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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드러나는 진실들 (1) (11/201)

10화. 드러나는 진실들 (1)

“그게 대체 뭔 소리야?”

“무슨 국정원 비밀 요원인 마냥 신상정보가 다 막혀있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조회할 수 없었습니다.”

“그 자식 진짜 특수 요원인 거 아니야?”

“또 그러기엔 디씨소프트를 7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요원이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겠습니까? 게임 회사는 야근도 많은데요. 신분을 속이기 위해서였다면 다른 직업을 택했을 겁니다.”

“허허. 진짜 뭐 하는 놈이야?”

양기택은 이라일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첫인상은 잘 기억도 안 난다.

그냥 얼빵한 놈이었다는 것 정도?

양기택은 그 당시 룸에서 다른 일에 집중하느라 이라일에게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도망쳐서 놓쳤다는 소리만 듣긴 했다.

이후에 정석한이 그놈 하나 잡겠다고 삼합회 놈들이랑 러시아 마피아 쪽 애들 좀 섭외해 달라고 했을 때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냥 평범한 일반인 하나 제거하는데 왜 그렇게 오버하냐고 묻자 정석한은 박 실장이랑 다른 경비들이 그놈 잡으러 갔다가 그 꼴이 됐다고 답했다.

사실 깡패 새끼들이야 돈 때문에 서로 배신하고 죽이는 것은 일상다반사여서 그 사건을 그렇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오히려 거기에 의미 부여하는 정석한이 우스웠다.

계속 귀찮게 조르고 의뢰 비용도 자기가 다 부담하겠다고 하길래 일단 알아봐 주긴 했는데, 그때까지도 이라일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웬걸, 이라일을 처리하러 간 놈들이 그만 경찰에 다 붙잡혀 버렸다.

그러는 바람에 양기택도 곤란할 뻔했다.

혹시나 해서 용병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정석한을 거론하는 것으로 계약해서 망정이었다.

만약 용병들이 그의 이름까지 거론했으면 양기택도 하마터면 정석한, 강기석과 같이 구치소에 들어갈 판이었다.

“이라일이라······”

양기택은 왠지 그와 앞으로 계속 얽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러니까 이번에 나를 뒷조사하기 시작한 놈이 양기택 쪽 놈이라는 거지?”

[네. 그리고 최근에 라일 님의 집에 들이닥친 킬러들도 양기택이 정석한에게 주선해 준 놈들입니다.]

“허허허. 양기택 그 새끼도 조져야겠구먼. 아주 손 봐줘야 할 놈들이 많아서 심심하지가 않아.”

나는 투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양기택 그 새끼 잘못한 거 있으면 싹 다 말해봐.”

[조세 포탈, 채용 비리, 언론 기사 조작, 부정청탁, ······]

디오는 계속해서 녀석의 비리를 열거했다.

하도 많아서 어느 정도 듣다가 그만 포기했다.

“야 됐고. 그냥 정리해서 자료로 만들어줘.”

[······알겠습니다.]

“일단 나랑 관련된 것들만 추려서 말해줘 봐.”

[혹시 문리버에서 라일 님께 도움을 요청했던 여성 기억하십니까?]

“당연히 기억하지! 생각해보니까 그 여자 행방을 알아볼 생각을 여태 못하고 있었네.”

[그 여자 양기택의 연인입니다.]

“······”

양기택 70년생 아니야?

그 여자 아무리 많이 봐도 30대 초반이었는데······

“혹시 둘의 나이 차는?”

[23살 차입니다.]

“능력자시네. 띠동갑 거의 두 번 돌뻔했는데 아쉬워.”

[그러게 말입니다.]

디오 이 녀석 이제 리액션까지 해준다.

왠지 나한테 맞춰주려는 것 같은데 영혼이 전혀 없어서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그 여자 어떻게 됐어?!!”

[집에서 은둔생활 중입니다.]

“휴. 아직 살아 있었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했던 것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했을까 봐 불안했었는데 다행이다.

“그때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문리버의 CCTV 영상을 보냈으니 한번 보시죠.]

나는 컴퓨터를 켜서 디오가 보내준 파일을 재생시켰다.

영상은 문리버 복도에 달려 있는 CCTV에서 그날 밤에 녹화한 영상이었다.

그 여성은 비틀거리며 룸에서 나왔고 화장실을 나오고 있는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자가 갑자기 쓰러지자 나는 119에 신고했고 곧바로 박철우에게 저지당했다.

박철우와 부하는 여자를 질질 끌고 가 다시 룸으로 집어넣었고 박철우는 곧장 나를 뒤쫓아갔다.

그때의 일을 이렇게 영상으로 보니 뭔가 속에서 울컥 올라왔다.

기분이 굉장히 더러웠다.

나는 맹렬한 분노를 느끼며 영상을 계속 지켜봤다.

시간이 지나고 룸에 있던 손님들은 차례로 나갔다.

그 뒤 한 직원이 그 여자를 업어 어디론가 끌고 갔다.

다음으로 재생되는 것은 문리버 근처 거리에 설치된 방범용 CCTV로 찍힌 듯했다.

직원은 거리 한쪽 구석에 그녀를 버려둔 채로 유유히 자리를 떴다.

그녀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곳에서 쓰러져 있었다.

“하아······”

그 영상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양기택은 소위 물뽕이라 하는 감마 하이드록시뷰티르산을 그녀에게 먹였습니다. 그리고 기절한 그녀를 그 방에서 돌아가면서 겁탈했죠. 나중에는 저렇게 길바닥에 버려둔 겁니다.]

“진짜 최악이다. 양기택 그 미친놈은 어떻게 자기 연인에게 저럴 수가 있지?”

[양기택과 사귀었던 사람들 중 저렇게 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리고 걔 중에는 자살한 사람도 있습니다.]

“······”

나는 분이 치밀어올라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개자식도 내가 친히 나락으로 떨어뜨려 줘야겠네. 디오!”

[네.]

“저 여자 연락처 좀 알려줄 수 있어?”

[핸드폰 확인해보시죠. 찍혀 있을 겁니다.]

핸드폰을 켜니 이미 번호가 눌러져 있었다.

나는 통화버튼만 누르면 됐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디오 이 녀석은 정말 엄청나다.

이 힘을 만약 나쁜 생각을 품은 사람들이 사용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정말 안되는 게 없다.

나 역시도 이 엄청난 힘을 악용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하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신호음만 계속되고 응답은 없었다.

“역시 안 받나?”

포기하려는 순간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아! 저는 이전에 문리버에서 만났던 사람입니다. 그때 정신이 없어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에게 신고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었는데요.”

“······그런데요?”

“제가 양기택 그놈을 박살내려고 하는데 협조를 구하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제가 요즘 제정신이 아니어서 장난 받아주기가 힘들거든요? 이만 끊겠습니다.”

“저기요. 잠깐만요!”

나는 다급하게 그녀를 제지했다.

“정석한, 강기석 아시죠? 그 룸에 같이 있었던 놈들. 최근에 제가 그놈들을 구속되게 만들었요. 뉴스 보시면 아실 거예요.”

“······”

“전 양기택과 문리버도 몰락시킬 생각이에요. 근데 그러려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부디 협조해 주세요.”

“······”

그녀는 말없이 있었다.

전화를 끊은 것은 아니었다.

간간이 그녀의 숨소리가 들렸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나서 말했다.

“일단 만날 수 있을까요?”

***

나는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조그만 카페로 가 그녀를 기다렸다.

“라일 씨······맞으신 가요?”

츄리닝 바지에 후드를 둘러쓴 여자가 와서 내게 물었다.

“네. 지가연 씨?”

“네.”

“들어가시죠.”

우리는 커피를 주문하고 한쪽 구석으로 가 앉았다.

나는 그녀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꽤 예뻤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예쁜 얼굴이긴 했지만 그때와는 달리 그녀의 몰골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

거의 혼이 빠진 상태라 할까?

하긴 그런 일을 당했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겠어······

나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지금 오랜만에 밖에 나와요. 한 2주만인 거 같네요.”

그녀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렇게 나오셔서 저를 만난다는 게 매우 힘든 선택인 줄 압니다. 그래도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그 선택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선 나는 USB를 하나 내밀었다.

“그건······”

지가연은 뭔가 알아보는 눈치였다.

“그때 룸에 같이 있었으니까 이게 뭔지는 대충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양기택 패밀리의 약점이죠. 파일 그대로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이외에도 문리버와 관련된 온갖 자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 쓸모없어요.”

“······왜죠?”

“솔직히 이거 다 불법으로 얻은 자료들이거든요. 이걸 제가 어디다가 공개해 버리면 논란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법적 효력은 가지지 못해요. 그러면 녀석들을 처벌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아······”

“지가연 씨가 저를 도와주지 않았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네?”

지가연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일단 우리 한번 솔직해져 봅시다. 지가연 씨는 양기택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문리버가 어떤 곳인지 다 알고 계시죠? 지가연 씨는 양기택의 연인이었잖아요.”

나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가연은 불안한지 초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알고 있어요. 그 나쁜 자식.”

그녀는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저에게 매우 친절했거든요.”

지가연은 알아서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매일 바빠 보이길래 그냥 자기 일에 열중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실상은 뒤에서 온갖 불법 사업을 벌이는 놈이었죠.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서 저는 곧바로 그에게 싹 다 고발하기 전에 빨리 다 정리하라고 했어요. 그때부터 사람이 완전 돌변하더군요. 본색이 나온 거죠.”

그녀는 격양되었는지 씩씩거렸다.

“그날 그 일이 벌어지기 전 저는 룸에서 그에게 헤어지자고 말했어요. 그러고 있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랬더니 그는 이별주로 한 잔 마시라며 술을 건넸고 전 멍청하게 거기에 GHB가 타 있는 줄 모르고 마셔버렸어요. 그리고 자리를 나가려는 저에게 조금 있다 험한 꼴 좀 당할 거라 말하더군요. 저는 그제서야 제 술에 마약이 타져 있다는 것을 눈치챘어요.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죠······흑.”

그녀는 다시 서럽게 울었다.

“아예 기억이 없어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도 몰라요. 그게 더 끔찍해요. 깨어나 보니 제 몸은 그냥 만신창이였죠. 너무 화가 나서 그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죽기 싫으면 그냥 쥐죽은 듯이 살라고 협박하더군요. 어차피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요······어쩌다 제가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지······”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오열했다.

말을 걸어봤자 소용없을 거 같아서 나는 그냥 그녀가 진정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알려주세요. 그 새끼를 망하게 하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윽고 감정을 추스른 그녀가 내게 말했다.

“간단합니다. 경찰에 고소하세요. 그리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밝히시면 됩니다.”

“······그게 다예요?”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하지만 제겐 아무런 증거가 없어요.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것은 문리버에 있는 CCTV인데 어차피 그 자식이 조작했을 테니 장식이나 마찬가지예요.”

“그건 걱정 마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네?”

“일단 지가연 씨는 고소할 때 증거로 이것만 제출해주세요.”

나는 그녀에게 음성 파일을 하나 들려주었다.

“이, 이건!”

그녀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지며 나를 쳐다봤다.

“당신이 이걸 어떻게······”

105화. 아마존 전투 (3)

본격적인 카르텔 조지기가 시작되었다.

나는 원주민 가이드에게도 데이터 쉴드를 줬다.

원주민은 신기해하며 그것을 받았다.

그는 나에게 고마워하며 안내를 시작했다.

일단, 아마존에 모인 카르텔들은 열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다.

대장 그룹은 물론 로드리고 카르텔로, 아마존 안에 있는 물자 창고를 지켰다.

로드리고 카르텔 녀석들은 내게서 가져간 데이터 쉴드를 기반으로 제일 좋은 거점을 확보했다.

당연히 이러한 조치에 다른 카르텔 녀석들이 아니꼽게 생각했을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틀리면 나한테 죽기 전에 로드리고 녀석들에게 당하게 생겼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말을 들을 수밖에.

로드리고를 가장 먼저 죽이고 싶었지만, 뭐 상관없다.

어차피 다 없앨 생각인데 그냥 차례차례로 해치워나가면 된다.

“애들아.”

나는 부하들을 불러세우며 말했다.

“이런 기회가 많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즐기면서 잘 싸웠으면 좋겠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너희에게 관여하지 않을 거다.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예!!”

부하들은 다들 신나있었다.

원래가 혈기 왕성하고 호전적인 녀석들인데 내가 그 에너지를 막아놨으니 몸이 근질근질할 테다.

‘이이제이’라고 했던가.

지금 이 상황에서는 ‘깡패로서 깡패를 다스린다’가 맞는 표현이겠지.

아무튼 난 녀석들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둘 생각이다.

물론 로드리고를 없애는 것은 내 몫이지.

“그러면 다들 가자고!”

“예!”

부하들은 거침없이 정글 안으로 들어갔다.

데이터 쉴드가 없었으면 이 정글로 들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먼저 들어가서 자리 잡고 있는 놈들에게 대놓고 타겟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그냥 자살하러 들어가는 꼴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 쉴드가 있는 이상 적들이 매복해서 기습하든 뭘 하든 상관없었다.

우리를 공격하는 적들이 오히려 본인들의 위치를 드러내 타겟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알아서 죽으려고 나온 적을 그냥 없애면 된다.

투두두두두두-!

정글로 들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적의 공격이 시작됐다.

양옆과 앞쪽에서 사정없이 총알이 몰아쳤다.

튕-! 튕-!

그래봤자 소용없었다.

부하들은 튕겨 나가는 총알을 보며 가소로운 듯이 웃었다.

“크흐흐흐흐. 차라리 공격하지 않고 있었으면 살았을 텐데 말이야. 이렇게 알아서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려주고 있네.”

“그러게 말이야. 정말 어리석은 놈들이라니까.”

데이터 쉴드가 없으면 별것도 아닌 놈들이 자기들끼리 뻐기고 있는 모습이 우스웠다.

하기야, 그래야 이 warrior의 부하답다.

우드득-! 우드득-!

부하들은 일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류헤이카이 놈들은 총을 줬음에도 굳이 회칼을 꺼냈다.

진짜 못 말리는 놈들이다.

“가자!”

류헤이의 외침으로 우리 쪽의 역공이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

부하들은 불꽃이 튀기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투두두두두두-!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하자 사격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의미가 없었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곧바로 적의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드미트리 패밀리가 사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전투가 아니라 마치 사격 연습을 하는 것처럼 정교하게 조준하며 적들을 처리해나갔다.

드미트리 패밀리와 류헤이카이는 확실히 성향이 나뉘는 것 같다.

드미트리 녀석들 같은 경우에는 육탄전도 좋아하긴 하지만 총을 주면 곧잘 이용한다.

반면 류헤이카이는 무조건 회칼이다.

보통 칼로 사람을 죽이면 직접 자기 손으로 죽이는 느낌이 더 강해 죄책감이 든다고 하던데.

저 녀석들은 그런 것이 전혀 없나 보다.

어찌 보면 드미트리 녀석들이 류헤이카이보다 신사답다라고 할까.

어느새 적들에게 도착한 류헤이카이는 살육을 시작했다.

웃으면서 칼로 적들을 쑤셔대는 녀석들을 보니 그야말로 악귀가 따로 없다.

나도 녀석들이 섬뜩해질 판이다.

나중에는 저러지 못하도록 교육할 테지만, 일단 지금은 맘대로 설치도록 내버려 두기로 했으니까…….

부하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는 반면, 장수진은 내 옆에서 그대로 대기하고 있었다.

“넌 안 싸우냐?”

“전 남아서 라일 님을 지켜드려야죠.”

이게 어디서 약을 팔어.

“언제는 지켜줬냐? 왜 그러는데?”

“이제 잔챙이 처리는 재미없어서요. 좀 강한 녀석들과 싸우고 싶네요.”

“…….”

이놈이나 저놈이나 이 상황에서 진지하게 싸울 생각보다는 더 재밌는 걸 찾고 있다.

데이터 쉴드가 지켜준다 이거지?

“야. 그럼 내가 좀 더 재미있게 난이도를 올려서 데이터 쉴드를 한번 비활성화시켜볼까?”

“안전은 보장한다면서요. 그건 안 될 일입니다.”

장수진은 정색하며 나왔다.

수진아.

네가 그러니까 내가 또 삐딱하게 나오고 싶잖아.

나는 수진이의 데이터 쉴드를 비활성화시켰다.

“…….”

수진이는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나는 개의치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계속 그렇게 건방 떨면서 여기 있을래? 아니면 가서 열심히 싸울래?”

나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물었다.

“가서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말귀는 바로 알아먹는다.

나는 손을 전장 쪽으로 내밀며 수진이가 가도록 안내했다.

수진이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있는 힘껏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다시 녀석의 데이터 쉴드를 활성화해 주었다.

쟤는 정말 이렇게 한 번씩 해 줘야 정신을 차린다.

애들은 열심히 적들을 해치워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카르텔들은 정말 여기에 사활을 걸었는지 저항이 매서웠다.

또 숫자도 꽤 돼서, 열심히 없애는데도 병력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흥! 그냥 막 모이면 어떻게 될 줄 아나 본데 천만의 말씀이야.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고.”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가 나도 전투에 참여해주기로 했다.

“디오야. 이제 전기 방화벽으로 적들을 사살할 수 있지?”

[예. 가능합니다. 이전 버전에서는 기절하는 정도만 가능했으나 지금은 성능이 더 올라가서 사살도 가능합니다.]

“좋네. 난 칼로는 못 죽이겠다. 너무 야만적이라. 그냥 전기로 지지는 게 속 편하지.”

투두두두두-!

걸어가는 도중 나에게도 총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전부 내 몸을 통과해 그냥 땅에 박혔다.

탁-!

난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고 디오는 나를 공격했던 적을 지져주었다.

“끄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메아리치며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가갔다.

투두두두두두-!

아직 병력들이 더 있는지 다시 사격이 시작되었다.

난 또 손가락을 튕겼고, 동시에 괴성이 들려왔다.

두 번만에 정신을 차렸는지, 사격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오! 그래도 학습 능력이란 것은 있나 보네? 나한테 총을 쏘면 죽는다는 것도 눈치채고 말이야.”

나는 한껏 비아냥거리며 숨어 있는 카르텔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죽어!!!!”

갑자기 괴한이 튀어나왔다.

그놈은 정글 칼을 들고 있는 힘껏 나를 내리쳤다.

쿵-!

“크윽!”

녀석은 내 몸을 통과해 그대로 땅바닥에 엎어졌다.

“내가 칼은 안 쓰더라도 때리는 것은 좀 하고 싶은데 말이야.”

퍽-!

나는 곧바로 쓰러져 있는 놈을 발로 걷어버렸다.

“크윽!”

녀석은 싸움에 익숙한지 내 발차기를 바로 막아낸 다음 일어섰다.

그놈은 갑자기 스파링 자세를 취했다.

나도 자세를 취해서 녀석과 싸우려다가 갑자기 이런 식으로 싸웠다가는 한도 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냥 손가락을 튕기기로 했다.

탁-!

“끄아아아아아악!”

호기롭던 녀석의 얼굴은 공포에 절은 끔찍한 얼굴로 변했다.

괴한은 그대로 사망했다.

[현재, 라일 님 주변 반경 30m 내로 10명의 적이 있습니다.]

디오가 재밌는 소식을 알려주었다.

“그래?”

나는 어떻게 녀석들을 상대할까 고민했다.

“계속해 봐! 재밌네. 좀 더 나를 즐겁게 해줄래?”

나는 녀석들을 도발하며 말했다.

하지만, 나를 공격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았는지 다들 튀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십 초 셀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모두 그냥 죽는다. 다 나와.”

그렇게 말해도 놈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십, 구, 팔, …….”

나는 공지한 대로 숫자를 차례로 내려가며 읊었다.

“이, 일.”

그 순간 카르텔 놈들은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땡!”

녀석들은 일단 모습을 드러냈지만, 두려워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다 나온 것은 아닙니다. 아직도 숨어있는 놈들이 있습니다.]

난 다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디오가 또 굳이 알려준다.

“그래? 그런데 너 이렇게 말하니까 꼭 고자질하는 학생 같다.”

[라일 님이 궁금해하실 것 같아 알려드린 것뿐입니다.]

뭔가 토라진 듯한 말투다.

그래도 생각해서 말해주었는데 달래주기로 했다.

“크큭, 알았다. 고마워.”

[숨어있는 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녀석들을 가만히 두면 튀어나온 놈들은 뭐가 되겠어. 다 지져버려.”

[네.]

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숨어 있는 놈들이 전기 방화벽에 당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튀어나온 놈들은 비명 소리를 들으며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

“너희는 잘했어. 계속 숨어 있었으면 저렇게 되는 것은 바로 너희들이었을 테니까 말이야.”

나는 튀어나온 놈들을 슬쩍 보았다.

다들 하나같이 교활하게 생겼다.

“내 요청대로 튀어나와 줬으니까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해.”

내 말에 녀석들의 얼굴에 일말의 희망이 피어나오는 게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이 우스워서 피식했다.

“안타깝지만 너희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여기서 최후의 1인을 뽑을 생각이니까 말이야.”

“……어떻게 말입니까?”

한 명이 용기를 내서 내게 물었다.

“좋은 질문이야. 내 앞에서 서로 싸워. 살아남은 한 명만 살려줄게.”

내 말에 다들 표정이 사색이 되어있다.

녀석들은 서로의 눈치를 봤다.

“내가 ‘시작’하면 싸우면 돼. 알았지.”

나는 오른손을 높이 들었다.

“시작!”

내가 손을 내리며 외치자 바로 난투극이 시작되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놈들이 살겠다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죽어!!!!”

“이 자식!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녀석들은 서로 싸우면서 온갖 이야기를 다 했다.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보는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했다.

녀석들은 서로를 잔인하게 죽여갔다.

인정사정이 전혀 없었다.

다들 최후의 일인이 되어 살아남겠다는 생각뿐인 것 같았다.

“끄아아아아아아악!”

그렇게 마지막 한 명이 정글도로 동료를 찌르면서 최후의 일인이 결정되었다.

짝! 짝! 짝!

나는 녀석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축하한다. 네가 최후의 일인이야.”

“허억…. 허억…. 그러면 저를 살려주시는 겁니까?”

싸우느라 지친 녀석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말했다.

“아쉽지만 그건 아니야.”

“야,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녀석은 분노하며 내게 따지기 시작했다.

“사실 너희가 싸우지 않는다면 모두 살려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최후의 일인이라는 것은 결국 살아남기 위해 동료를 다 죽인 추악한 놈이라는 뜻이잖아.”

“그, 그런……!”

“넌 네가 쓰레기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야. 너 같은 놈들은 사회의 악이다. 그냥 죽어라.”

지지지지직!

“끄아아아아악!”

그렇게 최후의 일인도 동료들과 같이 죽었다.

“다들 하나 같이 쓰레기야. 정말 살려둘 이유가 전혀 없어. 그냥 다 없애버려야겠어.”

방금 시험으로 나는 더욱더 확고해졌다.

[라일 님]

그때 갑자기 디오가 나를 불렀다.

또 뭔가 불길한 것을 알릴 모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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