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드러나는 진실들 (3)
경찰서에 와서 조사를 받으려는 데 그때 문리버에서 내가 박철우에게 당하고 있었는데도 방관하고 있던 놈이 보였다.
그는 와서 우리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새끼를 보자 분노가 맹렬하게 솟구쳤다.
어이없게도 이 새끼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 본 사람처럼 대했다.
나는 이 얼굴이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는데 말이다.
그날 내가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이놈은 보고만 있었고 그 일은 아무런 이슈도 되지 않았다.
만약 내게 디오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세상을 하직했을 거고 쥐도 새도 모르게 그렇게 지나갔겠지······
경찰에게까지 버림받았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는가?
진짜 엿 같으니까 경험하지 않기를 빈다.
근데 지금 지가연이 그 거지 같은 경험을 할 처지에 놓여있었다.
녀석이 어떻게 나오나 벼르고 있었는데 역시나 지가연에게 협조할 마음이 없어 보이고 영양가 없는 말과 태도로 일관했다.
저 뻔뻔한 철면피가 무너지는 것을 보지 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디오!’
[네.]
‘이 새끼들. 비리 다 캐서 증거자료들 좀 찾아봐.’
[찾았습니다. 양기택 쪽에서 아주 잘 정리해놨습니다.]
디오는 재밌는 말을 전했다.
‘하! 양기택 쪽에서?’
[약점으로 잡으려고 준비한 겁니다. 철저히 계획적으로 만든 자료입니다. 한편 경찰들 쪽은 이 사실은 전혀 모르는 상황입니다.]
‘경찰이라는 놈들이 아주 범죄자 새끼에게 잘들 놀아나고 있네. 진짜 이 병신 같은 놈들.’
갑자기 내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참에 경찰들을 내 부하로 만들 겸 경찰과 양기택 이 둘 사이에 이간질 좀 놓아야겠다. 당장 그 자료들 저 녀석들한테 모두 보내 줘.’
[네.]
메시지를 보며 놀라는 녀석들의 표정이 아주 가관이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벌벌 떠는 모습이란.
이 자료로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나 잘리고 연금 잃을 거 생각하니 아주 똥줄 제대로 탈 거다.
문리버에서 나를 버렸던 녀석 또한 충격받은 얼굴이다.
난 이어서 연타로 녀석에게 내 정체를 밝혔다.
녀석의 얼굴은 이제 아예 사색이 되어 새하얗게 질렸다.
어때?
아주 정신을 못 차리겠지?
이 버러지 같은 놈아.
“다, 당신! 어떻게······”
“어떻게 살아 있냐고? 그러게······내가 목숨이 질기네.”
녀석은 침을 꼴깍 삼켰다.
“대체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네. 뭔가 다른 사람이랑 나를 착각하고 있는 듯한데 난 당신 모릅니다.”
“하하하하하.”
나는 실소했다.
“진짜 미치겠다. 어이 조지호 씨. 못 알아보는 척하려면 뻔뻔하게 계속 그렇게 나가던가. 아까 이미 그런 반응을 해 놓고서는 이제 와서 무슨 시치미를 떼고 있는 거야?”
“당신······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지?”
“병신아! 네 옷에 명찰 달려 있잖아.”
“아······”
녀석은 민망한지 헛기침을 해댔다.
“다 알고 있으니까 어설프게 거짓말할 생각 하지 마. 방금 받은 메시지 그거 내가 보낸 거니까.”
“뭐라고?!!! 당신 대체······”
조지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덕분에 내가 많이 곤란할 뻔했어. 그냥 그대로 가버리다니 너무한 거 아니야?”
“당신이 장난친 줄 알았습니다. 그때 경비는 저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거든요.”
······
지금 장난?
“너 그거 진심으로 말하고 있는 거냐? 확인도 안 해보고 그냥 그렇게 경비 말만 믿었다고? 그리고 그 경비가 너가 보고 있는 앞에서 사람을 팼는데? 그날 사람 하나가 그냥 죽을 뻔했어. 저기 앉아 있는 지가연 씨는 이미 끔찍한 경험을 했고!!! 알아 새꺄?”
“이 사람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어디다 대고 새끼 새끼 거리고 있어?!!!!! 대한민국 경찰이 우스워?!!!”
녀석은 되려 나에게 성을 냈다.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범죄자의 지팡이인데 내가 존중해 줘야 해? 당신 무고한 시민들이 범죄자들에게 놀아나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면서 꼴에 경찰 소리는 듣고 싶은 거야?”
“너!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당신을 포함한 여기 있는 모두가 양기택과 유착 관계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지.”
“······”
그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입술만 움직일 뿐이었다.
“아주 양기택이 제대로 된 향응을 제공했더만. 여러 금품은 물론 골프 대접까지. 다들 신세가 좋으셔. 방금 메시지를 받아서 알겠지만 당신들이 양기택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은 게 다 사진으로 찍혀져 있으니까 이제 와서 발뺌할 생각은 하지 마.”
“너 이거 몰래 찍으면 불법인 거 몰라? 엄연한 초상권 침해야!”
조지호는 내 말에 반박하기 시작했다.
“입은 달려있다고 말하는 거 봐. 하하하하. 진짜 한심하다 한심해. 근데 그거 내가 찍은 거 아니야.”
“뭐?”
“어디서 그 사진들 얻은 건지 알려 줄까?”
나는 그들을 비웃으며 쳐다봤다.
“바로 니들이 그렇게 희망을 걸고 있는 양기택에게서지.”
“!!!!!!!”
경찰들은 내 말에 당황했는지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양기택 그 새끼가 그냥 아무런 조치 없이 그런 것을 제공했을 거 같아? 다들 너무 순진하네. 수틀리면 바로 그 자료들 들이대면서 약점 잡으려고 다 미리부터 계획한 거야.”
“그, 그런······”
경찰들은 현실 부정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너희들과 문리버를 이어준 그 브로커 말이야. 너희들 설마 그 사람을 신뢰하고 있는 건 아니지?”
“······너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조지호는 매우 불안해하며 내게 물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그 브로커 사실 은퇴한 경찰이잖아. 양기택이 그놈을 데려다가 이렇게 경찰들과의 유착을 주선하는데 이용하고 있고. 내 말 틀리나?”
“······”
경찰들은 다들 그냥 체념한 듯 조용히 내 말만 듣고 있었다.
“너희들은 그 브로커를 꼴에 선배라고 믿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놈은 너희 편이 아니라 철저히 양기택 쪽 사람이야. 그놈들 밥 먹여주는 사람은 너희가 아니라 양기택이니까 이 멍청한 새끼들아!!!”
나는 그들에게 호통을 쳤다.
“그 브로커 놈이 너희들 정보를 양기택에게 다 팔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이용당하고 있고. 대체 다들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
“······”
다들 묵묵부답한 채로 말없이 있었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다들 있나 보다.
“지금부터 내 말 똑똑히 듣고 잘 생각해서 결정해. 내가 특별히 너희들에게 갱생의 기회를 줄게.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정신 차려서 내가 양기택을 조지는 데 협력해준다면 너희들의 비리는 모두 없던 일로 해주겠어.”
“허풍 떨지 마! 너 따위가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거지? 너 어차피 이 자료들 증거로 못 써. 그리고 인터넷에 올린다고 해도 양 대표가 다 손 써서 삭제시키고 묻히게 만들 건데 무슨 개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쓰레기 조지호는 여전히 한결같았다.
이 새끼는 양심이 없다.
“크크크큭.”
진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웃어? 정곡을 찌르니까 할 말 없어서 그러냐?”
“어이. 조지호. 안 그래도 내가 계속 너 벼르고 있는데 굳이 얻어터지고 싶어서 발악하는구나.”
“뭐 임마?!!! 너 내가 만만해 보여? 그리고 아까부터 어린 놈의 새끼가 어디다 대고 건방지게 반말을 찍찍 뱉고 있어?!!!”
“왜 잘못은 너가 해 놓고 흥분하고 난리야? 일단 이거나 먹고 정신 좀 차려라.”
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조지호는 경찰서가 떠나가도록 비명을 질렀다.
“뭐야?!!”
“지호야!! 왜 그래?!!!”
서에 있던 다른 경찰들은 조지호가 쓰러지며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며 놀랬다.
지가연을 덮쳤던 놈도 그새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그것을 보고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기 시작했다.
“내 전기 공격에 당해서 그래. 저기 저놈도 나한테 이거에 당해서 기절한 거야. 얼마나 충격이 컸으면 맞지도 않았는데 벌벌 떨고 있는 저 모습 좀 봐봐. 진짜 병신 같지? 너희도 전기 통구이 되고 싶지 않으면 개기지 않는 것을 추천할게.”
아무래도 경찰들은 다들 테이저건을 맞아 본 경험이 있어서 전기 공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역시나 내 전기 협박에 다들 섣불리 나서지 못 한다.
나는 그 모습에 코웃음 치며 쓰러져 있는 조지호에게 다가갔다.
“우리 지호는 양 대표에 대한 신뢰가 엄청나네. 마치 자신을 유기한 놈을 여전히 주인이라고 계속 잊지 못하는 강아지 같다랄까. 내가 자료를 보여줬음에도 아직도 버림받았다는 현실을 부정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녀석의 머리를 지그시 밟아 눌러주었다.
“크윽!”
다들 그런 내 모습에 경악했다.
“저, 저게 뭐 하는?!!”
“당신 미쳤어?!! 뭐 하는 거야?!!”
“다들 지금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거 같으니까 이렇게 일깨워 주는 거지. 마지막 기회야. 더 이상 베풀어줄 자비는 없어. 다들 연금 받으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으면 내 쪽으로 붙어. 그러기 싫으면 양기택 쪽에 붙어서 같이 몰락하던가.”
나는 경찰들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부터 3초 준다. 나한테 붙을 사람들은 손 번쩍 들어. 시간 지나면 알짤없다.”
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펴서 그들에게 보여줬다.
“삼! 이!”
숫자 ‘이’를 말할 때 이미 경찰들은 다 손을 든 후였다.
조지호만 빼고.
“일!”
나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마지막 숫자를 외쳤다.
“으윽.”
조지호는 신음하며 힘겹게 손을 들었다.
“오케이. 그러면 지금부터 다들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아! 배신할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난 바로 알 수 있거든. 궁금하면 한번 배신해봐. 처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 말 알아먹었으면 대답 좀?”
“알겠습니다.”
서장은 다른 경찰들을 대표해 대답했다.
그다음 나는 쓰러져 있는 조지호를 쳐다봤다.
“너는?”
“······알겠습니다.”
“좋아. 그러면 일단 잡아온 저 양기택 따까리 놈부터 당장 집어넣어!!!”
***
경찰들 포섭은 순조롭게 끝났다.
일단 공권력이 내 손아귀에 들어온 것은 엄청난 수확이다.
양기택을 무너뜨리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다.
볼일을 다 본 나는 지가연과 함께 경찰서를 나왔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아니에요. 라일 씨 덕분에 저도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것 같아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지가연은 나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
“뭘요. 핸드폰 항상 들고 다니시고 수시로 충전시켜서 전원이 꺼지지 않게 해주세요. 그래야 제가 당신을 보호할 수가 있어요. 습격이 있을 거 같으면 미리 알려드릴게요.”
“네.”
“혹시나 해서 그런 거니까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제가 웬만하면 알아서 다 처리해서 가연 씨에게는 얼씬도 못 하게 할 테니까요. ”
“알겠습니다. 오늘 라일 씨의 힘을 몇 번 보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하하하. 당연한 말씀을.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만.”
“네. 고마워요.”
우리는 작별인사를 마치고 각자의 집으로 갔다.
[라일 님.]
집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디오가 나를 불렀다.
“어. 왜?”
[양기택 쪽에서 계속 라일 님의 주변관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족이나 친구들을 인질로 삼을 생각인가 봅니다. 제가 일단 추적을 막기는 했습니다.]
“양기택 그 양아치 자식. 이제 추잡한 짓을 하려고 하네. 혹시 모르니까 일수에게 접근할 것 같으면 바로 알려줘.”
[네.]
어차피 내 주변 관계라고 해 봤자 일수밖에 없다.
나는 외동에다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고 친구라고는 일수 혼자니까.
진짜 일수에게 손대면 가만 안 둘 거다.
지금 상황에서 내게 가족이 없다는 것은 다행 아닌 다행이랄까?
쓸쓸하긴 하지만 지켜야 하는 존재가 없으니 약점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갑자기 가족 생각을 하니 씁쓸해지고 마음 한쪽이 시리기 시작했다.
누구나 다 그러겠지만 부모님은 내게 너무나 소중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분들을 한 번에 잃어버렸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당시 해외에 계셨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인해 돌아가셨다고 한다.
정말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근데······잠깐!
갑자기 난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결론이 났지만 뭔가 수상하고 이상한 점들이 많았다.
“디오.”
[네.]
“혹시 우리 부모님의 죽음에 대해서 알아봐 줄 수 있어?”
108화. 아마존 전투 (6)
“야. 당장 기름 들고 여기 안으로 들어와.”
나는 무전으로 부하들에게 부탁했다.
“알겠습니다.”
부하들은 이미 몬테레이에서 비슷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바로 실행했다.
잠시 후, 부하들은 기름을 들고 물자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부어라.”
“네!”
녀석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곧바로 돈에다가 기름을 붓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짓이야?”
로드리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다 태워 버리려고.”
“뭐?”
로드리고는 경악하며 물었다.
“너, 너 이게 다 합치면 얼만 줄 알아?”
“디오야, 얼마냐?”
[가치를 다 따지면 500조 원 가까이 될 거 같군요.]
카르텔들 전 재산 합쳐도 중국한테 빼앗은 1조 달러에 훨씬 안 된다.
“1조 달러도 안 되는구먼 뭘.”
“…….”
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로드리고는 기가 찬 듯 나를 바라봤다.
나도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한 내가 새삼 웃기다.
근데 솔직히 사실이다.
저 돈은 내게 그렇게 의미가 없는 돈이다.
“그 돈을 태우면 세계 경제가 난리 날 거야.”
“하!”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세계 경제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1조 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세계 경제가 망했으면 진작에 우리는 다 굶어 죽었겠다.”
물론 어느 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상관없다.
마약 팔고 사람 죽여서 번 돈인데, 그딴 돈이 얼마든 내 알 바 아니다.
그냥 불태워지는 게 낫다.
“다 부었냐?”
로드리고의 개소리는 신경 끄고 나는 할 일이나 하기로 했다.
“네!”
부하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야, 이거 다 합치면 500조 원 가까이 된대. 근데 다 태울 거야. 아깝냐?”
“아닙니다!”
녀석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모두 힘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이 웃겨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하하하.”
나는 재밌어서 한동안 혼자 껄껄댔다.
왜 그렇게 웃음이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정말로 웃겨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엄청난 허무함도 올라왔기 때문이다.
태우면 그냥 다 사라져 버릴 겨우 이 하찮은 것 때문에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없어졌나 싶기도 했다.
“정말 안 아까워?”
“네. 어차피 우리 돈도 아닙니다. 그리고 이딴 더러운 돈은 없어지는 게 낫습니다.”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입 발린 소리인지 아니면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인지 모르겠지만, 드미트리는 힘차게 말했다.
어쨌거나 녀석은 개념이 제대로 박혔다.
“대답 잘했다. 태워라.”
“예!”
부하들은 곧바로 불을 지필 준비를 했다.
“하, 하지 마!”
로드리고는 벌벌 떨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
부하들은 모두 덤덤히 물자 창고에 불을 지폈다.
“안 돼!!!!!!”
엄청 맞아서 떡실신이 되어 있는 와중에 녀석은 포효하며 외쳤다.
녀석은 눈물까지 흘리며 안달이 나 있었다.
“내 평생을 바친 돈이야!!!!! 내 돈!!!!!!”
로드리고는 절규하며 난리였다.
“응. 그 더러운 돈 이제 다 없어지고 있는 거야.”
“으아아아아아!!!!!”
무언가에 홀린 듯 로드리고는 불타고 있는 돈을 향해 달려들었다.
활활 타고 있는 불에 그대로 뛰어든 녀석은 옷에 불이 붙으면서 물자 창고와 함께 같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녀석은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이미 불은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녀석의 옷에 붙어 타오르고 있었다.
“사, 살려줘!!!”
불타는 녀석은 좀비처럼 비틀거리며 내게 다가왔다.
철퍽-!
녀석은 내게 달려들었으나, 그대로 내 몸을 통과해 엎어지고 말았다.
“알아서 죽는구나…….”
“끄어어어어어…….”
녀석은 바닥에 엎어져 엄청난 고통에 몸부림을 쳐댔다.
불길은 녀석들 더 감싸기 시작했고, 시체 타는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역겹네.”
마약왕 로드리고.
내 부모님의 원수이자 희대의 살인귀.
자신의 전 재산과 함께 화려하게 불타는 것이 녀석의 말로였다.
불타고 있는 물자 창고 밖을 나오니 그곳에도 지옥과 같은 풍경이 이어졌다.
곳곳에 시체가 즐비했고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장수진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단검을 든 채 나를 바라봤다.
“다 끝났나요?”
“응…….”
“그렇군요.”
장수진은 많이 지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아……. 이제껏 죽인 사람보다 오늘 죽인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네요.”
수진이는 기가 막히는지 혼자 끌끌 대며 말했다.
“왜? 살인을 많이 해서 찝찝해?”
“그런 시기는 이미 지난 지 오랩니다. 그리고 마약 카르텔 따위에게 그딴 망설임은 사치입니다.”
“하하. 그러냐?”
수진이랑 나는 피식하며 서로를 쳐다봤다.
“동료들의 복수도 이렇게 끝이네요.”
녀석은 이미 마음 정리가 다 끝난 상태인 것 같았다.
“도망친 녀석들은 어떻게 할까요? 꽤 되는 것 같은데.”
“이미 정보 다 풀어놨어. 녀석들에게 당했던 사람들이 알아서 할 거야. 절대 편하게는 못 지낼 거야.”
“그렇군요……. 이로써 라일 님도 부모님의 원수를 다 갚은 건가요?”
“아니지. 아직 멀었어.”
난 분명히 마음먹었다.
부모님의 죽음과 조금이라도 연관되면 다 박살 내기로.
CIA, 미국 금융회사 연합.
그놈들이 마약 카르텔의 배후들이다.
이제 타겟은 그놈들이다.
“야. 아직 쓸 체력 남았냐?”
“좀 더 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수진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요?”
“아직 처리해야 될 건방진 놈들이 남아있거든.”
수진이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어리둥절하며 쳐다봤다.
“미군 특수 부대 놈들 말이야. 금융회사의 사주를 받고 지금 우리를 막겠다고 여기에 와 있어.”
“아…….”
그제야 수진이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나 좀 도와줄래?”
“언제 제가 안 도와준 적 있었나요?”
수진이는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가죠. 녀석들 조지러요.”
“오케이.”
***
부하들은 대충 마무리하고 나와 수진이를 따라왔다.
“야. 더 싸울 수 있지?”
“하하하. 보스. 아직 힘이 넘쳐납니다.”
말한 대로 녀석들은 아직 생기가 넘쳐 흘렸다.
대단한 놈들이다.
진짜 류헤이카이 놈들은 다시 봤다.
드미트리 패밀리 놈들이야 주로 총을 사용해서 체력 소모가 덜 했을 건데, 류헤이카이들은 칼로 싸웠기 때문에 몇 배는 더 힘들었을 거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지쳐 보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싹 풀어서 그런지 활기가 넘쳐흘렀다.
진짜 대단한 체력이다.
“아직도 힘이 남아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하하. 감사합니다.”
별로 칭찬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류헤이카이들은 내 말에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냥 그러고 있으라고 내버려 두었다.
“저기 그대로 있네.”
우리는 특수부대들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녀석들은 아직도 내가 만든 데이터 감옥에서 못 벗어나고 있었다.
몇 번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들 체념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제이슨 대령은 우리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warrior. 대체 뭔 짓을 하고 온 것이냐!”
군인답게 녀석의 목청은 좋았다.
“뭐 하고 왔겠냐? 그놈들을 다 쓸어버리기밖에 더 했겠어?”
“젠장할!!!”
제이슨 대령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졌는지 데이터 감옥을 연거푸 때리기 시작했다.
“자학하지 마. 어차피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warrior…….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해?”
제이슨은 독기 품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응. 무사해도 너무 무사할 것 같은데?”
나는 녀석에게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솔직히 너희에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으니까 이대로 그냥 물러가 준다면 봐줄 생각이 있어. 어때? 뭐 돌아가면 네가 멍청하게 다 불었던 것에 대한 감당은 해야겠지만, 그게 여기서 나에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것 같은데.”
“지옥에나 떨어져라.”
제이슨은 곧바로 나에게 법규를 시원하게 먹였다.
“그래. 역시 그렇게 나와야지.”
이때까지 법규를 날리는 것은 내 몫이었는데 직접 당해보니 기분이 매우 엿 같았다.
아무래도 이놈들 또한 조져버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어떻게 구워삶을까?”
[라일 님!]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던 순간, 갑자기 디오가 다급하게 내게 외쳤다.
이제껏 디오가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야?”
[지금 제게 해킹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뭐……?”
디오에 대한 해킹 시도가 이제껏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끊임없이 있어 왔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디오는 가소롭다는 듯이 그걸 전부 다 막고 있었고 따로 나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디오가 이렇게 굳이 보고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갑자기 해킹이라니 그게 무슨……?”
[모르겠습니다. 이제까지의 해킹과는 결이 다릅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저에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긴장감이 엄습했다.
디오 역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막고는 있는 거지?”
[지금 전력으로 막고 있습니다만 많이 뚫리고 있습니다!]
지잉-!
그 말과 동시에 특수부대들을 가두고 있던 데이터 감옥이 해체되었다.
!!!!!!!
“이런 미친…….”
이건 나랑 디오가 의도한 게 아니었다.
“하하하하. 녀석들. 이제 큰일 났다.”
“warrior 님이 너희를 박살 내 줄 거다.”
부하들은 분위기 파악하지 못한 채 특수부대 놈들에게 이죽대고 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수진이만이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내게 물었다.
“모르겠어……. 갑자기 뭔가가…….”
지잉-!
수진이의 데이터 쉴드가 꺼지기 시작하더니 부하들의 데이터 쉴드도 일제히 꺼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보스. 저희가 너무 싱거울까 봐 이렇게 하는 거예요?”
“장난치지 마세요. 보스 말 잘 들을 테니까요.”
부하들은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었다.
뭔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디오. 무슨 일이야?”
[지금 누가 개입해서 데이터 쉴드를 다 꺼버리고 있습니다.]
…….
그게 가능한 거야?
“무슨 소리야? 지금 이 세계에서 누가 너에게 그럴 수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추적도 안 됩니다. 솔직히 지금 녀석의 공격을 막고 있는 것도 힘듭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1차 버전 때부터 WHR 3위를 기록한 Wolf를 손쉽게 박살 냈던 디오다.
혹시 WHR 1위와 2위가 그런 게 아닐까라고 물으면 그것도 불가능하다.
그놈들이 Wolf보다는 강하긴 해도 여전히 1차 버전의 디오에게 상대가 안 되는 놈들이다.
그런데 지금 디오는 2차 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해 1차 버전보다 훨씬 더 강해진 상태이다.
그런 디오를 대체 누가 이렇게 만든단 말인가?
내 레이더 안에서 그럴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디오야. 혹시나 장난치는 거라면 그만해. 재미없으니까.”
나조차도 이게 디오의 장난이 아니라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라일 님. 지금 저 장난하고 있는 거 아닙니다. 정말로 침투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