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거침없는 보복 (6)
양기택은 경찰청장의 말을 듣고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그는 겨우 평정심을 유지하며 물었다.
“자네의 여자친구가 다 고발했다네. 증거 자료랑도 다 제출했어.”
“하아······”
양기택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라일 그놈은 도대체 어찌된 놈이기에 야쿠자 놈들로부터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그놈들을 다 잡아들이게 만드는 건가.
그리고 지가연을 잡으러 간 강철파 놈들은 왜 또 잡힌 건가.
“자네도 알다시피 요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요정도 뿐이라네. 최근에 단속이 너무 심해져서 말이야······”
“네······알겠습니다. 알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일단 어디로 도망치는 게 나을 걸세. 부정 청탁과 뇌물 혐의도 걸려있는데 요거까지 터져버렸으니 경찰들이 곧 자네를 잡으러 갈 거야. 한동안 숨어있게. 해외라도 나가 있던가.”
“알겠습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죠. 청장님도 몸 사리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또 연락하자고.”
“······”
양기택은 통화를 마치고 두 눈을 감으며 숨을 깊게 내쉬었다.
“으아아아아아!!!!”
그는 갑자기 급발진하며 책상에 있는 모든 것을 엎어버렸다.
화를 참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라일.
갑자기 어디서 거지 같은 게 나타나서 내 앞길을 막고 있다.
대체 그 녀석은······
“으아아아아아!!!!”
쿵!! 쿵!!! 쿵!!!!
양기택은 다시 한번 괴성을 지르며 주먹으로 책상을 연거푸 내려쳤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비서는 갑작스런 소란에 깜짝 놀라서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엉망이 된 책상을 보며 당황했다.
“대표님······”
“일단 숨어 있어야겠어. 당장 차 대기시켜.”
“······알겠습니다.”
양 대표는 스캔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은닉해서 지내기로 했다.
***
‘포털 사이트 나이스의 양 대표 추잡한 민낯 드러나.’
‘전 연인 A 씨 양 대표의 비리 전부 폭로.’
‘사라진 양 대표. 그의 행방은?’
요즘 뉴스에서는 양 대표 이야기로 한창 시끌벅적하다.
지가연의 신고로 모든 게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조직 폭력배-야쿠자 아파트 습격 사건’이 벌어진 날 돌연 잠적해 버렸다.
경찰들은 그를 잡으러 갔었지만 이미 도망치고 난 후였다.
난 녀석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바로 잡기보다는 좀 더 불안함이 떨게 만든 다음에 잡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은 디씨소프트부터 처리하는 게 먼저다.
한 주당 100만 원에 육박했던 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제 그 반인 50만 원 보다도 더 떨어져버렸다.
시가 총액으로 따지면 10조 원 이상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더 손해를 입을세라 앞다투어 디씨소프트 주식을 팔기 바빴다.
그럴수록 미소 짓는 것은 나였다.
이미 나는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투자를 해놨기 때문이다.
디오 말로는 현재 70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고 한다.
총 120억을 투자했으니 8400억은 벌어들이는 거다.
물론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난 디씨소프트의 주가를 더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터트릴 차례다.
“디오!”
[네. 라일 님.]
“이제 마지막 한 발을 쏴볼까?”
[가시죠.]
“오케이!”
나는 warrior를 통해 나이스와 디씨소프트 그리고 경찰청장 간의 친밀한 관계에 대해서 다 밝혔다.
이번에도 역시 각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떡하니 공개해버렸다.
이제 할 일은 커피나 마시면서 관람하는 것뿐이다.
-와. 경찰청장 낯짝 두꺼운 거 보소.
-소름인데? 얘 얼마 전까지 사죄하면서 경찰 안에 일어난 모든 비리를 싹 다 밝혀내서 처벌하겠다고 하지 않았냐?
-자신한테 한 소리였네.
-미친 시세 차익 600억 원? 아주 노후 준비 제대로 했구먼.
-ㅅㅂ 수장이 썩었는데 대체 경찰 중에 누굴 믿어야 하는 거야?
-그러게······
-민중의 지팡이인지 나이스와 디씨소프트의 지팡이인지 모르겠다.
-나이스 이 새끼들도 악질이더만. 디씨소프트 관련해서 부정적인 글들은 싹 다 지웠대. 최근에는 성추행 스캔들 관련 기사랑 글도 다 내렸다던데.
-어쩐지 금방 묻히더라. 진짜 역겨워 죽겠다.
-warrior 아니었으면 우린 이런 것도 몰랐겠지?
-진짜. 차라리 warrior가 경찰을 해야 해.
-ㅋㅋㅋㅋㅋㅋ 그러면 공직자들이랑 기업가들 숨도 못 쉴 듯.
나는 흡족하게 인터넷 댓글들을 읽었다.
그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warrior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 내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긴 하다.
나는 디오를 통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비리나 기밀을 파내는 것은 이젠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무런 근본도 없는 내가 갑자기 무작정 내 손으로 직접 관련자들을 처벌한다면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의문의 존재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아무리 내가 옳다고 해도 말이다.
또 법조인들과 공직자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나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오히려 나를 비난받게 만들 수도 있다.
무릇 사람이란 익숙지 않은 것을 거부하기 마련이고 기존의 질서와 체제를 무시하는 것에 반발하기 마련이다.
이 사회에는 법과 체제라는 것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무작정 내 힘을 드러내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법과 체제가 걸림돌이라면 법과 체제로써 극복한다.
그에 따른 내 계획은 이렇다.
일단은 warrior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친숙해지고 공신력을 쌓은 다음 지지자들을 만드는 게 먼저다.
그런 다음 여론을 형성하고 내가 마음대로 힘을 드러내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오직 나만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게 만들 것이다.
경찰들의 비리는 warrior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데 좋은 기폭제가 됐다.
경찰이 그 모양인데 사람들이 어디에 기대하겠는가.
당연히 warrior 쪽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나는 천천히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일단 그건 그거고 이제 디씨소프트 일을 마무리 지을 단계다.
마지막 폭로로 인해 한 주당 최고 100만 원까지 찍었던 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제 30만 원 대까지 떨어져 버렸다.
그 많던 ‘레인 오버 리마스터’와 ‘레인 오버 2’의 유저들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디씨소프트는 거의 몰락 직전이었다.
“디오 이제 때가 됐어. 강 대표를 직접 만나러 가볼까?”
[네. 안내하겠습니다.]
나는 강 대표가 갇혀 있는 구치소로 갔다.
어차피 내 몸은 모든 벽을 통과할 수 있었기에 구치소로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CCTV는 디오가 조작해주고 있었고 구치소 직원들의 동선도 알려줘서 그들과 안 마주치고 손쉽게 구치소 안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나는 강 대표가 머물고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녀석은 신세 좋게 자고 있었다.
퍽!
나는 녀석의 몸을 걷어찼다.
“뭐, 뭐야?!!!!”
녀석은 잠에서 덜 깨서 그런가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어이. 강기석. 잘 지내고 있었어?”
“너! 이라일!”
강기석은 나를 알아보고 바로 적의를 드러냈다.
“넌 네 회사 주식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잠이 오냐? 참 속도 좋다.”
“이 개자식!!!! 너 때문에 너무 분해서 몇 날 며칠을 설치다가 이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그걸 또 깨워?!!!!!!”
강기석은 표독스럽게 윽박질렀다.
“어이구. 그런지도 모르고 내가 깨워버렸네. 이거 미안해서 어떡한다?”
“으아아아아!!!”
녀석은 악에 받쳐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뻔했다.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해 자기 혼자 넘어질 뿐이었다.
“나이도 많으면서 무리하지 마. 이제부터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몸 상하면 힘들잖아.”
“닥쳐!!! 개 자식아!!!!”
녀석은 너무 화가 났는지 얼굴이 터질 정도로 빨개졌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더 골려주고 싶었다.
짝!!!!!!
나는 녀석의 뺨을 냅다 갈겼다.
“크윽!!!!”
“어때? 뺨 한 대 시원하게 맞으니까 정신이 번쩍 들지? 이제 그 개운한 정신으로 내 말 잘 들어. 일단 네 핸드폰 좀 꺼내 봐.”
“뭔 헛소리야?!!!!”
“충격이 더 필요하구나? 말귀를 못 알아듣네.”
“끄아아아아아!!!!”
나는 가볍게 녀석을 전기 방화벽으로 지졌다.
녀석은 감전되고 나서 두려움에 온몸을 벌벌 떨었다.
“뺨 맞는 것보다 이게 정신이 더 바짝 들지? 다시 그거 당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 핸드폰 꺼내. 실시!”
전기 충격 맛이 매웠는지 강기석은 허둥지둥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기 시작했다.
“네 계좌 확인해 봐.”
“뭐?!!”
“또 감전되고 싶어? 빨리 확인 안 해?”
“하, 할게!!! 그러니까 그거 그만해.”
“어서 해 그러면.”
강기석은 핸드폰으로 자신의 계좌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핸드폰 액정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녀석은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럴 만도 하다.
디오가 녀석의 계좌를 해킹해 돈을 다 빼내고 단돈 18원만 남겨놨으니까.
“너 내 돈 어쨌어?!!!!!”
“어쩌긴. 문리버에서 너희들한테 당했던 거에 대한 피해보상금으로 가져갔지. 그때만 생각하면 내가 아주 치가 떨리거든.”
“내 돈 내 놔!!!!!!!”
녀석은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다.
“이제 앞으로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데 뭔 돈이 필요해? 그리고 감옥이 더 편할걸? 밖에는 너 때문에 손해 본 사람들이 널 죽이려고 아주 벼르고 있으니까 말이야.”
“크윽!!!”
강기석은 너무 분해서 그런가 눈에 눈물까지 고였다.
“그리고 너가 가지고 있는 디씨소프트 지분 12.3%. 그거 내가 좀 먹을게. 어차피 지금 너 때문에 회사 주가가 걸레짝이 됐으니까 그렇게 아쉬워하지는 마.”
나는 녀석에게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라일!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다고!!! 그러니까 제발 봐줘. 제발!!!”
녀석은 갑자기 무릎을 꿇고 나에게 싹싹 빌기 시작했다.
“이미 늦었어. 너가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달게 받길 바란다. 그럼 이만 갈게. 오늘부로 다시 만난 일 없을 거야.”
“이, 이라일!!!! 기다려!!!! 이라일!!!!!!”
녀석은 애처롭게 나를 불렀지만 나는 무시하고 그곳을 나왔다.
정석한에게도 가서 비슷한 패턴으로 대했다.
녀석은 강기석보다 더 추하게 나왔다.
아주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나에게 봐주라고 빌었다.
나는 거기에 박장대소한 다음 마지막으로 뻐큐를 날려주고 그곳을 나왔다.
누가 복수를 하면 허무하다고 했는가?
이렇게 속이 후련할 수가 없다.
드디어 나는 강기석과 정석한을 무너뜨렸다.
이제 다음 차례는 양기택이다.
***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최근 벌어진 일로 인해 여기는 난리가 났다.
그들은 warrior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으나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국정원은 warrior에 대한 어떠한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아이피 추적으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왔다.
“원장님!!!”
갑자기 한 직원이 이호영 원장에게 헐레벌떡 뛰어왔다.
“왜 그런가?”
“warrior가 누군지 알아낸 것 같습니다.”
118화. 그 자식의 정체 (3)
에이든은 올리버의 말에 인상을 구겼다.
최후의 방법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나오십시오.”
올리버의 말에 갑자기 한 남자가 그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warrior와 마찬가지로 몸을 비물질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에이든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그 남자를 바라봤다.
“저 사람은 누구지? 신원불명의 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대통령실로 들어오게 해도 되는 건가?”
“그딴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제외하고 우리는 이 사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보다는 우리 미국에게 훨씬 득이 될 사람이지요.”
올리버는 전혀 굴하지 않고 단호하게 나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그 남자는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에이든에게 악수를 청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는 마치 뱀파이어처럼 피부가 창백했으며 핏기가 없어 보였다.
검은 머리를 가진 그 남자는 뭔가 섬뜩한 인상을 주었다.
웃는 모습조차 섬뜩했다.
“……누구시죠?”
에이든은 경계하며 그의 악수를 받지 않았다.
그 남자도 굳이 에이든이 악수를 해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손을 거두었다.
“대통령께서는 매너가 없으시군요. 이렇게 사람을 무색하게 만들다니요.”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본명은 알 거 없고, warrior와 같이 닉네임을 알려드리죠. GOD이라고 부르면 됩니다.”
“…….”
에이든은 GOD이라고 하는 그 남자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굉장히 오만하시군요.”
“하하하하하하.”
GOD은 에이든의 조롱에 재밌다는 듯이 웃어댔다.
“뭐가 웃기죠?”
“상황 파악 못 하고 계속 이렇게 건방지게 나오는 게 어이가 없네.”
GOD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완전히 지웠다.
“warrior를 믿고 이렇게 계속 설치는 건가?”
“흥. 어디서 같잖은 놈이 나타났는지 모르겠군. 당신들은 자신을 GOD이라고 칭하는 이 미친놈한테 붙어서 뭣들 하는 거요? 한심한 줄이나 아시오!”
에이든은 방 안에 모인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전혀 먹히지 않은 듯 보였다.
“대통령. GOD은 당신이 그렇게 믿고 있는 warrior를 위기에 빠트린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썩은 동아줄 그만 잡고 냉큼 우리에게 붙으시오. 마지막 기회요.”
올리버의 말에 에이든 대통령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이렇게 말은 강하게 하지만 계속해서 나를 회유하려 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미 미국 수뇌부는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은 사람들이다.
만약 이들이 억지로 나를 끌어내린다면 민심은 더 이들에게서 돌아설 것이다.
계속해서 패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나다.
이런 이유로 에이든 대통령은 여전히 그들에게 자신 있게 나올 수 있었다.
“협조하지 않는다면 어쩔 거요?”
“흥!”
에이든의 말에 모든 사람이 코웃음을 쳤다.
GOD은 점점 그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통령. 내가 이렇게 당신에게 얼굴은 공개한 이유는 이 방에서 결딴을 내겠다는 거요. 당신이 우리 편이 아니라면 없애버릴 수밖에.”
“하하하. 허세는!”
에이든은 한껏 비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당신들이 나를 끌어내리고도 일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국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미 당신들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마당에 정권교체까지 자행한다? 한국과의 전쟁보다 내란이 더 먼저 일어난 판이야.”
“당신이 뭐 대단한 존재라도 된다고 착각하고 있나 보오? 당신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것은 일도 아닌데 말이야.”
“어떻게 말이지?”
“당신이 그냥 대통령이 된 게 아닐 텐데?”
에이든은 GOD이 대선 때 자신의 캠프가 상대 쪽을 도청한 일을 언급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이 일에 관해 에이든은 자신이 있었다.
현재 warrior가 그와 관련된 비리 기록을 완전히 모두 없애준 상태.
그가 두려워할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소리죠?”
에이든은 의뭉을 떨며 나왔다.
GOD은 같잖다는 듯이 그를 바라봤다.
“나를 완전히 바보 취급하고 있군.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아니. 애초에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당신이 더러운 방법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나?”
GOD의 말에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낄낄대며 웃었다.
“잘 모르겠는데?”
에이든은 계속 시치미를 뗐다.
이것이 한국에게 배운 모르쇠 작전이다.
에이든은 혼자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했다.
“아무래도 직접 보여줘야 그 건방진 주둥이를 못 놀릴 것 같군.”
GOD은 기록을 뒤져서 그와 관련된 비리를 직접 보여줄 심산이었다.
하지만 GOD은 기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에이든은 GOD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을 눈치챘다.
GOD의 창백한 얼굴은 약간 붉은 기가 올라왔다.
그것을 보며 에이든은 혼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뭘 보여주겠다는 거지?”
에이든은 GOD을 도발하며 물었다.
GOD은 깊은 적의를 드러내며 에이든을 노려봤다.
“진작에 수를 써놓았다니…….”
GOD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에이든에 관한 기록이 흔적 하나 없이 너무나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기 때문에 GOD이 여기에 관해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하는 수 없군.”
갑자기 돌발상황이 일어났다.
GOD이 올리버에게서 권총을 빼앗아 에이든을 겨누었다.
다들 GOD의 돌발 행동에 경악하고 말았다.
방 안의 분위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에이든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마는군. 이러고도 네가 무사할 거라 생각하나 보지?”
“아직 나를 잘 겪어보지 못해서 상황 파악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까도 말했다시피 warrior는 내게 안 돼. 이곳은 내가 외부의 개입을 모두 차단한 상태야. 그 녀석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말이지.”
GOD은 약간 흥분된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내가 총을 쏘면 당신은 그냥 아무도 모르게 여기서 죽는 거지. 지금만 해도 봐봐. 당신이 이렇게 곤란한 상황에 있는데 warrior가 아무것도 못 하고 있잖아.”
“…….”
방금 warrior에게 메시지가 오지 않았으면 에이든은 그의 말을 믿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이든 대통령님. 저 warrior입니다. 지금 느낌이 굉장히 이상할 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티 내지 말고 그냥 듣기만 하십시오.]
갑자기 머릿속에서 말소리가 들려와서 에이든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침착함과 포커페이스로 아무렇지 않은 듯 있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GOD이라는 새끼가 말하는 거 헛소리입니다. 믿지 마십시오. 지금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도 저 자식은 모르고 있는 상태니까요.]
에이든은 warrior의 그 말에 굉장히 마음이 놓였다.
솔직하게 그가 떨고 있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에이든 대통령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십시오. 저놈들은 대통령님을 절대 건들지 못할 것입니다.]
에이든은 GOD을 쳐다봤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에이든만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대통령. 내 인내심 테스트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warrior 편에 붙어서 의미 없이 허무하게 죽을 건지, 아니면 나한테 붙어서 목숨을 연명할 건지 지금 확실하게 정해.”
GOD은 에이든을 죽일 듯이 째려보며 말했다.
에이든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웃어?”
GOD은 대통령의 반응에 격분하기 시작했다.
“어이. 자칭 GOD이라고 하는 애송이. 나는 이 머저리 같은 놈들처럼 너같이 하찮은 녀석에게 안 붙는다. warrior가 친히 너를 응징해 줄 거다.”
“마지막까지 그딴 버러지 같은 놈에게 붙다니. 어리석군. 그렇게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어쩔 수 없지. 그냥 죽을 수밖에.”
그렇게 말하고 나서 GOD은 에이든을 겨누고 있던 총의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탕-!
결국 총알이 발사되고 말았다.
지잉-!
그렇게 에이든이 총에 맞아 암살당하고 말 절체절명의 순간에 갑자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쨍그랑-!
총알이 명중한 것은 에이든이 아니라 그의 뒤에 있었던 꽃병이었다.
에이든 대통령은 이미 그들 앞에서 사라져버리고 난 후였다.
“아니!!!!!”
“뭐, 뭐야?!!!!”
에이든 대통령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다들 경악하며 사색이 되었다.
“…….”
다른 사람들만큼은 아니어도 GOD 또한 많이 놀란 것처럼 보였다.
그는 warrior가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까지 순간 이동하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warrior…….”
GOD은 굉장히 분해하며 권총을 내려놓았다.
***
“흐핫!”
갑자기 장소가 이동되자 에이든은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그는 이질감을 느꼈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속도 매스꺼웠다.
“하아……. 하아…….”
에이든 대통령은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처음 경험해봐서 그러는 겁니다.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안심하십시오.”
나는 힘들어하고 있는 에이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했다.
“warrior!”
에이든은 내 얼굴을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표정 변화가 없고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저런 표정을 지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여긴 어디지요?”
에이든은 주위를 둘러보고 신기해하며 물었다.
“제가 대통령님을 제집으로 이동시킨 겁니다. 아마 여기보다 더 안전한 곳은 이 지구상에 없을 겁니다.”
“그러면 여기가 지금……. 한국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오 마이 갓…….”
찰진 영어 발음에 나는 그만 피식하고 말았다.
에이든 대통령은 도저히 안 믿기는지 놀라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게 가능한 겁니까?”
“가능하니까 대통령께서 여기 계시겠죠?”
나는 그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에이든 대통령은 황당하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뭐, 원래부터 쓸 수 있던 것은 아니고 최근에 연구하다가 얻게 된 능력입니다.”
“이제껏 NASA나 국방부에서 극비 프로젝트로 유능한 과학자들을 싹 다 모아 순간이동에 관해 연구해왔지만 진도를 전혀 못 나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당신은 혼자 연구해서 그 능력을 얻었다고요?”
“저 warrior잖아요.”
“…….”
당연하다는 내 태도에 에이든 대통령은 다시 할 말을 잃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다른 사람을 순간이동 시켜보는 것은 대통령님께 처음 제대로 사용해봅니다.”
“그 말인즉슨 하마터면 제가 죽을뻔했을 수도 있었다는 소리입니까?”
“뭐… 그럴 수도 있었겠죠.”
순간 대통령의 눈빛에 분노가 서리는 게 보였다.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바로 그만두기로 했다.
“농담입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가 지켜준다고 약속한 이상 대통령님을 절대 그냥 내버려 둘 일은 없을 테니까요. 직접 그곳으로 이동해서라도 막았을 겁니다.”
내 해명에 다시 대통령의 표정이 누그러뜨려졌다.
“대체 그 GOD이라는 놈은 누구입니까?”
“좋은 질문입니다. 최근에 제가 운이 좋게 그놈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거든요.”
나는 대통령을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그러면 그놈이 누구인지에 대해 이제 밝혀보도록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