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첫 번째 타겟 (7) (10/201)

9화. 첫 번째 타겟 (7)

“어, 어서 도망쳐야 해!”

“빨리 나가!!!!!”

킬러들은 허둥지둥 집 밖으로 나가려 했다.

“도망치는 거 별로 추천하지는 않는데······”

“끄아아아아아악!!!”

어김없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말했잖아. 추천하지 않는다고.”

제일 먼저 문밖으로 나가려는 킬러는 전기에 감전되어 몸을 계속 부르르 떨었다.

괴로움에 온몸을 비틀며 발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다른 킬러들은 질겁했다.

‘전기 방화벽’

디오의 능력이다.

내가 원하는 곳에 전기 방화벽을 설치할 수 있다.

디오 말로는 아직 업데이트 중이라 사용하는데 제한 사항이 조금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이정도만 돼도 훌륭하다.

“들어올 때는 맘대로였겠지만 나가는 건 안 돼.”

“이, 이런!”

“망할······”

다들 문 앞에서 어쩔 줄 모르며 나만 쳐다봤다.

“푸하하하하하.”

진짜 그 모습이 너무 우스워서 그만 터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하하하하. 아이고 배야. 그렇게 쳐다보면 뭐 어쩌라고. 불쌍한 척하는 거야 뭐야?”

킬러들은 그런 나를 어이없어하며 쳐다볼 뿐이었다.

하긴 이제껏 자신들을 이렇게 대했던 사람을 만나 봤겠어?

“경찰입니다. 신고받고 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경찰들이 도착했다.

오케이.

이제 경찰 아저씨들이 저 녀석들을 잘 잡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

“다들 잘 들어.”

나는 웃음기를 거두고 분위기를 잡으며 말했다.

“그냥 여기서 순순히 붙잡히는 게 좋을 거야. 괜히 저항했다가는 더 험한 꼴 당할 테니까. 어떻게 될지 궁금하면 한번 해보시던가. 아주 지옥을 맛보게 해줄 테니까.”

“······”

그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없이 있었다.

그리고 경찰이 들이닥치자 모두 알아서 수갑을 채워주라고 양손을 내밀었다.

***

“어제 저녁 서울의 한 빌라에서 외국인들이 한 민간인을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살인 미수 혐의로 경찰에게 붙잡혔습니다. 붙잡힌 외국인들은 전문 살인 청부업자들로 최근 성추문 사태로 붙잡힌 디씨소프트의 정석한 전무의 교사로 이러한 일을 벌였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경찰은 정 전무가 성범죄 피해자들을 도와준 A씨에 앙심을 품고······”

“그러니까······저 A씨가 너라고?”

일수는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며 내게 물었다.

“어.”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돈가스를 한 입 베어 물며 답했다.

“하!”

일수는 기가 찼는지 헛웃음을 냈다.

“저런 일을 당해놓고 지금 그게 넘어가냐?”

“당연히 잘 넘어가지. 정석한 그 자식 이제 살인 교사 죄까지 붙어서 감옥에서 더 썩어야 한다고. 이제 그놈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재기 불능이야.”

“아니. 그것보다 너 괜찮냐고? 어제 습격당했잖아.”

일수는 내가 걱정됐는지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야! 괜찮아. 내가 말했잖아. 이제 나 천하무적이라고. 그놈들이 애쓰는 모습 보니까 오히려 짠하더라.”

“살인 청부업자들이 짠해? 진짜 어이가 없다.”

“야. 뭐가 그렇게 심각해?”

“안 심각하게 생겼냐? 너 지금 계속 험한 일만 당해왔잖아.”

“괜찮아~ 나한테는 디오가 있다고. 봐봐. 나 만져 봐.”

일수는 나를 만지려 했지만 녀석의 손은 그냥 내 몸을 통과했다.

녀석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내가 지금 현실 세계에 사는 거냐? 아니면 너가 유령인 거냐? 이렇게 직접 보고 있어도 믿기지가 않는다.”

“계속 보면 적응될 거야. 그러니까 걱정 마라고. 그 누구도 내 몸에 손댈 수 없으니까.”

“그래도 조심해라.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너 혼자 많은 것을 감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아.”

내가 진짜 친구 한 명은 기가 막히게 잘 뒀다.

“고맙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차기작 개발에 힘써줘. 그게 나 도와주는 거야. 부탁이니까 앞으로 뉴디씨소프트를 먹여 살릴 엄청난 게임을 만들어 주시지요. 전일수 씨는 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 알았어. 진짜로 그렇게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그나저나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누구?”

“앞으로 너와 같이 뉴디씨소프트를 이끌 인재.”

“뭐?”

일수는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라일 씨.”

그때 누가 나를 불렀다.

목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박이나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가볍게 손을 들며 응답했다.

“설마 그게 박이나야?!!!!”

일수는 경악하며 외쳤다.

근데······

이 자식이 너무 크게 외쳐버려서 그 소리가 박이나한테까지 다 들려버렸다.

“저를 아시나요?”

박이나는 의아해하며 일수에게 물었다.

“아. 그게······같은 대학교 나왔고 같은 회사 다니니까 알죠! 저는 기획팀에 있는 전일수라고 합니다.”

일수는 허겁지겁 자기소개를 했다.

녀석.

당황한 게 딱 보인다.

“아······그렇구나. 전 몰랐어요. 박이나입니다.”

그녀는 일수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그 모습이 뭔가 웃겨서 하마터면 뿜을뻔했다.

“일단 앉으시죠.”

내가 옆의 의자로 안내하자 박이나가 그곳에 앉았다.

“라일 씨. 근데 괜찮아요? 저 뉴스 봤어요. 그거 라일 씨였다면서요.”

“뭐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아니 그래도 많이 놀라셨을 것 같은데······”

박이나도 일수처럼 나를 걱정되는 눈으로 바라봤다.

다들 왜 이래?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건가?

디오를 만난 뒤로 내가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최강의 힘을 얻었는데 겁먹고 있는 게 더 이상하잖아.

“괜찮아요. 뭐 그 이야기는 됐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나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그들에게 넘겼다.

“이거 받으시죠.”

“이게 뭔가요?”

박이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서류를 받았다.

“디씨소프트를 무너뜨리고 뉴디씨소프트를 세울 계획안과 향후 운영 계획안입니다. 사업 파트너들끼리 앞으로의 길을 논의하고자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어요.”

내 말에 일수와 박이나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해사한 미소를 보냈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

집에 돌아온 박이나는 생각이 많았다.

아까 낮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최근 좀 특이한 직장 동료를 알게 되었다.

이라일.

원체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었던 그녀라 그가 자기와 같은 회사에 다닌 지도 몰랐다.

디씨소프트에 들어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이었다.

그가 입사 7년 차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자기가 너무 다른 사람들한테 무관심한 것은 아닌가 반성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타인에게 무관심한 그녀였는데 정석한에게 시달리는 중이라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더 없어져서 그런 것도 있긴 했다.

그녀는 정석한 때문에 정말 매일 지옥 같은 삶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그런 그녀에게 이라일은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고 그는 그녀가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라일은 정석한이 지웠던 음성 파일도 복구해주고 CCTV 영상도 복구해줬다.

심지어 어떠한 연결도 없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그걸 해냈다.

그녀가 프로그래밍 쪽은 잘 모르지만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최근에는 정석한이 고용한 사람들에게 두 번이나 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라일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온해 보였고 오히려 그 조직 폭력배들에게 증거를 얻어내 정석한을 더 곤란하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디씨소프트를 무너뜨린 다음 다짜고짜 그녀를 대표로 세워주겠다고 제안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제안이지만 박이나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오늘 그가 준 계획안을 보고서 더욱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는 거기다가 어떻게 디씨소프트를 무너뜨릴지 꽤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차근차근 그의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그다음 계획은 비리를 고발해서 회사 주가를 떨어뜨릴 차례라던데······

박이나는 자신의 책장에 꽂혀있는 수많은 경영학 관련 책들을 쳐다봤다.

“회사 운영할 준비를 해달라고 했지?”

한 회사의 CEO가 되는 것.

그녀가 어릴 적부터 꿈꿔 왔던 꿈이다.

“속는 셈 치고 한번 믿어봐?”

결국 그녀는 이라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

“양 대표. 고맙네.”

강기석은 포털 사이트 나이스의 대표 양기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성범죄 혐의로 구치소에 갇혀 있었던 그였지만 경찰청장의 도움으로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뭘요. 이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정 전무가 요새 이상하게 실력 발휘를 잘못하더라고. 직원 하나 관리 못 해서 일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원.”

강기석은 답답한지 혀를 끌끌 찼다.

“일단 정 전무 관련된 글은 죄다 내리라고 지시한 상태입니다.”

“그래. 덕분에 회사 주가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았어.”

“하하. 그 정도야 조금만 지나면 금방 복구될 겁니다. 이번에 워낙 신작들이 반응이 좋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칼을 제대로 갈았지. 역시 추억팔이가 답이더군. 여기 대한민국에서 30, 40대 중 레인 오버를 한 번도 안 한 사람 찾기가 더 힘들 걸세. 그만큼 대작이었는데 업그레이드 돼서 출시되고 스토리 탄탄하게 해서 2 내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눈 돌아가지.”

“하하하하. 역시 강 사장님은 대단하십니다. 그런 안목은 저도 한 수 배워야겠어요.”

“이 사람아. 뭘 그 정도 가지고. 하하. 자네도 잘 하잖아.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뒤처리 다 해주고 말이야.”

“이거 칭찬만 계속하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양 대표는 호쾌하게 웃어댔다.

“강 사장님. 그나저나 말입니다. 정 전무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논란을 어떻게 잠재우긴 했지만 그 친구 다시 복귀하기는 힘들 겁니다. 이미 신상 다 털린 마당인데 바로 출소시켜 버린다면 분명 문제 삼을 사람들이 나올 겁니다. 그때는 막기 힘들어져요.”

“그러게 말이야. 살인 교사 죄까지 추가돼버려서 빼내 주기가 더 힘들어졌어. 어쩔 수 없지. 감옥에서 좀 썩으라 해. 어찌 보면 이게 다 직원 관리 못 한 지 잘못이지.”

“옳으신 판단입니다. 정 전무 선에서 꼬리 자르기 해야죠. 근데 강 사장님도 지금 그렇게 구치소에 갇혀 있고 고생 많으십니다.”

“여론 잠 재우려면 어쩔 수 없지 어쩌겠나. 잠시 요양한다 생각하고 여기 있을 수밖에. 나야 어차피 신 청장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이렇게 핸드폰도 사용하고 편하게 있다네.”

“어이구. 참 긍정적이십니다. 강 사장님의 그런 점 또한 배워야겠어요.”

“실없는 소리 하지 말게! 그만 끊지. 자네도 일 봐야 하니까.”

“네. 무탈하길 빌겠습니다. 그럼 이만.”

양기택은 그렇게 강기석과 통화를 마쳤다.

“하! 나 병신 새끼. 구치소에 쳐 있는 주제에 더럽게 거들먹거리네. 이렇게 뒤치다꺼리 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새끼가.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게 날 겁나 어리게 대한다니까.”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자신의 비서에게 바로 강기석에 대한 뒷담화를 시작했다.

“이쯤에서 손절하시지 말입니다.”

“안돼. 그러기엔 아직 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패가 많아. 강기석 그 인간 얼마나 능구렁이인데. 수틀려서 뒤돌아서면 내가 곤란해진다고.”

“아직은 어쩔 수 없군요.”

“내키지는 않지만 계속 손잡고 있을 수밖에. 아! 그나저나 그 새끼에 대해서 알아봤어?”

“이라일 말입니까?”

“그래. 그 자식. 대체 어떤 놈이길래 삼합회 놈들이랑 러시아 마피아 애들까지 다 잡히게 만든 거야?”

“그게 말입니다······”

비서는 곤란한지 말끝을 흐렸다.

“조사해봤지만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뭐?!!”

104화. 아마존 전투 (2)

드미트리 패밀리와 류헤이카이는 소집 명령을 내린 지 5분만에 강당에 전부 모였다.

해이해지지 않고 여전히 군기가 바짝 들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다들 주목!”

나에게로 이목이 집중됐다.

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녀석들을 쳐다봤다.

“약간의 차질이 생겨서 이렇게 모두 모이게 했다.”

내 말에 다들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들은 뭔데?”

“외람된 말씀이오나, 보스에게 차질이 생길 일이 정말로 있습니까? 보스에게는 불가능한 게 없지 않습니까?”

드미트리는 순진무구하게 진심으로 이렇게 물어봤다.

녀석의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었다.

이 녀석들 내가 무슨 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거의 없긴 한데 이번에 좀 생겨버렸네. 마약 카르텔들이 연합을 꾸려서 전부 아마존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거기서 우리와 싸울 생각인 거 같아.”

내 말에 녀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수진이의 표정도 가관이다.

“설마 아마존으로 들어갈 생각이세요?”

수진이는 불안해하며 물었다.

“들어갈 생각이지.”

녀석의 기대와는 다르게 나는 방긋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그에 수진이의 벌어진 입은 다물 줄을 몰랐다.

“그냥 거기 계속 들어가 있으라 하면서 말려 죽이면 될 것이지, 왜 굳이 우리가 들어가요?”

“그 방법도 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렇게 썩 재밌는 방법이 아니야. 그리고 미군이 투입되기로 한 상황이라 괜히 시간 지체해봤자 골치 아픈 일만 생긴다고.”

“……아마존에 대해서 잘 아시죠? 할만하니까 이렇게 평온하게 나오시는 거죠?”

“애석하지만 나도 아마존에 대해서는 잘 몰라. 정말 거기는 미지의 영역이야.”

사실, 디오가 카르텔 연합이 아마존으로 들어가 결사 항쟁을 벌일 계획이라는 것을 내게 알려줄 때 나는 아마존에 대해서 이미 디오에게 물어봤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디오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곳은 미지의 영역입니다. 몇몇 정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을뿐더러 왠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데이터로도 읽기 힘든 곳입니다.]

어떤 것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는 디오가 상당히 낯설었다.

사실 녀석이 신이 아닌 이상 이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너무 완벽한 모습에만 익숙해졌나 보다.

“카르텔 연합 녀석들. 본인들도 힘들긴 하겠지만 꽤 좋은 선택을 했더라고. 그래서 지금 우리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녀석들과 싸워야 할 판이야.”

“일단 저는 괜찮은데… 저 녀석들이 이 소식을 들었을 때도 과연 괜찮을까요?”

수진이는 나의 공지를 기다리고 있는 부하들을 가리키며 조용히 물었다.

수진이의 말처럼 사실 나도 녀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근데…….

그런 걸 지금 왜 따지고 있는 거야?

“괜찮지 않으면 어쩌려고? 애초에 저놈들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에 있는 놈들이 아니야.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입장인 거지.”

“그렇군요…….”

수진이는 녀석들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뭘 그렇게 짠하게 봐. 너도 똑같이 아마존에 갈 입장이면서.”

“그러니까 짠하죠. 저놈들이나 나나 똑같이 라일 님께 시달리는 입장이니까요.”

장수진은 찌릿하며 나를 원망스럽게 쳐다봤다.

“미지의 영역이지만 여전히 데이터 쉴드가 문제없이 지켜줄 테니까 걱정 마. 방어만큼은 내가 확실하게 보장한다.”

“네……. 하던 공지 계속하시죠. 애들 기다리고 있네요.”

수진이는 체념하며 빈정거리듯 말했다.

내가 누구 때문에 흐름이 끊겼는데…….

울컥해서 뭐라 하려다가, 그동안 고생한 게 많았으니까 그냥 참기로 했다.

영광인 줄 알아라.

수진이의 말대로 부하들이 많이 기다렸기 때문에 공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아마존에 가서 녀석들과 싸울 생각이다.”

별로 안 놀라는 것을 보니, 대충 수진이와 내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보면서 이렇게 말할 줄 어느 정도 눈치챈 것처럼 보였다.

“솔직히 나도 아마존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너희가 다칠 일이 없다는 것만큼은 보장한다. 그러니까 맘 놓고 열심히 싸워주기를 부탁한다.”

“예!”

녀석들은 우렁차게 대답하며 흔들림 없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좀 망설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오니 내심 기뻤다.

“좋아! 그러면 모두 마음의 준비 하고 있어. 바로 브라질로 떠날 수 있게 짐도 챙기고.”

“예!”

이제 이 건물에 한동안 올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부하들에게 다 정리하고 짐을 챙기도록 지시했다.

그동안 나는 브라질로 갈 작업을 해놔야 했다.

일단, 먼저 나는 브라질의 모헤이라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많이 긴장한 듯한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내가 warrior라는 것을 밝힌 상태였다.

“warrior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경계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굳이 그와 척질 이유는 없었으므로, 나는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다.

“경계를 좀 푸셔도 될 거 같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을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모헤이라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을 증오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는 다른 나라의 압박 때문에 적극적으로 마약 카르텔들을 잡지 못하고 있었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그들을 잡아들이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많은 마약 카르텔들을 진압했고, 그로 인해 암살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를 내가 공격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모헤이라 측에서는 아무래도 나의 업적이 화려해서 그런가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설하고, 그냥 나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현재 카르텔들이 연합을 꾸려 아마존에서 저를 맞서겠다고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모헤이라 대통령은 전혀 모르고 있었나 보다.

“예. 지금 이 상황에서 제가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비행기를 타고 거기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마약 카르텔들만 처리하고 나올 테니 허가해주십시오.”

“…….”

모헤이라 대통령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매우 조심성이 많은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았다.

“꺼려지십니까?”

나는 돌리지 않고 대놓고 물어봤다.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 못 합니다.”

대통령도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당신들이 우리나라에 옴으로써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고, 또 아마존에서 싸운다는 것도 사실 많이 걸립니다. 그곳이 전쟁터가 되어버리는 것을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설득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모헤이라 대통령님. 대통령께서는 제 업적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마약 카르텔들을 없애는 것 이외에 그 어떠한 피해도 생기지 않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저는 결코 아마존도 파괴하지 않을 것입니다.”

“가능하겠습니까?”

다들 내 보장이 본인들의 상식을 초월하는지 매번 똑같은 패턴의 질문이 나온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여기에 똑같은 대답이다.

“가능합니다. 저 warrior입니다. 혼자서 중국을 박살 냈던 저인데, 한번 믿어봐 주시지 않겠습니까? 마약 카르텔을 처리하는 것이 당신에게 전혀 나쁠 게 없을 텐데요. 계속 암살의 위협 속에서 사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일부러 그를 자극하면서 물었다.

“저라고 그러고 싶겠습니까? 당연히 안 그러고 싶지요.”

“그러면 저를 믿고 허가해 주십시오. 만약 피해가 생긴다면 다 보상해 드릴 테니.”

솔직히 이 정도면 내 쪽에서 많이 양보한 셈이다.

만약 여기서 거절한다면 나도 더 이상 양보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냥 막무가내로 브라질로 들어가도 됐지만, 예의상 이렇게 나오는 것인데 그걸 몰라준다면 나도 참을 이유가 없다.

“……알겠습니다. 허가하도록 하지요.”

다행히 모헤이라 대통령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현명한 선택이다.

그럼 이쯤에서 중요한 요구를 할 차례이다.

“허가해준 김에 부탁할 게 있습니다. 이왕 마약 카르텔을 처리하는 쪽에 붙으신 거, 선심 좀 더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적반하장인 격이지만, 너무 튕기길래 나도 좀 짜증이 났다.

이 정도 꼬장은 부려야 내 속이 편하다.

“……또 무슨 부탁입니까?”

“아마존 근처에 저희가 본진으로 쓸 곳을 확보해 주십시오. 지낼 곳 없이 생활하기는 좀 그래서요.”

“…알겠습니다.”

모헤이라 대통령은 다행히 아예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다.

여기서 더 나가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게 정말 마지막이길 빌겠습니다. 무엇입니까?”

모헤이라 대통령은 언짢은 티를 냈지만 결국 체념하며 나왔다.

좀 막혀있지만 그래도 올바른 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제가 아마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가이드해 줄 원주민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는 어렵지 않군요. 근데 대화가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모르는 언어는 이 지구에 없습니다. 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브라질 대통령의 허가와 지원을 약속받은 상황.

이제 할 일은 브라질로 가서 마약 카르텔들을 정리할 것만 남았다.

***

며칠 후

우리는 가르시아 대통령의 도움으로 전용기를 타고 브라질로 향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특별히 서비스도 빵빵하게 제공해주었다.

부하들은 신이 나서 항공 서비스를 즐겼다.

수진이는 너무 교양 없이 설쳐대는 녀석들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좀 과하다 싶기도 했지만, 녀석들이 언제 이런 것들을 누려보겠나 싶어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또 곧 큰 전투를 치를 건데 그 전에 즐길 수 있으면 많이 즐겨야지.

우리는 마나우스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모헤이라 대통령이 섭외해준 가이드들이 나와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바로 디오를 활용해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며칠 전부터 마약 카르텔로 인해 이 주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곧 전쟁이라도 날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걸 해결하려고 제가 이렇게 왔으니까요.”

난 불안해하는 그를 안심시켜주며 말했다.

“부디 카르텔들을 모두 없애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여기 이 친구도 카르텔에게 가족을 잃어버렸습니다.”

가이드는 옆에 있는 아마존 원주민을 가리키며 말했다.

“녀석들은 우리가 살고 있던 곳을 자신들의 기지로 사용하겠다며 강제로 빼앗았습니다. 저항하니까 제 가족과 친구들을 다 죽여버리더군요. 저도 총에 맞기는 했지만, 다행히 빗겨나가 목숨을 건졌습니다.”

원주민은 울먹이며 자신의 옆구리에 나 있는 상처 자국을 보여주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그가 예전의 악몽을 떠올리며 서글퍼하는 모습을 보니 또 내 속에서 뭔가가 꿀렁이기 시작했다.

“수진아.”

“네.”

아마도 장수진도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테다.

“한 명도 남김없이 싹 다 죽여버리자.”

“저도 그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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