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화. 유능한 따까리와 든든한 협업자 (4) (27/201)

26화. 유능한 따까리와 든든한 협업자 (4)

“……warrior 특별법이요?”

백 의원의 얼굴은 마치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를 하고 있느냐였다.

“그게 대체 뭡니까?”

“일단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에 대해서 좀 설명해드려야겠군요.”

백기완 의원이 너무 나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심을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 세상에 일어난 모든 비리를 알 수 있습니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거기에 대한 증거 자료까지 싹 다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건 이제까지 당신이 인터넷에 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하지만 저는 그 자료들을 warrior라는 이름으로 정체를 숨기고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인 줄 아십니까?”

“그 자료들을 합법적으로 얻은 게 아니니까요.”

백 의원은 단칼에 핵심을 찔렀다.

그것을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맞습니다. 설령 그 자료들이 허구가 아니라 팩트 그 자체라 하더라도 또 비리가 실제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그 자료를 공개하면 저는 법을 어기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군요.”

백 의원은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며 말했다.

그는 뭔가 탐탁지 않은지 눈은 가늘게 떴다.

나는 거기에 개의치 않고 이어서 말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 때문에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증거로 활용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겁니다. 그 자료가 증거로 채택되기만 한다면 비리를 저지른 놈들을 단번에 싹 다 처벌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나는 단호하면서도 진솔하게 내 의견을 말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호소력 짙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솔직히 막무가내로 나가려면 저는 충분히 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큰 혼란과 반발이 일어날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저는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을 진행하려 했죠. 그러다 보니 제한되는 게 많아서 제 능력에 비해 일을 어렵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말에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던 백기완 의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조금 신호가 있어 보인다.

여기서 더 치고 나가자.

“세상엔 나쁜 놈들이 너무나 많은데 그놈들은 또 꼼수를 잘 부려서 법을 이용해 먹습니다. 반대로 그 나쁜 놈들의 비리를 밝히려는 제가 오히려 법 때문에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이죠. 이 얼마나 모순입니까? 그래서 저는 의원님을 통해 법을 하나 제정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warrior 특별법입니다.”

“그 warrior 특별법이라는 게 정확히 무엇입니까?”

“그건 바로 이것입니다. warrior가 얻은 자료는 모두 합법이다. 따라서 warrior의 자료는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에서 제외 대상이다. 이 사항만 있으면 저는 이 나라의 비리를 싸그리 청소할 수 있습니다.”

“…….”

백기완 의원은 묵묵부답한 채로 있었다.

그는 생각이 많아 보였다.

잠시 뒤 그가 입을 열었다.

“쉽게 말하면 warrior만을 법의 예외 대상으로 두자는 이야기군요. 이 나라의 비리를 싹 다 밝히기 위해서요.”

“바로 그겁니다.”

내 말에 백 의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여기에 어떤 국회의원이 동의하겠습니까? 이 정치판에서 뒤가 구린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속한 당만 하더라도 반대하고 나설 사람이 수두룩할 겁니다.”

“그거야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면 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warrior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론을 형성하는 거죠.”

“여론이라……어떻게 말이죠?”

백기완 의원은 내 말에 흥미를 보이며 물었다.

“제가 괜히 warrior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다 이 작업을 위한 거죠.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어떤 사람에게 기득권을 준다면 당연히 반발이 심할 겁니다. 그 사람을 어떻게 믿고 그렇게 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자신감 있게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람들은 warrior의 힘을 충분히 봤습니다. warrior는 신빙성 또한 증명되었죠. 거기다가 비리를 밝힌다는데 국민들은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현재 warrior에 대한 지지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고 제가 따로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warrior를 법의 예외 대상으로 두자는 여론도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전 여기에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호소하면서 더 불을 지필 생각입니다.”

“요즘 분위기를 봤을 때 라일 씨가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여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상 법을 제정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니까요. 그들이 반대하면 소용없습니다.”

여전히 백 의원은 내 의견에 회의적이었다.

아무래도 좀 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반대하는 의원들은 제가 싹 다 쳐낼 생각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warrior를 통해 그들의 비리를 공개하는 거죠. 동시에 그로 인해 warrior 특별법에 대한 여론은 더 불타오를 것입니다. 꿩 머고 알 먹고죠. 제가 지금 재밌는 걸 하나 알고 있거든요.”

“재밌는 거요?”

백 의원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걸 한번 보시죠.”

나는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하나 꺼내 백 의원에게 전달했다.

“이, 이건!”

백 의원은 그 서류들을 보면서 아연실색했다.

“여당 의원들이 한국주택공사와 협업해 불법 부동산 투기를 한 자료입니다. 또 이들 사이에 로비가 있었고 거기에 비자금이 투입된 현황까지 제가 자세하게 기록해 놨습니다.”

백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내가 준 자료를 유심히 읽었다.

“이런 나쁜 놈들 같으니라고!!!!”

그는 그 자료를 보며 분노를 드러냈다.

“맞습니다. 나쁜 놈들이죠. 그런 놈들이 지금 국회의원으로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하아……이건 국민을 희롱하는 짓입니다. 당장에 밝혀내야 해요.”

백기완 의원은 화가 많이 났는지 씩씩거리기까지 했다.

이 한방으로 그는 이제 적극적으로 나에게 동조할 기세였다.

“네. 물론이죠. 저는 조만간 이걸 터트릴 계획입니다. warrior 특별법 여론 형성을 위한 제물로도 딱 적당하죠.”

“다 좋은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뭐죠?”

“이럴수록 여당 쪽에서 warrior 특별법에 대해 거세게 반발할 거라는 겁니다.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이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니까요. 게다가 현재 의석수도 여당 쪽이 과반수가 넘게 차지하고 있는 상태라 그들이 똘똘 뭉치면 어찌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백 의원은 한탄하며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어차피 비리가 밝혀지면 여당 의원들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왜냐면 총선이 그렇게 멀지 않았으니까요.”

“아!”

백 의원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챈 듯했다.

“비리 의원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의원이 다시 당선될 수 있겠습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반대로 warrior 특별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의원들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겠죠. 그게 자신이 청렴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셈이니까요. 아까 바른정치당의 의석수를 과반수 이상 차지하게 해주겠다는 것은 사실 이걸 의미했습니다.”

나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쳐다봤다.

“의원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이 나라의 비리를 싸그리 없애버릴 수 있습니다. 저를 도와주시겠습니까?”

“…….”

그는 말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기다려줬다.

이윽고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전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알아버렸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방관하고 있다면 그게 부끄러운 삶이겠죠.”

백 의원은 갑자기 말하다 말고 내게 술잔을 들어 내밀었다.

“까짓것 합시다!”

그는 호기롭게 나에게 외쳤다.

“하하. 좋습니다!”

나도 잔을 들어 그와 건배를 했다.

우리는 호쾌하게 술을 털어 넣었다.

***

디씨소프트 주가는 이제 떨어질 때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 내버려 두었다가는 부도가 날 지경이었다.

이제는 거둘 때가 된 것이다.

[그럼 이제 팔겠습니다.]

“그래. 어느 정도 벌었어?”

[100배 수익을 얻었습니다. 120억을 투자했으니 1조 2000억 원을 번 거죠.]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1조 2000억 원이라…….

내가 이런 거금을 만질 줄을 상상이나 했겠어?

[여기에 추가로 강기석과 정석한에게서 뺏은 디씨소프트의 지분이 합치면 20% 정도이고 양기택에게서 뺏은 나이스의 지분이 14%입니다. 또 그들에게서 뺏은 돈을 다 합치면 1조 원 가까이가 됩니다. 정리하자면 라일 님은 현재 2조 원 상당의 재산과 디씨소프트 주식 지분 20% 그리고 나이스 주식 지분 14%를 가지고 계십니다.]

“하하하. 최고네.”

[이 돈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부다 디씨소프트 주식 사!”

[알겠습니다. 그러면 30% 정도의 지분을 살 수 있습니다. 합치면 라일 님은 총 50%의 디씨소프트 지분을 가지게 됩니다.]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다음은 주주총회를 한 번 열어볼까?”

나는 지분을 앞세워 곧바로 긴급 주주총회를 열었다.

총회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갑자기 어디서 이상한 놈이 50%의 지분을 차지하며 나타났으니 고운 시선이 갈래야 갈 수가 없겠지.

“주주님들. 처음 뵙겠습니다. 이라일이라고 합니다.”

나는 가볍게 그들에게 인사했다.

“지금 회사가 부도나기 직전인데 주식을 한 번에 50%나 확보하시다니. 참 대담하시군요.”

한 주주가 비꼬는 투로 이야기했다.

“지금이 가장 쌀 때인데 당연히 사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하! 아예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다른 주주도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럼 당신들은 왜 주식을 아직도 안 팔고 가지고 있는데요?”

“그거야 누가 회사를 인수해서 다시 복구시킬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죠.”

“하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 있네.”

“뭐요?!!!”

주주들은 내 조소에 기분 나빠하며 발끈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그렇게 못하게 할 거니까요.”

“대체 당신이 뭔데?!!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 난리야?!!”

“그렇군요. 제 정체를 먼저 밝히는 게 순서였겠군요.”

나는 피식하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저는 사실 warrior입니다.”

“!!!!!!!”

다들 내가 warrior인 것을 밝히자 경악했다.

“다, 당신이 warrior라고?!!!”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서 뻔뻔하게 여기에 얼굴을 들이 내미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당한 손해가 얼만 줄 알아?”

다들 나에게 엄청난 적의를 드러냈다.

“내 알 바입니까?”

“뭐가 어쩌고 저째?”

한 주주는 결국 화를 못 참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쿵!

“히익!”

그는 내게 달려들었지만 그대로 내 몸을 통과해 의자에 얼굴을 부딪치고 말았다.

“무작정 달려들다니 예의가 없는 분이시네. 이거나 먹고 정신 좀 차리십시오.”

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적당히 아프게 해서 전기충격을 가했다.

그는 두려움에 떨며 황급히 나에게서 멀어졌다.

“대체 뭐야?!!!!”

그의 얼굴은 공포로 새파랗게 질렸다.

“내 능력입니다. 다들 처음 볼 때 그런 반응이죠.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질 겁니다.”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다른 주주들을 쳐다봤다.

“여러분들도 이분처럼 당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겁니다.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이렇게 개겼다가는 전기 맛 좀 보게 될 테니까요.”

“…….”

내가 겁박하자 다들 말없이 침만 꿀꺽 삼켰다.

“그럼 이제 다들 분위기 파악하신 것 같은데 한번 저와 즐거운 대화시간을 가져볼까요?”

126화. 경계선에서의 전투 (1)

[라일 님.]

디오가 또 불길하게 나를 급하게 불렀다.

“왜 그래?”

[지금 빨리 미국 쪽 뉴스를 확인해 보십시오.]

나는 바로 인터넷을 켰다.

“…….”

역시나 안 좋은 소식이었다.

미국에서 멕시코 쪽으로 군대를 이동시키고 있다는 기사가 수두룩했다.

그 자식이 눈치챈 것이다.

“…뭐. 어차피 눈치챌 줄은 알고 있었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지만.”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쩌긴 어째? 맞서야지. 우리 도와주겠다고 나선 멕시코가 불바다가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지.

게다가, 어차피 대충 준비는 끝났다.

디에고가 내 지시대로 잘해준 덕분에 이미 데이터 쉴드가 생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가르시아 대통령에게로 가자.”

[네.]

가르시아 대통령은 한창 미국의 조치에 대해 회의 중이었다.

어차피 내가 개입하기로 한 거 그냥 회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슈융-!

“으아아아악!”

갑자기 내가 나타나자 멕시코 고위 관료들은 놀라 자빠지고 말았다.

가르시아 대통령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저번처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다.

“하하……. 그렇게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요.”

철컥-!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경호원들을 총을 꺼내 나를 겨누기 시작했다.

“머, 멈춰!!!”

가르시아 대통령은 다급하게 외쳤다.

“이분이 바로 warrior다. 동영상 안 봤어?! 어서 그 총 내려놔!!”

대통령은 내 눈치를 보며 얼른 경호원들을 막았다.

그에 경호원들은 경계를 풀었다.

“다들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겠죠. 소개하겠습니다. warrior라고 합니다.”

그는 센스 있게 재빨리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warrior라고 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회의에 참석해도 되겠는지요?”

“물론입니다. 저기 자리를 마련해주게.”

가르시아 대통령은 자신의 수행원에게 지시하며 얼른 나를 자리에 앉혔다.

“하하. 너무 과한 대접 아닌가요?”

“멕시코의 영웅이신데 이 정도로 뭘요. 안 그래도 warrior 님과 대화가 하고 싶었습니다.”

회의장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다들 내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그들에게 친절하게 미소를 지은 다음 발언을 시작했다.

“뭐, 다들 아시다시피 지금 미국이 병력을 남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놈들이 우리의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챈 것이죠. 곧바로 공격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떤 행동이든 있을 것입니다.”

“단순 위협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실제로 공격을 할까요?”

한 의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상대가 상식이 조금이라도 박혀 있는 놈이면 단순 위협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금 미국을 조종하고 있는 놈이 제정신이 아니라서요. 공격에 대비해야 합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나는 이 상황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확고하게 말했다.

“물론 그렇게 겁먹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제가 미군의 공격을 대비할 생각이니까요. 여러분들은 일단 미국 정부에게 항의만 해주시면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공격이 없진 않겠습니다만, 항의를 통해 미국 내에서의 반발이 커질 테니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어서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렇게 시간을 버는 사이, 멕시코군을 모두 북쪽으로 이동시켜 주세요. 전투 준비를 해야 합니다. 몬테레이에 있는 공장에서 방어를 위한 무기를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나오는 대로 보급도 시작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멕시코 국방부 장관은 각오를 다지며 대답했다.

눈빛이 살아있는 걸 보니 마음에 든다.

“그러면 부탁하겠습니다.”

***

“한국과 전쟁한다더니 이제는 왜 또 병력을 남쪽으로 이동시키는 건가?”

“대체 지금 정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

미국 곳곳에서 또 시위가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쌓였던 분노가 모두 터지면서 시위는 점점 더 거칠어졌다.

거리에는 자칫 무력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팽배했다.

나라 분위기는 점점 더 날카로워져 가는데, 여전히 잭슨은 대통령실에 태평히 앉아 새로운 비서가 따라주는 커피를 마실 뿐이었다.

“너는 좀 쓸만한 것 같다.”

잭슨은 섬뜩한 미소를 비서에게 날렸다.

그에 눈에 비서가 당황하는 게 비쳤다.

“뭐야? 너도 내가 두려운 거야……?”

똑똑똑!!!

잭슨이 비서에게 따지려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잭슨 님. 국방부 장관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하하. 장관 덕에 살았네? 나가 봐.”

잭슨의 말에 비서는 사색이 되었다.

그녀는 잭슨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 뒤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국방부 장관은 급하게 나가는 비서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들어오시죠.”

잭슨의 말에, 장관은 비서에 대한 신경을 끄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신가요?”

“멕시코에서도 병력을 북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하하하하하! 귀여운 녀석들.”

잭슨은 재밌다는 듯이 깔깔댔다.

국방부 장관도 속으로는 잭슨이 많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도 잭슨이 두려웠기 때문에 그걸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잭슨 님.”

“이봐요. GOD이라고 불러줄래요?”

잭슨이 정색하며 말했다.

장관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는 황급히 자신의 말을 바꿨다.

“GOD 님.”

“그래요. 좋네요. 계속해 봐요.”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잭슨은 왼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역으로 그에게 물었다.

“녀석들도 우리와 싸울 생각으로 병력을 이동시킨 건데, 응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나라 안의 반대가 너무 심합니다. 이번 멕시코 쪽 조치 같은 경우는 정치계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으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잭슨은 국방부 장관의 말을 끊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시발! 어쩌라고요?”

잭슨은 국방부 장관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어쩌라고요! 네?”

잭슨은 격분하며 장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비상식적인 행동에 장관은 죽을 맛이었다.

“시발 이놈의 나라는 이래서 문제라고요. 2차 세계대전 때도 어차피 참전할 거 진작에 참여했으면 좋았잖아요. 그놈의 반대 세력 때문에 일의 진행이 안 돼요. 베트남 전쟁도 봐봐요. 거지 같은 반대 세력 때문에 망해버렸잖아요.”

국방부 장관은 잭슨의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장관은 그가 완전히 왜곡된 해석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잭슨이 두려워서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민주주의가 좋긴 하죠. 근데 가끔 거지 같을 때가 있어요. 다른 의견들이 많으니까 이렇게 빨리빨리 결정해서 일을 후딱 처리해야 하는 순간에도 진행이 안 되잖아요. 그놈의 뭣도 모르는 민중들이 이렇게 일을 그르쳐요.”

“…….”

“신경 끄고 일 진행시켜요. 계속 반대하는 놈들은 명단 주고요. 제가 다 쓸어버릴 테니까요.”

이 미친놈이라면 정말 그런 일을 벌일 수도 있었다.

국방부 장관은 오싹함에 눈을 질끈 감았다.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잭슨은 정말로 자신의 뜻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다 엎어버릴 것처럼 보였다.

국방부 장관은 잭슨 편에 붙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제 와서 발을 내빼는 것이 더 최악이었다.

“…알겠습니다.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방부 장관은 그렇게 말하며 집무실을 나갔다.

***

며칠 뒤 뉴스에는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미국이 한국에 이어 멕시코에게도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국보다 멕시코를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가 이 일로 인해 충격을 받고 있었다.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어쩐지 병력을 남쪽으로 계속 보내고 있더라

-가만히 있는 멕시코는 왜 또 건들고 난린데?

-모르지. 어쩌면 마약 카르텔 일 때문일 수도 있어. 미국이 지금 그것 때문에 심기가 매우 불편하잖아. 듣자 하니 멕시코 쪽에서는 warrior를 지원해줬고 또 멕시코의 영웅이라면서 추켜세우고 있으니까 아니꼬웠겠지.

-아니 근데 고작 그런 걸로 전쟁을 일으켜?

-일으키려면 무슨 핑계인들 못 대겠냐?

-그러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전쟁이라도 하는 거야?

-지금 접경지역 분위기 장난 아니래. 명령만 떨어지면 양측 모두 싸우기 일보 직전이라는데?

-허허허허. 누가 이길까? 미국? 멕시코?

-당연히 미국이지. 여기에 이견이 어딨어?

-꼭 그렇지만도 않아. 왜냐하면 멕시코 쪽에는 warrior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네? 진짜 어떻게 될까?

전 세계가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라일 님. 준비 끝났습니다.”

한창 인터넷 댓글들을 확인하고 있는데 수진이가 와서 말을 걸었다.

“그래? 그럼 이제 다 불러볼까?”

나는 박이나, 백기완 대통령, 전일수를 여기로 이동시켰다.

하도 뭐라고 해서 미리 공지를 했고, 이동시키기 전에 한 번 더 공지를 해줬다.

지잉-!

“……진짜 이건 몇 번을 해도 적응이 안 되네.”

“저도요. 진짜 매번 속이 울렁거려요.”

“하하하. 저는 이제 익숙해진 것 같은데요?”

일수랑 수진이는 여전히 힘들어하는 반면 백기완 대통령은 활기가 넘쳐났다.

“젊은 사람들이 고작 이거 가지고 힘들어하면 되나?”

꼰대 같은 발언에 일수와 박이나는 울컥한 듯 보였다.

“대통령님. 저희가 이상한 게 아니라 대통령님이 너무 강하신 거라고요.”

“맞아요. 엄살 아니에요. 진짜 힘들다고요.”

박이나까지 볼멘소리를 하며 대통령한테 따졌다.

백기완 대통령은 흠흠 하며 헛기침 소리를 냈다.

“자자. 이제 제 말에 집중해주세요.”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같아 얼른 나에게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다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된 거 같아요. 지금 대충 디오 초기 버전과 비슷한 상태에 도달했어요. 이 정도면 이제 구색은 갖췄네요.”

“와……. 이제껏 그 개고생을 해서 업그레이드시켰는데 겨우 구색을 갖춘 정도밖에 안 된다고?”

“누누이 말하지만 지금 업그레이드 속도 엄청 빠른 거야. 내 기억의 자아는 혼자 했기 때문에 이것보다 더 엄청난 시간이 걸렸어. 너는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넵.”

일수는 바로 납득하며 입을 다물었다.

“무튼 지금 전쟁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에요. 그래서 다들 역할 분담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백기완 대통령을 쳐다봤다.

“일단 대통령님께서는 계속 나랏일을 맡아주세요. 대통령님은 남아서 여기 한국을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게 맞겠군요.”

“그다음 나머지 셋.”

나는 박이나와 전일수, 그리고 장수진을 차례로 쳐다봤다.

“셋은 저와 같이 지금 당장 멕시코로 이동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목소리에 힘이 없다.

내가 또 이거는 못 참지.

“목소리 크게 합니다. 알겠습니까?”

“네!”

다들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힘차게 대답해주었다.

나는 셋에게 씨익 미소를 지어 보냈다.

“그럼 이동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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