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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드러나는 진실들 (2) (12/201)

11화. 드러나는 진실들 (2)

내가 지가연에게 들려준 음성 파일은 그녀가 양기택과 통화한 것들이었다.

따로 그녀가 녹음하지는 않았지만 디오의 능력으로 복구시켜 저장할 수 있었다.

“녀석에게 불리한 것들만 추려냈습니다. 이것을 증거로 녀석을 고소하세요. 그런 다음 녀석의 실체를 밝혀서 문리버가 압수수색 들어가게 해주시면 됩니다.”

“녀석이 분명 다 막을 건데 괜찮을까요? 상대는 포털 사이트 나이스의 대표예요.”

지가연은 여전히 불안해했다.

“상관없어요. 녀석은 절대 못 막습니다. 저를 믿으시고 시키시는 대로 해주시면 분명 그 자식을 망하게 할 수 있습니다. ”

“하아······”

그녀는 고민이 많은지 한숨을 내쉬었다.

보채면 더 악효과일 것 같아서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그녀는 또 한동안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할게요.”

마침내 지가연은 결심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당장 고소할게요. 그 나쁜 자식은 혼 좀 나야 해요.”

그녀는 갑자기 의욕이 불타올랐다.

“그전에 잠깐 할 일이 있는데요······”

나는 그녀에게 지금부터 해야 할 지시사항들을 알려주었다.

***

“방금 그 자식과 헤어졌습니다.”

지가연을 미행하고 있던 사내는 양기택에게 보고했다.

“이제 혼자서 집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집으로 따라가서 처리해. 자살로 위장시켜줘.”

“맡겨주십시오.”

양기택의 지시를 받은 그는 지가연을 따라갔다.

지가연은 집에 도착했다.

그녀는 목이 탔는지 곧장 물을 꺼내 마셨다.

“하아······”

뭔가 그녀는 불안해 보였다.

그녀는 초조해하며 거실을 이리저리 맴돌았다.

그렇게 한동안 거실을 맴돈 그녀는 침실로 들어갔다.

지가연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는 점점 커져 갔다.

집안은 매우 고요해서 그녀의 심장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세수를 하려고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세수를 마친 그녀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가 거울을 봤다.

“!!!!!!!!”

그녀는 거울로 웬 괴한이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너무 놀라면 아무 말도 안 나온다고 했던가.

그녀는 그 말 그대로 입만 뻐끔거리며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지가연 씨. 이만 죽어 줘야겠어.”

“꺄아아아악!!!!”

그제서야 지가연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완전 무방비 상태였고 그 괴한은 그녀에게 접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는 무서움에 눈에 눈물이 맺혔다.

괴한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우스운지 조소를 보냈다.

“걱정 마. 고통 없이 금방 죽여줄 테니까.”

“싫어!!! 싫어!!! 저리 가!!!”

그녀는 질색하며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게 왜 우리 양기택 대표님의 심기를 건드렸어? 그분 말대로 쥐죽은 듯이 살았으면 이럴 일도 없었잖아. 다 너가 명을 재촉한 거야.”

“오케이. 거기까지.”

“!!!!!”

괴한은 갑자기 누가 말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쳐다봤다.

거기에는 이라일이 서 있었다.

짝! 짝! 짝!

이라일은 괴한에게 짧고 단호한 세 박자 박수를 보냈다.

“고마워요. 우리 킬러님. 이거 기대 이상의 수확이네. 아주 정확하게 양기택 대표라고 말해버려서 둘러댈 핑계도 없겠어.”

“너, 너! 너가 어째서 여기에?!!!!”

“뭔 그런 전형적인 삼류 조연 대사나 하고 자빠졌어? 너가 양기택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녹음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지. 아주 신이 나서 다 말하더만. 함정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멍청한 놈.”

“너 이 새끼!!!!!”

“욕 하지 말고 경찰 아저씨들 올 때까지 잠시 기절해 있어.”

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아악!!!”

괴한은 심한 전기 충격으로 인해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는 온몸을 비틀어대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결국 그 괴한은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눈에 흰자가 드러난 채로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이 매우 추했다.

뭔가 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휴. 얘 설마 지린 거야? 가지가지 한다.”

나는 혀를 끌끌 차며 코를 막고 그 괴한한테 다가갔다.

그의 귀를 보니 무전하는 장치가 달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빼내서 착용했다.

“기택아. 뭘 그렇게 응큼하게 몰래 듣고 있어? 별 장비를 다 갖추고 있구나. 무전기 좋네.”

“······”

“기택아 너 듣고 있는 거 다 안다. 그냥 나와라.”

“이라일······”

양기택은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얼핏 차분해 보이는 목소리였지만 당황한 티가 났다.

“기택아. 안 그래도 내가 조만간 너에게 전화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겼네?”

“네 놈 정체가 뭐냐?”

“너에게 지옥을 맛보게 해줄 사람이지.”

“······주제를 모르고 까부는군.”

“기택아. 주제는 너가 모르고 있지. 싹싹 빌어도 봐줄까 말까인데 말이야. 근데 빌지는 마. 안 봐줄 테니까.”

“푸하하하하하.”

양기택은 갑자기 포복절도했다.

“우리 기택이 실성했어? 왜 갑자기 웃어대? 나락 갈 거 생각하니까 좋아 죽겠어?”

“이라일. 이거 진짜 골 때리는 놈이네. 목숨이 여러 개인가 봐? 아주 죽고 싶어 환장했어. 너 내가 누군지 모르니?”

“아주 잘 알지. 나이스의 대표이자 겸업으로 문리버를 운영하시는 우리 양기택 씨.”

나는 이제 비꼬는 투는 그만두고 무게를 잡고 말했다.

“양기택. 잘 들어. 정석한, 강기석에 이어서 곧 네 차례야. 내가 네 인생 종치게 만들어 줄 테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

“흥! 무운을 빌지.”

“응. ㅈ까!”

나는 무전기를 바닥에 떨군 다음 발로 밟아 부수어 버렸다.

지가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선전 포고한 거예요.”

“이라일 씨. 당신 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아까 듣지 않았어요? 양기택 조질 사람이라고요.”

“이 남자는 어떻게 쓰러뜨린 건데요? 아무것도 안 하고 쳐다보기만 했잖아요.”

“설명하기 좀 그러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합시다. 그나저나 지시한 대로 아주 잘 해주셨어요. 덕분에 좋은 증거를 얻었어요.”

카페에서 나는 미리 지가연에게 양기택이 미행이 붙였고 집에 가서 그녀를 해할 계획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내가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 증거 좀 얻게 좀만 장단 맞춰주라고 했더니 그녀는 그러겠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쉽지 않았을 테다.

아까 눈물까지 흘리며 비명 질렀던 거랑 저렇게 아직까지 죽을상인 거 보면 분명 감당하기 힘들었을 거다.

그래도 용기 있게 잘 해내 준 덕에 얻은 게 많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에요.”

“앞으로 그럴 일 없게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그러니까 이제 경찰에 신고 좀 해줄래요? 여기가 제 집도 아닌데 제가 신고하기는 좀 그러잖아요.”

“······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112에 신고했다.

경찰들은 금방 왔다.

그들은 기절해 있는 괴한을 보며 황당해했다.

“범인이······기절해 있군요.”

“다행히 같이 있던 친구가 도와줘서요······”

지가연은 나를 가리키며 대충 둘러댔다.

“하하. 이 자식 똥까지 싸버렸네.”

똥 냄새 때문에 경찰들은 인상을 쓰며 그 괴한을 일으켜 끌고 갔다.

“당신들도 조사가 필요하니 같이 서로 갑시다.”

“네. 그러죠.”

***

“그러니까 저 사람이 갑자기 집에 쳐들어와서 당신을 덮쳤고 저 남자가 당신을 도와준 거네요.”

우리를 조사하며 타자를 치던 경찰은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줬다.

“그렇게 된 거죠.”

지가연은 거기에 맞장구쳤다.

“이봐 맞아?”

“······”

지가연을 덮쳤던 놈은 경찰의 물음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녀석은 초탈한 것처럼 그냥 그렇게 넋 놓고 있었다.

“새끼. 왜 대답이 없어? 묵비권이야 뭐야? 이래 봤자 너만 불리해져.”

“······”

“맘대로 해라.”

녀석이 계속 말이 없자 경찰도 그냥 포기하고 더는 묻지 않았다.

“쟤한테 물어볼 것도 없어요. 이거 한번 들어보세요.”

나는 지가연의 집에서 녹음한 것을 들려줬다.

물론 뒤 내용은 싹 빼고 딱 놈이 지가연에게만 말한 것만 편집했다.

녹음 파일에서 양기택의 이름이 거론되자 경찰들은 흠칫 놀란 눈치였다.

경찰서에는 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서장처럼 보이는 사람은 아예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허허.

이놈들 봐라.

난 그 상황을 좀 더 휘젓고 싶은 욕구가 솟았다.

“방금 들으신 대로 저 남자 포털 사이트 나이스의 대표 양기택의 의뢰로 이런 짓을 벌였어요.”

“흠흠······”

내 앞에서 타자를 치던 경찰은 헛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양기택이라는 사람이 그 나이스의 양 대표만 있는 것은 아니라 동명이인일 수도 있잖아요. 왜 그렇게 단정짓고 이야기를 하시······”

“나이스의 양 대표 맞아요.”

지가연은 경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예?!!”

“양 대표 맞다고요. 제가 그랑 사귀는 사이였어요.”

“아니. 나이도 어리신 거 같은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여기요.”

지가연은 경찰들에게 휴대폰을 들이 내밀었다.

거기에는 지가연이 양기택과 다정하게 찍은 사진들이 있었다.

“이게 대체······양 대표가 왜 거기에?”

서장은 그 사진을 보고 놀랐다.

“제가 여자친구였다니까요? 제가 그 녀석의 비리를 다 밝히겠다고 하니까 앙심을 품고 저를 죽이려 한 거예요.”

“······”

경찰들은 지가연의 말을 듣고 자기들끼리 눈빛을 주고받으며 난리였다.

“젊은 아가씨가 벌써 노망이 들면 쓰나. 양기택 씨가 당신을 죽이긴 왜 죽여? 과대망상증이 있구먼.”

우리는 조사하던 경찰은 오히려 지가연을 이상하게 몰아갔다.

아주 지랄한다.

지랄해.

“아. 진짜 도저히 못 봐 주겠네.”

“뭐요?”

경찰은 황당해하며 나를 쳐다봤다.

“아주 염병하고 있어요. 아예 그냥 대놓고 양 대표와 유착하고 있다고 선전하지 그래? 진짜 어설프다. 어설퍼. 다 티나 그냥.”

“당신!!! 뭐가 어쩌고 저째?!!!!”

경찰은 발끈하며 나섰다.

“야. 니들 양 대표랑 많이 친한가보다? 양 대표가 무슨 연예인이야? 어떻게 사진 보자마자 한 번에 알아보냐?”

“그건······”

경찰들은 내 말에 당황했다.

“뭐 양기택이 유명인이긴 하니까 백번 양보해서 얼굴 정도는 다들 알 수 있다고 칩시다. 근데 다들 한가하신가 봐. 왜 모두 여기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요? 아주 서장까지 친히 오시고. 뇌물 받아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나? 일 대충 해도 먹고 살만 하신가 보지?”

“이 사람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경찰은 흥분해서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당신 이러다가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하는 수가 있어!!!”

“푸하하하하하.”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공무집행방해?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거야?”

나는 그를 비웃으며 쳐다봤다.

띵동!

그때 사방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메시지 온 것 같은데 확인해보세요.”

경찰은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핸드폰을 꺼내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경악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저씨.”

나는 코웃음 치며 그를 불렀다.

“나 기억 안 나?”

“뭐요?”

경찰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와······진짜 못 알아봐? 너무한 거 아니야? 이거 너무 섭섭한데?”

“당신이 대체 누군데?”

“누구긴. 그때 문리버로 당신을 안내했던 사람이지.”

“뭐?!!!”

106화. 아마존 전투 (4)

[미국 특수부대들이 여기에 도착했습니다.]

“……정말 다들 가지가지 하네.”

[앞으로 십 분 내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 것입니다.]

“오케이.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부하들에게 공지를 시작했다.

“지금 미국 특수부대들이 여기에 도착했다고 한다. 너희들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카르텔 놈들이나 없애라. 그놈들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예!”

“네! 알겠습니다.”

드미트리와 류헤이가 힘차게 대답했다.

“수진아. 나 대신 지휘 좀 하고 있어. 잠시 다녀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수진이에게 일을 맡긴 후 나는 아까 우리가 들어왔던 정글 입구 쪽으로 갔다.

디오 말대로 멀리서 특수부대원들이 이리로 오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나 되냐? 약간 많은 것 같은데?”

[300명입니다.]

“……300명이나? 이런 미친놈들.”

분대 규모일 줄 알았는데 중대 규모를 이끌고 오다니.

이 녀석들 진심인가 보다.

나는 팔짱을 끼며 녀석들이 여기로 오는 것을 기다렸다.

“어이!”

어느 정도 가까이 오자 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녀석들을 맞이했다.

반갑게 맞이한 나와는 달리 녀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당신이 warrior입니까?”

딱 봐도 대장 같은 놈이 와서 내게 물었다.

[제이슨 대령입니다.]

디오는 바로 관등성명을 알려주었다.

“응. 그렇다. 제이슨 대령.”

나는 그에게 방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녀석은 경계하며 내 악수를 받았다.

“여긴 어쩐 일이신가?”

다 알고 있었지만, 녀석이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마약 카르텔을 처리하기 위해서이죠. 민간인인 당신은 이제 그만 물러나시죠. 그건 전문가인 저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크, 크큭!”

최대한 진지하게 나오려고 했으나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꽤 괜찮은 명목이긴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피해자 한 명 없이 몬테레이 카르텔을 박살 냈는데, 같이 처리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우리가 도움이 됐으면 됐지 방해되지는 않을 거니까.”

“…….”

적당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는지 녀석은 입술만 비죽여댔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인마.”

“…뭐요?”

제이슨은 불쾌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아니야. 됐고, 같이 싸우자고.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당신 같은 민간인이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희 같은 전문 전투원에게 맡기십시오.”

“아까 말했잖아. 피해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솔직히 너희들보다는 우리가 백배는 더 나은 것 같은데?”

“……계속 이런 식으로 비협조적이라면 저희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드디어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약 카르텔을 잡으러 온 거야. 우리를 잡으러 온 거야?”

나는 한껏 비아냥거리며 녀석을 자극했다.

“당신이 지시에 따르지 않으니, 우리는 당신들을 진압할 수밖에 없소.”

“크하하하하하하.”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만 침까지 튀겨가며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야. 진짜 어이가 없네. 백번 양보해서 여기가 미국이라면 네 말이 조금이라도 설득력이 있겠지만, 여기는 멕시코야. 너희 미국인들이 뭔데 난리인데?”

“마약 카르텔은 미국과 많은 관련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이만하시고 물러나시죠.”

제이슨은 참을 때까지 참은 것처럼 보였다.

참 웃기다.

지가 이 상황에서 뭔데 참고 있어…….

녀석의 태도에 나도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싫어.”

탈칵-!

녀석은 총을 꺼내 나를 조준했고, 뒤따라 그의 뒤에 있는 부하들도 나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코웃음을 쳤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나에게 이렇게 총을 겨눠? 이래도 되는 거야?”

“당신 따위는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습니다.”

“진짜 어이가 없네? 같이 없애면 좋잖아. 설마 너희……. 사실은 마약 카르텔을 도우려고 하는 거 아냐?”

나는 대놓고 녀석들에게 물어봤다.

“눈치 챘으면 당장 꺼지시지.”

드디어 제이슨은 더러운 속내를 드러냈다.

“제이슨. 당신 이러고도 부끄럽지 않아? 군인으로서 자긍심은 있는 거야?”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네가 금융회사 연합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거지. 넌 선을 넘어버렸어.”

“……선을 넘었다고?”

얼토당토않은 말에 저절로 인상이 써졌다.

“그래. 정도껏 했어야지, 너무 설치고 다녔다. 마약 카르텔은 필요악이다. 녀석들이 있어야 미국 경제가 돌아간다는 말이다. 그걸 감히 네가 막겠다니.”

이 미친놈은 자기가 완전히 우위에 섰다고 생각했는지 아주 다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크흐흐흐흐. 이 엄청난 걸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도 되는 거야?”

“어차피 너는 여기에서 우리에게 죽을 예정이다.”

“크큭. 그래? 근데 잠시 인터넷 좀 확인해 볼래?”

제이슨은 그 말에 불안해했다.

“너……. 설마!”

“우리나라 말에 ‘설마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런 상황에 딱 어울리는 말이지.”

제이슨은 바로 핸드폰을 켜서 인터넷을 확인했다.

“너 이 개자식!”

제이슨은 분노하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진짜 바보들이다.

“이건 내가 warrior 활동 초창기에 써먹던 수법인데 보기 좋게 걸려드는구나? 아주 신나서 다 말하는 꼴이 우습다. 금융회사 놈들까지 같이 언급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 망할 자식…….”

제이슨은 살기를 드러내며 나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제이슨. 넌 이제 인생 망했다.”

“난 혼자 안 죽어. 같이 죽자 이 자식아.”

제이슨은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투두두두두두-!

총알은 내 몸을 통과해 그냥 정글을 향해 날아갈 뿐이었다.

“네가 먼저 공격한 거다? 이건 정당방위야.”

탁-!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 즉시 디오는 알아서 미국 특수부대들을 데이터 감옥에 가둬버렸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다들 푸른 패널 상자가 자신들을 감싸자 당황해했다.

“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제이슨은 분노하며 물었다.

“일단은 거기서 대기하고 있어. 너희들은 마약 카르텔들 정리하고 나서 상대해줄 테니까.”

“이 개자식아!!!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쾅-! 쾅-!

제이슨은 개머리판으로 열심히 데이터 감옥을 내려쳤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짓이었다.

“폭탄도 막을 정도로 단단한 벽이야. 고작 그 정도의 타격으로 그게 부서지겠냐?”

나는 녀석을 비웃으며 법규를 날려주었다.

“당장 열어!!!”

녀석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벽을 쳐댔다.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게 더 나을 거야. 그거 열면 넌 바로 죽을 테니까. 거기서 조용히 죽을 준비나 하고 있어.”

특수부대원들은 그렇게 내버려 두고 나는 다시 마약 카르텔들을 상대하러 갔다.

천천히 즐기면서 상대하려고 했는데 좀 더 템포를 빨리해야겠다.

“장수진!”

“네!”

“지금부터는 장난하지 말고 빠르게 처리하자.”

“알겠습니다.”

장수진은 바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나도 거들어서 카르텔 놈들을 빠르게 없애기로 했다.

“디오!”

[네.]

“전기 방화벽 아직 쓸 수 있어?”

300명이나 가두고 있는 중이라 왠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약간은 가능합니다. 5명까지 동시에 지지기는 가능하겠네요.]

“오케이. 그 정도면 충분해. 그러면 보이는 족족 그냥 다 전기로 지져.”

[알겠습니다.]

디오는 부지런히 전기로 적들을 지져나갔고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계속 메아리쳤다.

부하들도 열심히 총을 쏴대며 적들을 다 뚫어버렸다.

사실 이건 전투가 아니라 일방적인 학살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warrior!!!!”

갑자기 나를 향해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로드리고와 아이들이었다.

녀석들은 데이터 쉴드를 두르고 패기 넘치게 나왔다.

“하, 하핫!”

그 꼴이 우스워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야-. 계속 끝까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겁쟁이가 어떻게 이렇게 벌써 나왔데?”

“흥! 이 마약왕 로드리고가 겁쟁이라고? 어이가 없군.”

“겁쟁이가 아니라면 빨리 죽고 싶어서 안달 난 미친놈인가?”

“하하하. 정말 나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나온 놈은 네가 처음이다. 그 패기만큼은 내가 인정한다.”

로드리고는 건방지게 나를 가소롭다는 듯이 대했다.

“너 설마 그 데이터 쉴드 믿고 깝치는 거냐?”

“하! 네가 대단하긴 한지 꽤 좋은 걸 만들었더군. 그런데 관리도 제대로 했어야지.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니까 이 좋은 걸 우리에게 뺏기고 말았잖아.”

녀석은 이렇게 나오면 나에게 정신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을 줄 알고 놀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그거 가져가니까 그렇게 좋아?”

“크하하하하. 좋다 뿐이겠느냐. 당황하고 있을 너를 생각하니 너무나 고소했단다. 아가야.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짠하기 그지없구나.”

로드리고 녀석은 혼자 제대로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

“크흐흐흐. 로드리고. 너 정말로 내가 그걸 너에게 빼앗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뭐?”

녀석은 약간 불안해하며 물었다.

“그걸 가져가는 게 너무 쉽지 않았어? 설마 정말로 내가 방심하고 있어서 그런 거로 생각했던 거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여유로워 보였던 로드리고는 드디어 수상한 기색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표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그거 일부러 준 거야.”

“…….”

로드리고는 내 말에 웃음기가 아예 싹 사라져 버렸다.

“크하하하하하하.”

그러길 잠시 녀석은 다시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이게 어디서 허세를 부려. 나대지 마라. 네가 이것을 그냥 우리에게 줬다고?”

“응.”

“하! 이게 가짜라도 된다면 그게 말이 되겠지만, 우리가 미리 이걸 시험해보지 않았을 것 같으냐? 정말 모든 것을 다 막아주더군. 어설픈 연기 그만해라. 이 애송아.”

“말이 안 통하네. 그냥 그렇게 믿고 있어라.”

나는 녀석에게 총을 겨누었다.

“하하하하. 뭐 하는 거냐?”

“너를 쏘려고.”

“오냐. 어디 한번 쏴 봐라.”

로드리고 녀석은 완전히 데이터 쉴드를 믿고 있었다.

사실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긴 했다.

알아서 고목 나무처럼 타겟이 되어 주니 나로서는 땡큐였다.

나는 군대에서 사격 훈련을 할 때를 떠올리며 녀석을 조준했다.

녀석이 조준점에 들어오자 나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총알은 바람을 가르고 나가며 로드리고에게 날아갔다.

“크윽!”

로드리고는 다친 어깨를 매만지며 쓰러졌다.

아쉽게도 빗나가고 말았다.

“칫! K2가 아니라 쏘기가 힘드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데이터 쉴드가 갑자기 비활성화되자 로드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왔다.

“너 바보냐? 그걸 내가 만들었는데 당연히 내가 통제할 수 있다고는 왜 생각을 못 해?”

“그, 그런……!”

“너희는 그냥 끝났어. 순순히 죽음을 맞이해라.”

나는 다시 로드리고를 총으로 겨누었다.

107화. 아마존 전투 (5)

탕-! 탕-!

“크핫!”

로드리고는 옆으로 몸을 던져 내 공격을 피했다.

이 녀석.

재빠르기는 하다.

데이터 쉴드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는지 로드리고 패밀리 녀석들의 표정이 볼만하다.

다들 절망에 빠져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거였다.

자신만만해하며 개기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

정말 우습기 그지없다.

호기롭게 나왔던 로드리고 패밀리들은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병신 같은 놈들…….”

굳이 뒤쫓아가지는 않았다.

어차피 저 녀석들은 물자 창고를 못 버린다.

차근차근해치워 가며 물자 창고로 향하면 된다.

“애들아.”

“네!”

부하들의 목소리는 매우 들떠 있었다.

오늘 제한을 풀어주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아주 제대로 휩쓸고 다니는가 보다.

이 정도면 그동안 쌓였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고도 남았겠다.

“목소리를 들으니 매우 즐거워하는 거 같은데?”

“하하하하하. 정말 최고입니다.”

드미트리는 애처럼 해맑게 말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고 살았나 싶다.

“류헤이는 왜 대답이 없어?”

“그 녀석은 칼질하느라 정신없습니다.”

…….

정말 못 말리는 놈들이다.

“적당히 마무리하고 내가 있는 쪽으로 다 모여.”

“네!”

30분 후.

부하들이 전부 모였다.

꼴을 보니 가관이었다.

드미트리야 총으로 계속 싸워서 그런가 깔끔했지만, 류헤이카이 쪽은 칼을 사용해서 피가 범벅이었다.

다행히 데이터 쉴드에 눌어붙은 거라 아마존강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깨끗해질 것 같긴 했다.

디오가 계산한 결과 적의 3분의 1이 없어진 걸로 추정됐다.

녀석들은 게릴라전으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두 창고에 모여 결사 항쟁을 벌일 계획인 것 같았다.

“할 만하냐?”

“너무 재밌는데요?”

이 녀석들 제대로 물 만난 물고기다.

완전히 즐기고 있다.

아마존 와서 고생할까 봐 걱정했던 내가 바보다.

“그래……. 좋네.”

혼자 끌끌 대며 혀를 찼다.

“현재 적들은 현물화한 재산을 모아 둔 물자 창고에 모여 거기서 마지막 전투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하하하하하. 바보들.”

“그래봤자. 소용없지.”

부하들은 마약 카르텔들의 조치를 비웃었다.

이 녀석들은 이제 완전히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 녀석들 내가 데이터 쉴드를 압수해버리면 괴리감을 크게 느낄 것 같다.

한번 장난삼아 그래 볼까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카르텔 녀석들 빨리 처리하고 미군 애들 상대해야 해서 그만두기로 했다.

“몸이 근질근질하지? 처리하게 좋게 다 한데 모여 있으니까 거기 가서 또 즐기자고.”

“예. 좋습니다!”

부하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였다.

이렇게 하니까 내가 다 무서울 정도였다.

홍일점인 장수진 혼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거 그냥 살육에 미친 놈들 아니에요?”

수진이는 걱정되는 듯이 물었다.

“이번만 내버려 둬. 마약 카르텔들 다 잡고 나면 제재시킬 거니까 걱정 마.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하면 마약 카르텔 놈들은 이렇게 당해도 싸잖아. 녀석들이 한 짓에 비하면 사실 이건 굉장히 신사적이라고.”

“그렇긴 하죠…….”

수진이도 인정하며 말했다.

“이제 복수가 코앞이야.”

“그렇네요. 끝나면 엄청 후련할 것 같아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수진이랑 나는 서로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갑시다. 마무리하러.”

“좋지.”

나는 원주민을 불렀다.

들어보니 그 원주민의 동네가 현재 녀석들의 물자 창고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원주민은 당연히 거기로 가는 길에 빠삭했다.

그 멍청한 녀석들이 우리 쪽에서 아는 곳에 집합해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안내해주십시오. 당신들의 마을을 찾아드리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원주민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사람도 많은 감정이 들 것이다.

우리는 원주민의 안내에 따라 물자 창고로 향했다.

가는 길에 게릴라 공격이 간간이 있었으나 그런 잔챙이들은 알아서 부하들이 손쉽게 처리해나갔다.

우리는 물자 창고에 도착했다.

“하, 하핫.”

거기서 대기하고 있는 카르텔 녀석들을 보는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녀석들의 얼굴이 굉장히 비장했기 때문이다.

하기야 이놈들 입장에서는 지금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거다.

카르텔 녀석들은 모두 바짝 긴장한 채로 두려움에 떨며 우리를 바라봤다.

응.

하나도 안 불쌍해.

“애들아. 죽을 준비 잘 되어 있어?”

“…….”

친근하게 물어봐 줬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잘 안 되어 있나 봐?”

딸칵-!

대답 대신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들은 온갖 화기를 다 가져다 놓았다.

“오케이. 죽긴 죽더라도 멋있게 죽고 싶나 보구나? 그건 소원대로 해줄게. 애들아!”

“네!!!”

부하들은 모두 신나서 무슨 소풍 나온 것처럼 싱글벙글한 표정을 지었다.

“죽여.”

내 말과 함께 최후의 교전이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

드미트리 패밀리 녀석들은 뒤에서 총을 요란하게 갈겨댔고 류헤이카이들은 칼을 들고 호기롭게 돌진했다.

“으아아아아아!!!!”

카르텔 연합 녀석들도 가지고 있는 온갖 화기를 다 쏟아부었다.

별 무기가 다 있었다.

바주카에 화염방사기에 기관총에.

몇몇 부하들은 유탄에 맞고 뒤로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뒤로 날아간 부하들은 부상 하나 없이 다시 일어나 카르텔 녀석들을 공격하러 갔다.

“젠장할…….”

류헤이카이들이 자기들 코앞까지 오자 한 카르텔 일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은 이미 체념하고 모든 것을 놓은 듯한 말투였다.

야쿠자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녀석의 목에 칼을 박았다.

또다시 무참한 살육이 시작되었다.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는데도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무릎 꿇고 부하들에게 애처롭게 비는 놈들도 있었다.

그래봤자 소용없다.

빌 거면 진작에 빌었어야지.

“마음 약해지지 마. 인간쓰레기 같은 녀석들이니까.”

“예!”

노파심으로 말했는데 부하들은 애초에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여서 괜히 말한 듯했다.

진짜 독한 놈들이다.

“망할…….”

멀리서 로드리고는 초조해하며 전투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누가 봐도 현재 카르텔 녀석들에게 승산은 없었다.

놈들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녀석은 자기 부하들과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어디로 사라졌다.

“하핫. 놀고 있네.”

난 로드리고를 상대하러 물자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이익-!

안에서 녀석을 기다리는데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역시나 로드리고가 부하들과 함께 이곳으로 들어왔다.

“안녕~.”

나는 환영하며 녀석들을 반겨주었다.

“헉!”

로드리고의 표정은 정말 볼만했다.

마약왕이라는 놈이 너무나도 추하게 놀라 자빠져서 보는 내가 다 민망했다.

“뭘 그렇게 놀래? 뭐 귀신 봤어?”

녀석은 충격이 너무 큰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어버버 거리고만 있었다.

이런 거 보면 차라리 귀신이 더 나으려나?

로드리고는 정신을 못 차리며 벌벌 떨어댔다.

“너, 너가 어떻게 여기에……?”

“다 방법이 있지.”

너는 번거롭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지만 나는 비물질화 데이터로 전환하면 만사 오케이거든.

어차피 녀석은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하니까 속으로만 말했다.

“보고 싶었다. 로드리고. 이렇게 가까이서는 처음 보네?”

“너 이 자식…….”

녀석은 온갖 인상을 다 쓰며 나를 노려봤다.

“다른 카르텔들 꾀어서 여기서 싸우도록 판 벌여 놓고서는 아무래도 안 될 거 같으니까 치사하게 혼자만 돈 챙겨서 빠져나가려는 거야? 진짜 마약왕이라는 칭호가 아깝게 모양 빠진다.”

나는 성질을 돋우면서 녀석에게 이죽댔다.

“아주 끝까지 나를 방해하는군.”

“그럼.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너를 괴롭힐 생각인데 이 정도 가지고 뭘~.”

로드리고는 화가 많이 났는지 씩씩거리며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나는 양어깨를 올리며 으쓱했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이렇게 계속하는지 몰라. 너 그거 왜 쏘는 거야?”

“닥쳐! 이 새끼야.”

탕-! 탕-! 탕-!

로드리고는 악에 받쳐 나에게 권총을 쏴댔다.

하지만 총알만 낭비할 뿐이었다.

“그냥 그걸로 네 머리 쏘는 게 더 나을 거 같아. 나는 안 해봐서 모르는데 머리 쏴서 죽는 게 고통스럽지 않고 편안하게 가는 방법이래.”

“으아아아아!!!”

생각해서 해준 말인데 시원하게 무시당했다.

녀석은 계속해서 내게 총을 쏴댔다.

굳이 고통스럽게 죽고 싶다면 나도 말리지는 않는다.

그게 더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고.

“아까는 멀리 있어서 빗나갔는데 이번 공격은 빗나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 보복을 달게 받길 바란다.”

수진이가 했던 것처럼 나도 으드득 소리를 내며 몸을 풀었다.

로드리고와 부하들은 내가 다가오자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녀석의 부하들은 로드리고를 내버려 두고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개자식들. 비겁하게.”

로드리고는 꼴에 도망가는 부하들은 보며 배신감을 느꼈다.

“다른 카르텔들 배신해 놓고 몰래 여기에 왔으면서 네가 지금 배신감을 느낄 염치가 있냐?”

진짜 어이가 없었다.

인간 말종이라는 표현은 정말 이 녀석에게 너무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끄아아아악!”

물자 창고 출입문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수진이가 도망치는 로드리고의 부하 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보시다시피 부하들 걱정은 하지 마. 우리 장수진 양이 저런 버러지 같은 놈들은 너 대신 알아서 처리해줄 테니까. 너는 나랑 재밌게 놀자.”

내가 더 가까이 가자 로드리고는 품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와. 검도 쓸 줄 알아? 마약왕은 만능인가 보네?”

“죽어!!!!!”

로드리고는 괴성에 가까운 기합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그렇게 해봤자 처맞기밖에 더 하겠어?

녀석은 나에게 시원하게 아구창을 맞았다.

제대로 맞았는지 녀석의 금니가 피와 함께 입에서 빠져나갔다.

“어이구. 너도 나이가 들어서 잇몸이 약한지 이빨이 다 빠져버리네. 이빨 날아가는 거 실제로처음 보는 데 신기하긴 하다 야.”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에 나는 신기해하며 말했다.

녀석은 고통스러운지 눈물도 찔끔 흘리고 있었다.

“아프세요? 눈물도 흘리고? 진짜 불쌍해서 못 봐주겠어.”

“닥쳐!!!!”

녀석은 다시 패기 넘치게 나에게 돌진했다.

퍼억-!

이번에는 옆차기를 가했다.

좀 빗맞아서 찝찝했기 때문에 바로 추가타를 날렸다.

퍼억-!

다시 한번 녀석의 아구창을 날려버렸다.

“커헉!”

제대로 맞았는지 로드리고는 눈이 풀리면서 땅바닥에 자빠졌다.

당연히 내가 여기서 끝낼 리는 없다.

나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 들었다.

“으아아아악!”

녀석은 아픈지 바로 정신을 차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아직 멀었어. 맘대로 기절하지 마.”

퍼억-! 퍼억-!

나는 녀석을 땅에 내동댕이친 다음 연거푸 때리기 시작했다.

“커헉! 컥!”

아까의 그 건방지고 호기롭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 녀석은 힘없이 나에게 처맞고 있었다.

하지만 동정심 따윈 전혀 생기지 않았다.

이제껏 녀석이 어떤 짓거리를 저질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 고작 이 정도로? 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어?”

맞느라 정신없는지 녀석은 내 말이 귀에 안 들어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더 짜증 나서 힘차게 때렸다.

퍼억-! 퍼억-!

“하아……. 하아…….”

격투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지치기 시작했다.

로드리고는 떡실신한 채로 쓰러져 있었다,

“이, 이제……. 그만해.”

녀석은 부들부들 떨며 힘겹게 말했다.

“그래? 그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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