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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첫 번째 타겟 (1) (4/201)

3화. 첫 번째 타겟 (1)

정석한 전무이사.

강기석 사장과 함께 디씨소프트의 실질적인 최고 권위자다.

뚱뚱하고 벗겨진 머리에 비싼 명품시계와 양복을 걸친 그는 그야말로 현대판 빌런이다.

녀석은 오묘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라일 씨. 노크할 줄 몰라? 이게 무슨 못 배운 태도야?”

“지금 내가 너한테 노크하고 들어오게 생겼니?”

“······”

정석한은 말없이 가만히 나를 노려보기만 했고 녀석의 비서는 내 말에 흠칫하며 놀랐다.

하긴 어떤 또라이 같은 사원이 자기 회사 전무에게 이러겠어?

“푸하하하하하하.”

녀석은 갑자기 박장대소했다.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보지?”

“그렇게 당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찾아왔잖아. 널 가만두지 않으려고.”

정석한은 코웃음 치며 나를 비웃었다.

“이나 씨 잠깐 이리로 와봐.”

“네?!”

비서는 놀라며 녀석을 쳐다봤다.

왠지 굉장히 불편해하는 것 같다.

“와보라고!!!!”

“네!”

녀석이 윽박지르자 비서는 얼른 그 곁으로 갔다.

그리고······

이 미친 새끼는 갑자기 비서를 자기 무릎에 앉힌 다음 온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저, 저기······제발 그만······”

“가만히 있어!”

가냘픈 그녀는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한 채 녀석의 손에 놀아났다.

“뭐 하는 짓거리지?”

빡쳐서 녀석을 저지하려는 순간 비서가 전무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났다.

그녀는 얼굴을 붉힌 채 황급히 전무실을 나갔다.

정석한은 거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가 왜 굳이 네 앞에서 이렇게 행동했는지 알아? 바로 너나 저년이나 내가 이렇게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야.”

“······”

하하.

그러셔요?

정말 뒈지고 싶어 환장했구나.

나는 USB를 하나 꺼내 정석한을 향해 던졌다.

USB는 녀석의 책상에 가볍게 떨어졌다.

“······뭐지?”

정석한은 내 행위가 불쾌했는지 인상을 찡그렸다.

“확인해 봐.”

“······”

녀석은 잠시 나를 노려보더니 컴퓨터를 켜서 USB를 확인했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이, 이게 대체 왜 너한테······”

역시나 녀석은 놀라며 자신의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불안한지 정석한의 눈빛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 알아버렸어. 너희가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나를 죽이려고 했는지 싹 다 말이야.”

“너 이 자식!!!”

이전까지 여유로워 보였던 정석한은 초조한지 흥분하기 시작했다.

“겁나지?”

“하!”

녀석은 내 말에 비웃었다.

당황한 게 티 났지만 여유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사실은 카피까지 해서 가지고 있었네. 라일 씨. 꽤 영리한걸?”

“······”

그건 아니지만 상관없으니 그냥 무시했다.

“근데 그걸로 뭐 나랑 딜할 생각인가 본데 착각하지 않았으면 해. 어차피 당신은 그걸로 아무것도 못 하니까.”

“그래?”

나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운 다음 녀석에게 날렸다.

“일단 이거나 먹고.”

녀석은 빡쳤는지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못 하는지는 한번 지켜봐. 내가 반드시 너희 모두 나락으로 떨어뜨려 줄 테니까.”

“할 말 다 했어? 이만 나가줄래? 더 이상 당신 꼴 보기 싫으니까 말이야.”

“그러지. 나도 토 나오는 네 면상 더 보고 싶지 않거든.”

나는 다시 한번 녀석에게 엿을 날리고 그곳을 나왔다.

전무실을 나오니 아까 정석한에게 추행당한 비서가 한쪽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왜요?!!”

그녀는 격양되어 있었다.

하긴 그런 일을 당했는데 안 이러는 게 비정상이지.

“당신을 도와주려고 하는데요.”

나는 새롭게 구한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녹음 파일을 하나 들려줬다.

“이, 이건!”

그것은 아까 전무실에서 있었던 일이 다 녹음되어있던 파일이었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네.”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일단 여기서는 좀 그러니까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하죠.”

나는 그녀를 데리고 근처의 카페로 갔다.

***

“신고하시죠. 이 증거 자료 드릴 테니까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고작 그것 가지고 될까요? 상대는 그 정석한인데요······”

그녀는 자신감 없게 말했다.

“딱 봐도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한데 다른 증거는 없어요?”

“있어봤자 회사 CCTV랑 제 녹음 파일인데······CCTV는 의미 없다고 보면 돼요. 어차피 다 증거인멸 했을 거니까요.”

“그럼 녹음 파일은요?”

“그것도 의미 없어요. 녀석이 억지로 제 핸드폰을 뺏어서 다 지워버렸으니까요. 흑······”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에요. 진짜 그 더러운 손이 내 몸을 만질 때면 죽고 싶어져요. 일 그만두려고 하니까 도망치면 가족을 건드리겠다고 협박하고. 자살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

“신고하려고 녹음해놨지만 들켜버려서 다 삭제당해버리고······증거 없이 신고해봤자 정석한이 승소할 거예요. 저와 달리 녀석에게는 어마어마한 변호사진이 있으니까요. 전 이제 어떻게 하죠?”

비서는 낙담하며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고 했나?

예쁘고 가녀린 그녀가 울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굉장히 마음 아팠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다.

“그 자료들 제가 다 복구할 수 있습니다.”

“네?”

그녀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핸드폰 확인해보세요. 복구됐으니까요.”

“그게 무슨······”

비서는 자신의 핸드폰을 켜서 확인했다.

“세, 세상에.”

비서는 경악하며 핸드폰을 쳐다봤다.

그녀는 얼른 파일을 켜서 확인했다.

이제껏 그녀가 녹음했던 자료들이 다 살아있었다.

“어떻게?!!!”

“자세한 건 말해주기 곤란합니다. 어쨌든 그걸로 신고하세요.”

“······”

그녀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잘못은 정석한 그 새끼가 저질렀는데 왜 피해자가 겁먹고 있어야 해요? 그냥 편하게 신고하세요.”

“······네.”

“그리고 저 수상한 사람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아까 보셔서 알겠지만 그냥 정석한 그 자식을 조지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럼 이만.”

나는 그렇게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지려고 했다.

“저기요!”

그때 그녀가 나를 불렀다.

“연락처 좀 주실 수 있나요?”

“······그러죠.”

“성함이 어떻게······”

“이라일입니다.”

“전 박이나예요. 제 번호도 저장하세요.”

나는 걸려온 번호를 그녀의 이름으로 저장했다.

“그럼 이나 씨. 필요하면 연락 주시죠.”

“네. 감사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

어젯밤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 나는 디오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대체 넌 뭐야?”

[계속 똑같은 질문만 하시는군요. ‘디오’라고 부르세요.]

“왜 갑자기 나에게 온 거지?”

[제 개발자가 저를 당신에게 보냈으니까요.]

“그게 누군데?”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래······”

[차차 알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캐봤자 더 나올 게 없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어차피 개발자가 막아놨겠지.

“넌 어떤 능력이 있어?”

[제 이름 그대로 저는 전지(全知)합니다. 모든 자료를 가지고 있죠.]

“그러면 혹시 아까 술집에서 내가 강 사장에게 넘겨준 USB에 담겨있는 파일도 보여줄 수 있냐?”

[필요하시다면 당신의 컴퓨터에 넣어드리겠습니다.]

“그게 가능해? 어떠한 연결도 없이?”

[넣어드렸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뭐?!!!”

나는 얼른 컴퓨터를 켜서 확인했다.

진짜로 내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넣어두지 않았던 자료들이 생성돼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는 디오의 능력에 감탄했다.

이 녀석은 진짜 대단하다.

어떤 천재가 이 녀석을 만들어낸 거야?

[자료가 방대하니 쉽게 요약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어······그래. 고마워.”

[‘문리버’는 디씨소프트 강기석 사장과 포털사이트 나이스의 양기택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곳은 해외범죄조직의 불법자금 세탁을 겸하는 투자처이자 그들의 일탈 장소이죠. 또 한국에서 마약이 활발하게 유통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

뭔가 엄청난 것을 들어버렸다.

[그 USB에는 이 ‘문리버’관련 회계자료와 고객의 명단 등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그놈들이 그렇게 난리였구먼.”

[이 자료를 경찰에게 넘겨도 소용없습니다. 어차피 ‘문리버’는 경찰과 유착해서 운영하고 있고 이 자료를 압수수색 없이 당신이 넘긴다면 불법 증거가 돼버려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으로 의미가 없는 자료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또 그래서 강기석과 정석한이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거고······”

나는 침대에 풀썩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하아······엄청난 일에 휘말려 버렸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있는 한 당신은 무적이니까요.]

“하하하. 하긴 아까 나를 물리법칙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한 것은 대단하긴 했어.”

[사용자의 안전 또한 보안의 핵심이니까요. 필요하다면 방화벽을 활용해 아예 적들이 당신에게 접근을 못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업데이트가 덜 돼서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요.]

“대단하네. 대체 네 개발자는 왜 너를 나한테 보냈대?”

[개발자께서는 당신이 저를 활용해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다 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이죠.]

“······왜? 그 사람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것은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차차 알게 될 것입니다.]

“······알았다.”

이것 또한 더 캐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내가 하고 싶은 거라······”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모든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무엇이 가장 하고 싶은가?

당장에 생각나는 것은 복수뿐이었다.

이대로 당하기만 하고는 못 살겠거든.

“나를 공격했던 놈들이랑 정석한 전무에 대한 정보 싹 다 줄 수 있어?”

[네. 당신은 저랑 지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속으로 말씀하셔도 제가 다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료를 주는 것도 당신의 뇌로 직접 줄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출력 장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최고네.”

[그럼 여기 있습니다.]

디오가 준 정보가 바로 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뭔가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밤을 새면서 정보들을 파악했고 복수 계획을 세웠다.

첫 번째 타겟은 정석한으로 정했다.

강기석 사장과 함께 ‘문리버’ 운영에 동참하고 있는 놈이다.

이 자식은 정말 나쁜 놈이었다.

직장 내에서 온갖 성희롱과 성추행을 다 했고 당사자들을 협박하며 입막음시켰다.

그리고 어제 나한테 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인 교사도 한다.

하마터면 나도 죽을 뻔했지······

개자식.

일단 너부터 조진다.

고발할 게 많았지만 일단 녀석의 성범죄부터 드러내기로 했다.

그렇게 고소할 사람들을 찾고 선전포고도 할 겸 회사에 갔는데 그 미친놈은 내 앞에서 아주 대놓고 범죄를 저질렀다.

진짜 개 쓰레기 자식이다.

[삭제된 파일 제가 다 복구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네. 일도 아닙니다.]

디오의 능력으로 지워졌던 박이나의 음성 파일을 다 복구시킬 수 있었다.

다른 피해자들의 파일도 혹시나 녀석이 지웠다면 이런 식으로 복구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워진 CCTV 영상도 다 복구시킬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성범죄를 저지른 장면만 추려낼 수 있습니다.]

디오가 준 파일을 확인해보니 정말로 정석한 그놈이 여직원들의 몸을 만지는 장면만 추려져 있었다.

“너 진짜 대박이다.”

이건 정말 사기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능력이다.

[문제는 라일 님이 이 자료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음성 파일과 마찬가지로 이 CCTV영상 자료 또한 압수수색 없이 그냥 넘긴다면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에 따라 증거 자료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피해자의 고소를 통한 압수수색뿐인데 말이야······”

[회사 CCTV DVR에 이 자료들을 복구시킬 수 있습니다.]

“만약 중간에 또 파일을 조작하거나 삭제해버리면?”

[절대 그렇게 못 합니다. 그 누구도 건들지 못하고 지울 수 없게 설정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이렇게 했는지 추적도 절대 못 합니다.]

“너 진짜 무서운 놈이구나······”

[경찰 유착이 있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증거를 절대 없애지 못할 거니까요.]

“오케이! 완전 든든하구먼. 일단 좀 쉬자. 잠 와 죽겠다.”

나는 곧장 집으로 가서 이제까지 못 잔 잠을 잤다.

나는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그렇게 얼마를 잤을까?

띠디디디~!!!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나는 발신자를 확인했다.

[박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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