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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이제부터 내가 니들 보스다 (2) (29/201)

28화. 이제부터 내가 니들 보스다 (2)

그들은 모두 깔끔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는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행색을 보아하니 딱 봐도 류헤이카이 놈들이다.

“어서오십시오.”

말은 공손하게 했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놈들은 불쾌한 듯이 나를 쳐다봤다.

“댁이 류헤이시죠?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아요. 이야기가 빨리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까요. 식당에 왔는데 식사는 하고 가셔야지.”

내 말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았다.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당신이 warrior인가?”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젖내도 안 떨어진 애송이었다니.”

그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그 애송이가 부르니까 이렇게 친히 왔잖아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나도 똑같이 비꼬며 말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잘 안 보이지만 저 녀석 날 째려보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근데 당신……이전에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은데…….”

오!

조지호 같은 쓰레기와는 다르게 눈썰미가 있다.

“하하. 오야봉이라 그런지 뭔가 다르긴 다르네. 맞아요. 만난 적 있었죠.”

나는 피식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문리버에서.”

“…….”

녀석은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눈썹에서는 미묘한 변화가 보였다.

“당신. 그날 지가연 씨에게 못된 짓을 했었지?”

“지가연?”

“너가 그날 룸에서 덮쳤던 여자 말이야. 쓰레기 새끼야.”

“아…….”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나 보다.

“나쁜 짓 할거면 너네 나라에서나 해. 왜 엄한 남의 나라 사람을 건들어?”

“오야봉에게 그게 무슨 말 버릇이냐?!!!”

같이 따라온 젊은 야쿠자가 발끈하고 나섰다.

“야쿠자 새끼에게 베풀어줄 예의 따윈 없는데 말이야.”

“빠가야로!! 뭐가 어째?!!”

결국 그 녀석은 발끈하며 나에게 덤벼들었다.

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바로 응징을 당했다.

녀석은 나에게 오지도 못 한 채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너……설마 그놈이냐?”

류헤이는 심한 적의를 드러내며 내게 물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기 공격을 보고 눈치챈 것 같다.

“맞아. 내가 너네 부하들 감방 가게 만들고 네 한국 지부인 용평(龍平) 건설회사도 무너지게 한 바로 그놈이야. 오야봉이라 그런가 눈치가 빠르구나?”

“이 자식…….”

류헤이는 강한 살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녀석은 나에게 덤빌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어이구야. 살기가 여기까지 느껴진다.”

“우리를 이렇게 자극하다니. 빨리 생을 마감하고 싶나보군.”

“류헤이. 선빵은 너희가 먼저 때렸어. 오히려 너희가 날 자극한 거지.”

“…….”

류헤이는 입술을 비죽이며 나를 노려봤다.

나는 거기에 코웃음을 쳐줬다.

한창 그렇게 류헤이와 신경전을 하고 있는 사이 또 다른 손님들이 왔다.

이번에는 풍채가 있는 남자들이 왔다.

둘 다 머리를 빡빡 밀고 양복을 입고 왔다.

류헤이카이는 멀끔한 느낌이라면 이 녀석들은 좀 더 마초적이다.

삼합회 천마(天馬) 놈들이다.

“warrior가 너냐?”

녀석은 인사도 없이 룸으로 들어오자마자 다짜고짜 나한테 삿대질을 했다.

이게 예의를 밥 말아 쳐 먹었나……

“어. 나야.”

나는 대놓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우리 돈 어쨌어?!!!!”

녀석은 듣기 싫게 소리를 꽥 질러댔다.

“일단 앉지? 그건 차차 이야기할 테니까.”

“당장 내놔!!!”

이미 녀석은 눈 돌아간 상태라 앞뒤 생각 안 하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쩔 수 없군.”

지지지지직!

“꾸에에에에엑!”

녀석은 생긴 대로 흉측한 비명소리를 냈다.

내가 들었던 역대 베스트 비명 Top 5 안에 들어갈 정도다.

녀석의 수행원은 질겁하며 자신의 두목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봤다.

“형님!!!!”

“너는 네 두목처럼 안 나대길 바랄게.”

“이 자식!”

녀석은 호기롭게 나왔지만 제자리에서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이 자식들은 짜증 나게 요란하다.

“소란피우지 말고 자리에 앉아. 이런 고급 식당에서 교양 없게 무슨 짓이야? 난 두 번 말하지 않아.”

나는 녀석들에게 정색하며 말했다.

수행원은 보스를 부축하며 자리에 앉혔다.

“류헤이. 이 자식들을 보니까 너는 양반이네.”

“…….”

류헤이는 조용히 앞에 있는 차나 마셨다.

“아직 러시아 애들이 안 왔으니까 저기 류헤이처럼 차나 마시면서 차분히 기다려.”

그때 러시아 마피아 애들이 등장했다.

애들은 양반이 못 되나 보다.

이야기 꺼내자마자 바로 나타났네.

이 녀석들은 키가 상당히 컸다.

외모는 살벌했지만 깔끔한 양복 차림 때문에 뭔가 신사적인 느낌이었다.

근데 그래 봤자 깡패 새끼들이다.

“마지막 손님이 나타나셨군요.”

“warrior가 너냐?”

“단체로 그렇게 말하기로 짰어? 왜 다들 똑같이 말하는 거야?”

“warrior가 너냐고 물었다.”

“어. 보면 모르겠냐?”

러시아 마피아 보스는 표정 변화 없이 나를 계속 노려보기만 했다.

“눈 싸움 하자고? 뭐해? 빨리 앉기나 해. 늦게 온 주제에 뭐 하는 거야?”

“…….”

그는 말이 없었지만 눈으로 욕하고 있었다.

아마 속으로 온갖 욕을 하고 있을 거다.

그렇게 러시아 마피아까지 해서 세 조직이 다 모였다.

나는 세 명의 보스들을 만족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음식 시켜.”

나는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다들 말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뭐해? 식당 와서 식사 안 할 거면 뭐 하자고? 빨리 시켜! 배고파.”

류헤이가 먼저 나서서 메뉴를 고르자 삼합회와 러시아 마피아 보스도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직원이 와서 주문을 받는데 애들 발음이 별로 안 좋아서 내가 대신 말해줬다.

“어쩐 일로 우리를 부른 거지?”

직원이 주문을 받고 나가자 러시아 보스는 내리깐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이리 급해? 아직 음식도 안 나왔다. 먹고 좀 하자.”

“…….”

녀석은 불쾌한 듯 인상을 쓰며 나를 째려봤다.

저 자식도 전기 좀 먹여야 하나?

왜 이리 아니꼽지?

나는 몸이 근질근질해서 손을 굴려댔다.

이미 전기 맛을 본 천마의 보스랑 류헤이는 내 눈치를 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러시아 마피아 보스도 뭔가 꺼림칙한지 눈치 상 일단 가만히 있었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

나는 녀석들에게 양팔을 벌리며 말했다.

“많이 먹어. 아! 참고로 이거 내가 아니라 너희가 사는 거야. 계산은 셋이서 나눠서 내던가 뭐 알아서 해.”

쾅!

결국 러시아 보스는 식탁을 치며 일어났다.

화가 많이 났는지 그의 하얗던 얼굴은 갑자기 빠르게 붉어졌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장난해?!!!!!”

“앉아서 조용히 밥이나 먹어라. 경고했다.”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러시아 보스는 씩씩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거기에 천마의 보스와 류헤이는 짧은 탄식을 했다.

녀석들도 이놈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아는 것이다.

지지지지직!

“끼에에에에엑!!!”

러시아 보스는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이 자식 솔직히 좀 잘 생겼는데 비명 소리는 정말 깬다.

러시아 보스가 쓰러지자 삼합회 보스랑 류헤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녀석도 수행원한테 끌려가 자리에 앉았다.

“어휴. 꼭 당해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좀 들으면 안 돼?”

나는 한숨을 내쉰 다음 나온 음식을 먹었다.

“!!!!”

음식을 맛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우와! 겁나 맛있다. 야! 고맙다. 덕분에 잘 먹을게.”

나는 일단 다 제쳐두고 먹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예의를 차리는 것은 오히려 이 음식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놈들 앞에서 보일 체면이나 예의 같은 건 애초에 없다.

녀석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끄고 식사를 즐겼다.

“우와. 배부르다.”

너무 맛있어서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그에 반해 다른 녀석들은 깨작깨작하고만 있었다.

“왜들 그래? 입맛 없어?”

“…….”

다들 말이 없다.

“아! 밥 먹기 전에 이미 전기 많이 먹었구나.”

삼합회 보스랑 러시아 보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러시아 보스는 얼굴이 다시 엄청 붉어졌다.

빡친 게 분명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아무 말 없이 그냥 먹기만 했다.

“난 다 먹었으니까 이제 이야기 시작할게.”

내 말에 놈들이 식사를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 일단 물어볼 게 하나 있는데. 내가 수행원 한 명을 제외하고 다른 조직원들은 데리고 오지 마라고 했는데 다들 잘 지켰어?”

나는 엄숙한 분위기로 물어봤다.

“없다.”

“둘만 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모두 다른 조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부정했다.

“하하하. 그래?”

나는 코웃음을 치면서 녀석들을 바라봤다.

“너희가 지금 누굴 상대하고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내 말에 룸에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어디서 장난질이야? 류헤이!”

“왜, 왜 그러는 건가?”

류헤이는 흠칫 놀라며 반응했다.

“여기 레스토랑 근처 뒷골목에 조직원 21명 대기.”

내 말에 류헤이와 그의 수행원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렀다.

“천마. 근처 빈터에서 조직원 34명 대기. 너네는 뭐 이렇게 많이 데리고 왔냐?”

삼합회 보스 또한 내 말에 질겁했다.

“러시아. 지하 주차장에 조직원 13명 대기.”

러시아 보스도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도 단둘이서 안 왔는데? 다들 숫자 셀 줄 모른가?”

“…….”

녀석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지 묵묵부답인 채로 있었다.

“뭐해?!!! 빨리 안 돌려 보내?!!!!!”

나는 급발진하며 녀석들에게 윽박질렀다.

다들 놀라서 몸을 움찔했다.

예전에 군대에서 후임들 혼낼 때 자주 써먹었던 방법이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말한다.

그다음 갑자기 악을 지르면서 혼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다들 저렇게 깜짝 놀라며 몸을 떤다.

이때부터 흐름 타면서 그대로 치고 가는 거다.

“지금 누구 앞에서 거짓말하는 거야?!!!!!”

효과 직방이다.

다들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조직원들을 돌려보내기 바빴다.

“원래 대표만 부르려다가 너희 체면 살려줘서 수행원 하나 끼게 해준 건데 그것도 모르고 이딴 짓이나 하다니. 정말 잘해줘봤자 필요 없다니까?”

나는 혀를 끌끌 찼다.

“니들한테 뭘 바라냐? 됐고. 본론이나 넘어가자. 왜 내가 너희를 이렇게 불렀는지 궁금하지? 일단 첫 번째 이유는 너희가 내 인생에서 제일 거지 같은 경험을 했을 때 그곳에 같이 있었기 때문이야.”

“무슨 소리야? 우리는 너를 오늘 처음 본다.”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삼합회와 러시아 보스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거 너무 서운한데? 하긴 술 먹고 있었고 잠깐 봐서 잊었을라나? 문리버에서 기억 안 나? 내가 USB 들고 너희가 놀고 있는 룸에 들어갔었는데.”

그제서야 그들은 나를 알아봤다.

“알아보는구나. 내가 그때 죽을 뻔해서 그날을 잊을 수가 없거든.”

“우리가 거기 있긴 했지만 너가 죽을 뻔한 것과는 무관하다.”

삼합회 보스는 황급히 변명하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누가 뭐래? 알아서 제 발 저려서 난리네. 그리고 뭘 깨끗한 척해? 여자 한 명 돌아가면서 겁탈해 놓고서는.”

“…….”

녀석들은 내 말에 토조차 달지 못했다.

의미 없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거다.

“두 번째 이유. 너희 부하들이 다 나한테 대들었기 때문이야. 그래서 보스들 교육 좀 시키려고.”

“아……그게 너였나?”

러시아 보스는 탄식하며 말했다.

“응. 그게 나야.”

나는 녀석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사실 이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내가 너희들을 부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세 번째 이유 때문이니까.”

“그게 뭐지?”

이번에는 류헤이가 물었다.

“사실 내가 너희보다는 너희에게 마약을 조달하고 있는 멕시코 놈들에게 원한이 많아.”

다들 내 말에 서로 눈빛만 주고받을 뿐이었다.

“그러면 멕시코 놈들을 직접 공격할 것이지 왜 우리에게…….”

“녀석들 없애는 데 너희도 좀 도우라고.”

“…….”

다들 황당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놈들이 좀 많이 강하고 뒤끝도 세서 그러면 우리가 곤란해지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녀석들을 건들면 큰일 난다.”

모두 나를 만류하기 시작했다.

“그만!!!!!!!”

내가 고함치자 다시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아직도 너희는 정신을 못 차린 거 같아. 비트코인 다 잃었으면서도 깨닫는 게 없어? 안 되겠다. 다들 이제 계좌 확인해 봐.”

그들은 내 말에 얼른 자신들의 계좌를 확인했다.

“세상에…….”

“이런!”

“어떻게?!!!”

다들 아연실색하며 난리였다.

“멕시코 애들이 무서워? 그러면 나는 만만하냐? 내가 맘먹으면 너희들 다 박살 내는 거 일도 아니야 새끼들아.”

“이 자식이 감히 내 돈을!!!!”

삼합회 보스 놈은 화를 못 참고 결국 또 나서고 말았다.

녀석은 품에서 단도를 꺼내 나에게 달려들었다.

푹!

녀석의 검은 내 몸을 그냥 통과해 의자를 찔렀다.

“아니?!!!”

녀석은 질겁하며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너 부하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 안 들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녀석은 이 현상이 믿기지 않는지 벌벌 떨기만 했다.

“그만 비켜 새끼야!”

짝!!!!!!!!!

“끄악!”

녀석은 나에게 뺨을 세게 맞고 뒤로 물러섰다.

“야! 너! 까불지 말고 핸드폰이나 확인해 봐.”

녀석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 다음에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너, 너 이 자식!!!!!!!”

삼합회 두목 녀석은 이전까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내가 녀석의 가족들이 있는 위치를 보냈기 때문이다.

“어때? 계속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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