여기가 회산지 집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야. 휴일은 아예 생각도 안 한다. 우리 대표님께서 너무 발표를 잘 해주신 덕에 사람들의 기대가 엄청나. 덕분에 내 부담감도 엄청나졌지.”

“하하하. 좀만 참자. 내가 박이나한테 다 끝나면 포상 휴가랑 인센티브 두둑이 주라고 말할 테니까.”

“당연한 말씀을. 아주 내가 기어코 다 받아낼 거야. 만약 안 주기만 해봐. 내가 그냥 콱 다…….”

“뭘 다 받아낸다고요?”

어느새 우리 쪽으로 다가온 박이나가 물었다.

“아, 아닙니다.”

금방 전까지 투지가 불타올랐던 일수였지만 대표 앞에 서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박이나는 그저 어리둥절해 하며 쳐다볼 뿐이었다.

아무래도 정말 순수하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듯하다.

“이번 신작 오픈하고 나면 고생했으니까 포상 휴가랑 인센티브 받아야 한다고요.”

일수가 대답을 잘 못 하자 내가 대신 말해줬다.

“당연하죠! 다른 것 몰라도 그것 하나만큼은 제가 보장합니다.”

박이나의 말에 나는 ‘봤지?’라는 신호로 일수에게 턱을 내밀었다.

일수는 조용히 엄지 척을 했다.

“근데 이나 씨는 어쩐 일이십니까?”

“라일 씨에게 할 말이 있어서요. 지금 저에게 라일 씨에 대한 문의가 엄청나게 오고 있어요.”

“아…….”

내 정체를 공개했으니까 내가 디씨소프트의 주식 지분 90% 차지하고 있는 실세라는 것도 공개된 셈이다.

어차피 드러날 것이기 때문에 딱히 그 정보를 막아 놓지는 않았다.

“여러 의혹이 있는 것 같아요. 디씨소프트를 이렇게 먹기 위해서 망하게 했느냐와 같은.”

“뭐 사실이긴 하죠. 근데 그 부분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야 뻔합니다. 디씨소프트에 투자를 했다가 손해 본 사람들이겠죠.”

나는 코웃음 쳤다.

“그딴 놈들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위축될 필요도 없고요. 어차피 대부분 사람들은 레인 오버 시리즈와 함께 디씨소프트가 잘 망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주도한 warrior에게 열광하고 있으니까요. 당당히 저에 대해서 밝히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당당하게 마주하겠습니다.”

박이나는 패기롭게 말했다.

점점 그녀가 마음에 들고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띠리리리~!

그때 박이나의 전화가 울렸다.

“네. 디씨소프트 박이나 대표입니다.”

박이나는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를 받던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라일 씨…….”

그녀는 갑자기 나를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 회사 앞에 라일 씨를 만나러 검찰총장께서 오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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