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첫 번째 타겟 (5)
-그거 들음? 이번 로또 1등 당첨자가 총 106명이래.
-뭐? 미친······
-역대급 회차네.
-그러면 1등 당첨금 2억도 안 되는 아니야?
-헐······2억도 안된다고? 이번 회차 1등들 피눈물 나겠네.
-야! 방금 기사 떴는데 그거 1등 당첨자 중 한 명이 같은 번호로 100줄 사서 그런대.
-100줄? 아니 어떤 미친놈이 같은 번호로 10만 원을 태워?
-그 미친놈이 지금 같은 번호로 응모해서 100개가 다 당첨된 거야
-와. 말이 돼?
-그 사람한테 복권 판 직원이 한 인터뷰 봤어?
-그냥 망설임 없이 같은 번호로 10만 원 질렀다던데. 말려도 소용없었대.
-와 진짜 어떻게 그런 발상을 할 수 있지?
-진짜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이다.
인터넷은 온통 이번 회차 로또 당첨자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같은 번호로 100줄을 산 당첨자.
그게 바로 나였다.
당첨금을 받으러 갔을 때 은행 직원의 표정은 정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모르고 그만 침을 흘려버린 그 모습이란
근데 100개가 당첨됐는데 생각보다 들어온 돈은 별로 안된다.
세금 떼니까 100억 조금 넘네······
뭐 이정도로 만족한다.
진짜로 돈 벌 곳은 따로 있으니까.
[계속 라일 님의 뒤를 파려고 하는군요. 다들 기자들입니다.]
“하여간 귀신같이 알아가지고 달려들려고 하네. 계속 막아.”
디오가 막아준 덕에 귀찮은 기자들의 공세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디오 아니었으면 아마 집 앞에 기자들이 줄을 서고 기다렸을 거다.
“디오.”
[네.]
“이제까지 내가 번 돈으로 디씨소프트 주식이 떨어졌을 때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들이면 죄다 매수해 줘. 내가 금융 쪽에는 좀 어두우니까 알아서 해줄 수 있지?”
[최고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다 계산해서 사 두겠습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좋아. 역시 넌 최고야. 그러면 이제 공격을 시작할 차례인데······”
띠리리리~!
[박이나]
때마침 연락이 온다.
“네. 이나 씨.”
“라일 씨. 다 준비됐어요. 이제 정 전무 털면 돼요.”
“오케이. 한번 시작해봅시다.”
***
띠리리리~!
정석한은 회사 내선으로 온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전, 전무님!”
수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래?”
“지금 회사에 경찰들이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뭐?!!!”
경찰이 여기에 왜 들이닥쳐?
쾅!
갑자기 전무실 문이 요란하게 울렸다.
“정석한!”
경찰들은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당신을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체포한다.”
그는 갑자기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
[정석한 전무 경찰서로 끌려가는 중입니다.]
‘오케이.’
[경찰이 회사 CCTV DVR도 압수해 갔습니다.]
‘그것도 오케이.’
일이 척척 잘 진행되고 있어 미소가 절로 일어났다.
“혼자 뭘 그렇게 웃어요? 무슨 생각해요?”
박이나가 커피를 한 모금하며 나를 희한하게 바라봤다.
“정석한 그놈이 이제 나락으로 떨어질 것을 생각하니 너무 좋아서요.”
“아······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뭔데요?”
“라일 씨는 왜 그렇게 정석한 그놈을 싫어하는 거예요? 그놈이 라일 씨한테도 찝쩍댔어요?”
“······”
너무 천진한 표정으로 말해서 뭐라 할 수도 없다······
“그건 아니고 그 자식이 저를 죽이려고 했거든요.”
“네?!!”
박이나는 경악하며 소리 질렀다.
“이제까지 두 번인가 그랬는데 처음에는 정말로 죽을 뻔했어요. 두 번째 때는 잘 넘겼고요.”
“아니. 진짜 나쁜 놈이네요.”
“나쁜 놈이죠. 구제 불능 쓰레기.”
정석한 그놈 이야기하니까 화딱지 나서 목이 탔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강 사장. 그놈은 더 악질이에요. 그야말로 비리 천지라 까도 까도 깔게 계속 나와요.”
“하아······제가 이런 곳에서 이때까지 일했다니. 진짜 자괴감이 드네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사표 쓰고 그만둬야 할까 봐요.”
“아뇨. 그러지 마요.”
“네?!!”
박이나는 당황하며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왜요?”
“제가 디씨소프트의 임원진들 싹 다 갈아엎고 이나 씨를 대표로 세울 생각이니까요”
“네?!!!”
이 여자는 계속 놀라기만 하네.
하긴 놀라는 게 당연한 건가?
“제가 디씨소프트를 먹고 조만간 새살림 차릴 거거든요. 저랑 같이 일하시죠. 전 박이나 씨가 필요해요.”
[고백 멘트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남자들의 고백 멘트를 분석해본 결과 그런 멘트가 먹혔던 경우는 겨우 4% 정도입니다.]
갑자기 디오가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고백은 뭔 놈의 고백! 나 이나 씨에게 그런 마음 없거든?’
[하긴 당신의 심장 박동수와 호흡을 분석해본 결과 평소와 변함없군요.]
‘쓸데없는 분석 멈춰라.’
디오 이놈.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실체가 없는 놈이라 애석할 따름이다.
내가 박이나에게 같이 일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일수와 했던 대화 때문이었다.
“너 몰랐어? 박이나 걔 우리 대학교 경영학과 여신이었잖아.”
내가 정석한을 담그려고 박이나랑 요즘 연락한다고 하자 하는 말이었다.
“그래?”
경영학과 여신이라
진짜 오그라드는 호칭이네.
하긴 박이나가 꽤 예쁘긴 하다.
“소문으로는 MBA 마치고 해외로 나가려다가 집안 사정 때문에 이곳저곳 돌다가 여기로 취직했다던데. 비서로 온 것도 회사 임원 옆에 있으면서 실무를 경험하려고 했다나 뭐라나.”
“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데?”
“너가 이상한 거야. 남자들끼리 술 마시러 모이면 항상 걔 이야기였어. 걔한테 작업 거는 놈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뭐 공부하느라 바쁘다고 다 거절했다더라. 듣자 하니 진짜 공부만 하고 계속 과탑 찍었나 봐. MBA도 수석으로 마쳤고.”
“그래?”
경영학과 과탑에 MBA까지 수석으로 마쳤다라······
문득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박이나를 디씨소프트의 대표로 만들자.
어차피 나랑 일수는 개발만 했던 사람이지 경영에는 소질이 없다.
뭐 나야 디오를 활용하면 잘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 경영에 그렇게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난 더 높은 목표가 있으니까.
안 그래도 디씨소프트를 먹고 나서 누구를 대표로 세울까 고민이었는데 잘됐다.
현재 내 도움을 받은 상태고 또 회사 대표로 세워주기까지 한다면 아마 나에게 충성을 다할 거다.
그리고 박이나가 뒤통수 칠 스타일 같지도 않고······
뭐 친다고 해도 사람이야 얼마든 바꾸면 된다.
“디씨소프트를 라일 씨가 차지하고 저를 대표로 세운다고요?”
박이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네. 그게 제 계획입니다.”
“하하하하하하.”
갑자기 박이나는 웃기 시작했다.
“라일 씨는 꿈이 커서 좋네요. 그러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비웃는 거 아니죠?”
“그건 아닌데. 좀 허황한 것 같긴 해요.”
“만약 진짜로 하면 어떡할래요?”
“그러면 라일 씨가 하라는 대로 다 하죠.”
“오케이.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습니다.”
“네~”
해맑게 대답하는 박이나였다.
박이나 씨.
저와 노예 계약 체결할 준비나 하라고요.
“그나저나 소송 잘 끝날 수 있을까요? 상대가 정석한이라 솔직히 두렵긴 하네요.”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작업해 놨습니다. 경찰 유착이 있긴 하지만 도저히 커버칠 수 없게 만들어 놨어요. 녀석들은 절대 DVR에 있는 자료 손도 못 댑니다. 그리고······”
나는 문서 하나를 그녀에게 넘겼다.
“이건!”
박이나는 내가 건네준 문서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정석한이 어디서 박이나 씨에게 못된 짓거리 했는지 날짜랑 시간, 장소를 다 기록해놓은 것입니다. CCTV DVR에 있는 파일을 보면서 제가 다 분석한 거예요.”
사실은 디오가 했지만 상관없으니 그냥 그렇다고 하자.
뭔가 디오가 헛기침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러는 게 많이 고통스러우신 거 저도 다 압니다. 계속 그 순간이 생각나 힘드시겠죠. 하지만 참고 이 자료대로 증언해주신다면 우린 분명 승소할 수 있습니다.”
“네. 고마워요.”
박이나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근데 왜 파일을 직접 주시지는 않는 거예요?”
“그러고 싶지만 그러면 불법이라 증거로 채택이 안 돼요. 다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아······”
“이나 씨가 이 자료를 토대로 증언해주시면 그 증언이 압수수색 해서 나온 CCTV 영상을 통해 증명될 겁니다. 그러면 그 증거는 법정에서 엄청난 효력을 발생해요. 그리고 우리에겐 그동안 모은 음성 자료도 있고요. 녀석은 이제 그냥 독 안에 든 쥐입니다.”
“라일 씨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렇게까지 준비해주시다니.”
“정석한을 하루빨리 조지지 않으면 참을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이런 썩어빠진 것은 당장 바로잡아 정의를 실현해야죠. 그래서 하나 부탁할 게 있는데요.”
나는 또 다른 문서들을 꺼내 그녀에게 넘겼다.
“이건 DVR에 있는 영상 전체를 분석해서 회사에서 벌어진 모든 성범죄에 대한 날짜, 시간, 장소, 피해자와 가해자를 기록한 것이에요. 이 자료를 토대로 다른 피해자들도 도와주세요.”
“와. 세상에. 완전 짱이에요.”
박이나는 눈을 반짝이며 자료를 받았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맡겨주세요.”
***
“이봐!! 지금 제정신이야? 감히 날 잡아들여?”
정석한은 자기를 잡아들인 경찰서장에게 일갈했다.
“그게······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뭐가 어쩔 수 없어?!!!”
“일단 신고가 들어왔고 음성 자료도 온전히 있어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요. 금방 풀려나게 해 드릴 테니까 좀만 참아주세요.”
“음성 자료가 있었다고?!!! 그거 내가 분명히 지웠을 텐데······확실해?”
“네. 확실합니다. 그래서 형식상으로라도 이렇게 해야 했습니다.”
“하! 나 진짜 짜증 나게 하네!”
탕!
정석한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구석에 있는 쓰레기통을 발로 차 깨버렸다.
“같잖은 년들이 아주 발악하고 있네. 개 같은 년들. 이런다고 내가 무너질 것 같아? 음성 자료 따위야 좀만 손 쓰면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버릴 수 있어!”
“CCTV 쪽은 안전한 겁니까?”
“그건 이미 조작해놨어. 관리자가 수시로 지워주거든. 그 영상 자료만 없으면 내가 무죄판결 받는 것은 일도 아니야.”
띠리리리~!!
그때 경찰서장의 전화가 울렸다.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러시던가.”
서장은 한쪽으로 가 통화를 했다.
“뭐라고?!!!”
통화를 하던 그는 갑자기 질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빨리 어떻게든 해봐!”
그는 불안에 떨며 통화를 마쳤다.
“갑자기 왜 그래?”
“그게 말입니다······”
서장은 말하기를 주저했다.
“뭔데?!! 짜증 나니까 빨리 말해.”
“DVR에 자료가 그대로 남아있다고 합니다.”
“뭐?!!!!!”
정석한 또한 서장과 마찬가지로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음성 자료도 그렇고 왜 다 지웠는데 버젓이 남아있는데?!!”
“저도 그건······”
서장은 왜 자기한테 난리냐는 듯한 표정으로 정석한을 바라봤다.
“아! 나 시발!!! 진짜 되는 게 하나 없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일단 어떻게 몰래 지워보라고는 했습니다. 곧 연락 올 겁니다.”
띠리리리~!!
다시 서장의 전화가 울렸다.
“어. 어떻게 됐어?”
서장은 다급하게 물어봤다.
“뭐?!!!!”
그는 또 깜짝 놀라며 소리 질렀다.
“또 왜?!!!!”
정석한은 그 반응이 불안한지 서장에게 물었다.
“그게······파일을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 지지가 않는답니다!!!”
101화. 반역 (5)
[라일 님.]
몇 번의 경험으로 디오가 이렇게 말한다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소식임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뭔데? 근데 그거 아냐? 네가 그렇게 나를 부를 때마다 뭔가 기대하게 된다.”
[…….]
디오의 반응이 없었다.
이 자식…….
그냥 아무 말이라도 하면 될 것을 그걸 안 받아준다.
“됐다……. 뭔데?”
[죄송합니다. 그 말에 뭐라고 응답할지 몰라 시스템 오류가 생겨서요.]
‘빠직!’ 소리가 머리에서 울려 퍼졌다.
“알았으니까 그냥 말해. 임마.”
[네. 결국 CIA에서 나섰습니다.]
왜 안 나서는가 했다.
“CIA만?”
[FBI, DHS, 국방부에서도 나섰습니다.]
“화끈하네. 금융회사 연합 놈들 이제 보니 대단한 녀석들이잖아.”
솔직히 대통령만 끌어들이면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결국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근데 이거 거의 내란죄 아니냐?”
[그 정도는 각오하고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마약 카르텔들이 무너지면 연쇄작용으로 결국 자기들도 무너질 것을 두려워한 것 같습니다.]
“하, 하핫!”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나온다면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녀석들을 상대할 수밖에.
[그런데 사실상 CIA만 적극적으로 녀석들을 도와줄 생각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 기관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CIA는 왜?”
[마약 카르텔의 태동이 CIA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지.”
난 마약 카르텔과 관련이 있으면 그 누구라도 조질 생각인데……. 그러신다?
“그 부분에 있어서 좀 자세하게 설명 좀 해줄래?”
[예. 사실 예전 냉전 시기에 CIA는 남미 국가들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 거래를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막대한 작전 비자금을 형성하기 위해서였죠.]
“하! 나 이 자식들. 진짜 영양가 없는 놈들이었네.”
[예. CIA에서 직접 나서서 마약 거래를 지원하다 보니 마약 사업은 겉잡을 수없이 성장해 나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약 카르텔의 시작이죠. 냉전 시기 이후 대외적으로 CIA는 여기서 손을 뗀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계속해서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오케이! 알아들었어. CIA 녀석들. 금융기관 연합이 굳이 안 나서도 개입할 판이었네.”
또 내 안에 있는 악마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이 건방진 녀석들을 제대로 혼내줄 수 있을지 고민이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너의 그 사기적인 데이터화 능력을 사용할 때인 것 같다.”
[예. 바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디오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역시 이제 같이 한 시간이 꽤 돼서 척하면 척이다.
근데 아까는 왜 그랬냐…….
무튼, 나는 녀석들의 기록을 털 생각이었다.
이 녀석들은 너무 뒤가 구려서 데이터화 된 자료들만 털어도 어마어마한 것들이 나올 것 같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정말 경악할 자료들은 다 문서로만 보관되어 있을 텐데 그걸 털어버리면 녀석들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생각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디오! 그러면 시작하도록.”
[네!]
디오는 곧바로 데이터화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나 공개되면 경악할 사건들이 천지였다.
생화학 무기 개발, 세뇌 실험, 제3세계 지도자 암살 작전 등은 말할 것도 없다.
“하하하…….”
난 CIA의 문서들을 열람하다가 그만 기가 차버렸다.
“이 망할 새끼들이.”
녀석들은 이미 전부터, 그러니까 내가 아이튜브 영상에 얼굴을 공개했을 때부터 나에 대한 암살 작전을 세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일수를 포함해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암살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솔직히 아까 전까지만 해도 CIA에 대한 적의가 그렇게 강하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걸 본 이상 녀석들을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 알아서 샘솟기 시작했다.
“디오.”
[네.]
“이 자료들 내 이름으로 해서 당장 CIA에게 보내.”
[예. 알겠습니다.]
불안에 떨고들 있어.
마약 카르텔들 다 정리하면 다음에는 너희들 차례니까.
***
미국 CIA 본부.
수뇌부들은 지금 난리가 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건 방금 warrior에게서 온 자료들과 메시지 때문이었다.
warrior가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들이 마약 카르텔 일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상태였다.
그로 인해 열 받았는지 warrior는 뭔가 엄청나게 막대한 자료들을 그들에게 보냈다.
확인해보니 꽁꽁 숨겨두고 있었던 극비들에 관한 자료였다.
“오 마이 갓!”
warrior의 메시지를 본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이 말이 절로 나왔다.
대체 어떻게 했는지 warrior는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이 자료들 중에는 문서로만 보관되어 있는 자료들도 있었다.
warrior가 직접 와서 스캔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warrior가 유령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CIA 국장 올리버는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사실 이건 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어요. 예전에 warrior가 흑객연맹들과 전쟁을 하면서 오프라인 상태인 Tiger의 컴퓨터에 있는 비트코인을 다 빼갔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심지어 녀석은 전원을 빼도 컴퓨터에 전력이 들어오게 만들 수 있었답니다.”
부국장 리암은 어느 정도는 이미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기 떄문에 올리버 국장에 비해 덤덤하게 말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맞습니다. 말도 안 되죠. 우리는 그런 놈과 지금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대체 이런 놈이 왜 갑자기 등장한 건데? 아무리 조사해봐도 이전까지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잖아.”
올리버는 이 상황이 답답했다.
그로서는 warrior라는 존재가 말도 안 됐다.
그는 미국에 누가 되는 존재들을 조기에 발견에 싹을 잘라내는 것만큼은 본인이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는 그런 싹들을 많이 잘라냈었다.
하지만 warrior는 그의 레이더에 전혀 포착되지 못했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미국의 정보기관을 비롯해 타 선진국의 정보기관 또한 warrior를 완전히 놓치고 있었다.
다들 warrior의 등장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 이유를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갑자기 능력이 생겨버렸다는 것 외에는 말이 안 돼요.”
“……갑자기 슈퍼 히어로가 됐다는 말이야?”
올리버는 본인의 질문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이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미쳐버리겠네…….”
올리버는 답답한지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그는 다시 한번 warrior가 보낸 메시지를 읽었다.
[나를 막고자 하는 건방진 네놈들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자 한다.]
[자료를 확인했다시피 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조만간 모두 공개할 예정이니까 잘 대비하고 있길 빈다. 물론 그래 봤자 소용없겠지만]
[warrior]
“하아…….”
올리버 국장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 자료를 전부 공개하면 자신들뿐만 아니라 미국 또한 문제다.
전 세계가 미국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내전이 생길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자료들이 많다.
이 자료들이 공개되면 그야말로 파국이다.
“어떻게 할까요?”
리암은 조심스럽게 올리버에게 물었다.
싸울 건지 아니면 항복할 건지에 대한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당하기만 해. 온 힘을 다 쏟아부어서라도 녀석을 막아야 해. 이게 공개되면 그냥 끝이야.”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띠리리리-!
그들이 그렇게 대화하고 있는 사이 국장실의 전화가 울렸다.
올리버는 왠지 불길해서 조심스럽게 그 전화를 받았다.
“국장님.”
“무슨 일인가?”
“그게……. 지금 대통령께서 직접 찾아오셨습니다. 국장님을 만나 뵙고자 하신답니다.”
하필 타이밍이 안 좋을 때 에이든 대통령이 와버렸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돌려보내기는 무리였다.
“올라오시라고 해.”
“예!”
그들은 얼른 에이든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잠시 후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의 얼굴은 많이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올리버와 리암은 그에 많이 긴장된 상태였다.
“들어오시지요.”
올리버는 감청의 위험이 없는 특별한 장소로 대통령을 모셨다.
에이든은 말없이 올리버의 안내를 따랐다.
“앉으시지요.”
“…….”
여전히 에이든 대통령은 말이 없었다.
올리버와 리암은 계속 눈치만 보고 있었다.
에이든 대통령이 드디어 무거운 입을 뗐다.
“올리버 국장.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난 그동안 자네의 보고를 믿어왔었는데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요?”
올리버는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금융기관 연합의 청탁을 무시하고 있고 나에게 warrior의 일에서는 손 떼고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랬었죠.”
올리버의 말에 에이든의 얼굴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는 깊은 인상을 쓴 채로 올리버를 노려봤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그 입에서 뻔뻔하게 그런 대답이 나오는가 보지?”
“대통령께서 계속 막으시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올리버는 대놓고 낯 두껍게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미 이렇게 된 이상 그는 뒤가 없었다.
이제 와서 대통령 쪽에 붙는 것은 말이 안 됐다.
“대통령께서는 왜 혼자 멋대로 계속 독단적으로 나가시고 있는 겁니까? 대통령 말고는 어느 누구도 당신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 계속 고집을 부리는 겁니까?”
“자네들은 본인들이 어떤 존재와 싸우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어. 지금 당신들이 하는 행동은 미국을 완전히 구렁텅이로 빠지게 할 수도 있단 걸 모르는 거요?”
“당신의 행동이 미국의 위상을 깎아 먹는 것이오!”
에이든이 윽박지르자 올리버도 욱해서 같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리암은 옆에서 너무나 불편해하면서 그 광경을 지켜봤다.
“일개 해커 따위에게 붙어서 뭐 하는 짓입니까? 당신이 그러고도 우리 미국의 대통령입니까?”
“그를 일개 해커라고 부르다니 국장의 안목은 형편없구려. 그는 우리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야. 그런 그가 나서서 본격적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고 있고 방해가 되는 것들은 거침없이 쳐내고 있는 상황이라오. 그에게 거스르는 것이 오히려 미국을 위험하게 한다는 것을 국장은 왜 모르고 있는 거요!”
“그놈이 제멋대로 설치고 있는 게 두렵다고 그냥 두고 보자는 겁니까? 정말 격이 떨어지는군요.”
올리버는 에이든이 역겹다는 듯이 쳐다봤다.
“자네가 하고 있는 짓은 고귀하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미천한 듯이 말하는군. 하지만 마약 카르텔의 뒤를 봐주고 있는 것이 고귀한지, 아니면 그들을 없애는 것에 동조하는 것이 더 고귀한지는 삼척동자도 알 거요.”
“대통령. 적당히 하십시오. 그렇게 계속 설쳐대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올리버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쩔 생각이오?”
에이든 대통령은 상당히 차분하게 물었다.
“훗.”
올리버는 한번 웃더니 품에서 권총을 꺼내 대통령을 겨누었다.
“이럴 생각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