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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첫 번째 타겟 (4) (7/201)

6화. 첫 번째 타겟 (4)

“이 빌어먹을 자식이 잔꾀를!!”

박철우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지 얼굴이 붉어지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쿨럭!!!”

칼에 찔린 박철우의 부하는 피를 토하며 괴로워했다.

이윽고 그의 손은 힘없이 축 늘어졌다.

동료들은 가서 그의 맥을 짚었다.

“형님! 얘 죽었습니다!!”

“······크윽!”

박철우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부하들을 쳐다봤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결국 지 손으로 부하를 죽인 거였다.

그것도 다들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는 앞에서 그랬으니 원.

뭔가 분위기가 오묘해졌다.

“형님! 어떡합니까?!!”

부하들 중 한 명이 그를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건 단순한 사고야. 우리는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

박철우는 죽은 부하의 몸에 박혀있는 칼을 뽑아 들었다.

그는 그 피 묻은 칼로 나를 겨눴다.

“이라일. 너 때문에 내 부하가 죽었다.”

“와······지가 죽여놓고 나한테 책임을 돌리네.”

“너가 순순히 죽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어!! 죽어!!!!!”

박철우는 괴성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휙! 휙!

그는 사정없이 나에게 칼을 휘둘렀다.

공격 하나하나가 살벌해서 진짜 보고 있자니 공포 그 자체였다.

물론 내게 디오가 없었다면 말이다.

그의 공격은 디오의 보안 시스템 앞에서 무의미했다.

박철우의 검은 여전히 내 몸을 그냥 통과할 뿐이었다.

“이 버러지 같은 녀석! 좀 죽어!!”

“네가 나라면 그래 주겠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익!!!”

그는 약이 올랐는지 더 거세게 칼로 나를 찔러댔다.

푹!

“끄아아아아아악!!!!”

내가 일부러 박철우를 그의 동료들 쪽으로 유인했는데 정신없던 그는 그만 또 다른 부하를 찌르고 말았다.

“형님!!!!!! 대체 뭐하는 겁니까?!!!!”

부하들은 기겁하며 그에게 외쳤다.

“아, 아니 이건 내가 실수로······”

“허허. 박철우 씨 또 부하를 보내버리네.”

“너 이 새끼······”

그는 사나운 개 마냥 나를 노려보며 으르릉댔다.

“박철우 씨. 그거 알아? 실수가 반복되면 실수가 아닌 게 되는 거야.”

“뭐?”

“박철우 씨는 정말 동료를 찌를 생각이 없었나?”

“뭔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여러분. 잠깐 제 말에 주목해 주세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되자 나는 이쯤에서 저 녀석을 보내버릴 히든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여기 있는 박철우 씨는 사실 여러분을 조만간 다 보내버릴 생각이었습니다.”

“헛소리 마!!!”

“헛소린지 아닌지는 이걸 한번 들어보실까요?”

나는 음성 파일 하나를 재생시켰다.

[박 실장. 그 데리고 있는 애들은 어떻게 할 건가?]

[제 부하들 말입니까?]

[그래. 그 쓸모없는 자식들. 일도 잘 못 하던데. 저번에도 깔끔하게 처리 못 하고 흔적이나 남기고 말이야. 내가 곤란할 뻔했다고. 이참에 그 자식들 정리하고 외국 애들로 새 팀 짜지 그래.]

[알겠습니다. 조만간 처리하겠습니다.]

이건 정 전무와 박철우의 통화 내용이었다.

박철우의 얼굴을 새하얗게 질렸다.

“이, 이걸 어떻게······”

“형님. 이게 대체 무슨 소립니까?!!”

부하들은 무섭게 그를 노려봤다.

좋아.

여기서 쐐기를 박자.

“여러분. 이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놈은 여러분 몫으로 줘야 할 돈까지 횡령하고 혼자 독차지했습니다. 각자 핸드폰을 켜서 자료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방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들렸고 박철우의 부하들은 핸드폰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건!!”

“이 개새끼가.”

“내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고. 망할 새끼.”

내가 그들에게 준 자료는 박철우의 통장 내역이었다.

다들 그 자료를 보며 욕을 하기 바빴다.

“뭐 돈이 없어?!!!! 이 씨발 놈이 진짜 뒈지려고.”

“내, 내가 조만간 다 주려고 했어.”

박철우는 벌벌 떨며 그들에게 해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노릇이었다.

“언제? 우리 다 담그고 나서?”

“우리도 저렇게 죽여버릴 속셈이었지?”

그들은 쓰러진 두 동료를 가리켰다.

그들은 모두 품에서 칼을 빼든 다음 박철우를 노리기 시작했다.

“그럼 여러분 저 나쁜 놈을 어서 없애주시라고요.”

형세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라일. 이 개 같은 새끼!!!!”

“지금 저를 신경 쓰실 겨를이 있나 보죠? 우리 박 실장. 박철우 씨?”

나는 그에게 조소를 보냈다.

그의 부하들은 점점 그를 공격하려고 그에게 다가갔다.

“하하. 진짜 어이가 없네.”

그는 실성하며 웃어댔다.

“너희 같은 병신들 데리고 있으면서 이때까지 받아준 것에 고마워해야지 은혜를 모르고 이렇게 칼을 빼 들며 배신을 해?!!!!”

“배신은 너가 했지!! 지옥에나 가라!!!!”

“죽어!!!!”

박철우와 그의 부하들의 칼부림이 시작됐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조직 폭력배들은 뭔가 의리로 똘똘 뭉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돈으로 움직이는 놈들이라 돈 앞에서는 의리고 뭐고 없다.

그 중요한 돈을 건들었으니 당연히 눈 돌아가지.

결국 돈으로 무너질 관계였던 것이다.

박철우의 저항은 거셌지만 결국 거기까지였다.

현실은 영화와 다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고 다구리 앞에서는 장사 없다.

그는 결국 그의 부하들한테 처참하게 죽었다.

“하아. 하아.”

“드디어 죽었네.”

짝! 짝! 짝!

나는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돈을 독차지했다고 하니 아주 인정사정없이 보내버리는군요.”

박철우의 부하들은 이번에는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피범벅이 된 채로 칼을 들고 쳐다보니 호러 그 자체였다.

“까불지 마. 이번에는 네 차례니까.”

“그래요? 근데 그렇게 안 될 것 같은데요?”

삐용 삐용!!!!!!

갑자기 경찰들이 여기로 들이닥쳤다.

“짭새가 여기를 왜?!!!!”

“왜긴요. 제가 불렀으니까 왔죠.”

어차피 이 자식들은 정석한이 버리는 놈들이라 경찰 유착 같은 거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칼로 쑤셔대는 놈들을 사회에 그냥 풀어둘 수는 없지.

싹 다 감옥에 쳐들어가서 콩밥이나 먹으시길.

“그럼 굿바이!!”

나는 유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

“어제 저녁 11시쯤 서울의 한 공원에서 조직 폭력배 간에 다툼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40대 A씨와 30대 B씨와 C씨가 숨졌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주민의 신고로 이들 모두는 경찰에게 현장에서 붙잡혔습니다······”

“이 시발!!!!”

콰직!!!!!

정석한은 격노하며 TV 리모컨을 바닥에 내리쳐 깨부수어버렸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그는 버럭버럭 악을 질러댔다.

띠리리리~!!!

그때 전화가 울렸다.

그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님.”

“석한이!! 박 실장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게······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자기들끼리 다툰 듯합니다.”

“아니, 시키는 일이나 처할 것이지 대체 뭔 짓거리를 하는 거야?!!”

강기석은 그에게 윽박질렀다.

“면목 없습니다······”

“아 진짜!! 하여간 요즘 되는 일이 없어! 됐고. 빨리 그놈 처리해. 당장!!!”

“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외국 애들 풀어서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두고 봐. 끊어!!!!!!”

강기석은 귀가 아플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으아아아악!!!”

이번에는 정석한이 분노하며 핸드폰까지 바닥에 던져버렸다.

콰직!!!!!

폰은 그대로 산산조각나며 시원하게 깨져버렸다.

“이라일. 이 개자식 가만두지 않겠어.”

***

“누가 내 욕하는지 귀가 간지럽다.”

[정석한입니다. 아까 강기석 사장과 통화를 마쳤거든요.]

“하하하. 왜? 많이 빡쳐있어?”

[통화 내용과 목소리 톤이랑 세기를 분석해본 결과 라일 님을 만나자마자 뺨을 갈길 확률이 98.7%입니다.]

“······그건 대체 무슨 분석이냐?”

점점 애가 이상해지는 것은 내 기분 탓인가?

“시답잖은 소리는 그만하고 아까 이야기하던 거나 마저 하자. 그래서 확률을 어떻게 조작했다고?”

[오픈 이벤트로 진행될 가챠에서 전설 아이템이 뜰 확률이 0.01%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제 확률은 0.005%입니다.]

“소스코드 좀 보내봐.”

[보냈습니다.]

컴퓨터를 켜서 보니 진짜로 전설 아이템이 뜰 확률을 적는 칸에 0.01이 아니라 0.005가 적혀 있었다.

“이것들 진짜 몹쓸 놈들이네. 나도 이 가챠 하려고 했는데 하마터면 당할 뻔했잖아?”

0.01과 0.005의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것 같겠지만 이 조그만 차이가 벌어들이는 돈의 단위를 바꿀 수도 있다.

“왠지 구린 냄새가 나는 게 한두 번 했던 게 아닌 것 같아. 이제까지 디씨소프트가 출시한 게임 중에서 확률 조작한 거 있으면 다 공개해줘.”

[라일 님 말대로 한두 개가 아닙니다. 총 13번의 확률 조작이 있었고 그 외에도 다른 조작들이 많이 있습니다.]

“증거 자료 다 보내줘. 이 빌어먹을 회사. 내가 이딴 곳에 다닌다는 게 창피할 정도다.”

디오가 보내준 자료를 보니 이미 예전부터 조작들이 있어 왔다.

그런데 이 정도면 유저들도 이상함을 느낄 거고 들킬 법도 한데 희한하게 다 조용하게 넘어갔다.

직원인 나도 모를 정도인데 어떻게 된 거야?

“왜 이런 게 이슈가 안 되고 넘어갔을까? 혹시 회사 측에서 덮은 거야?”

[맞습니다. 그때 문리버에 포털 사이트 나이스의 대표 양기택도 같이 있었던 것을 확인하셨을 겁니다. 강 사장은 이미 예전부터 그와 동업하고 있었고 나이스에 올라온 기사나 글 중 문제가 되는 것들은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나이스’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이다.

그런 곳이 비리와 조작이 난무하는 곳이라니 애석할 따름이다.

[투자 지분만 봐도 이 두 회사가 밀접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디씨소프트에서 가지고 있는 나이스의 지분이 23.4%니까요.]

“아주 놀고 자빠졌네. 끼리끼리 논다고 양기택 그놈도 양아치겠지?”

[문리버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양기택입니다. 강 사장과 정 전무가 문리버의 회계를 관리한다면 양기택은 브로커들의 도움을 받아 투자자들을 모집하고 있죠. 아시다시피 그 투자자들은 마약, 매춘, 인신매매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디오의 말을 들으니 뭔가 소름이 돋았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난 이런 것들에 관해서 완전 문외한이었다.

만약 한 부장으로부터 USB를 받지 않았다면, 또 디오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이런 것들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갔을 것이다.

사회의 이면은 이와 같이 더러운 것들로 가득했다.

뭔가 역겨움이 느껴졌다.

“나쁜 놈들······내가 다 참교육시켜줄 거야. 디오!”

[네.]

“너 혹시 아무도 추적할 수 없게 ‘나이스’에 익명으로 게시물을 올릴 수 있어?”

[당연히 가능하죠. 저를 뭘로 보시는 겁니까?]

“나이스 메인화면에 그 게시물이 바로 뜰 수 있게 하고 또 아무도 삭제하거나 내릴 수 없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좋아. 디씨소프트. 너희가 그렇게 믿고 있는 나이스에게 한번 뒤통수 맞아보라고. 흐흐흐.”

띠디디디! 띠디디디!

그때 알람이 울렸다.

[20:40]

복권 발표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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